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마케팅 총괄부사장 승진 1년 만

‘물컵 갑질’로 경영 떠났지만, 1년 뒤 복귀

전문가들 “꼼수 승진, 족벌 경영 민낯” 비판

 

지난 2018년 5월1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서울 강서경찰서에 ‘물컵 갑질’ 논란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 3세인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 부사장은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뒤 3년도 채 되지 않아 사장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기업 가치를 훼손한 재벌 총수 일가가 아무렇지 않게 경영에 복귀해 고속 승진하는 식의 관행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진그룹은 12일 지주회사 및 그룹 계열사에 대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0년 12월 한진칼 전무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이다. 한진그룹은 조 부사장에 대해 “물류사업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고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조 부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한 광고업체 직원이 회의 도중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지는 등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을 일으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 부사장(당시 대한항공 전무)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켰다. 그러나 1년 2개월만인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부친인 조 전 회장이 별세한 뒤라, ‘셀프 복귀’란 지적도 나왔다. 당시 한진그룹은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경영 복귀에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했으나,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기업 가치를 훼손한 것을 고려하면 경영 복귀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혁 전문가들은 조 부사장의 승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 복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때 기업 가치를 훼손했던 사람이 그룹총수 일가란 이유만으로 ‘고속승진’하는 관행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사장은 책임의 무게가 더 큰 법인데, 그룹 일가란 이유로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않고 승진시키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승진은) 대선을 앞두고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재벌가라고 해도 경영진에 대해선 검증하는 체계를 구성해달라고 지금껏 요구해왔는데, 한진그룹은 조금도 대안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도 “경영 복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해도, 이번 승진은 ‘족벌 경영’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류경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해 지주사인 한진칼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 이승범 대한항공 부사장을 한국공항 사장으로, 박병률 대한항공 상무를 진에어 전무로, 권오준 대한항공 상무를 정석기업 전무로 각각 승진 임명했다. ㈜한진은 조 사장 승진과 함께 노삼석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한진은 기존 노 사장과 류경표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노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된다. 곽진산 기자

 

뉴스분석

군사기술, 내정·내치, 대외정책 등 세 차원 속내 짐작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하는 자리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왼쪽 빨간 동그라미)도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 바로 옆이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현지 참관은 2020년 3월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날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노동신문> 보도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김정은 총비서의 참관’이다. 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현지 참관은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곧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참관(2020년 3월21일) 이후 661일 만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새형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2021년 10월19일)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3월26일치 <노동신문>은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소식을 2면으로 밀어내고 1면엔 김 총비서가 “(평양) 보통문 주변 호안 다락식 주택구를 새로 일떠세울 구상”을 밝혔으며 “새로 생산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료해(점검)”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2년 가까이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민생 우선, 경제 집중’을 강조하던 김 총비서가 전용 열차로 자강도까지 달려가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직접 챙겼으니, 의미심장한 ‘변화’다. 군사기술, 내정·내치, 대외정책 등 세 차원으로 나눠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김 총비서가 신무기 개발이 ‘최종 완성 국면’일 때 대체로 현지 참관을 해온 관행의 지속으로 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28일과 지난 5일에 이은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최종 시험발사”라 규정했다. 김 총비서의 직전 마지막 현장 참관(2020년 3월21일)도 “전술유도무기”를 “인민군 부대들에 인도”하기에 앞선 “시범사격”이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하지만 김 총비서의 참관을 전적으로 군사기술 측면에서만 평가하긴 어렵다. 김 총비서가 염두에 둔 ‘대내·대외 신호’가 더 중요한 듯하다.

 

<노동신문> 보도문엔 한국·미국을 직접 겨냥한 내용이 없다. 다만 김 총비서는 “전략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지속적으로 강화”해 “전쟁 억제력을 비상히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가 노동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2021년 12월27~31일)에서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은 국가 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출 수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흐름의 지속이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면서도 구체적 대남·대미 정책 방향을 공개하지 않은 <노동신문>의 전원회의 결과 관련 보도를 연상케 한다. ‘침묵’도 중요한 대외 신호라는 점에서 유의할 대목이다.

