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차량도 경찰차인 것처럼 위장
차에서 나온 ‘살생부’ 토대로 경호 강화

 

 
 
14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교외 도시인 브루클린파크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민주당 소속 주 하원의원 멜리사 호트먼(55)과 남편이 숨졌다. 브루클린파크/로이터 연합
 

14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민주당 소속 주 하원의원 멜리사 호트먼(55)과 남편이 숨지고, 주 상원의원 존 호프먼(60)과 아내가 중상을 입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암살로 규정했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 호트먼 의원과 남편 마크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호프먼 의원 부부는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피해자의 자택은 약 15㎞ 떨어져 있다.

 

미네소타 공공안전국은 반스 보엘터(57)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신원을 공개했다. 보엘터는 갈색 머리, 185㎝의 키에 밝은색 카우보이 모자와 짙은색 긴소매 셔츠 혹은 외투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시(NBC) 뉴스는 “보엘터가 경찰을 사칭해 법 집행기관 조끼, 파란색 셔츠, 배지로 위장하고 의원들의 자택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용의자의 차량은 경찰 차량처럼 위장돼 있었다. 그의 차량에서는 ‘노 킹스(No Kings)’ 전단지 및 특정 정치인을 언급한 문서가 발견됐다.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반 트럼프 시위’인 ‘노 킹스’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수사당국은 차량 내에서 발견된 ‘살생부’ 형태의 명단을 토대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명단에는 ‘친 임신중지’ 성향의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차량에서는 에이케이(AK) 계열의 소총 여러 정과 권총이 발견됐으며, 현재도 무장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호트먼 의원은 2017년부터 주 하원의장을 지냈고 2023년에는 임신중지 권리를 확대하는 법안과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올해 회기 초에는 공화당과의 권력 다툼 속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이끌고 3주간 퇴장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호프먼 의원은 2012년부터 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했으며, 노인 복지 등 사회서비스 예산을 다루는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번 사건은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정치적 폭력”이라며 “미국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 위에 세워졌으며, 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법무장관 팸 본디도 사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관련자는 최대한의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이러한 폭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로 계획됐던 ‘노 킹스’ 행사는 미네소타 전역에서 전면 취소됐다. 주경찰은 시민들에게 공공장소 집회를 삼가 달라고 권고했으며, 브루클린 파크 등 일부 지역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군 7000명 동원 대규모 열병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에서 한 시민이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집회가 동시에 벌어졌다. 집회는 미국 전역 2000여 곳에서 열렸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반이민 단속 항의 시위를 진압하려 주 방위군이 나서자 이에 반발해 시위 규모도 더 커졌다. 정확한 참여 인원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주최쪽은 지난 2020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추측하고 있다. 주최쪽은 ‘노 킹스’라는 명칭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열린 열병식에 군 약 7000명과 군용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열병식은 워싱턴 디시(D.C.) 링컨 기념관에서 워싱턴 모뉴먼트까지 이어지는 도로에서 열렸다. 이번 열병식은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군사 행렬 이후 최대 규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린 육군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의 79번째 생일과 맞물려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병력 약 7000명과 탱크 수 십대, 헬리콥터가 동원됐다. 워싱턴/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 열병식 행사장에서 탱크과 군용 차량들이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 열병식 행사장에서 탱크과 군용 차량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트럼프 대통령 등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조지아 애틀란타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 현장이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애틀란타/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에서 시민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며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조지아 챔블리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 참석자들을 경찰이 체포하고 있다. 챔블리/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1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 

< 김혜윤 기자 >

 

