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세트’ 어린이 중이염… 예방과 대처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쉽게 걸리는 감기에 자주 동반되는 질환이 바로 중이염이다. 특히 아이들에게서 흔한데, 중이염으로 병원 외래를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10살 미만이다. 대부분의 중이염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좋아지지만, 드물게는 만성중이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간접흡연을 하게 된 아이들이 중이염에 더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아이가 담배연기를 맡지 않도록 해야 하며, 중이염의 원인균인 폐렴구균 등에 대한 예방접종도 필요하다.

■ 영유아의 80% 한번 이상 걸리는 바이러스 질환
중이염은 귀의 안쪽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주요 증상은 귀의 통증이나 발열이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자꾸 귀를 만지거나 통증을 호소하면 의심해볼 수 있다.
중이염은 3살 미만의 영유아 가운데 80%가 한번 이상 걸리고, 소아의 30% 이상이 한해 세번 이상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중이염 환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10살 미만 아이들이다. 주로 생후 6개월부터 발생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만 2살을 앞뒤로 가장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중이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신체적인 특성의 영향이 크다. 아이들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유스타키오관이 어른에 견줘 짧고 굵으며 평평하다. 코에 생긴 염증이 귀로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가진 셈이다. 

■ 합병증으로 드물게 청력장애
다행히 대부분의 중이염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아이가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귀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38.5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 항생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또 중이염에 잘 걸리지 않는 6개월 미만인 아이가 걸렸을 때나, 6개월 이상~두 돌 미만인 아이가 급성중이염으로 확진받았을 때에는 항생제를 쓰도록 하는 지침도 나와 있다. 이런 상황이 아니면 2~3일 동안 진통소염제를 쓰면서 증상을 완화시키되, 2~3일 안에 병원을 다시 방문해 중이염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더 이상 진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항생제 치료는 필요없다. 
드물지만 만성중이염으로 진행되거나 염증 때문에 생긴 고름이 배출되지 않는 경우 고막의 변성이나 청력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만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 예방접종 챙기고 감기에 주의
중이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은 감기다. 이 때문에 감기 예방 습관을 잘 지키면 중이염도 덩달아 예방된다.
우선 규칙적으로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과 함께 적당한 야외 활동을 통해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봄철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도 좋다. 외출 뒤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고, 귀 안을 만지는 습관을 갖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영유아들의 경우 아이를 눕혀 분유를 먹이거나 잠잘 때 공갈젖꼭지를 물리면 귓속의 압력 변화로 중이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 엄마 젖을 먹일수록 중이염 발생이 줄어들고, 간접흡연에 노출될수록 중이염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부모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예방법으로는 예방접종이 있다. 의료계는 감기 및 폐렴의 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권고한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경우 과거보다 예방하는 균 종류가 많아진 것도 있고, 최근에는 영유아 및 미숙아 전용 예방접종도 나와 있다. 
이른바 ‘이른둥이’인 미숙아의 경우 폐렴구균에 감염돼 관련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2.6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여성 ‘조경’을 잘해야‥

