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적촬영물 시청만해도 처벌‘n번방 방지법국회 통과

무급휴직 주한미군 근로자 실업급여법도

양육의무 못한 부모 자녀재산 상속 제한 구하라법은 미뤄져

 

불법 성적 촬영물을 시청하기만 해도 형사처벌하는 등 20대 국회 최대 입법과제였던 (n)번방 사건 재발방지법중 대부분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지연으로 무급휴직중인 주한미군 노동자를 지원하는 특별법과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인터넷전문은행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n번방 재발방지법, 본회의 넘었다 국회는 이날 엔번방 사건 재발방지법중 하나인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담겼다. 현행법은 불법 촬영물의 반포·판매·임대·제공만 처벌 대상으로 삼는데, 개정안은 소지·시청까지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았다. 엔번방 사건처럼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물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본인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처벌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고 형량도 높였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협박하거나 강요한 자에게는 각각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특수강도강간 등을 모의했을 경우 실행에 옮기지 않았더라도 예비·음모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고, 불법 영상물 촬영·제작에 대한 법정형은 대폭 상향했다.

형법 개정안에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 연령 기준을 만 13살에서 만 16살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강간·유사강간을 계획한 사람에 대해서도 역시 예비·음모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엔번방 사건의 경우, 7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에게 가해진 폭행·협박이 실제 범죄로 이어졌는지 입증되지 않아 가해자들이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경우 개별 범죄와 범죄수익 간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범죄수익 환수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에 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해당 범죄들과 범죄수익 간 입증 책임을 완화했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에는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뿐 아니라 단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신상 공개 대상으로 삼도록 했다.

무급휴직 중인 주한미군 근로자에게 실업급여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생활안정 등 지원을 위한 특별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한미군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이 지연되자, 급여를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원받는 한국인 노동자 9000명 중 3900여명에 대해 41일부터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특별법은 무급휴직 상태인 주한미군 노동자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지원 금액은 고용보험법의 실업급여 조항을 준용해 1인당 월평균 180~198만원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금액은 주한미군 무급휴직자 3900여명을 기준으로 월 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케이티(KT)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케이티 특혜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구하라법은 법사위 문턱 못 넘어 구하라법으로 불린 민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안심사제1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구하라법은 민법상 유산 상속 결격 사유에 직계존속·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하게 해태한 경우를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자녀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재산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씨의 친오빠 쪽은 20여년 전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동의청원을 올렸다. 지난 3일 동의자 10만명을 달성해 법사위로 회부됐다. 송기헌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은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와 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상속 결격사유로 추가할 경우 법적 안정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김원철 기자 >

 

 


불쏘시개 패널노동자 78명 중 48명 사상

 9개 업체 소속 70여명 신축작업중 발화·폭발

불에 취약하지만 값싼 자재 사용이 화 부른 듯

29일 밤 1040분 현재 사망 38·부상 10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불은 오후 132분께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났다. 화재 진압 도중 사망자 25명의 주검이 발견됐고, 오후 642분께 불길이 잡힌 뒤 밤 11시 가까이까지 이어진 수색 과정에서 주검 13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불은 냉장·냉동 보관용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식 철근 콘크리트조로 지어진 해당 건물은 지하 2, 지상 4층 규모(연면적 11043)로 신축 중이었으며, 화재 발생 당시 공사 현장에서는 9개 업체 소속 70여명 노동자가 작업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물류센터 지하 2층 공사 현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관련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화재 원인은) 냉동창고 건축 자재인 우레탄폼과도 연관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이 끝나는 대로 자세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사망자들이 각 층의 한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 점에 비춰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여서 작업하던 도중 화를 당하거나, 대피 도중 뒤엉킨 채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라는 건물 특성상 불에 약한 건축자재를 사용한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쇄 폭발, 순식간에 들어찬 유독가스 등이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창고 벽체 등은 금속 패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 형태로 돼 있고, 단열재로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이 많이 사용된다. 우레탄 등은 불에 약한데다 불이 붙을 경우 독성가스를 다량 방출한다. 또 우레탄폼 작업 중엔 1~10크기 기름방울이 안개 형태로 공기 중에 분포된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용접 작업 중 불꽃이 튀거나 담뱃불 등으로 발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 등 대신에) 불연재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벽과 벽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안전 규정이 현재로는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용접 등 과정에서 불꽃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보호캡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관계 부처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마지막 인원이 구조될 때까지 인명 구조 및 수습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형사 등 125명을 동원해 수사본부를 꾸려 공사 과정 중 불법·부실 여부 등 조사에 나섰다