 

정부는 김 총비서의 ‘661일 만의 미사일 발사 현지 참관’에서 침묵 속의 대남·대미 신호를 읽은 듯하다. 북쪽의 미사일 발사가 확인된 11일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따로 공개한 사실은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대화와 협력에 조속히 호응해나올 것을 촉구”했고, 합동참모본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짚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굳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적으로 시험발사하는 것에 우려가 된다”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외부에 알렸다. 김 총비서가 발사 현장에 있었음을 정보자산으로 확인한 뒤, 김 총비서한테 ‘자제’를 직접 촉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베이징겨울철올림픽(2월4~20일)과 대선(3월9일)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 지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극초음속 무기 연구개발 부문의 핵심성원들”을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로 불러 “뜨겁게 축하”하고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다”며 사진을 크게 실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참관은, 무엇보다 장기화하는 ‘제재·코로나19·경제난’ 탓에 흐트러진 민심을 ‘군사적 성과’로 다잡으려는 ‘내부용 행보’ 측면이 큰 듯하다. <노동신문>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강위력한 조선의 힘의 실체”라고, ‘시험발사 성공’을 “주체적 국방공업 영도사에 아로새긴 조선노동당의 빛나는 공적”이라 추어올렸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극초음속 무기 연구개발 부문의 핵심 성원들”을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로 불러 “뜨겁게 축하”하고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다”며 사진을 크게 실었다. 내부용 선전선동의 성격이 짙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사진은 김 총비서가 전용열차 안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망원경으로 살피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리는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 조직 담당 비서와 김여정 당중앙위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 총비서와 함께 발사 현장을 참관한 사실이 사진으로 공개된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김여정·조용원은 김 총비서의 직전 마지막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인 2020년 3월21일에도 함께했다. 김여정·조용원의 업무 범위가 전방위적임을 방증한다. 이제훈 선임기자

 

미, 북 미사일 발사 관련 북한 국적자 6명 제재

물자 입수와 관련된 조명현 등 북 6명과 러인 1명

 

백악관 대변인 “미국에 즉각 위협은 아니지만

안보리 여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에 위협”

국무부 “대화·외교가 최선의 방안이라 믿어”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매우 우려스러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AP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1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 국적자 6명 등에 대한 금융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날 북한 국적의 조명현, 강철학, 김송훈 등 6명과 러시아 국적자 1명 등 모두 7명을 금융 제재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날 미 재무부를 인용해, 이들이 최근 두번의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물자 입수와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이번 조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발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조지아주 방문 도중 기내 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이 미국 국민이나 영토, 동맹에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미사일 발사는 북한 불법 무기 프로그램의 불안정적 영향을 강조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이웃 나라와 국제 사회에 위협을 가한다”고 비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일관되고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하기를 촉구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백악관과 동일한 표현으로 북한을 규탄하고, 대화를 촉구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대화와 외교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믿고 있으며 동맹과 발 맞춰 이 같은 접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에 책임을 묻는 조처를 취할 수도 있다면서도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의 무기고에는 많은 도구가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도구들을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 어떤 것도 예단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11일 또다시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 합동참모본부는 두 번째 미사일의 최대 속도가 마하 10(시속 1만2240㎞) 안팎이라며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최근 진행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사무총장은 북한 지도부에 안보리의 모든 관련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한반도 상황에 대해 다른 당사국들과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우리는 외교적 관여가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다시 한번 말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북한 미사일, 극초음속이냐 아니냐…‘활공 단계 속도’가 관건

국방부 “탄도미사일” 표현 사용 “한미정보당국 정밀분석중”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셨다”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의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12일에도 ‘탄도미사일’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부승찬 대변인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돼서는 한미 정보자산에 의해서 탐지된 근거로 국방부가 발표한 것”이라며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한미정보당국 간에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앞서 5일과 11일 북한이 쏜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인정하는데는 이날도 신중한 태도다.

 

