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재개발지구서 한글 금속활자 등 1600여점 발굴]

 

조선 초기 도성 안 민가 터에서 총통, 물시계 주전 등과 함께 발견

크기별로 대·중·소·특소로 나뉘고 훈민정음 창제 직후 표기법도 확인

일부는 서양 최초보다 수십년 앞서 갑인자 추정 한자활자도 다량 출토

 

            발굴 전시된 유물들

    한글 금속활자의 세부 모양.

 

“한국 인쇄문화사에 획 긋는 발견”

“이건 조약돌이 아니라 금속활자입니다!”

 

이달 1~2일 서울 인사동 피맛골 재개발지구 유적을 발굴하던 수도문물연구원 조사단원들은 예상치 못한 발견에 입을 쩍 벌렸다. 16세기 민가터 땅속에서 화약무기 총통과 함께 드러난 도기 항아리 옆구리 구멍 사이로 조약돌 모양의 덩어리 몇개가 삐져나왔는데, 씻고 살펴보니 광택 나는 금속활자로 드러난 것이다. 항아리 안 내용물을 뜯어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600여개의 금속활자가 들어차 있었다.

 

그 뒤 전문가들이 감식했더니, 1446년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즈음해 쓰인 것으로 짐작되는 조선 초기 세종~세조 대의 한글 금속활자 실물과 세종 대인 1434년 만든 한자 금속활자본의 걸작 ‘갑인자’로 추정되는 활자 실물이 처음 출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활자들 일부는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1450년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 활판인쇄를 시작한 때보다 수십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기에 만들어진 한글 금속활자 소자. 기록만 전해지다 이번 발굴에서 최초로 실물이 확인됐다.

              *한글 연주활자.

 

문화재청은 최근 수도문물연구원이 조사해온 서울 인사동 79번지 ‘공평구역 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나 지역)’의 16세기 건물터에서 항아리에 담긴 15~16세기 세종~중종 시기 금속활자 1600여점이 발견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세종~중종 대 쓴 것으로 보이는 자동 물시계의 시보 장치 부품인 ‘주전’(籌箭)과 세종 때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의 부품들, 중종~선조 때 화기인 총통류 8점, 동종(銅鐘) 1점 등도 같은 유적에서 함께 발굴됐다고 덧붙였다.

 

              *세종 때 만든 갑인자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들. 크기상 소자(小字)에 해당한다.

 

    *도기 항아리 내부를 채운 금속활자들. 출토 당시의 모습이다.

 

역사적 가치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출토품은 한글 금속활자 실물들이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 직후인 15세기 중반기에 한정돼 쓰인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 실물들이 처음 확인됐고, 크기별로 대·중·소·특소로 나뉜 다양한 크기의 활자들이 고루 출토된 점 등은 획기적인 성과로 보인다. <동국정운>은 1448년 세종의 명으로 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조선 최초의 표준음 관련 서적으로, 중국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쓰인 ‘ㅭ’, ‘ㆆ’, ‘ㅸ’ 등의 <훈민정음> 초기 글자들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두 글자를 한 활자에 연결 표기해 토씨(어조사) 구실을 하게 한 희귀본 연주활자(連鑄活字)들도 10여점이 나왔다.

 

 *물시계의 시보를 작동시키는 주전 부품들. 이번 발굴로 처음 실물이 출토되었다.

                                           *‘일성정시의’의 주요 부품인 ‘주천도분환’.

    *물시계의 중요 부품인 주전. 처음 확인되는 실물이다.

 

한자활자의 경우 현재 가장 이른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대의 ‘을해자’(1455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20년 이른 세종대 ‘갑인자’(1434년)로 추정되는 활자가 다량 확인됐다. 백두현 경북대 교수와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인쇄문화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한글활자와 세종이 만든 한자본 갑인자의 실물이 처음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국 인쇄문화사에 획을 긋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도기 항아리에서는 금속활자와 함께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이 잘게 잘려진 상태로 출토됐다. 주전은 1438년(세종 20년)에 제작된 흠경각 옥루이거나 1536년(중종 31년) 창덕궁에 설치한 보루각의 자격루로 추정된다.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 실체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항아리 옆에는 역시 세종 대 제작품으로 추정되는 주야간 천문시계 ‘일성정시의’의 주요 부품들이 나왔다. <세종실록>을 보면, 낮에는 해시계,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한 기기로, 1437년(세종 19년) 4개의 기기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와 동종이 땅속에서 드러난 모습.