우레탄폼 타며 유독가스탈출 못하고 뒤엉켜 인명피해 커진듯

           인명피해 왜 많았나

지하 엘리베이터 마감작업 중 원인미상 발화·폭발

우레탄폼 눌어붙으며 배출된 유독가스 치명적 피해

열에 취약 샌드위치패널·폐쇄적 창고 구조 화 키워

       

9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5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물류창고라는 건물 특성상 불에 약하고 화재가 일어날 경우 유독가스를 내뿜는 건축자재를 사용한 게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추정된다. 급속도로 불이 번지며 마감작업 중이던 노동자 수십명이 채 탈출하지 못하거나, 탈출 과정에서 서로 뒤엉킨 채 화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사 발주 물류센터 불이 난 물류센터는 완공을 앞두고 있던 냉동·냉장창고로, 1979년 한화그룹 계열사로 설립됐다가 현재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가 건축주다. 지하 2, 지상 4층에 연면적 11043규모로 20185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지난해 4월 착공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벽체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다. 현재 공정률은 85%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9개 업체 소속 노동자 70여명이 투입돼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숨진 노동자 38명은 지하 24, 지하 14, 지상 14, 지상 218, 지상 34, 지상 4층에서 4명이 각각 수습됐다.

불에 약한 우레탄폼 연관 가능성 소방당국은 불이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원인 미상의 발화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와 연기 발생으로 노동자들이 탈출할 틈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냉동창고는 열기에 매우 약한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다.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이 패널은 값이 싸고 단열성이 뛰어나 대부분의 냉동창고 건축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이 나면 열에 약한 스티로폼과 함께 우레탄폼으로 마감된 내부에서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고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우레탄이 불에 타면서 배출하는 시안가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일종의 독가스다. 불길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 안에 들어찼고 여러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불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씨나 불꽃으로 발생해 우레탄폼 내장재를 태우며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방당국의 추정이다.

폐쇄적 창고 구조도 화 키운 듯 대규모 인명피해의 원인이 일반 건물에 비해 문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은 물류창고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물류창고는 폐쇄적인 구조인데다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에 있는 사람이 바깥으로 피난하기 어렵다. 화재 확산 속도보다 피난하는 시간이 더 짧다. 그렇다 보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창고는 평상시에는 근무 인원이 적지만 공사 중에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크다인화성 물질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공사 중 사고는 폭발성 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 김기성 송경화 기자 >


트럼프, 미 확진자 100만명 넘었는데 "잘해왔다검사 기록세워"

"문 대통령이 '미국 검사 잘해왔다'고 했다"자화자찬하며 한국 연신 거론

한국이 검사 더 많다는 기자와 설전도백악관은 '한국보다 검사 많아' 홍보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9일 오후 9시 기준 미국의 확진자 수는 1064,194명으로 100만명을 돌파하고도 확산세가 가속되고 있다.  하루사이 2만5천여명의 감염자가 늘어난 수치이며 전세계의 3분의1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다.  누적 사망자도 4분의 1 가량인 61,656명으로 하루사이 2천여명이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본다는 자화자찬 주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의 검사 규모와 질이 최고라고 주장하면서 한국도 호평한다는 식의 주장을 또 했고 백악관은 미국이 한국보다 검사를 많이 했다는 홍보자료를 냈다. 코로나19 대응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비판 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중소기업 지원 관련 행사 중 취재진과 만나 '미국 확진자가 100만을 넘었다. 2월에 0명이 될 거라고 전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궁극적으로 0명으로 내려갈 것이다. (확진) 사례와 관련해 우리가 누구보다도 많은 검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500만 건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를) 늘릴 것이고 머지않아 그보다 늘릴 것"이라며 "검사에 있어 누구보다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검사했다. 다들 한국 얘기를 계속하는데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이가 좋다. (문 대통령)는 검사에 있어 미국이 얼마나 잘해왔는지 얘기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내게 아주 힘줘서 (그런)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검사의 질은 최고이며 규모도 최고"라면서 "우리는 전 세계를 합친 것보다 (검사를) 더 많이 하며 기록을 세웠다. 나는 우리가 정말로 잘해왔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전문가들은 최악의 날들이 지나갔다고 본다"면서 "미국인들은 안전하고 신속한 경제 정상화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사 확대에 따라 감염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검사를 더 많이 할 것이어서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더 많은 숫자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타격이 심한 지역에서 오는 국제선 항공편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국이 미국보다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발끈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회동한 자리에서 한 기자가 "한국이 미국보다 인구 1인당 5배에 달하는 검사를 했다. 왜 그런 것인가"라고 묻자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과하겠느냐"며 입씨름을 했다.