북한 미사일이 극초음속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잣대는 활공 속도이다. 이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표적까지 저고도로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활공 속도가 마하 5(시속 6120㎞)를 넘기면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는 거리 600㎞ 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판단의 관건인 비행 최대 속도, 활공 단계 속도는 밝히지 않았다. 활공 재도약과 선회 기동은 기존 탄도미사일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합참은 전날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700㎞ 이상, 최대 고도는 약 60㎞, 최대 속도는 마하 10 내외”라고 분석했지만, 활공 단계 속도는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 남북 모두 극초음속 미사일 여부를 두고 ‘주장’만 내세우고 판단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전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도 지난 5일 북한 미사일처럼 개량된 탄도미사일인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RV)일 가능성 쪽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는 정확도를 높이고 요격을 피하기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 이후 포물선 하강 궤적을 벗어나 이리저리 기동 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뜻한다. 합참이 북한 미사일 최대 속도를 ‘최대 마하 10 내외’로 탐지했는데, 이는 발사 초기 상승 단계에서 정점 고도를 찍기까지 속도였고 하강해 활공 단계에서는 이런 속도가 줄곧 유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미국, 일본 쪽이 탐지한 북한 미사일 정보까지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극초음속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발표한 사거리 1천㎞는 전날 합참이 밝힌 사거리 700㎞ 이상과는 차이가 있는데, 북한 미사일이 후반 비행할 때 300㎞ 가량 저고도로 선회 기동을 하면서 한국군 레이더에 완벽하게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에서 동쪽으로 멀어질수록 한국군 레이더가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군 당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여부를 가름할 활공 비행 속도를 파악하려면 미국·일본 쪽이 탐지한 정보까지 모아 정밀 분석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민간 전문가들 의견도 갈린다. 비록 완전하진 않지만 극초음속 미사일로 봐야 한다는 쪽과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에 가깝다는 쪽으로 나뉜다. 하지만 북한이 1년 만에 애초 주변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권혁철 기자

 

일본 ‘적기지 공격능력’ 거듭 강조…“북 미사일 대응” 명분 내세워

마쓰노 관방장관 “적기지 공격 능력 적극 검토”

기시 방위상 “최대속도 마하 10, 비행거리 700㎞ 이상 가능성”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만 유사 사태 등 중국 위협에 더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위헌 논란이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징후 파악을 어렵게 하기 위한 은닉성과 즉시성, 기습적인 공격능력, 발사형태의 다양화 등 운용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일본) 안전에 대한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정부는 이른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모든 선택사항을 검토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극초음속 무기 대응에 대해서도 “레일건을 조기에 실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전자력으로 포탄을 초고속으로 발사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레일건’을 2020년대 후반 실전 배치하기 위해 올해 65억엔(약 670억원) 예산을 배정하는 등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노림수는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을 보유해 위협을 높이려는 것이다. 적기지 공격 능력 등 구체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11일 회의에서 “극초음속 무기는 (일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이지스함 SM-3로는 요격이 매우 어렵다. 적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해 타격력을 따져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탄도미사일로 최대속도는 ‘마하 10’(시속 1만2240㎞)이라고 밝혔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12일 오전 기자단을 만나 “탄도미사일 한 발로 통상보다 낮은 최고 고도 약 50㎞, 최대속도는 마하 10으로 날아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행 거리에 대해 “왼쪽 수평 기동을 포함한 변칙적인 궤도였기 때문에 700㎞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지 않고, 수평 이동 등 방향을 바꾸어 날아갔다고 추정했다. 전날 방위성은 통상적인 탄도미사일 궤도라면 비행거리가 약 700㎞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방위상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 발표에 대해 “극초음속 무기는 국제적으로 정해진 정의가 없다. 현시점에서 확실한 말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부석종 · 박선우 예비역 대장 영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보영입인사를 발표한 뒤 북 미사일 발사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가정해 “선제타격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마치 화약고 안에서 불장난하는 어린이를 보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위험한 전쟁 도발 주장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안보인재 영입을 발표한 뒤 “북한 미사일 발사 행위가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마침 이를 기회로 야권의 안보 포퓰리즘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북한의 행위는 유엔 안보리결의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선거 기간에 그것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총풍사건, 북풍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한반도 긴장과 안보 불안 조장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왜 그러는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객관적으로는 남쪽 정치 지형에, 선거 국면에 영향을 주고 있고 특정 진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전날 북한 미사일 위협 방지 계획을 취재진이 묻자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에 “국민 안위와 국가 존속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전쟁 위험을 제고하는 발언”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자칫 국제사회에 침략적 전쟁을 종용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다”며 “윤 후보는 선제 타격을 운운하며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는 “킬체인이란 것은 대량 살상 무기나 핵 공격이 명백하고, 임박했을 때 표적을 타격하는 군사전략을 말한다. 무기 시험이나 발사체 시험 같은 상황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며 “이걸 모르고 선제타격론을 꺼낸 것이라면 그야말로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선제타격을 주장했다면 우리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볼모로 정략적 이익을 취했다는 무책임한 행위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당선 된다면 북한 미사일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미사일 도발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결국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이 필요하지 않게 만들어가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의무이자 역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가 영입을 발표한 안보 인사는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과 박선우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다. 부 전 총장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사령관, 합동창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12월까지 해군참모총장으로 일했다. 박 전 부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군사기획부장, 작전본부장으로 일했다. 이 후보는 “국가가 존속하는 데 있어서 안보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두 분과 안보정책을 함께 만들고 집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10대 그룹 CEO 만난 이재명 “불필요한 규제 과감하게 철폐”

