비대위원장 권영세... 도로 친윤 "후안무치당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못 해…단일대오 필요”
당 내에서도 “내란사태 심각성 전혀 못 느끼는 듯”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이해를 고려해 신속한 탄핵 절차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똘똘 뭉치자고 한 것이다. 당내 일부에서는 “내란사태에도 당이 심각성을 전혀 못 느끼는 거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얼굴 두껍게 다니자”

권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이어 최상목·이주호) 부총리 등에 대해 계속 탄핵을 몰아붙일 건데 개인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역주민들이 뭐라고 하면 고개 숙이지 말고 ‘죄송하다, 잘 해결하겠다’고 말하라”거나 “방송에 나가거나 기자들을 만나서도 이런 사실을 적극 설득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를 당론으로 반대한 데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해 단일대오로 뭉치자고 한 것이다.

비상계엄 직후 한껏 몸을 낮춘 듯했던 국민의힘은 최근 친윤석열계 권영세 의원(5선·서울 용산)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도로 친윤당’으로 회귀하며 상황 반전만 노리는 듯한 모습이다. 당장 12·3 내란사태에 대한 공식 대국민 사과는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내정자 역시 “단합이 안 되고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가 있겠냐”며 내란사태 이후 당 쇄신보다는 ‘단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의원은 이런 모습에 “당이 집단최면에 걸려 있는 거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남의 한 의원은 이를 두고 “그냥 한 줌밖에 안 되는 극단적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08명 국민의힘 의원 중에 59명(54.6%)이 영남 소속 의원들이다 보니 일반 여론보다 공천 경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핵심 당원들의 여론만 신경 쓰며 훗날만 도모하고 있다는 취지다.

중부권의 한 중진 의원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의원들 입장에서 다급할 게 없다. 3년 반 뒤에 이뤄지는 총선에서 어차피 공천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극렬 지지층 눈치를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재준 의원이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지역 여론을 수렴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윤석열 망령'이 당정을 배회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원조친윤' 권영세

권영세-권성동-한덕수 3각 체제 국정운영 시도

'망령 정치' 현실화한 한덕수…쌍특검 거부 시사
한덕수 탄핵 추진하지만 '친윤 카르텔'은 여전

일괄 탄핵 뒤 차관 체제로 가는 게 안정적일지도
"한덕수 특검 공포하고 재판관이나 임명하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대표와의 5∼6선 의원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4.11.6. 연합
 

윤석열과 권영세의 김치찌개 추억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열린 직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식당에서 당시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치찌개까지 직접 그릇에 덜어주며 각별히 아꼈던 인물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5선)이다.

권 의원은 서울대 법대 77학번으로, 79학번인 윤 대통령의 대학 직속 선배이면서, 대학시절 윤 대통령과 학회 활동을 함께 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미 사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자신의 인연에 대해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이 아직 정치 전면에 나서기 전부터, 그는 후배인 '윤 총장'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 선고를 한 뒤, 강원도 사찰을 전전하며 '걸레스님' 중광과 인연을 맺은 사연 등 매우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서울대 법대, 검찰 선배로서 그만큼 인연이 깊은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국민의힘으로 인재 영입을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권 의원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직접 윤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힘 입당을 권유했고,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현장을 뛰었다.

또한 선거 직후에는 대선 때 공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국정 설계를 했을 뿐 아니라, 정권 출범과 함께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장관직을 그만두고 22대 총선에서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 재출마해 당선됨으로써 '친윤 중의 친윤'이자 '윤석열 호위무사'로 자리를 굳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며 권영세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2024.5.30. 연합
 

윤석열 정부 내내 승승장구했던 권 의원은 이번 12·3 내란 사태 당시에도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에 불참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더욱 결연한 의지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면서, 12월 7일 윤석열 탄핵 표결에도 불참했다.

그랬던 그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난 지 8일 만인 이날(24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대표직)으로 지명됐다. '원조 친윤의 귀환'이자 '도로친윤당의 서막'이다.