● 건강 Life 2013. 4. 22. 17:57 Posted by SisaHan

규칙적? 통증은? 양은? 색깔은?…
건강한 여성을 위한 『한방 부인과학』

‘조경’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십니까?
일반적으로 조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경치를 아름답게 꾸민다.” 는 뜻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흙을 잘 다듬고, 잔디도 예쁘게 깎고, 알록달록한 예쁜 꽃도 심고, 작은 시내도 하나 만들어서 졸졸졸 물이 흐르게 하고, 거기에 과일 나무도 심어서 열매까지 맺혀있는 정원을 상상해보자. 
하지만, 한방부인과학의 축면에서 ‘조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전혀 다른 의미가 떠오른다. 바로 ‘여성 건강’이다.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여성을 건강하게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조경(調經 ; 월경을 고르게 한다)’이다.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여성을 꽃과 나무가 있고, 열매도 맺히는 ‘정원’에 비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약간의 언어 유희적 표현을 한다면 “건강한 정원(여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경을 잘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다른 뜻의 ‘조경’은 물론 한자가 다르다. 앞의 뜻은 ‘造景’으로 지을 조(造)와 경치 경(景)이 합해진 단어이고, 뒤의 뜻은 ‘調經’으로 고를 조(調)와 월경 경(經)이 합해진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여성 건강상태를 진단할 때, 매달 월경을 규칙적으로 하는지, 통증이 없는지, 적당한 양으로 하는지, 좋은 색의 월경을 하는지를 꼭 확인한다. 한마디로 여성 환자는 월경이 고른지 확인함으로써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월경은 단순히 호르몬 변화에 따른 여성 생식기의 건강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월경은 여성의 몸에서 변화가 쉬운 기와 혈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건강 지표가 되는 것이다. 월경을 하는 것이 단순히 임신이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문제뿐이 아니라 몸 전체의 기혈의 흐름과 여러 기능들의 조절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살피는 척도가 된다. 결국 건강한 월경이 있기 위해서는 몸 전체의 건강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여성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한가지가 월경을 고르게 하는 조경(調經)이 된다. 그래서 여성의 월경 관련된 병들을 치료한 후에는 손발도 따뜻해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기운도 생기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로 이러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뜻이지만, 흥미롭게도 조경의 방법은 그 원칙에 있어서 유사한 면이 있다. 정원 관리법과 여성의 건강 관리법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첫째, 꽃과 나무가 잘 자라고 열매가 풍성하게 맺히게 하는 방법은 땅에 거름을 잘 주어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마찬가지로 월경을 고르게 할 때도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적절한 영양공급을 해야 한다. 심한 다이어트로 영양이 부족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영양의 과잉섭취로 인해 비만이 심한 경우에도 월경불순이 생긴다. 이것은 꽃에 영양이 부족해도 문제이고, 거름을 너무 많이 줘도 안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음식은 초콜렛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이다. 이에 반해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월경전증후군 개선에 도움이 되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둘째, 때가 되면 땅에 물을 흠뻑 주어서 촉촉하게 수분 공급을 잘 해주어야 한다. 우리 몸에도 물이 충분히 보존되어야 한다. 자궁은 혈실(血室)이라고 월경주기에 맞춰서 혈이 찼다 줄었다하는 궁궐이라고 했었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 중에서 물에 해당하는 혈과 진액이 부족하면 당연히 월경이 불규칙해진다. 특히 현대여성들에게는 잠을 일찍 자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몸의 물은 밤에 잠을 잘 자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밤에 불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지거나 직업적인 특수성으로 밤에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여성에게 월경통이나 월경불순이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셋째, 여성의 몸도 온도 조절을 잘 해줘야 건강해진다. 꽃과 나무가 자라는 데 적당한 온도와 습도 조절의 중요성은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명확하다.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인체이지만, 여성은 월경주기에 따라 체온이 변화한다. 기초체온표에 따르면 미세한 온도변화가 월경 주기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배란 전에는 저온기가 지속되다가 배란 후에는 고온기가 나타난다. 이런 변화는 호르몬 변화에 따르지만, 체온의 변화와 월경 상태에 대한 연관성은 한의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더운 여름철에도 손발이 시리고 배가 차서 에어컨 바람을 무서워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흔히 월경통이나 월경불순이 동반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임상진료에 있어서도, 월경통이 있거나 월경주기가 늦어지는 경우는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가 찬 경우에는 몸이 차서 기혈 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이 원인이 된다. 오히려 월경이 빨리 오는 경우는 몸에 열이 차 있는 것으로 진단하여서 치료한다.
여성의 몸은 남자보다 복잡하고 치료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순히 월경을 고르게 하는 것이 여성 건강 관리의 전부는 아니지만, 기혈의 부족 혹은 과잉, 몸에 열이 과도하게 있거나 너무 차거나 하는 여러 가지 제반 증상들을 치료하고 식생활과 마음가짐을 개선하면 여성의 건강은 한층 안심할 수 있다.
< 황덕상 한방부인과 전문의 >



하혈… 과로·스트레스 조심

하혈은 생리시기 아닌데 많은 양이 갑자기 나오는 경우가 있고, 보통의 생리기간이 끝난 후에도 적은 량이 계속 멈추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월경과다는 자궁선근종,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등 자궁의 여러 가지 질환에서도 많이 생기고 기질적인 원인이 없는 피로, 과로로도 생기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도 잘 생긴다. 기질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여성은 정서, 스트레스에 몸이 많이 민감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들은 양 어깨가 무겁고 통증이 있거나, 머리가 무겁고 통증이 있다. 소화불량, 식체, 가슴이 답답하거나 복통, 변비, 설사와 생리불순, 월경과다, 하혈 등의 생리불순이 잘 나타난다. 몸이 마르고 예민한 성격에 위장기능이 약하고 음식 섭취량도 적은 경우는 약간의 피로나 스트레스에도 생리불순, 하혈이 올수 있다. 그런 여성은 위장을 보강해 영양섭취를 잘 할수 있도록 하면서 기혈을 보하고 자궁을 안정시켜 주는 한약처방이 필요하다. 침과 뜸 치료, 필요시 추나치료로 골반·허리·경추등 척추와 체형을 바로잡으며, 체중이 많이 나가고 몸이 무겁고, 복부 비만인 경우는 하복부 차가운 기운과 정체된 노폐물인 담음과 어혈을 없애준다.


