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반도와 아시아 역사가 위태롭다

● 칼럼 2015. 11. 6. 20:3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대로 수호하고 있는가?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책무를 이행하고 있는가? 나아가 현 정부의 외교안보 행보가 한반도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는가?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정치안보 갈등은 심화된다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바로 한국 아닌가?


헌법은 국가의 기본 법칙이다.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작용 원칙을 정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은 영토까지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 있다고 하고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그 책무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20일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자위대의 북한 진입시 한국의 동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견해를 내세워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를 침해하는 발언이다. 엄중한 도발적 발언이다.
그런데 회담에서 이 발언을 직접 접한 한민구 장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회의 석상에서 적극 반박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직무 유기다. 국방장관은 군사력으로 영토를 방어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타국과의 외교협상에서도 영토와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영토’ 문제가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 국가라면 이미 계획되었던 정상회담도 취소하거나 연기할 만한 사안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회담을 추진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을 거부하는 아베 정부에 ‘그러면 오찬 없이 30분이라도 만나자’고 애원을 한 것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진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 하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갈수록 태산이다. 한국 정부가 동의해주어야 일본 자위대가 북에서 군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동의를 받으면 자위대가 군사활동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언제부터 대북 군사활동이 “한·미·일 협력” 사안이 되어 버젓이 한-일 국방장관회담 공동보도문에 들어가게 된 것인가? 시나브로 일본까지 끌어들여서 대북 군사작전을 논의하는 상황까지 갔고, 한·미·일 3국 국방장관회담뿐만 아니라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라는 기구까지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역사문제는 이제 그만두고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라고 재촉하니 일사천리다.


그런데 그 협력의 지향점이 위태롭다. 박 대통령은 방미 중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강연에서 한-미 동맹이 한반도 남녘에서 많은 기적을 이끌어낸 것처럼 “이제 그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에 지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부시 정부에서 들고나왔다가 폐기처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도 맞지 않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의 “평화적 달성”이 어떠한 내용인지는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의 평화협정 제안을 냉정히 거부한 데서도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을 남중국해까지 끌어들였다.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무력행사를 자위대가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일본을 본받으라는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구한말 일본군을 끌어들인 정도가 아니다. 한반도와 아시아 역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좌지우지하려 할 것이 아니다. 오늘이 후세에 어떤 역사로 기록될지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 서재정 -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



[1500자 칼럼] 가고 싶은 길

● 칼럼 2015. 10. 30. 19:3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어려운 결단을 했다. 마침내 포트 호프(Port Hope)를 떠나고자 한다. 이곳은 내 생애에 가장 오래 살아온 곳이자, 내 자식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라 고향인 셈이다. 정작 은퇴를 하고도 이곳을 떠나지 못한 명분이 있었다. 생업에 매여 즐기지 못한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심과 아들네가 사는 오타와를 왕복하기 쉽다는 편리함이 주요인이었다. 비록 그렇다 해도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수시로 갈등하며 망설여왔는데 이제는 때가 되었는지 더 이상 아무 것도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눈에 밟히던 귀여운 손주들도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더 늦기 전에 나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을 뿐이다.
 
우연히 이곳에 코너 스토어를 사게 되었을 때만 해도, 1년만 살고 다시 토론토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그 긴 세월을 이곳에서 지내게 될지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사올 때만해도 도시와 시골의 교육제도에 대한 선입견으로 염려가 앞섰었다. 그것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정작 문제는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에 있었다. 이 아름다운 작은 시골 마을에 마음 붙이기가 힘이 들었다. 당시 30대 중반인 나는 양 날개를 힘껏 펴고 하늘을 날고 싶었던 때였다. 헌데 마치 또 다시 이민을 온 셈이라 몹시 절망에 빠져들며 외로웠던 것이다. 미지의 섬으로 귀양을 온 듯 마음이 휘청댔다. 결국 시골아줌마로 적응하는데 5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내가 희망 포구(Port Hope)라고 부르는 이곳은 경치가 아름답고 역사 깊은 작은 마을이다. 백여 년의 역사를 담은 건물들이 마을을 고풍스럽게 만들어 준다. 온타리오 호수와 마을을 가로지르는 가나라스카 강둑에서 무지개송어와 연어를 낚을 수 있고, 보랏빛 라일락 꽃이 만발한 멋있는 마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가파른 언덕길이 여러 곳에 나있다. 남빛의 푸른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살랑대고, 어둠을 밝히는 한여름 밤의 밝은 달빛과 빛나는 별들을 머리 위에서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땐 호수길을 벗삼기도 하고,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산책을 나설 수도 있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때문에 아침잠을 설쳐야 하는 호젓한 곳이기도 하다.