친윤 투톱+꼭두각시 총리

권 의원의 대표직 등판은 친한동훈계의 반발 등으로 무위로 돌아간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의 재시도로도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사태 수습을 위해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고, 한동훈 당 대표-한덕수 국무총리가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권한을 위임할 수 없을 뿐더러, 윤 대통령이 여전히 군통수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국민의 비난을 피해 막후 정치를 할 가능성을 내포하는 만큼 이러한 구상은 반대에 부닥쳤다. 다만 이러한 체제는 윤 대통령 탄핵에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조용하게 이미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이 빠진 '○○○-한덕수 체제' 빈 자리는 그동안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검사 출신에 고향이 강릉인 권 원내대표는 강릉이 외가인 윤 대통령과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로,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던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중의 윤핵관'으로 불리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2.19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가운데, 지난 20일 한동훈 체제에서 중단됐던 '고위 당정(여당·정부) 협의회'를 되살렸다. 사실상 윤 대통령과 발을 맞추는 친윤계와 국무총리가 독단적으로 국정 운영을 논의한 것이다. 이들은 오는 27일에도 고위 당정을 열고 국정운영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국면에서 권영세 의원의 비대위원장 지명은, 중량감이 떨어지는 권성동 의원을 대신해서 장기판의 '말'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권 의원의 등판으로 인해 당(권영세)-원내(권성동)-정부(한덕수) '3각 체제'로 친윤 기조의 국정을 운영할 '틀'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의 망령'이 살아서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망령 정치의 현실화

이러한 '망령의 국정운영'은 이날도 확인됐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오전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에 대해 거부의 뜻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표면적으로 '여야 합의'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국민의힘의 쌍특검법 반대 주장,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불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내란행위에 동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뜻에 맞춰 움직이는 '망령 정치'가 도를 넘자 야권도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24.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시키겠다는 것 외에 해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탄핵안을 발의하려고 했으나 오는 26일까지 지켜본 뒤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한 권한대행의 국무회의 발언은 사실상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특검법 수용이든 헌법재판관 임명이든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국회라는 헌법기관을 정지시키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데에 의원들이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을 끌어내려도 차순위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돼 한동안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최 부총리는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계엄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 역시 대통령실 경제수석 출신으로 권영세·권성동 '친윤 투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최 부총리 다음 순위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더욱 답이 안나온다. 이 부총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을 폄훼하고 박정희 독재 정권과 전두환 신군부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애초부터 야당과 소통 불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4.12.24. 연합
 

끊기 힘든 친윤 카르텔

이에 민주당은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이 관철될 때까지 탄핵을 반복하거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계엄 사태에 연루된 국무위원들을 한꺼번에 탄핵소추하는 방안 등을 두고 다각도로 심사숙고하는 중이다.

일각에선 '친윤 카르텔'이 탄핵 정국의 '동맥경화' 원인인 만큼 이들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 가담자 전원을 일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도 가더라도 안정될 만큼 국정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가 국정 안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이 없고 내란 세력을 비호할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며 "한 대행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회는 이미 특검법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더라도 국회의 의결은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며 "결국 한 대행은 국민의힘이 찬성하지 않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국민의힘이 시키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검법을 거부하는 것은)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내란 행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똑같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마음에 안 들면 국회가 추천하든, 대법원이 추천하든 임명을 안 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전제군주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국민들과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며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으려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알량한 힘을 믿고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거역하며 버텨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법조계, "신속한 수사 위해 윤 대통령의 협조 기다릴 수만은 없어"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쪽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서 ‘밀실 조사’가 아닌 공개변론 방식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겠다는 노림수여서 신속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쪽 석동현 변호사는 24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25일) (공수처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아직 여건이 안 됐다 정도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헌법재판관들 앞에서 충분히 소추 입장, 피소추 입장을 개진하고 국민들께서 언론을 통해서 알 수 있는 형태로 (알리는) 이 부분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라며 “서로가 공격·방어되는 틀이 갖춰지고 초반 입장이 개략적으로 표명된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이 사안을 엄정하게 보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사에 대해서는 “밀실이라는 표현을 쓰면 예민하실 것 같은데 문답으로 대통령이 어떤 입장과 사정과 행위를 수사관에게 설명할 그런 사안이 아니다”라며 “(조사받는 사람이) 무슨 내용을 어떻게 얘기했는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알리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조사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피의자를 공개 소환하고 불리한 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수사 성과를 내왔던 윤 대통령이 이제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5일과 21일, 공수처는 18일과 25일에 출석을 요청했다. 공수처의 2차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면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모두 네차례 거부하게 된다. 석 변호사는 “때가 되면 (수사) 절차에도 응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성탄절 이후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 쪽에서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와장창 중대발표가 있다고 오해하시진 마시라”고 했다.