백악관은 이날 미국이 코로나19 검사에 있어 인구수 대비 검사도 한국을 앞질렀다는 미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한국과의 수치 비교를 통한 성과 과시에 나섰다.

미국은 지금까지 540만 건의 검사를 했고 한국은 60만 건 정도라 인구수 대비로 비교해도 미국이 많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100만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59천명을 넘겨 확진·사망자가 각각 1만여명 및 244명인 한국보다 타격이 훨씬 심한 상황이다.

"정보기관 '대통령 일일보고'도 열 두 차례 이상 코로나19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날마다 제출되는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PDB)1월과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성을 여러차례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2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 논란에 관한 보도가 잇따라 나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초기 국면에서 정보당국 등의 경고를 묵살, 그 심각성을 평가절하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의 대목인 셈이다.

WP'대통령의 정보기관 보고서가 반복적으로 바이러스의 위협을 인용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1월과 2, 12차례 이상의 기밀 보고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해 경고했다고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러한 경고는 PDB로 불리는 대통령 일일 정보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종 PDB 일독을 아예 건너뛰고 일주일에 23번 있는 구두 보고 시간에도 좀처럼 참을성을 보이지 않곤 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경고음이 와닿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WP가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PDB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기밀 일일 국제 정세보고서로, 주요 국제정세 및 안보 위협 사안을 담고 있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이 이 보고서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PDB는 수주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추이를 추적하는 한편으로 중국이 감염성 및 사망자 통계를 숨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적, 경제적 후과에 대한 심각한 전망도 제시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신의 선물"로 부른 약, 22개 주에서 무더기 확보

미국에서 최소 22개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총 3천만회 복용량의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라고 거듭 홍보해왔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AP통신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최소 22개 주와 워싱턴DC가 일정량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확보한 상태라고 27일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주는 이 약품 구매비로 200만 달러(245천만원)를 썼으며, 유타주와 오하이오주도 각각 수십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확보한 나머지 주와 도시는 지난 한 달간 미 연방정부나 제약회사로부터 무료로 약품을 지원받았다.

뉴욕주, 코네티컷주, 오리건주 등은 뉴저지에 기반한 민간 제약업체 '암닐 파마슈티컬스'로부터 약품을 기증받았으며,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 14개 도시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부터 총 1440만회 복용량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받았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 등으로 부르며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라고 홍보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총 17차례나 언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약물의 실제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해 심장 박동 불규칙 증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병원이나 임상시험에서만 처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은 코로나19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관련 공포가 확산한 상황에서 이 약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오남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코로나19 최전선' 뉴욕 응급의사, 감염 뒤 극단적 선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미국 뉴욕의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28일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앨런 병원'의 응급실장 로나 브린(49) 박사는 지난 26일 자해로 인한 부상으로 숨졌다.

브린 박사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됐다. 열흘간 회복기를 거쳐 일터로 복귀했지만 상태가 다시 악화하자, 가족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요양해왔다.

아버지 필립 브린은 NYT"딸은 최전선의 참호에 있었다. 코로나19 환자가 응급 차량에서 내리기도 전에 죽어가고 있었다면서 비통해했다"고 말했다.

어떤 정신질환 병력도 없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에는 마치 넋이 나간 듯 코로나19 환자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얘기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병원은 200명의 환자를 수용하는 규모로, 지난 7일 기준으로만 60명에 가까운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병원 측은 성명을 내고 "브린 박사는 응급실에서 위기에 빠진 환자들에게 최고의 희망을 전해준 영웅이었다"고 추모했다.

브린 박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을 맡은 의료진들이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코로나19에 갈 데가 없다뉴욕 지하철 노숙자 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미국 뉴욕시의 지하철이 노숙자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현지 지역 언론이 전했다.

