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흐뭇한 비누거품

● 칼럼 2011. 6. 6. 13:17 Posted by Zig
엄마 손에는 지팡이 대신 부피가 큰 헝겊 양산이 들려있다. 언제부터 짚고 다녔는지 꼭지 부분의 고무가 다 닳아서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난다. 작년에 엄마를 만났었으니 양산으로 바뀐 것은 아마 그 후 부터였을 것이다. 가벼운 지팡이를 다시 써보도록 권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나는 그쯤에서 물러서며 ‘노인’이라는 호칭이나 ‘지팡이’라는 단어와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엄마가 혹시 상처를 받으신 게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나이에 순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 엄마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사회적인 변화의 물결 때문일 수도 있다. 젊고 예뻐지는데 대한 강박에 가까운 집착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편안함을 반납하는지도 모른다.
타박타박 걸으며 양산 지팡이에 의지해 차에서 내려서 찜질방까지 들어가는 길이 마치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만큼이나 멀고 길게 느껴진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 턱은 왜 그리 높은지, 인도의 보도블록은 또 왜 그리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못한지, 나는 오늘에서야 지팡이 짚은 노인의 시각으로 주변을 인식하며 새삼 가슴이 저린다.
그렇게 탈의실까지 왔다. 그런데 세상에, 5월 중순에 누비바지에 내복이라니. 그나마 덜 여위어 보이던 몸집이 내복과 누비바지 덕분이었음을 알아차리고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한 줌 부피로 줄어든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게 엄마는 수줍은 듯 변명처럼 말을 흘리신다.
 “추워서 입는 게 아니야, 이래봬도 이게 안주머니까지 있어 얼마나 편하다고.” 두꺼운 껍질을 차례로 벗어놓자 엄마의 몸이 가벼워지는 만큼 내 가슴은 무거워진다. 나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나 싶은 자책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마다하고 혼자 휘적휘적 욕탕으로 걸어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위태로워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욕탕까지 또 한 고개를 넘었다는 듯 엄마는 굽었던 허리를 펴신다. 잠시 동안이지만 엄마 입장에서 행동해보니 당연한 줄 알고 살던 세상이 불편한 것 투성이다. 욕탕의 깔개 의자는 자질이 플라스틱인데도 노인이 들기에는 턱없이 무겁다. 목욕은 시작도 안 했는데 기진한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에 힘을 주어 샤워버튼을 누르신다. 샤워기는 한 번 누르면 잘해야 십여 초 동안만 물이 나오게 되어 있어 수없이 눌러야나 제대로 씻을 수 있다. 아마 물을 절약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인 듯하다. 에너지 자원을 생각하면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오늘따라 노약자에 대한 무심함에 속을 끓이게 된다. 보다 못해 샤워기를 빼앗아 엄마 머리에 대 드렸다. 빳빳하던 고집이 슬그머니 수그러들더니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맡기고 다소곳이 앉아계신다. 머리를 감겨드리고 내친 김에 몸까지 씻겨드렸다. 살갗이 이리저리 밀려다녀서 비누칠하기가 쉽지 않다. 하얗게 비누거품이 이는 때수건을 살그머니 앞쪽 가슴께로 가져가니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며 움츠리다가 포기한 듯 힘을 빼셨다. 탄력을 잃어 쳐진 살갗을 한 켜씩 들추어가며 비누칠을 했다. 흐뭇한 비누거품들이 안개꽃처럼 피어났다가 스러져갔다. 손끝에 전해오는 말캉거리는 촉감이 참 좋았다. 어린아이가 제 엄마 몸에서 느낄 것 같은 행복감에 잠이 오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엄마와 목욕하러 다녔는데도 나는 엄마의 젊은 몸은 기억하지 못한다. 수증기가 뽀얗게 서려있어 숨이 차던 기억과 물이 너무 뜨겁던 기억, 그리고 살갗이 얼얼하도록 밀어 아프던 기억밖에 없는 걸 보면 내게 목욕하는 일은 그리 즐거운 추억이 아니었나 보다.
“이제 됐다, 그만해라”는 소리에 놀라 버튼을 눌러 맑은 물로 헹궈드렸다.
샤워를 마치고 찜질방에 나란히 누워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어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거라는 길 위에 이민을 떠난 후 내가 버리고 간 시간들이 조용히 쌓여있다. 엄마의 볼이 홍옥처럼 빨갛게 빛난다. 나는 엄마의 발갛게 익은 얼굴이 싱그럽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엄마의 한때 꽃 같던 젊음을 나는 지금 그렇게 만나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발그레한 혈색이 행복한 노년의 빛깔이기를 조심스레 빌어본다.

