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원로전문가 3, 정세 진단과 해법]

문정인 북 실존 위협, 정면돌파, 남북정상 원포인트 회동

정세현 김여정 리더십 명운 걸려, 민주당이 입법 착수해야

이종석 전단대처 느슨, 위기 자초, 무조건 문제 해소시켜야

 

북쪽은 남쪽이 4·27 판문점선언을 이미 깼다고 생각한다. 대북전단 살포라는 합의 위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해소해 판문점선언을 살려야 한다.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후퇴할지 모를 위기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고언이다. 세 원로는 지금의 남북관계가 본질적 위기 상황이라면서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제정에 최대한 빨리 착수하는 게 위기 탈출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기념해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좌담에서 나온 진단이다.

세 원로는 북쪽의 대남 강경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문정인 특보는 북쪽은 남쪽이 미국과 함께 시간을 끌며 북한 체제를 넘어뜨리려는 게 아니냐, 그러니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쪽이 실존적 위험을 느끼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레닌식으로 말하면 남쪽을 (미국보다) ‘약한 고리로 판단한 셈이라고 짚었다.

정세현 부의장은 남북관계의 겨울이 길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13일 담화를 보면 김여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국가한테서 위임받은 권한으로 조선인민군까지 지휘한다는 얘기라며 (대북전단)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김여정이 2인자 자리를 굳힐 수도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남쪽에) 굉장히 극렬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쪽은 고강도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후계자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김여정의 리더십을 확보해나가려는 터라 (남쪽을 비난하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왼쪽부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 원로는 최근 북쪽의 대남 발언을 워싱턴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쪽이 대남 강경 행보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강력한 캠페인을 하고 있어 전단 문제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다른 얘기를 하지 말고 무조건 전단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원로는 정부가 북쪽의 누적된 대남 불만이 대북전단 문제로 불거지리라는 걸 알고도 느슨하게 대처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북쪽이 상징성이 강한 6·25에 맞춰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려 할 수도 있다. 정부가 굼뜨니 민주당이 그 전에 입법 절차에 착수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에는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국민 60%가 전단을 금지하고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접경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전단을 살포하는 몇몇 탈북자의 권리보다 못한 거냐 물으며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원로는 그럼에도 기회와 희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북쪽의 2인자인 김여정이 (대북전단이라는) 쓰레기만 치우려고 전면에 나섰겠냐정부가 우물쭈물하면 남북관계의 문이 아예 닫히겠지만, 전단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면 그다음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서로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 등 정상 간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죽어가던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린 2018526일 판문점 정상회담과 같은 원포인트 회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남북 정상이 비공개로라도 만나려면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미 설득과 대중 외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을 설득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남북 소통 창구가 끊겼으니 중국과 외교를 잘해서 북한의 군사 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햇볕정책의 제1원칙을 (중국이 북에 전하도록)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원 북핵문제는 미북 적대의 산물, 미국 결단이 해결 열쇠

미국, 2018년 싱가포르 합의 따라 비핵화 관계정상화 병행 추진해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5북한 핵문제는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며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말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 특별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렵게 건설한 핵무력을 결코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북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평화가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612일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상호신뢰를 다지며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미국에서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 한미안보동맹,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유럽에서는 냉전 종식 뒤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한반도 평화가 실현돼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유지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일시 중단됐으나 이제 다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제훈 기자 >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담당 집행위원

다자주의·협력 강조반중 전선불참 밝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유럽연합(EU)이 다자주의와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전선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방적으로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14일 공식 누리집에 더 거칠어진 바다에서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나침반 삼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편들기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유럽연합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우리 식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외교정책은 다자주의와 협력에 기반할 것이며, -중 갈등 속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냉전 시절과 같은 대립구도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보렐 집행위원은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항상 동의하는 건 아니라며 유럽연합은 미국 주도의 반중전선 구축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14(현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대신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나침반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렐 집행위원의 이런 발언은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유럽연합 각국 외교장관 간 화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9일 제10차 유럽-중국 전략대화에 참여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3시간가량 양자 간 현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인 바 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전략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중국 관계를 기후변화 등 국제적 현안 해결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기술적 우위를 놓고 경제적으로 경쟁하는 관계 체제적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 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이 중국을 라이벌로 규정한 것은 1975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처음이었다.

보렐 집행위원은 전략 전망 보고서에서 체제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체제 경쟁적 측면보다 라이벌이란 측면이 더욱 부각된 것 같다유럽연합과 중국의 관계는 복잡하고 다면적일 수밖에 없으며, 중국의 국제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역할도 커져 협력해야 할 분야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아프리카 54개국 요청인권이사회 19일 긴급회의

WHO 사무총장 등 유엔 고위 지도자 20명도 성명

 

유엔 인권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인종 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를 논의한다.

인권이사회가 15(현지시각) 아프리카 54개 국가들의 요청으로 오는 19일 긴급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및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 54개 국가를 대표해 디유도네 데지레 수구리 주제네바 부르키나파소 대표부 대사는 지난 12일 엘리자베트 티치피슬베르거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종에 따른 인권 침해와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대한 경찰의 만행, 평화적으로 열리는 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폭력 문제를 토론하자고 요구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위니 비아니마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장,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총재 등 유엔 내 아프리카계 고위 지도자 20여명도 전날 세계적 재앙인 인종차별 행위를 비난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유엔이) 근본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변화를 다뤄야 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유엔의 목적을 규정한 유엔헌장 제1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플로이드의 가족 등 경찰 폭력 희생자 가족들과 6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도 지난 8일 인권이사회 소속 47개 회원국에 서한을 보내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미국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피셔 제네바 사무소장은 인권이사회가 긴급 소집된 것과 관련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인권이사회가 미국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이뤄지는 인종 차별 문제 등에 대한 조사를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이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