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혹이라고 하면 흔히 유방과 난소 등 여성에게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간, 신장, 췌장, 피부, 갑상선 등 손발톱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에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50살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물혹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물혹은 대부분 자각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 ‘물혹’ 왜 생기나
현재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다. 체질과 선천적인 요인, 노화, 기생충 감염과 염증, 신체 내의 변형, 외상 등 다양하게 꼽힌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몸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액체의 흐름이 노화 등에 의해 막혀 발생하거나 감염 후나 종양의 후유증, 만성 염증 상태, 유전적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물혹의 원인을 담음(체액의 정체로 인한 구정물이나 가래처럼 체액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노폐물화한 것)으로 꼽는다. 간혹 혈액이 차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어혈(혈액의 정체로 인해 울혈이 된 것)을 원인으로 본다. 담음과 어혈은 몸에 찬 기운이 많고,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할 때 생긴다. 한방 전문의들은 “평소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면 좋다”고 말했다.
◐ ‘물혹’은 제거해야?
“수술하면 낫는 건가요?” 물혹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제거해야 할 대상인지, 완치가 가능한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여부다. 이는 양성종양인 물혹과 암 같은 악성종양을 구분하지 못해서다. 전문가들은 “치료도, 수술도, 걱정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물혹은 1~3개월 후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고, 크기도 일정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름이 10㎝ 이상 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혹이 몇 개냐의 여부도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지름이 4~5㎝가 넘는다면 1년에 1번 정도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통증이 수반되거나, 출혈이 있을 경우, 물혹이 커져 다른 신체기관을 압박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등의 자각증상이 있다면 치료나 제거 수술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물만 뽑는 치료를 해도 대부분 재발된다”며 “다른 곳으로 물을 빼거나 절제술 등의 방법이 있긴 한데 합병증 가능성이 있으므로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수술 치료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난소의 경우 물혹의 크기가 5㎝ 정도가 되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며 “물혹이 빨리 커지거나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경우는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 조기 발견이 최선
물혹은 물혹일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물혹도 종양의 일종이긴 하지만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다만, 물혹 외벽이 울퉁불퉁하다거나, 비정상적으로 두꺼운 경우, 안에 물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물혹 중 일부는 암일 수도 있다.
암이 아니더라도, 뇌 주변에 지주막 낭종이나 솔방울샘(송과선) 낭종 같은 물혹이 있다면 암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뇌가 몸 안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때문이다. 뇌와 두개골 사이 제한된 공간 안이나 뇌 깊은 곳에서 자라게 되면 신경조직에 압박을 줘 기능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뇌는 치료나 수술이 다른 부위보다 훨씬 까다로우므로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물혹은 예방법이 따로 없다.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특히 유방과 난소에 물혹이 자주 생기는 여성들은 생리주기에 이상이 있거나, 부정기적인 질 출혈, 복부 통증이나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저절로 없어지는 물혹인지, 양성종양인지, 악성종양인지 감별해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부인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