내 감각, 취향에 맞는 물건들을 찾고 모아 정리하는 재미 쏠쏠
“그게 문화고 예술이죠”

봄을 맞이하며 “버려야 산다”는 ‘버림교’가 유행하게 되지만 오래된 수집 본능을 누를 수 있을까. 
우리 시대의 신종 수집가들은 단돈 몇푼이면 살 수 있는 싸구려 상품들을 모은다. 예술의 눈으로 보면 키치에 가깝다. 필리프 블롬은 <수집>이라는 책에서 “키치는 기계생산시대에 수집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대량생산이 이루어짐으로써 사람들은 비로소 완전한 세트를 갖춘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구할 수 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던 시대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수집가들은 오랫동안 모아온 것들을 함께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전시라지만 값비싼 미술품은 없다. 일상 잡화 신봉자인 이들은 코카콜라 캔, 스타벅스 텀블러, 베어브릭 인형, 플레이모빌 같은 완구류, 심지어는 오래된 잡지 표지를 곱게 모아 정리하기도 했다.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이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면 새 생명을 얻는다. 
코카콜라 캔은 세계 어디서나 1달러 남짓한 돈으로 살 수 있는 값싼 전리품이다. 그러나 구하기 어려운 캔이나 병은 수집가들 사이에 비싼 값으로 거래되기도 한단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호돌이가 그려진 코카콜라병이 나왔다. 외국에서는 지금 우리 돈으로 5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희귀 품목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추첨 행사장에서만 돌려졌던 코카콜라병은 20만원 정도다. 이쯤 되면 콜라를 마시면 병을 버리기가 아까울 만도 한데 그 값은 영원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카콜라 수집품을 전시한 김근영씨는 “지금 값싼 아이템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예전엔 대부분 화폐나 우표를 모으던 사람들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때 수집품들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많은 수집가들이 없어졌다. 수집한 물건들이 가치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뒤늦게 모으기 시작해도 무섭게 모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수집의 경향이 투자보다는 순수한 취미로 돌아왔다는 말이다.
 
‘저장 강박자’, ‘소비 중독자’, ‘불안증 환자’. 어떤 말로 공격해도 소용없다. 
수집가인 김상윤 씨는 바로 그러한 수집가들의 오타쿠적인 측면이 문화를 만든다고 봤다. 김 씨가 “수집은 예술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수집은 일상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오며 주변의 무엇인가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은 개인이 예술가가 되는 작은 단계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을 모으는 사람은 애서가라고 칭송받지만 장난감을 모으는 사람은 유치하다는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 씨는 “책을 읽다 보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수집하다 보면 모으지 않은 수집품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수집은 맥락을 캐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건축가인 강기표 씨는 영화티켓, 포스터 등을 모은다. 개인적인 수집을 자산 삼아 영화 강연도 하게 됐다. 레고와 플레이모빌을 모아온 이주학 씨는 수집품들이 감당 못할 양으로 쌓이자 토이 뮤지엄을 열기도 했다. “십여년 전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외국의 색다른 상품을 접하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때부터 우리나라에도 수집동호회가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주학 씨 말대로라면 수집이 시작된 지 10년, 이제 전시의 단계에 이른 셈이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씨는 지난해 <수집미학>이라는 책을 썼다. 그의 연구실은 수집가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성소 같은 곳이다. 연구실 안에는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책장을 빼곡히 들여놓았다. 책장과 책상 사이사이에는 그가 하나하나 발품 팔아 정성껏 마련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박영택 씨는 “문구류, 특히 예쁜 볼펜은 환장하며 사는 것 같다. 끊임없이 나를 사로잡는 걸 찾아 전시장도 다니고 수없이 많은 가게들을 들락거린다. 전시장에 가서 작품을 쉽게 살 수는 없다. 대신 값싼 공산품을 끊임없이 산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매일 무언가 수집하고 바라보고 좋아하면서 은밀한 시간을 보낸다. 
이 자폐적인 사물과의 독대는 그것들이 발화하는 음성을 듣는 일이자 그 생김새와 색채, 질감을 편애하는 일”이라고 썼다. 그 쾌락을 물신주의라고, 공허한 소유욕이라고, 무엇이라 불러도 좋다. 다만 이 순간만은 온전히 수집가의 것이다. “내 감각, 기호, 취향, 이런 것을 만족시키는 물건들을 찾아내 그런 것을 삶의 근거리, 내 손이 닿는 곳에 놓았을 때 즐겁다. 그게 문화고 예술”이라는 게 박영택 씨의 생각이다.
< 남은주 기자 >