12일 경총 간담회 “시장이 관료보다 훨씬 더 뛰어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시장의 경쟁과 효율을 제고하지 않는 규제라면 과감하게 철폐·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일방적인 규제 강화도 옳지 않지만, 일방적인 규제 완화도 옳지 않다”며 “지나친 독점 문제나 자원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시장 지배력의 남용은 당연히 억제해야 합리적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근데 그게 아닌 반대 규제들이라면 과감하게 철폐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경영인들로부터 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문제가 되는 것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허용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에 사후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기업들의 체감 규제가 늘어나는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의 질의에는 “현장에서 동떨어진 행정편의주의와 탁상행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위험을 극복하고 기회로 만드는 판단 능력이나 정보력은 시장이 행정 관료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며 “규제 샌드박스, 규제 특구를 지역적으로, 특정 영역별로 만들어주긴 하지만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도 누가 의원입법에도 규제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점을 말씀하시던데, 그 점에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입법을 통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경우 ‘사전규제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한 것을 의원 입법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계 쪽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집중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미국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은 미국보다 높다”며 “100%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의무)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을 거라 본다”면서도 “기업 쪽도 고민이 되겠지만, 산재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연간 2천명이 넘는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으면 이 문제도 쉽게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완주 의지속 당내 막판 단일화 여지 미묘한 기류 변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선을 그으며 완주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선거 막판 단일화 여지를 남기는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2012년 대선 직전 단일화 협상에 실패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땐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던 그가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안철수 ‘완주’ 강조하지만 주변에선 여지 남겨

 

안 후보는 12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회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과 관련해 “누가 더 확장성이 있고 정권교체가 가능한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거듭 완주 의사를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윤 후보의 반등세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제가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이를 실행할 정책 우리나라를 둘러싼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민 생존전략을 말씀드리고 국민께 진심을 전하는 일에 충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절대다수가 (단일화를) 원한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후보 입장에서도 지지율 상승 국면에서 단일화를 먼저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선거 막판 다자구도로 표가 분산돼 정권 교체를 위한 단일화 압박이 커지면 이를 거스르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와이티엔> 조사를 보면,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면 42.3%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3.2%)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가 단일후보일 경우엔 윤 후보 43.6%, 이 후보 38.6%였다.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는 안 후보 39.6%, 윤 후보 35.6%로 접전이었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가시권에 접어드는 설 연휴 전후의 지지율이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15%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안 후보로서는 추가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대안 없는 양비론을 하면 결국 지지율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준석 대표), “내부 총질로 실망한 분들이 비가 올 때 잠시 나무 처마에 비 피하고 있는 지지율”(김재원 최고위원)이라며 안 후보의 상승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단일화 경선하려면 지지율 엇비슷해야…공동정부론도 ‘솔솔’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데는 그동안 따라붙은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첫 대선 출마였던 2012년 12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극한 갈등 끝에 협상 결렬과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는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게 됐지만 시너지 효과가 없었던 ‘실패’ 사례였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철수 정치’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중도에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또 철수한다면 당의 존립 근거마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단일화 논의가 잘되지 않을 경우 완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안 후보는 처음으로 단일화 경선을 치렀다. 안 후보의 여론 지지율이 높으니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서 성사된 대결이었지만 승자는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였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엄청난 조직을 보유한 거대정당 후보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결과였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멈추고 윤 후보에게 열세를 보일 경우, 과거 디제이피(DJP) 연합식의 권력분점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여론조사로 하는 방식의 단일화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한 상황에서나 가능하다”며 “디제이피 모델이 거론되는 이유는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에 있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후보 단일화는 제3당 후보가 더 앞서갈 때 1당이나 2당에서 꺼낼 수밖에 없는데, 안 후보가 윤 후보를 넘어서기 힘든 구조적 상황에서 여론조사로 인한 단일화는 쉽지 않다”며 “안 후보의 철수나 완주 모두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공동정부론이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편집인 칼럼] ‘떴다방’식 단일화가 통할까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필승카드일까? 단일화 얘기가 등장한 지 벌써 35년이 지났고, 그나마 대선에서 유효했던 건 20년 전이 마지막이다. 단일화는 어쩌면 흘러간 옛 노래인지 모른다. 단일화만으로 대선 승리가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다.