공수처는 3차 출석 요구와 체포 방안도 모두 검토 중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일까지 대통령께서 공수처에 출석하는 시간을 꼭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고 체포영장 청구 계획에 대해서는 “방침이 지금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신속한 수사를 위해 윤 대통령의 협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안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탄핵심판으로 넘어갈 증거(수사기록)가 많아진다.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라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니 이른 시일 내에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배지현  강재구 기자 >

“비상계엄 이후 개헌론은 윤 임기 연장·면죄부 주자는 음모”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란·외환 우두머리 윤석열을 긴급 체포해 세상과 격리시켜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전의 대한민국과 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며 “이후의 대한민국, 구국의 길”을 완수하기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이를 제시했다.

박 의원은 또 “헌법재판관 세 분 후보자의 조속한 임명, 6인 체제의 헌재를 9인 체제 즉 완전체로 구성해, 탄핵심판을 신속하게 심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개헌론에 대해서는 “내란·외환 우두머리 윤석열의 임기 연장과 면죄부를 주자는 음모”라고 일축했다. 그는 “저는 과거 (비상계엄) 전의 대한민국에서는 개헌으로 새로운 7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어 미래로 가자는 임기 단축 4년중임제 2원집정부제로, 거국내각 구성도 거론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개헌론과 심지어 거국내각을 구성, 총리로 누구를 거론하는 것은 내란 외환 우두머리 윤석열의 임기연장과 면죄부를 주자는 음모”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금은 긴급체포, 헌법재판소 재판관 완전체 구성으로 신속하게 헌재 심판을 하는 것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안정으로 가는 첩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

쌍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야권, 예상과 다른 행보에 당황
“시간 끌며 윤 돕는 쪽 선택한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내란 세력에 대한 대대적 수사와 신속한 탄핵 절차 진행으로 불안정한 ‘내란 정국’을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하려던 야권의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야권이 요구해온 ‘쌍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계엄 국무회의 참석 등 내란 연루 의혹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압도적 여론이 요구하는 수사와 탄핵 절차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 대행이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자 야권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체 한덕수가 왜 저러는가’를 두고서도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여러 관측이 나왔다.

일부에선 한 대행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내란에 깊숙이 연루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내란 공범으로서 처벌받을 기로에 서 있지 않나. 주어진 역할을 잘 이행한다고 해도 추후 선처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시간을 끌면서 결국엔 윤 대통령을 돕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헌법과 법에 따라서 판단하겠다는 말은 ‘내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평생 공직 생활을 해온 사람인데 마지막에 내란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느니 최소한 보수진영에서 자신의 명예를 어떻게 지킬지 그 고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마치려다가 막판에 보류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26일까지 한 대행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도 한 대행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탄핵안 발의를 늦춘 건 최대한 인내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탄핵의 명분을 더 쌓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행의 탄핵은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는 것이어서 민주당도 고민이 가볍지만은 않다. 만약 한 대행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당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은 “최 부총리는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 대행에 견줘서는 나아 보이나 특검법 수용 여부는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고 우려했다. 특검 후보 추천 권한을 야당에만 부여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위헌 요소’가 있다는 정부의 공식 의견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가결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12·3 내란사태라는 위법 사유가 발생한 만큼 국무총리 신분을 기준(151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 견해다. 물론 국민의힘은 한 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통령을 기준(200명 이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결 정족수에 대한 일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입법조사처가 의견을 낸 걸로 알아서 그런 점 등을 참고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

 

한덕수는 '확신범'이다

노욕으로 가득찬 궤변…탄핵이 내란 종식 지름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4.12.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특검법을 여야가 다시 협의하라고? 이미 국회 협의를 거친 것이다

한덕수는 ‘윤석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한덕수는 기껏해야 권한대행일 뿐이다. 권한대행이 이런 말을 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가? 한 마디로 어이없는 궤변이다.

‘윤석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이미 적지 않은 국힘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진 법률이다. 즉 이미 국회에서 여여 간의 충분한 협의와 찬반 표결을 거쳐 제정된 법률이다. 이 특검법들이 야당 주도로 이뤄진 것은 국민이 선택하고 명령한 정치 지형이고, 그것은 현실이다. 엄연한 이 정치 현실을 무시하고 붕괴시키기 위해 계엄으로 뒤엎으려 한 자가 윤석열이었고, 이제 한덕수는 궤변으로 뭉개려 하고 있다.