수집과 중독 사이…
『나는 수집한다, 고로 존재한다』

남성잡지 <GEEK>에서 일하는 김도훈 기자는 자타 공인 스니커즈 수집광이다. 그가 지금 가진 스니커즈는 30켤레 정도. 특히 하얀색 스니커즈를 좋아해 4~5켤레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의 광범위한 스니커즈 소장품 중에는 60만원이 넘는 신발도 있단다. “옷 같은 걸 소비하는 것은 여자의 영역으로 간주되니까 자연 남자들은 신발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신발 수집의 변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에서 보면 나이키 한정 스니커즈를 주제로 모인 카페가 여럿, 회원들 대부분이 남자다.
 
남자가 신발이라면 여자의 수집목록 1위는 단연 향수다. 이선주(46)씨는 1989년부터 향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으고 선물받은 향수가 지금은 1500개를 넘는다. 처음에는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olive67)에 향수를 구입한 이야기, 시향기를 올리다가 향수 광고, 꽃 전시회, 향수에 관한 소설 등 향기를 주제로 점점 폭을 넓히고 있다. 이씨가 향수를 모으는 이유는 “모든 향기는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병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란다. 십수년이 지나 지금은 쓸 수 없는 향수도 많다. 향수는 태어나면서부터 변한다. 금세 변질될 변덕스러운 패션 아이템을 모으는 이유는 변하는 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단종과 품절은 수집가들의 늪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물건이 곧 사라진다는 생각이 저장 강박을 부추긴다. 
전지영(38)씨는 17년 간 화장품을 모아왔다. 배우 심은하가 칼리 모델을 하다가 은퇴하면서 갑자기 그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뒤, 뜨는 화장품은 반드시 모은다. 중독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벼룩시장에서 산 구두든, 마놀로 블라닉 매장에서 집어든 신발이든, 빛나는 것은 그들의 분신이다.


독소 뺄 해독요리 현미·식초·생강‥
 
봄맞이 대청소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길었던 겨우내 방 구석구석 쌓인 먼지도 털고 가구도 옮긴다. 한결 산뜻해진 집안 풍경은 유쾌한 봄의 시작이다. 우리 몸도 비슷하다. 몸 안에 묵은 찌꺼기들을 빨리 수거해야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해독이 주목받는 이유다. 해독은 체내에 생기는 활성산소(유해산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유해성분을 막는 항산화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게 한 방법이다.

개그우먼 권미진씨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알려진 해독주스는 채소가 주재료다. 채소에는 항산화제가 많다. 해독주스만 있을까? 해독음식은 없을까? 두 전문가가 해독음식에 대해 조언한다.
해독주스를 만든 이로 유명한 대한자연치료의학회 서재걸 원장은 현미를 첫째로 꼽는다.
현미는 깔깔한 식감 때문에 정붙이기가 쉽지 않다. 유창한 영어 실력도 ABC부터 시작하듯이 현미 섭취도 초급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부드러운 찹쌀과 현미를 섞어 만든 찹쌀현미죽을 아침식사로 추천한다. 현미의 양을 점차 10%씩 늘려 우리 몸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점심에 집밥을 먹을 수 없는 직장인들은 현미밥을 도시락에 싸서 가져가길 권한다. 동료들 앞에서 주섬주섬 도시락을 꺼내는 모양새는 왠지 궁색해 보인다. 부끄러움은 잠시뿐, 어느 틈에 고운 피부를 자랑하게 된다.
 