미 해병대 “LA 시위 투입 작전 착수”…민간인 첫 구금

“국내 시위현장에 군 투입은 1992년 후 처음”
14일 미 50개 주에서 반 트럼프 시위 진행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를 막기 위해 투입된 미 해병대가 13일(현지시각) 민간인을 일시 구금했다. 로이터/연합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를 막기 위해 투입된 미 해병대가 처음으로 민간인을 구금했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미 해병대가 지난 9일 밤부터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이미 도착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과 합류해 현장 투입을 기다려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 전역에서는 ‘트럼프 반대운동’인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진행되는데, 이에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주 방위군과 해병대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스콧 셔먼 육군 소장은 이날 “약 200명의 해병대원이 이미 현장에 배치된 주 방위군과 합동작전을 시작했다”며 “(이 병력은) 해당 지역의 보안업무를 넘겨받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해병대는 로스앤젤레스 윌셔 연방청사 등 연방 건물을 보호하게 된다고 셔먼 소장은 설명했다. 이번 파견은 총 700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해병대가 윌셔 연방청사 앞에서 한 민간인을 구금하는 장면도 포착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병대원이 한 남성의 손에 케이블타이블 채우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 시민은 약 2시간 뒤 국토안보부 소속 직원에게 인계되었다고 한다. 이는 현역 군인이 민간인을 구금한 첫 사례로, 미군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일시 구금됐던 민간인은 27살 이민자로 미 육군 참전용사인 마르코스 레아오로 파악됐다. 그는 건물 주변을 돌아가지 않기 위해 노란색 테이프가 둘러진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땅에 엎드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풀려난 후 현장 취재진과 만나 “재향군인부 사무실에 가려고 했는데, 해병대가 자신을 시위자로 오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포르투갈·앙골라 출신으로 미군 복무를 통해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를 막기 위해 투입된 미 해병대가 13일(현지시각) 민간인을 일시 구금했다. 로이터/연합
 

이처럼 현역 군인이 국내 시위 현장에 동원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군대가 시민 소요사태에 투입된 마지막 사례는 지난 1992년 로드니 킹 폭행 사건으로 이어진 엘에이(LA)폭동 때로,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대통령에게 군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에 대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해병대가 파견되었으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병력 투입에 반대했지만 강행됐다.

 

앞서 뉴섬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에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배치를 주지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명령한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주 방위군의 지휘권을 주지사에게 즉각 반환하라는 1심 판결이 몇 시간만에 항소심에서 중단되면서 항소법원의 본안 심리가 진행될 때까지 대통령의 지휘권이 인정되게 됐다. 그러나 항소심의 이번 결정은 최종 판결이 아니고, 다음 주 다시 재심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로스앤젤레스에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진지 3일째인 전날 총 4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3명은 해산명령 불응으로 체포되었으며, 13명은 야간통행 금지 위반으로 구속됐다. 지난주 주말에는 200명이상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 김지숙 기자 > 

 

[이스라엘-이란 전  종합]    이란 최소 78명, 이스라엘 최소 3명 사망

 

 
 
14일(현지시각)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폭격을 당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쪽 현장에서 이스라엘 긴급구조대가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자 이란이 보복 공격으로 맞대응을 하며 두 국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은 이란에서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78명이, 이스라엘에서는 이란 공격으로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다고 밝혔다.

 

14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이란은 13일 이스라엘 공격을 받은 뒤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 등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과 수도 테헤란을 공습해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이 숨지자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다. 에이피 통신은 이란의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그들(이스라엘)이 일을 시작하고 전쟁을 일으켰다”며 보복 공격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 공세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 공군 기지 등을 타격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메라바드 국제공항 전투기 격납고가 표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 유엔(UN) 이란 대사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군 관료를 포함해 78명이 숨졌고 3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한 추가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피해를 입자 미국이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은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주요 구축함의 전방 이동을 지시한 상태다. 공군 전투기도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시엔엔(CNN) 등 주요 방송 통화에서 “우리는 물론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 공격이 훌륭했다”고도 했다.

 

이란은 미국을 향한 비판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협상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과 미국은 15일 오만에서 핵 개발 중단 등을 핵심으로 하는 6차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은 합의 기회를 놓쳤지만, 또 한번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파악되거나 접수된 이스라엘 체류 우리 국민 인명 피해는 없다”며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전광준 기자 >

 

트럼프-푸틴, 이스라엘-이란 문제 통화…“전쟁 끝나야”

