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소망] 보 행

● 교회소식 2014. 4. 15. 20:34 Posted by SisaHan
20년 전 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소장파 젊은 철학 교수가 쓴 ‘육탈의 근대성’ 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의 요지는 “근대라는 시대에서 인류는 주체, 그러니까 자신을 찾는 일에 몰두해 왔는데 결국 빈껍대기 영혼없는 자신만을 이야기 했을 뿐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말해 “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려던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로 부터 시작된 모든 이성 중심의 근대 철학의 노력은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아는 것은 끊임없이 사고하는 이성, 들숨과 날숨의 멈춤없는 숨결, 그리고 진리를 찾아 나서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팔다리의 보행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참 자아와 진리를 찾기에 갈급해 하던 어린 저로서는 그 소장파 철학자의 말이 어찌나 매력적이고 멋있어 보였는지 모릅니다. 애매 모호한 결론이 주는 몽환적 매력도 있었지만 자아를 찾지 못한 근대를 넘어서는 ‘보행’이라는 또 다른 모험적 희망이 젊은 가슴을 다시 뛰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철학자의 말을 따라 저는 그 보행을 쉬지 않았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팔다리를 쉼없이 움직이며 들숨과 날숨을 세밀하게 느끼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목적없는 보행은 중년의 높은 문턱 앞에서 소리 없이 멈추었습니다. 지친 어깨와 촛점 잃은 눈동자, 혼미해지는 이성, 그리고 약해져 가는 심장의 박동은 더 이상 저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주체적 보행으로는 나머지 인생의 길을 갈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아 차린 것입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열병을 앓은 아이처럼 낯이 뜨거웠습니다. 눈물 한방울이 주루룩 소리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존재적 슬픔입니다. 저의 모든 보행에 동행하신 듯한 분이 뜨거운 제 이마를 짚어 주십니다. 그 분의 봄바람 같은 숨결이 제 콧잔등에 느껴지고 저는 이내 그 분의 촉촉하고 진실어린 눈망울에 깊이 빠져버립니다. 아! 그 안에 제가 보입니다. 제 눈물이 보입니다. 그 분께서 저를 태고부터 동행하셨음이 직감적으로 알아집니다. “사랑한다” 하시던 끊임없는 그분의 말씀이 이제서야 들립니다. ‘아! 나는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구나! 그 분의 사랑안에만 존재하는구나! 그 분의 사랑의 눈망울 속에서만 참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구나!’ 그때서야 알아먹어 집니다. 

< 최봉규 목사 - 토론토 드림교회 담임목사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국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 ‘간첩 증거 조작 사건’ 대국민 사과
또 ‘일부 직원 탓’으로 돌려…‘사퇴 문제’는 언급 안해
질문 안 받자 기자들 “방송 그림 때문에 불렀냐” 항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며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재준 원장은 15일 오전 국정원에 기자들을 불러 “최근 중국 화교 유가강 간첩사건 관련하여 일부 직원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남 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수사 관행을 다시 점검하고, 과거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낡은 수사 관행과 절차를 혁신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고, 수사 기법 발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공 수사 능력을 강화하겠다. 또 적법한 절차에 의한 엄격한 자기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질타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엔엘엘 도발, 4차 핵실험 위협이 이어지고 있고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시기에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어 참으로 비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자진 사퇴를 하지 않는 논리로 꺼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정원은 이날 입장 발표 자리에 30여명의 기자들을 불렀으나 질의-응답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남 원장은 2분 가량 사과문을 읽은 뒤 “질문을 하겠다”는 기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남 원장이 발표장에 입장하기 직전, 하경준 국정원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오늘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과문을 낭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질의 응답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그럼 왜 불렀나. 방송 그림(화면) 때문에 불렀냐”고 항의하자, 하 대변인은 “그건 아니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경미 기자>


‘동해’가 표기된 지구본: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을 찾은 한 초등학생이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가 아닌 ‘동해’(East Sea)로 표기한 지구본을 관람하고 있다.

한-중, 일 역사 부정에 공세 강화
안중근 기념관 등 공동대응도
일, 평화헌법 개정 등 우경화 지속


한-중 대 일본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역사 전쟁’은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본격화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한-일의 독도 갈등과 중-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불길이 일던 지역 정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한국은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한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중국 역시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평화헌법을 흔들고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거듭된 우경화 행보에 대해 “과오와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이 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것은 전세계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중국도 아베 정권에 대한 역사 공세를 강화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일본을 ‘악마’로 지칭하기도 했다. 중국은 1~2월에 외신 기자들을 선양의 만주사변 역사박물관과 난징 대학살 기념관 등에 초청하는 등 국제 사회에 일본 군국주의 만행을 알리는 여론전도 벌였다. 급기야 지난달 28일엔 독일을 순방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군이 난징에서 30여만명의 중국인을 학살하는 등 군국주의 일본의 침략전쟁 탓에 중국인 3500만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국제무대에서 이례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공동 피해자인 한-중의 공조도 강화됐다. 중국은 1월19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하얼빈역에 안중근 기념관을 정식 개관했다. 한국은 중국에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나서 “안중근은 범죄자이며 기념관은 테러리스트 기념관”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안중근 의사는 중국서도 존경받는 저명한 항일의사”라고 대응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에도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강제 동원됐다’는 내용을 담은 일본군 사료들을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2일에는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자리에 한국인 징용 피해자 가족과 변호사들이 참석해 ‘양국 공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내내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면서 한-중 양국을 자극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모미이 가쓰토 <엔에이치케이>(NHK) 회장은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증거가 없고 난징대학살도 없었다”고 발언했다. 한-중-일 역사 전쟁의 근본원인은 박탈감에 시달리는 일본의 무리수가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가 침체되고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위기감과 박탈감을 아베와 우익세력이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중국 시진핑 주석의 강한 외교와 정면충돌하며,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역사 갈등이 독도나 센카쿠 열도 문제 등 각국이 타협할 수 없는 영토 문제와 맞물리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