모처럼 나를 찾아온 지인들은 이구동성 이곳의 조용함과 평화스러움에 감탄하며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을 표한다. 짓궂은 친구는 도(道)를 얼마나 닦았느냐고 물으며 놀려대기도 한다. 만약에 인간이 안이함과 적막함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일 것이다. 억지로 내키지 않는 모임에 갈 필요도 없고, 귀찮은 전화도 반갑지 않은 손님도 없다. 나와 나의 가족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충만하게 살아가기엔 고독과 싸워 이겨야만 했다. 마음을 나눌 벗들이 모두 도시에 있어 자주 만날 수가 없었기에 정작 내겐 우리라는 둥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곳은 은퇴 후 도회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사온 주민들이 많다. 허나 나는 그 반대다.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을 접고 살아온 곳이라 이제라도 그간에 잃어버린 삶을 다시 찾으려면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 훈훈한 사람냄새와 다양한 삶을 접하여 생기를 되찾으며 비록 인간공해로 잠 못 드는 밤이 생길지언정 나 홀로보다는 우리 속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추억의 나래를 펴며 오후 산책을 나선다. 4월이면 무지개송어가, 9월이면 연어가 산란기를 맞아 알을 낳으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댐에 이르렀다. 근래에는 이곳이 관광코스의 하나가 되어 방문객이 빽빽이 들어서있다. 한창 연어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댐을 넘으려 높이뛰기를 하고 있다. 이게 웬일인가. 수산청에서 마련한 통로를 찾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곳에서 높이뛰기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길인데도 길게 줄까지 서있다. 마치 사기꾼에게 걸려든 어리석은 사람들 같다. 그 모습은 기실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어쩌면 지금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이 길 역시 최선의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나는 이 길을 선택하련다. 더 늦기 전에 떠나리라.

< 원옥재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



[칼럼] 한심한 외교안보 진용 책임 물어야

● 칼럼 2015. 10. 30. 19:2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외교·안보 진용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일은 차치하고 최근 불거진 사안만 보더라도 도저히 그냥 가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전면적인 인적 쇄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먼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행태는 무능력과 무책임의 극치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언론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19일 국회에서 말했다. 이는 상대 말뜻도 알아채지 못하는 무능력의 고백이 아니라면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무책임한 태도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그런 면(국제규범과 법의 준수)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공개 주문했으며, 대부분 이를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했다. 게다가 윤 장관은 21일 어떤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라고 말을 바꿨다가 얼마 뒤 실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관 수준이 이 정도인데 외교가 잘될 리 없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 무산과 관련한 책임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국방부 장관으로 있던 2013년 9월 차기전투기(F-X)의 기종 결정을 앞두고 국회에 나와 “(핵심기술 이전을 포함해) 어떤 것도 다 장관 책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안과 관련해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며칠 전 물러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본인이 쉬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관진 실장을 보호하는 것이 18조원이 걸린 전투기 사업의 성패보다 중요한 건지 묻고 싶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방미에 따라가 미국 쪽에 핵심기술 이전 얘기를 꺼냈다가 바로 거부당한 것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인 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 방위상이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자위대의 북한지역 활동 여부를 두고 ‘한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그의 책임이 크다. 국방부는 이 발언을 숨겼다가 다음날 들통났다. 역시 국민을 속이려 한 행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마다 책임 문제가 거론됐으나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모순이 누적된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 더 큰 ‘외교·안보 참사’가 닥친다면 어떻게 할 건가.



[칼럼] 뭐가 구려서 ‘비밀 TF’ 까지 꾸렸나

● 칼럼 2015. 10. 30. 19:2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추진하는 비밀 TF를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관련 업무의 증가 때문에 역사교육지원팀 인력을 한시적으로 보강했을 뿐”이라며 비밀조직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해명이 어설플뿐더러,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공론을 거쳐 가장 투명하게 진행해야 할 교과서 편찬을 그렇게 비밀작전 벌이듯 추진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뭐가 그리 켕기는가. 우선, 교육부 해명대로 인력보강 차원이라면 구성 자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TF 단장을 맡은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은 정식 발령이나 파견이 아닌 ‘출장’ 형태로 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TF를 구성하더라도 최소한의 인사 절차는 따르는 게 정상인데 ‘국정화 TF’는 그 기본을 어겼다. TF 사무실을 교육부가 있는 세종시가 아닌 서울의 국립국제교육원에 둔 점도 수상쩍다. TF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의도가 역력하다.


문제는 국정교과서처럼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몰래 추진해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정부의 금융실명제처럼 극비리에 추진해야 하는 정책도 있긴 하지만, 교과서 편찬은 그런 유의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진과정을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국정교과서 추진을 계속할지 아니면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의 자세일 것이다.


TF를 숨기려는 이유는, 새정치연합이 입수한 ‘TF 운영계획과 업무분장’ 문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이제까지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추진은 교육부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상황관리팀 업무로 ‘BH(청와대) 일일점검회의 지원’이란 항목이 문서에 적혀 있다. 청와대가 직접 국정화 작업 추진을 챙겨왔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추진의 주체임을 왜 자꾸 숨기려 하는지 참으로 해괴하다. 지난주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식으로, 정당하지 못한 일을 추진하려니 자꾸 뒤로 숨기려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문서에 나온 ‘언론동향·온라인동향 파악’ ‘기획기사 언론 섭외, 기고·칼럼자 섭외’ 등의 업무내용은 TF 구성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여론 조작’이 TF의 진짜 목적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러니 떳떳하게 기구를 공개해서 활동할 수 없었을 테다.


여론이란 TF따위로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 대통령은 개인 신념을 고집부려 애꿎은 공무원들로 ‘비밀 TF’를 꾸릴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여론에 따라 국정화를 취소해야 한다. 퇴행적 국정화 작업은 그 어떤 ‘비밀작전’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