                             *출토된 승자총통.

 

소형화기로는 승자총통 1점, 소승자총통 7점이 나왔다. 명문을 판독한 결과 계미년 승자총통(1583년)과 만력 무자년 소승자총통(1588년)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해시계 아랫부분에서 용 손잡이인 용뉴를 비롯한 여러 점의 동종 파편들도 함께 나왔다. 종 몸체엔 1535년(중종 30년) 4월에 제작됐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출토 지점은 종로2가 네거리 북서쪽이다. 중부 견평방에 속했던 도성 안 중심으로, 평민들이 살았던 상가 지역으로 추정된다. 이런 민가터에 일반인이 지닐 수 없는 금속활자 등의 고급 유물과 무기류가 왜 무더기로 묻혔는지는 명확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오경택 연구원장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과 시기상 가까워 전란을 맞으면서 가치 있는 금속제 유물들을 묻어두고 피난 갔다 회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노형석 기자

폴란드, 30년 시효 적용 법안 통과에

이스라엘 “심각한 실망감” 대사 불러

 

   폴란드에 보존되어 있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모습. AFP 연합뉴스

 

폴란드와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학살) 희생자 재산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적으로 충돌했다. 최근 폴란드 하원이 폴란드 홀로코스트 희생자 약탈 재산 문제에 대해, 최장 30년 시효를 적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 법안이 최종 확정되면 폴란드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와 유족이 보상 또는 배상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27일 주이스라엘 폴란드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폴란드 하원이 통과시킨 이른바 ‘행정절차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매체는 전했다. 폴란드 외교부도 28일 폴란드 주재 이스라엘 대리대사를 불렀다. 폴란드 외교부는 전날인 27일 “일부 이스라엘 정치가들이 국내 정치 목적으로 이 사안을 악용하고 있다”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폴란드 <피에이피>(PAP) 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하원은 지난 24일 행정 결정 공표 뒤 최장 30년이 지나면 해당 행정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행정절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통과 뒤 대통령 서명이 끝나면 법안은 시행된다.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에는 유대인 300만명 이상이 거주했는데, 대다수가 나치 독일의 폴란드 점령 때 재산을 빼앗기고 학살당했다. 1939~1945년 나치 점령 때 폴란드에서 600만명가량이 살해됐고 절반 정도가 유대인으로 추정된다. 나치 독일 패전 뒤 폴란드에는 공산 정권이 들어섰고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재산은 국유화됐으며, 빼앗긴 재산을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1989년 폴란드 공산 정권이 붕괴한 뒤에나 배상 청구 등을 시도라도 할 수 있었는데, 30년 시효까지 적용되면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앞서 행정절차법 개정안이 폴란드 하원을 통과한 지난 24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은 폴란드 새 법안은 “끔찍한 부정의”라며 “어떤 법률도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다음날인 25일 “폴란드는 즈워티(폴란드 통화)든 유로든 달러든 간에 독일의 범죄에 대해 돈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폴란드 집권당인 극우 성향 ‘법과 정의당’은 홀로코스트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범죄이고 폴란드인들도 당시 학살당했으며 폴란드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폴란드에도 부역한 이들이 있었으니 책임이 있다고 본다. 최근 몇년 동안 이스라엘과 폴란드는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해왔다. 조기원 기자

 

캐나다 ‘49.5도’, "이게 실화냐?"…최소 69명 사망

● WORLD 2021. 6. 29. 03: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평균 16.4도’에서 3배 높은 기록, 기온 측정 이후 100여년 만의 최고

밴쿠버에선 평소 사망자 2배 발생…미 서부 오리건·워싱턴도 불볕더위

‘최고 수준’ 가뭄 경고, 산불도 시작 “온난화로 폭염이 더 길고 잦아져”

 

    거리의 분수대에서 물을 맞으며 열을 식히는 시민들. 