 

3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백기철 ㅣ 편집인

 

우리나라 선거판은 정말 역동적이다. 불과 일주일 전 국민의힘 내분 사태로 온통 시끌벅적하더니 어느새 야권 단일화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선거 때면 등장하는 단일화는 잘 쓰면 특효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이번 대선의 단일화는 어느 쪽일까.

 

후보 단일화는 1987년 대선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양김의 분열로 대선에서 패하면서 민주당 계열 정당에 단일화는 필수로 여겨졌다. 실제로 민주당 계열이 몸집이 큰 국민의힘 계열에 단일화로 맞선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유의미했던 건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디제이피(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정도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실패했다.

 

형세가 바뀌어 이젠 국민의힘 쪽에서 단일화는 필수라고들 한다. 여태껏 국민의힘 계열의 의미 있는 단일화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선 때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유일하다. 1997년 이회창-이인제, 2017년 홍준표-안철수는 단일화 논의 없이 각자 출마해 패했다.

 

논점은 단일화가 이번 대선에서 필승카드냐는 것이다. 단일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35년이 됐고, 그나마 대선에서 유효했던 건 20년 전이 마지막이다. 단일화는 어쩌면 흘러간 옛 노래인지 모른다.

 

성공했다는 단일화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1997년 디제이피 연합은 발표 직후부터 노추, 야합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후보를 양보하는 대신 국무총리와 내각을 반분하는 갈라먹기의 명분은 내각제뿐이었다. 내각제도 개헌 뒤 제이피에게 총리를 보장하는 것이었으니 노정객들의 철저한 나눠먹기였던 셈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더 허약하고 급조됐다. 두 사람의 전격 합의로 단일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한달여 뒤 파국을 맞았다. 합의문에는 정치개혁, 남북관계 발전, 경제개방과 같은 추상적인 구호밖에 없었다. 승리를 위한 동상이몽이었을 뿐 내용 없는 단일화였다.

 

단일화가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힘을 합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 괜찮은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승리가 보장되기 어려운 게 시대 흐름이다.

 

단일화가 원래 험난한 과정이지만 이번 역시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2012년에 이어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까지 단일화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안철수 후보로서는 ‘남 좋은 일 시키는’ 단일화엔 전연 뜻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나 주변 세력이 안 후보에게 제1야당 후보 자리를 쉽사리 내줄 것 같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돼도 그게 끝은 아니다. 국민들은 정권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바뀐 새 정부가 실력을 갖추길 원한다. 실력을 갖춘 정부냐는 지점에서 정권교체 욕구는 이리저리 굴절된다. 야권은 단일화로 정권이 바뀌면 그다음이 어떻게 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이 대목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것 같지 않다.

 

‘단일화+알파’가 없다면 단일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단일화와 함께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단일화는 승리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멸공’과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로 퇴행하고, 새 정치를 외치다 가만히 앉아서 점수 따는 식으론 ‘단일화 너머’를 기약하기 어렵다.

 

단일화의 새 버전, 업그레이드된 단일화는 조율되고 합의된 가치와 비전,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먼저고, 나눠먹기는 그다음이다.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파괴력 있는 단일화를 이루려면 그 내용을 채우는 데 진력해야 한다.

 

야권 단일화 변수가 현실화한다면 진보개혁 진영도 단일화 논의에 빨려들 가능성이 있다. 범여권 역시 예전의 호흡 짧은 단일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책과 가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히 하고 합의 가능한 정책 공조 리스트를 짜야 한다. 단일화를 넘어 연정에 준하는 정부 운영의 틀을 제시해야 한다. 흘러간 ‘떴다방’식 단일화로는 달라진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또한 이번 기회에 결선투표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국민의 여러 요구와 지향을 단일화 프레임에 가두어서는 곤란하다. 국민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고, 결선투표를 거쳐 과반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기부터라도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