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아네스빌 골프장, 내년 1월부터 일제 차 통행 제한

“노재팬은 용기, 기업의 자유” 칭송, 일부에선 “불편 커”

 

            김제 아네스빌 골프장

 

전북 김제의 한 골프장이 내년부터 모든 일제 차량의 출입을 막기로 하자 누리꾼 사이에 갑론을박이 나온다.

 

전북 김제시 황산면 아네스빌골프장(9홀)은 지난 1일 누리집에 ‘일본산 차량 출입금지 실시 공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내 골프장에서 일제 차량의 출입을 전면 제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쪽은 이 글에서 “2022년 1월1일부터 도요타·렉서스·혼다 등 일제산 모든 차량의 골프장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시행하는 목적에 대해 “일제의 핍박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신 조상들의 공로를 잊지 말자는 취지이며,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개인기업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아네스빌골프장은 고객들에게 “저희 회사의 소신을 응원해주고 응원하지 않더라도 침묵으로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일제산 차량으로 출입하면 골프장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고, 골프백을 내려주지도 않는다고 공지했다.

 

                    김제 아네스빌 골프장에서 내년부터 일본산 차량 출입금지를 알리는 내용.

 

골프장 쪽은 장기적으로 일본산 골프카트도 국내산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내부적으로 직원들 내에서는 일본상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이어가기로 했다. 골프장 쪽은 오래전부터 일본상품 불매운동(노재팬) 참여를 고민해오다 최근 이런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영에 부담될 수도 있지만, 일제 차량의 출입금지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늦게라도 일본상품 불매운동(노재팬)에 나선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이유가 어떻든 안 받겠다는 것은 기업의 자유”라는 긍정적 견해와 “손님의 출입을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용객의 불편이 클 것이다. 안 가면 그만 아니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3일 오후 1시30분 기준 누리집에서 조회 수가 1만3600여회가 넘어서고 있다. 박임근 기자

"추가 물증 나오면 또 진술 바꿀 것" 전망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창구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피의자로 나와 조사받았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고발장 제보를 받았지만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은 아니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이날도 되풀이했다. 전날 공수처에 출석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역시 ‘제보를 받았는데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발장 송수신 당사자로 지목된 두 사람이 서로 말이라도 맞춘 듯 실체도 불분명한 ‘성명불상 제보자’를 들고 나온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공수처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4월3일 고발장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자와 제보 경위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고발장을) 누구에게 줬는지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전혀 기억 안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발장을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통화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손준성 검사도 김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손 검사는 이 사건이 불거진 지난 9월 초부터 ‘고발장 전달 및 작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이어 2일 공수처 조사에서 ‘반송’ 논리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정보를 담당하는 자신에게 누군가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을 제보해왔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되돌려 보냈는데, 어떤 경로를 거쳐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혀 모르는 일’에서 ‘제보 받은 고발장을 돌려 보냈을 수 있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손준성 검사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두 사람이 직접 통화하거나 만나진 못했겠지만 그간 보도된 내용이나 상대방 주장을 살펴가며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물증이 나오면 이에 맞춰 또 진술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최초 고발장 전달자가 손준성 검사란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지난 9월30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며 ‘손준성 보냄’으로 표시된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공수처는 김 의원과 조성은씨 통화 녹취파일을 근거로 김 의원이 언급한 “저희”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조씨와 통화하며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등의 말을 했다. 공수처는 지난 9월 압수한 김 의원 스마트폰을 포렌식했지만 유의미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의원은 6개월 간격으로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밝힌 바 있다. 전광준 기자

COP26 성과 중간 평가

삼림파괴 중단 이어 메탄감축, 두 가지 합의는 의미있는 성과

탄소중립·석탄발전 중단시점은 선진국-개도국 간극 여전히 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 인류와 기후변화의 싸움을 축구로 말한다면 5-1로 지는 게임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세계에서 모인 120명의 정상들과 함께하며 우린 한 골, 아마 두 골을 만회했다.”

