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 ILO, 장시간 노동 피해 공동연구

전세계 인구 9%가량 과로 시달려…한해 74만명 사망

심장질환 사망위험 17% 증가, 뇌졸중은 35%↑
아시아에서 두 질환 사망률 높아 “코로나로 늘어 우려”

 

 주당 55시간 이상 일하면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사망 위험이 각각 17%, 35% 늘어난다는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 공동 연구 결과가 17일 나왔다. 요즘 세계적으로 과로에 시달리는 병원 집중치료시설의 의료진.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인구의 9%가량인 약 5억명이 주당 55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여기서 비롯된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 사망자가 한해 74만여명에 이르는 등 장시간 노동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는 세계보건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 공동 연구가 나왔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장시간 노동에 따른 인명 피해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기관은 17일 국제 학술지 <환경 인터내셔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전세계에 만연해 있고,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의 연구자들은 일정 시점의 대규모 조사 2324건과 분기별 조사 1742건을 종합해 184개국의 성·연령별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분석치는 2000년, 2010년, 2016년 시점으로 나눠 제시됐다.

 

논문은 한 주에 35~40시간 일할 때의 심장질환 사망 위험을 100으로 할 때, 54시간까지는 사망 위험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99~101) 55시간을 넘기면 117로 1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뇌졸중 사망 위험은 48시간 이내 노동 때까지 큰 변화가 없었고, 49~54시간은 13%, 55시간 이상은 35% 증가했다.

 

2016년 세계 인구 중 주당 55시간 이상 노동자 비율 지도.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 논문 갈무리

 

2016년의 전세계 장시간 노동 인구는 2000년에 비해 9.3% 증가한 4억8800만명이었으며, 여성(16년 사이 증가율 1.9%)보다 남성(11.8%)에서 더 급격히 늘었다. 연령별로는 30~49살에서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에 따른 심장질환 사망자는 2000년 24만5천여명에서 2016년 34만6천여명으로 41.5% 늘었으며, 뇌졸중 사망자는 33만4천여명에서 39만8천여명으로 1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의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네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과로에 따른 심장질환 사망자가 2016년에 인구 10만명당 10명을 넘겼다. 북한은 9.4명으로 추산됐고, 한국(2.0명) 일본(3.3명) 중국(4.0명)은 이보다 낮았다. 오랜 노동에서 비롯된 뇌졸중 사망률은 북한이 인구 10만명당 28.1명으로 세계 최고였고, 인도네시아(20.0명) 몽골(16.9명) 미얀마(16.8명)도 사망률이 높은 나라로 꼽혔다.

 

2016년 장시간 노동에 따른 인구 10만명당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 수 지도.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 논문 갈무리

2016년 장시간 노동에 따른 인구 10만명당 뇌졸중 사망자 수 지도.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 논문 갈무리

 

논문은 장시간 노동이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장시간 노동이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유발함으로써 심장 조절 장애 등을 일으키고 신체에 구조적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둘째는, 스트레스가 흡연, 음주, 부적절한 식생활, 수면 부족 등을 유발함으로써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희생도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기자

 

미 보건당국 ‘백신 맞으면 노마스크’ 선언 다음날 “주의" 촉구

사무총장 "부국들, 아이들 접종 대신 빈국에 백신 기부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기를 원하는 국가의 경우 해당 지역의 전염 강도와 백신의 보급 정도를 모두 고려하는 맥락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보건 당국은 전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대해 사실상 대부분의 실내·실외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WHO는 부유한 국가들이 아이들을 접종하기보다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월 나는 도덕적 재앙의 전개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급되는 백신의 대부분을 사들인 소수의 부유한 국가에서는 지금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그룹에 대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며 "나는 그들에게 다시 생각할 것을, 그리고 대신 코백스에 백신을 기증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저소득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은 의료 종사자들을 면역시키기에도 충분치 않은 데다 병원에는 인명 구조가 시급히 필요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며 "현재 백신 공급의 0.3%만이 저소득 국가에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두 번째 해가 진행되고 있지만 첫해보다 더 치명적일 것"이라며 "공중 보건 조치와 백신 접종의 병행이 생명과 생계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영국 변이에 비해선 효능 떨어지고 남아공-브라질 변이보단 높아

세포실험으로 확인… '인도 변이' 연구 위해 28일부터 분양 계획

 

 

국내 업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미국 뉴욕, 영국-나이지리아 유래 '기타 변이'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포실험을 통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레그단비맙)에 대한 효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렉키로나주는 미국 뉴욕 변이와 영국-나이지리아 변이를 무력화하는 '중화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주요 변이' 3종에 대한 치료제 효과와 비교하면 영국 변이에 비해서는 효능이 떨어지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브라질 변이보다는 효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방대본은 현재 주요 변이와 달리 미국 뉴욕 변이와 영국-나이지리아 변이의 경우 임상적·역학적 위험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기타 변이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국내 뉴욕 변이 감염자는 13명, 영국-나이지리아 변이 감염자는 9명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영국 변이에 대해서는 앞서 등장한 S, L에 더해 GH, GR 등 G그룹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치료제의 효과가 있었으나 남아공 변이에 대해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또 브라질 변이의 경우 남아공 변이에 비해서는 배 이상의 효능을 보였으나 효과 자체는 현저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권 2부본부장은 이어 "캘리포니아 변이, 뉴욕 변이, 영국-나이지리아 변이의 경우 영국 변이에 비해서는 치료제의 효능이 떨어지지만 남아공·브라질 변이에 비해서는 5∼10배 높은 치료 효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주요 3종 가운데 브라질 변이에 대해서는 항체치료제뿐 아니라 백신 효과도 떨어져 더 높은 수준의 방역대책이 필요한 변이로 구분된다. 국내 브라질발 변이 감염자는 현재 10명이다.