이스라엘 공습 엇갈린 반응…푸틴 “규탄” 트럼프 “효과적”
푸틴, 우크라 협상 상황 설명…트럼프 "우크라 전쟁 끝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50분가량 전화 통화를 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및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이 이날 아침 전화를 걸어 “생일 축하를 전했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잘 알고 있는 나라인 이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이란 관련)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러시아-우크라이나에 관해선 훨씬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음 주에 다룰 것이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그리고 나 역시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나는 그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세한 통화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러시아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 사항을 공유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대화는 정확히 50분가량 진행됐다. 그것은 유익하고 솔직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유용했다는 점이다”라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나눈 통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유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 핵 문제 협상을 위해 러시아가 구상했던 계획을 재차 설명했다고도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할 의사가 있다며, 이란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활용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의 원칙적인 입장과 분쟁 해결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다”며 여전히 중재를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규탄하고, 갈등 고조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상황을 매우 위급하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이란 내 핵 시설 목표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타격이 “효과적임을 인정했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했다. 그는 “복잡한 상황임에도 러시아와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고도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보도했다.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선, 푸틴 대통령은 진행 중인 포로 교환 상황을 설명하고, 이달 22일 이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및 전사자 유해 교환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양국은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 심각한 상태의 부상자와 포로 교환 등을 합의한 뒤에도 대규모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확전 위험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란)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14일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예정이었던 미국의 방공 미사일 2만여기가 이스라엘을 위해 재배치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이는 큰 타격 ”이라며 “하루에 300∼400개 드론을 마주할 때 대부분 격추되거나 경로를 벗어나지만, 일부는 뚫고 들어온다. 우리는 그(방공) 미사일에 기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의 긴장이 커져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48시간 동안 국제유가는 배럴당 7% 넘게 급등한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까운 미래에 나는 미국 쪽에 연락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숨진 이란 군 인사·핵 과학자 ‘최고위직’…이스라엘 “성공적 개막 공격”

네타냐후 “성공적 개막 공격” 자축
공습 전 정보기관 모사드 작전 주도

 
 
왼쪽부터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 알리 삼카니 전 국가안보책임자. EPA 로이터 위키피디아미디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숨진 군사 관계자와 핵 과학자들은 이란의 최고위직 인사들이다. 이스라엘은 첫 공격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것이 확인된 군 관계자 중 최고위직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이다. 2016년 6월 이란군 수장으로 임명된 그는 1980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한 베테랑 지상군 정보국장 출신이다. 그에 앞서 27년 동안 이 직책을 지낸 하산 피루자바디 후임으로, 그의 형 하산 바게리도 이란과 이라크 전쟁 중 사망한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었다.

 

숨진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2019년부터 혁명수비대 수장으로, 이란의 탄도 미사일 무기를 관리해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창설돼 중동의 이란 동맹국들을 지원하는 일을 맡아 이스라엘과 미국을 상대로 적대적 군사 행위를 주도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19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자 그를 임명했다. 그는 미국이 2020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밖에서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데 보복을 공언해왔던 강경파다.

 

이란의 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측근이었던 알리 삼카니도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 방송 이린(IRINN)이 보도했다. 삼카니는 200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와 국방부 등에서 요직을 맡았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국가 안보 책임자를 지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에서 이란을 대표하기도 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핵 과학자 6명도 사망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란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페레이둔 아바시 이란 원자력기구 전 총장과 이슬람 아자드 대학 총장을 지낸 물리학자 모하마드 메흐디 테헤란치를 포함해 압돌하미드 미누셰르 이란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의 원자력 공학부 학장, 아마드레자 졸파가리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 원자력 공학부 교수, 아미르호세인 페히 테헤란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 원자력 공학부 교수 겸 이란 원자력 기구 부소장, 핵 과학자인 모탈레블리자데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피해 사실을 반복해 전하며 이스라엘군이 “성공적인 개막 공격을 했다”며 칭찬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가 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첫 공격에 방공 목표물,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리고 이란 고위 관리들을 무력화하는 대규모 공격이 포함됐고 매우 정확한 시기에 공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가 “(지난해 9월 무선호출기 폭발 공격으로 시작된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10일 동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고위 간부들에게 행한 일을 10분 만에 이란에 행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습을 위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주도적 참여와 지휘가 있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란의 전략 미사일 체계 등을 손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은 성명을 내어 “세계가 이란이 핵 농축, 미사일 개발에 대한 권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 최우리 기자 >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발 ‘보복 발사’…“60여명 부상·1명 사망”

하메네이 “이스라엘, 심각한 실수”
외신 “미군, 이란발 미사일 요격 지원 중”
미국, 핵 협상 지속 요청…이란 거절

 
 
13일(현지시각)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이란이 13일(현지시각) 수백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실질적 수도인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연기가 치솟고 폭발음이 들렸으며, 이스라엘 전역에서 60여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이란 핵 시설과 수도 테헤란을 공습해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이 숨지게 했고, 이에 이란이 보복에 나서고 있다.