 

2일 오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둘째 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 연단에 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금 지친 듯한 표정이었다. 연단 배경에 영국 국기와 유엔기를 두고 회견에 임한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의 설명대로 총회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세계 각지의 삼림 파괴를 중단한다는 것과 메탄 배출을 30% 감축한다는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2주에 걸쳐 상세한 내용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종말의 날로 가는 시계는 여전히 재깍대고 있지만, 우리에겐 폭발물 처리반이 있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이 평가대로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삼림 파괴와 메탄 배출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합의를 이뤄냈다. 삼림 파괴와 관련해선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로 국제적 비난을 한 몸에 받아온 브라질의 동참 약속도 끌어냈다.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지구온난화 효과가 강한 메탄 배출과 관련해서도 105개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유엔 총회 때 이 안을 공개했을 때 9개국이 서명했지만, 현재는 80개국을 넘어 100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각국 정상들이 쏟아낸 말을 모아 보면, 최종적인 회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회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은 참가국들이 ‘탄소중립’의 달성 시점과 관련해 획기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한국·미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들은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과감히 상향 조정하며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다시 10년 늦은 2070년을 목표로 내놓는 데 그쳤다.

 

둘째 쟁점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발전의 중단 시점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은 2030년, 후진국은 2040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전체 전력 생산의 70~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연설에서 석탄 발전과 관련해선 ‘2050년’이라는 목표를 내놓는 데 머물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탄소 감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탄소 감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약 118조원)의 자금을 모으기로 했지만, 2019년 현재까지 쌓인 돈은 769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 점을 문제 삼으며 “선진국들의 약속은 공허했다”고 공세를 높이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진국들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1천억달러 자금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2025년까지 60억유로를 더 내놓겠다는 안을 밝혔다. 이번 총회를 전후해 미국(2024년까지 연간 114억달러·약 13조4700억원), 유럽연합(50억유로·약 8조2천억원), 영국(10억파운드·약 1조6천억원), 일본(5년간 최대 100억달러) 등도 비슷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인류 앞에 놓인 진정한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깊은 인식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 출석하지 않은 중·러 정상을 비난하기 바빴다. 미국은 이번 총회를 활용해 기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별도 회의를 개최하며 중국 견제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3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겨냥해 “수십년에 걸쳐 개도국들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고 석탄에 의존하는 인프라에 가둔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은 이 같은 비판에 자신들의 논리로 강하게 맞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서구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않고, 기후변화의 책임을 중국·인도 등 개도국에 전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해수면 아래로 잠기는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기후변화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길윤형 기자

누리호발사조사위 구성 첫 회의

압력 저하 원인 다각도로 조사중

 

지난달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2발사장에서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1일 발사돼 위성의 최종 궤도 안착에는 실패한 누리호의 3단 조기 연소 원인은 산화제 탱크 압력 저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압력이 떨어진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3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누리호 3단 엔진의 연소 시간이 애초 계획된 531초보다 46초 짧은 475초에 종료된 것은 산화제 탱크 압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3개 추적소(나로우주센터, 제주, 팔라우)에서 계측한 2400여개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가는 과정에 “누리호가 1단 및 2단 비행 때는 추진제 탱크 압력과 엔진이 정상 운용된 듯 하지만 3단 비행구간에서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저하되면서 엔진 추력과 가속도가 낮아져 엔진의 연소가 정지된 것으로 추정할 만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는 누리호 연구개발의 주축인 항우연 연구진을 중심으로 누리호 개발을 자문해온 전담평가 위원들과 외부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됐다.

 

발사조사위원회는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이 저하된 원인으로 산화제 탱크 및 배관·밸브의 기밀이나, 산화제 탱크 압력을 제어하는 센서류 등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위 위원장을 맡은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이달 초 항우연 내부 검토회의를 열어 각 담당자들이 분석한 상세 비행 데이터 결과를 논의하면서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을 낮아지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구체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