<김영수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협 회원/한국 문인협회 회원>

부드러운 것 골라…

양념 적게 넣고, 익힐 땐 최대한 짧게

나물은 대표적인 봄철 먹을거리다. 생동하는 계절의 힘찬 기운을 우리 식탁에 선물한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채소를 즐겼다. <삼국유사>에 이미 쑥과 마늘에 대한 기록이 있고, 삼국시대에 ‘천금채’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상추는 고구려 특산물이었다. 고려 때 간행된 <한약구급방>이나 조선시대 고서적 <시의전서> <농정회요> 등에는 각종 나물의 종류와 조리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나물요리는 언뜻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맛을 내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가능한 한 양념을 적게 넣는다. 양념이 진하면 채소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리기가 힘들다. 둘째 익히는 시간은 최대한 짧게 한다. 너무 익으면 채소 자체가 물컹거려 씹는 맛이 사라진다. 숙채보다는 생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신선하다. 마지막 헹구는 물에 식초나 레몬즙을 살짝 넣으면 신선함이 더 오래 유지된다. 된장찌개 등에 나물을 넣을 경우 고기 육수보다는 조갯살, 홍합, 새우, 멸치 등으로 우린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봄나물은 상큼한 맛이 생명이다.

맛있는 나물요리는 좋은 봄나물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한식 전문가들은 잎이 여리고 색이 짙으며 만졌을 때 부드럽고 습기가 많은 나물을 추천한다. “뿌리는 너무 크거나 억세지 않아야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다”고 말한다.
봄나물의 대표주자는 냉이, 봄동, 달래다.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많고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나른한 봄날 춘곤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눈 건강에 좋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알칼리성 식품인 달래엔 칼슘이 100g당 169㎎ 들어 있다. 봄동은 찬 성질이 있어 열이 많은 이에게 좋다.

독일, ‘원전’ 포기선언

● WORLD 2011. 6. 6. 13:06 Posted by Zig
세계 최초로… 2022년까지 완전 폐기

독일이 오는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장관은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립정부는 오랜 협의 끝에 원자력 발전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독일 DPA통신 등이 전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요 산업국 가운데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포기한다고 공식 선언한 첫 국가가 나온 것이다. 뢰트겐 장관은 “이번 결정은 일관되고 확고하며 명료하다”며 “(이후로도) 번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전면적 원전 중단 결정은 일요일인 29일 기민련-기사당-자민당 등 연정을 구성한 3개 정당이 무려 7시간에 걸친 난상토론을 거쳐 잠정 결정한 뒤, 다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실이 수 시간 동안의 최종 검토 끝에 확정했을만큼 산고 끝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으나 대세를 거스르진 못했다. 독일 정부의 한 소식통은 DPA통신에 대다수 원전은 2021년까지 폐쇄하고, 원전 3기는 전력부족 사태에 대비한 비상용으로 남겨두었다가 2022년에는 이마저 완전히 폐쇄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독일엔 현재 17개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으나 절반에 가까운 8개의 노후 원자로가 이미 가동을 멈춘 상태다. 7곳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밀검사를 위해 3개월간 잠정 폐쇄했으며, 다른 1곳은 기술적 결함으로 수년째 작동하지 않고 있다.
독일 연정의 이번 결정은 에너지 공급의 상당 비율을 떠맡아온 원전을 전면포기하는 대신 친환경 신기술로 부족분을 극복하겠다는 다짐이어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