 

13일 밤(현지시각) 이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공개한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 이르나(IRNA)가 전했다.

 

이날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 정권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으면 그 결과로 정권은 무력해질 것”이라며 “그들의 삶은 의심할 여지없이 암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슬람 공화국(이란)은 신의 은총으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을 물리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100발 미만이며 대부분 이스라엘 영토에 미치지 못하고 요격되거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루살렘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이스라엘 방송에서 방영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중부 민간인 지역 등이 피해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채널12 방송은 6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여성 1명이 부상 뒤 끝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란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레드 라인을 넘었다.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 파편이 떨어져 폭발하고 있는 모습. 텔아비브/AP 연합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로 파손된 건물 앞에서 불에 탄 차량 사이를 걷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자 몇시간 뒤 세예드 압둘라힘 무시비 소장을 이란군 참모총장으로, 모하마드 파크푸르 소장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으로 새로 임명하며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 등은 이란 영공에서 최소 두 대의 이스라엘 전투기와 다수의 초소형 항공기들을 이란 영공에서 격추했고 여성 조종사를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요격을 지원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과 미국 매체 액시오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즉시 떠나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액시오스에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가능성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도 15일 예정돼있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에 이란이 참석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국과의 핵 협상에 불참한다고 선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도 이란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거주하는 테헤란 인근에서 방공망이 가동되며 방공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 최우리 기자 >

 

IAEA “공습 당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내부, 방사능 오염 발생”

내부 보호 조치로 외부 방사능 수치 이상 없어
“이란 포르도우 등 추가 피해 보고 받아”

 
 
13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 15개국이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뉴욕/AFP 연합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내부에서 방사성 물질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방사선 수준은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13일(현지시각)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핵 시설에 있는 지상 시험용 농축 시설이 파괴되었다”며 “내부적으로 방사성 물질과 화학적 오염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나탄즈의 전력 시설이 파괴되었고, 정전으로 원심분리기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방사성 물질과 화학적 오염이 발생해도 방사선 보호 조치로 관리가 가능하며, 외부 방사선 수치는 정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란 원자력 당국도 “시설의 여러 부분이 손상됐다”고 밝혔지만 방사선 수치의 증가나 화학적 오염 정도는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3일 새벽 나탄즈 핵 시설 등을 1차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몇 시간 뒤 2차 추가 공습 때 나탄즈 핵 시설 등을 추가 공습했다고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250㎞ 떨어 중부 이스파한 지역에 있는 나탄즈 핵 시설은 이란 핵 관련 시설 중 핵심으로 꼽힌다. 무기급 전환이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 온 시설로,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오랫 동안 주목해 온 곳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나탄즈에는 지하 우라늄농축시설(FEB)와 지상 핵연료농축시설(PEEP) 등 두 개의 농축 시설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하에는 상업적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5만대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에도 원심분리기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나탄즈 핵 시설은 최고 60%까지 우라늄 농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기 생산을 위해서는 순도 90%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지만, 이란은 60%까지 성공했고 향후 이를 90%까지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는 단기간에 무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2002년 이란 반정부단체의 폭로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왔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 나탄즈 핵 시설의 올해 1월 위성사진. 로이터 연합
13일(현지시각) 이란 방송이 촬영한 나탄즈 핵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영상 갈무리. AFP 연합
 

이스라엘은 지난해 4월 이란과의 공습을 주고받을 당시에도 나탄즈 핵 시설 인근에 배치돼있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등 주요 제거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지하 시설의 손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강화 콘크리트 사용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때문에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또다른 주요 농축 시설인 ‘포르도우’와 이스파한 지역의 다른 핵 시설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다는 이란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언론은 포르도우 핵 시설에서 최소 두 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금으로써는 이들 시설 주변에서 군사 활동이 있었다는 정보 말고 그 이상의 정보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더 많은 핵 물질을 생산하고 있는 포르도우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산 속에 매립돼있어 이스라엘의 공습만으로 파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설치돼있지만 나탄즈 핵 시설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알려져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의 상황을 평가하고, 안전과 보장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이란 현지로 (전문가들이) 출국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 최우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