방대본은 최근 들어 국내 유입이 꾸준히 확인되는 인도 유래 변이에 대해서도 백신과 치료제 연구 등을 위해 각 기관에 오는 28일부터 변이주를 분양할 계획이다.

 

인도 변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에 이어 네 번째 '우려 변이'로 지정한 변이 바이러스다. 흔히 '이중 변이'로 불리는 인도 변이 국내 감염자는 총 58명으로 확인됐다.

방대본은 지난 12일 인도 변이 1주를 확보했으며 현재 자원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방대본은 전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특례수입한 '베클루리주'(렘데시비르)를 125개 병원, 6천825명의 환자에게 투여했고 국산 렉키로나주는 72개 병원, 3천26명의 환자에게 각각 투여했다고 밝혔다.

혈장치료제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치료 목적으로 승인한 45건에 대해 사용되고 있다.

 

지구 살리고 정서적 만족감 채워주는 ‘리페어’ 문화

내구성 좋은 제품 만들고 선택하는 기업·소비자 필요 

                               리페어 컬처: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
                               볼프강 M. 헤클 지음, 조연주 옮김/양철북·

 

“고치는 것이 돈이 더 들어. 그냥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나아.”

요즘 물건이 고장났을 때 흔히 듣는 말이다. 자원과 재화가 귀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값싸게 물건을 쉽게 살 수 있고 그만큼 쉽게 버리는 시대가 됐다. 기업들도 ‘친환경’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물건을 더 많이 만들고 판매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리페어 컬처>는 “오늘날의 과소비 사회, 쓰고 버리는 사회에 저항”하고 물건들을 고쳐서 쓰는 문화(리페어 컬처)의 의의와 가치를 역설하는 책이다. 물리학자이자 국립독일박물관 관장인 저자는 고쳐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 수 있을뿐더러,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행복감과 자연에 대한 이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지구상의 유한한 자원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양적인 성장만을 앞세운다면, 자동차,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것들을 모두 두 배씩은 더 가지려고 한다면, 지구라는 ‘폐쇄된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폐기되는 전자제품을 비롯한 유독한 쓰레기들도 환경에 계속해서 큰 부담을 준다. 따라서 고쳐 쓰기는 “하나의 문화 비판적 자세”이자 “점점 늘어나는 쓰레기 더미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의 움직임”이고, “전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퍼즐의 작지만 중요한 한 부분”이다.

 

환경문제 해결책 중 하나라는 점에 덧붙여,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고쳐 쓰기가 주는 정서적 충족감이다. 자신의 힘으로 직접 어떤 작업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물건을 수리·수선할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고장 난 부품을 갈아 끼우는 일, 구멍 난 자전거 바퀴를 때우는 일 같은 간단한 작업만 이뤄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간단한 작업에서의 성공은 더욱 복잡한 작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도 된다.

 

고치는 과정에서 사물의 기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파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기계의 기본적인 원리를 깨닫는 일은, 아주 기초적이면서도 동시에 고도로 정신적인 성공의 경험을 안겨준다.”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는 행위는 물질의 순환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직접 손을 움직여서 수선하고 수리하는 과정은 최선의 경우 기술의 역사, 생물학, 물질과학, 기초물리학, 화학 등에 대한 연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물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작업”인 덕이다.

 

리페어 컬처는 사람들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세대간 간극을 좁히는 데에도 한몫을 한다. 뭔가를 고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미 있는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사회적인 이벤트”가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청년들은 노년세대에게 디지털 세계를 안내해주고, 반대로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과거에 익혔던 수선·수리의 방법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더 오래 쓸 수 있고 고쳐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들의 책임, 또 이를 요구하고 선택하는 소비자로서의 자세는 리페어 문화가 확대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기업들이 소비자가 새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짧게 만든다는 의심은 입증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를 ‘의도적인 노후화’라고 표현한다.

 

모든 부품이 하나로 붙어 있어 새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제품들도 있다. 소비자 역시 단순히 싫증났다는 이유로 큰 문제 없는 옷이나 가구, 전자제품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에 익숙하다. 휴대폰 약정 기간이 끝나면 이젠 새 모델을 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세우는 광고 역시 이런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제조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더 오래 쓰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들은 더 튼튼한 제품을 눈여겨보고 그런 제품이 얼마나 값진지 알아보아야 한다. 이것이 한번 쓰고 버리는 태도에 맞서는 첫걸음이다.” 리페어 컬처가 정착된다면 기업들은 제품을 홍보할 때 디자인이나 기능 못지 않게 내구성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이 제품은 쉽게 수리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경쟁사 제품보다 더 오래갑니다’라는 문구가 광고에 등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명이 짧은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한다든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스티커를 붙이는 것처럼 ‘사용기한등급’을 부여하는 정책들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개개인 차원에서 일단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흔들리는 의자 다리, 떨어진 커피잔 손잡이, 구멍이 난 스웨터 같은 것들 말이다. 실제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낡은 제품을 수선해서 사용하거나, 오래된 물건을 다른 용도로 바꾸거나, 중고시장에서 안 쓰는 제품을 파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다 쓴 물건들을 내다 버리기 전에 이를 고쳐 쓸지 벼룩시장에 내놓을지 고민”하는 태도는 우리의 자원을 아끼고 우리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평소 쓸 만한 물건을 버리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쓰레기로 이뤄진 산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지구의 미래’를 걱정했던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리페어 컬처의 여러 논리적 근거와 개인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미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물리학자답게 수리를 하면서 이해하게 되는 과학원리를 풀어놓고, 자신의 여러 ‘고난이도’ 물건 수리 경험들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전달한다. 안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