28일 뉴욕에서 발간되는 타블로이드 일간지인 '데일리뉴스'는 코로나19 사태 속 뉴욕 지하철 상황을 이같이 지적했다. 데일리뉴스가 올린 영상과 사진에는 지하철 객차 곳곳에서 노숙자들이 좌석에 누워 자는 모습이 등장했다. 일부는 이불을 덮고 있었고, 아예 지하철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다. 쓰레기도 곳곳에 널려있었다. 한 사진에는 짐을 가득 실은 카트로 지하철 통로를 가로막은 채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좌석에 앉아서 자는 모습이 담겼다.

데일리뉴스는 27일 오후 브루클린에 있는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마지막 역인 프랫부시 애비뉴 역의 지하철 객차에서는 수십명의 노숙자들이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파로마 마르티네스(43)'데일리뉴스'"지하철이 더럽고 노숙자로 가득 차 있다"면서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숙자들 가운데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안전한 거처를 찾지 못해 지하철에서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0대의 한 노숙자는 "지하철에 있다가 쫓겨나면 다시 돌아온다. 여기는 지옥 같다"면서도 "노숙자 보호소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옥이다. 달리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 돼지 대량살처분 위기가공공장 코로나19 폐쇄에 판로 막혀

미국의 돼지고기 가공·처리공장에서 잇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발병하며 그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돼지고기 공급이 끊기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식량 위기까지 겹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물론 판로가 막힌 돼지 농가는 사육한 돼지를 대량 살처분해야 할 처지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CNN 방송은 28일 미국돈육협회(NPB)가 고용한 시장조사업체 컨스앤드어소시이트가 앞으로 수주 내에 돼지 150만여마리를 살처분해야만 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집단 발병에 따른 돼지고기 가공공장의 연쇄 폐쇄로 공급로가 막히면서 사육한 돼지를 놔둘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이를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컨스앤드어소시이트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마이어 박사는 지난주 돼지 약 60만마리가 도축장으로 가지 않았고, 이번 주에도 약 90만마리가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어 박사는 돼지가 고기로 가공되지 않을 경우 농가의 손실이 돼지 한 마리당 약 14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사태에 대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돈육생산자협의회 회장 당선자 젠 소렌슨은 "우리는 완전한 위기에 빠졌다. 대규모의 돼지를 안락사해야 할 상황을 맞이해 우리는 도움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렌슨은 돼지 농가들이 파산 직전이라며 "빨리 뭔가 하지 않으면 수천개의 가족 농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돼지고기 가공공장 3곳이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으로 무기한 폐쇄되는 등 미국 내 돼지고기 공급의 33%를 차지하는 공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가장 규모가 큰 3곳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의 스미스필드 푸드, 미네소타주 워딩턴의 JBS, 아이오와주 워털루의 타이슨 프레시 푸드로 이들 3개 공장이 미 돼지고기 생산량의 15%를 생산한다.

스미스필드 푸드의 최고경영자(CEO) 켄 설리번은 수폴스 공장에 폐쇄 조치가 내려지자 미국의 고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설리번은 "우리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식료품점에 (돼지고기) 재고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 해공군 특수비행팀, 코로나19 최전선 일꾼에 '땡큐' 비행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 일대에서 28(현지시간) 미 해군과 공군 특수비행팀의 이른바 '땡큐'(Thank You) 비행이 펼쳐졌다.

미 해군과 공군의 특수비행팀인 '블루 앤젤스'(Blue Angels)'썬더버드'(Thunderbird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비롯해 신속대응팀 등에 대해 특별히 감사와 위로를 표시하기 위해 비행을 선보인 것이다. NBC 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비행에는 블루 앤젤스의 F-18C/D 호넷 전투기 6대와 썬더버드의 F-16C/D 팰콘 전투기 6대가 각각 동원됐다.

이들 특수비행팀은 6대씩 편대를 이뤄 정오부터 뉴욕과 뉴저지 뉴어크 일대 상공을 약 40분간 1차로 비행했다. 비행은 지상에서 식별이 가능한 고도에서 이뤄졌다. 이어 오후 145분께부터는 뉴저지주 트렌턴에서 시작해 필라델피아 일대에 걸쳐 약 30분간 비행이 펼쳐졌다.

미 공군의 존 콜드웰 대령은 "우리는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인사들에 경의를 표하는 미국의 결의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