더구나 상설특검법은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면 “지체없이”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여기에서 “지체없이”라는 기간은 통상 2~3일이다. 그러나 상설특검법률은 정부로 이송된 지 이미 10일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직 특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이미 ‘불법’이다.

무능, 반농민, 반서민, 친미, 보수 본당…그가 걸어온 족적들

한덕수는 자신의 뒤에 미국이 밀어주고 있다고 단단히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덕수는 김대중 정부 때 스크린쿼터를 반대했고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변함 없이 친미 일변도였다. 한덕수에게도 미국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겠지만, 그것은 단지 덕담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은 항상 승자의 편에만 서왔다.

한덕수는 노무현 정부 때 정부가 농민에게 추곡을 수매하는 추곡수매 제도를 폐지시켰으며 쌀 시장을 개방한 장본인이다. 당시 그는 농민들에게 쌀 세례까지 받았었다. 이번에 양곡법 등 법안에 대해 보란 듯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그의 뿌리 깊은 ‘반농민적 철학’에 토대한 것이다. 그는 윤석열 아래에서 총리를 지내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고, 택시 기본요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대해 “1000원쯤 되지 않나”라고 발언하는 등 서민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인물이다. 오직 부자 감세에만 집중했다. 이 나라 보수 본당이다.

뿐만 아니라, 한덕수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가 윤석열 밑에서 오랫동안 국무총리를 지냈지만, 기억나는 성과는 전혀 없다. 그저 내란수괴 윤석열 옆에서 비굴하게 비위를 맞추면서 호의호식 최고 직장 생활을 누렸을 뿐이다.

한덕수는 내란 공범이다

12월 11일 국회에서는 긴급현안질문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는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자신이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3일 저녁 8시 40분께 들었고, 밤 9시께 자신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요한 점이 존재한다. 우선 국무회의는 대통령만이 소집할 수 있다. 그런데 한덕수는 자신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하였다. 국무총리가 소집하는 것은 이미 불법이다. 당일 소집된 국무회의 자체가 이미 불법 국무회의인 것이다. 다음으로 이렇게 한덕수가 ‘불법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은 윤석열 계엄선포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마련해주기 위한 행위로 간주될 여지가 충분하다. 본인은 윤석열을 설득하기 위해 소집한 국무회의였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결국 최소한의 ‘심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내란수괴 윤석열의 의도에 ‘순응’했을 뿐이다. 한덕수가 내란 공범임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다.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는 151명이다

한편, 한덕수에 대한 탄핵 정족수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힘은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같이 200명이 정족수라고 강변하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가 200명을 주장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필자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처럼 소위 ‘국회 전문위원’이란 법률가도 아니고 ‘전문적’이지 않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국회에 근무하고 있는 국회 공무원이다. 전문적이지도 않고, 따라서 본래 권위가 있을 수 없다.

또한 백 번 양보를 한다고 해도, 국회 전문위원이 작성했다는 해당 보고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되기 전 총리직무 수행 중에 발생한 탄핵 사유를 구분하지 않은 채 설명한 것일 뿐이다. 총리 직무 수행 중 발생한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그 탄핵 의결 정족수가 151명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본래 권한 대행이란 적극적 행사를 해서는 안 되고, 또 할 수 없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 그의 행태를 보면,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양 호가호위 권세를 부리고 있는 모양새다. 언필칭 ‘민생 행보’를 한다고 나선다. 가소로운 이야기다. 아니 누가 당신에게 지금 이 시각에 민생 행보를 하라고 했는가! 그럴 시간 있으면 국회에서 넘어온 내란 특검법을 시급하게 공포했어야 했다. 또 그는 언필칭 대외신인도도 말한다. 하루바삐 내란 특검법에 의해 내란 책임자를 단죄하는 것이 유일한 민생 행보이며 가장 빨리 대외신뢰를 회복시키는 길이다. 그만 궤변을 멈춰야 한다. 탐욕스러운 노욕이다.

지금 하루바삐 한덕수를 탄핵시키는 것이 내란 종식의 지름길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조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