간 해독에 좋은 현미밥
해독은 간에서 시작한다. 현미는 용왕이 탐낸 간의 해독에 좋다. 서 원장은 현미밥 반 공기와 된장국, 삶은 양배추를 사흘간 먹은 뒤 비타민C 1g을 보충하는 방법도 권한다. 된장국이나 된장찌개, 청국장 등은 해독의 특효인 발효식품이다. 비타민은 사과, 포도, 매실차(매실원액과 물을 1 대 1로 탄 것)를 먹어 섭취한다. 
해독에는 조리법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몸 밖에서 으깬 것을 먹느냐, 몸 안에서 으깰 것이냐 선택해야죠.” 그가 만든 해독주스는 채소 몇 가지를 삶는다. 삶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도 한다. “생채소의 우리 몸 흡수율은 5%, 많아야 10%지만 삶으면 60%로 올라가요. 비타민C가 조금 파괴되더라도 좋은 영양소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겁니다.” 해독에는 흡수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식초도 우리 몸에 잘 흡수되는 식품이라고 한다. 식초와 물을 1 대 1로 섞어 30㏄ 정도를 매일 먹으면좋다. 매실이나 3개월 이상 발효된 식초는 우리 몸 해독에 자주 등판하는 선수들이다. 생강도 만만치 않은 선수다. “위도 근육입니다. 헐고 상처가 많으면 안 좋아요. 위축성위염(위의 점막이 만성염증으로 얇아진 상태)은 흔할 정도죠, 혈액이 잘 안 돌죠.” 생강은 우리 몸을 따스하게 해 혈류 증강에 도움이 된다. 장기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노폐물이 쌓인다.
 
어른들은 예전부터 생강을 꿀에 절여 차로 마셨다. 따끈한 차 한 잔이 건강음료였다. 찬 성질을 가진 녹차와 완전발효차인 홍차를 반씩 섞어 마시는 것도 좋다. 생강과의 울금(강황의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든 향신료)이나 피망도 좋은 해독식품이다. 
나른한 봄날 ‘핫한 해독음식’은 봄나물이나 새싹채소다. “제철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담고 있어요.” 발효식품인 고추장을 넣어 비빈 새싹채소비빔밥은 맛도 영양도 해독에도 최고봉이다. 표고버섯도 해독에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폐 해독에는 으뜸이라고 한다. “(표고버섯을) 하루 5개씩 먹는 게, 1년에 딱 한번 산삼을 먹고 밀가루 음식을 즐기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는 어떤 음식이 해독에 좋으냐를 따지기보다 해독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아는 것도 중요해요. 해독 방법이 달라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사(우리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과정) 능력은 떨어진다. 해독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피곤하다, 더부룩하다”는 생각이 들면 해독 능력이 떨어졌다고 봐도 된다. 식도, 위, 간, 십이지장, 장으로 이어지는 장기들이 잘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기는 안 움직이고 차가워집니다. 해독 기능을 멈춰요. 혈류가 잘 안 돌죠.” 몸에 찌꺼기가 쌓인다.
걷는 것은 건강에 최고다. 음악, 그림, 스포츠 등 감성적인 활동도 즐긴다. 그처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개발이 필요하다. 해독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 매일 숙제하듯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하는 한의사’ 왕혜문씨가 추천하는 해독음식도 큰 차이는 없다. “간 해독이 중요하죠. 바지락 같은 조개류나 황태가 좋아요.” 음주에 지친 이들의 구세주다. 
황사가 몰아치는 봄철에는 버섯류다. “장내의 노폐물을 빼주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신맛의 음식들은 항산화작용뿐만 아니라 항균·살균 등의 활동도 한다. 자고로 깨끗한 환경은 건강한 생활의 기초라고 했다. 음식이나 소스에 레몬즙을 넣는 방법, 고추장에 레몬즙을 살짝 뿌리는 방법 등은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도 섭취하는 묘책이다. 왕씨는 시중에서 파는 인공제품보다 생레몬을 권한다. “(하지만) 위장에 문제가 있는 이들은 피하는 게 좋죠.” 검은콩은 만능선수다. 간과 장의 해독에 좋다. 피로가 쌓이고 열이 많이 나서 피부에 종기 등이 나면 녹두나 숙주나물을 먹는 게 좋다. “열이 많으면 독이 돼요.” 톳 같은 해조류도 해독식품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당귀·구기자 같은 약재가 해독식품으로 나설 때가 있다. “혈액순환에 좋아요.” 약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차가 좋다고 말한다. 당귀는 15분 정도 끓이는 게 적당하다. 당귀 10g과 구기자 10g을 물 1.5ℓ에 넣어 같이 끓여도 된다. 
봄철 해독에 좋은 약초는 민들레란다. 왕씨는 보양도 강조한다. “몸이 튼튼하면 해독도 촉진됩니다.” 서양의 대표 해독식품은 올리브다. 요즘 우리 식탁에도 자주 등장한다. 왕씨도 조리법을 따진다. “즙을 내거나 끓여 먹는 것은 효능을 올리지만 튀김은 아니에요.” 
< 박미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