 

캐나다 남서부 밴쿠버 근처의 작은 도시 리턴의 6월 일평균 최고기온은 섭씨 16.4도다. 29일 측정된 최고기온은 이보다 3배 높은 49.5도였다. 전날 기록 47.9도를 하루 만에 깬 것이다. <시엔엔>(CNN)은 이 지역에서 기온 측정이 시작된 1800년대 후반 이래 100여년 만의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북위 50도 이상 지역에서 측정된 온도 중 가장 높은 기록이기도 했다.

 

이런 더위는 리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염이 북상하면서 미국 서부 연안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워싱턴주가 설설 끓고 있고, 캐나다 남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태평양 연안의 북미 서부 지역은 냉방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맑고 건조한 기후가 특징인데, 유례를 찾기 힘든 폭염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가 동나고 더위를 먹은 시민들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밴쿠버 지역에서는 폭염 시작 뒤 사망자가 평소의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폭염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급증했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가 대다수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검시관은 “평소 나흘 동안 130여건의 사망신고를 받는데, (폭염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는 최소 233명의 사망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캐나다 <시티브이>(CTV)가 전했다.

 

폭염은 일상생활과 방역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밴쿠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가 문을 닫았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명물인 노면전차는 전선이 녹으면서 운행을 잠시 중단했다. 일부 야외수영장은 폭염으로 문을 닫았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폭염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가뭄감시기구(NIDIS)는 지난 24일 미 서부 지역의 절반(49.7%)이 극심하거나 예외적인 최고 수준(D3, D4)의 가뭄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더위가 본격화하는 7월 말부터 산불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벌써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1만3300에이커를 태웠다. 미 전역으로 보면 12개 주에서 48개 대형 산불로 66만1400에이커가 불탔다. 미 국립기상청은 돌풍과 낮은 습도에 대비하라며 이 지역에 적색 깃발 경보를 발령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폭염을 기후변화의 결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북미 서부에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미 북부와 캐나다까지 북상하면서 발생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기후학자 마이클 맨은 <뉴욕 타임스>에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더 덥고 길고 잦아졌다”며 “현재 폭염은 연평균 6회로 1960년대보다 3배 더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열돔의 강도는 수천년에 한번꼴로 발생할 정도인 통계적으로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이런 예외적인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캐나다 밴쿠버까지 덮친 폭염…최소 69명 사망

27일부터 46.6→47.9→48.9℃…사흘 연속 최고 기록 경신 예상

  

북미 서부를 강타한 기록적 폭염에 캐나다 서부에서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캐나다 연방경찰(RCMP)은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 인근에 있는 도시 버너비와 서리에서 하루 동안 사망자가 이같이 발생했으며, 대부분은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RCMP 측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다수의 사망 원인에는 더위가 일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턴 지역의 온도는 화씨 118도(섭씨 47.9도)를 기록해, 이틀 연속으로 캐나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 예보 전문가들은 다음날인 30일 온도가 화씨 120도(섭씨 48.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 최고 기록이 사흘 연속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앨버타주와 유콘, 매니토바, 서스캐처원 등 북서부주 일부에 "길고 위험한 폭염이 이번 한 주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역시 경보를 내리며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에 머무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AFP는 기후 변화 때문에 기록적인 더위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오리건주 등 태평양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 닥친 무더위는 더운 공기가 고기압 때문에 정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49.5도' 불가마…캐나다 사상 최고 기온 경신

 

    지난 27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의 한 공원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리턴 지역 기온이 29일 오후 섭씨 49.5도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이날 트위터에 "오후 4시20분 리턴 관측소의 기온이 49.5도(화씨 121도)를 나타내며 3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사상 최고 기온"이라고 밝혔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리턴 지역은 전날인 28일에도 47.9도까지 오르면서 최고 기록을 세웠었다.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초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등 북서부 태평양 연안지역, 더 북쪽인 캐나다 지역까지 전례 없는 폭염이 강타했다.

 

보통 이 시기 평균 기온이 20도 중반 정도로 크게 덥지 않았던 북쪽 지역에서까지 이례적인 폭염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에서는 지금까지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는 전했다.

 

북미 서부에 100여년만의 폭염…경전철 · 식당 운영 중단

시애틀 42도·포틀랜드 46도…캐나다 서부도 최고기온 기록

 

     27일 미 워싱턴주 올림피아의 한 공원에서 사람들이 분수에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서부의 남쪽을 강타했던 폭염이 이번에는 북쪽으로 옮겨가면서 시애틀과 포틀랜드 등에서 연일 최고기온 새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통상 가장 더운 때인 7∼8월을 앞두고 6월부터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덮친 것이다. 이에 따라 미-캐나다 국경에서 미-멕시코 국경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사는 2천만여명에게 폭염경보·주의보가 내려졌다고 CNN 방송은 29일 보도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28일 수은주가 42.2도까지 올라갔다. 전날인 27일 세운 사상 최고기온 기록인 40.0도를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시애틀 남쪽에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26일 41.7도, 27일 44.4도를 기록하더니 28일에는 46.1도까지 올라가며 사흘 연속으로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포틀랜드가 속한 멀나우머카운티의 보안관실은 폭염과 관련된 도움 요청 신고전화를 여러 건 받았고 앰뷸런스는 수요가 늘면서 쉴 새 없이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틀랜드에서는 또 29일까지 불볕더위 때문에 고속 경전철과 전차 운행이 중단됐다. 다만 버스는 계속 운행한다. 교통 당국은 폭염 기간에는 운임을 낼 수 없는 사람도 태워주기로 했다.

 

이 도시에선 일부 야외 수영장도 영업을 접었다. 직원들이 밖에서 일하기엔 너무 더워서다.

 

시애틀에선 일부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튜브로 된 수영장에서 열을 식히거나 호수를 찾았다. 호텔로 피서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28일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주 빅토리아의 윌로비치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며 열을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에선 28일 기온이 47.5도까지 올라가며 캐나다에서 관측된 기온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턴은 그 전날에도 46.7도를 기록하며 중동의 아부다비보다 더 더웠다.

 

이들 지역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것은 1800년대 후반으로, 이는 다시 말해 이번 폭염이 100여년 만의 일이라고 CNN 기상 예보관 마이클 가이는 말했다.

 

폭염은 29일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틀랜드의 경우 이날 낮 최고기온이 33.9도까지 떨어지며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는 평소의 23∼24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높은 것이다.

 

오리건·워싱터주 동부의 시골에선 불볕더위가 더 이어져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아이다호주의 주도 보이시에서는 29일 또는 30일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 보이시 지부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600명이 넘는 사람이 더위 때문에 사망한다. 당신에게도 이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후 과학자 마이클 맨은 기후 변화가 폭염을 더 빈번하고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구를 더 덥게 하면 극단적인 폭염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 캐나다 태평양 연안 44.4℃…기록적인 ‘폭염’

기록적인 열파가 미국·캐나다 태평양 연안에 몰아닥친 가운데 28일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 주민들이 40도가 넘는 폭염을 피해 ‘쉼터’를 찾아 쉬고 있다. 포틀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오리건, 워싱턴,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리건의 주도 살렘은 27일) 전례없는 열파가 몰아닥치며 수은주가 섭씨 44.4도(화씨 112도)까지 치솟아, 기록이 작성된 1894년 이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오리건의 포틀랜드와 유진도 이날 나란히 사상 최고인 섭씨 43.3도(화씨 110도)를 기록해 바로 전날(섭씨 42.2도, 화씨 108도)기록했던 사상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 포틀랜드에서는 폭염 때문에 이날 오후 필드·트랙 경기가 중단됐다.

 

워싱턴의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도 이날 섭씨 39.4도(화씨 103도)로 사상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시애틀의 경전철은 폭염으로 레일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우려해 속도를 줄여 운행됐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도 전날 수은주가 섭씨 43.2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의 주민이 28일 공공 풀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포틀랜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들 지역은 대체로 온화한 기후 지역이어서 냉방시설이 없는 집이 많다. 시애틀 등에서는 공공 도서관 등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쉼터’로 용도 변경해 운영했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렸던 실내 집합금지 규정도 완화했다.

기록적인 열파는 내륙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이다호 주도인 보이시는 이번 주 적어도 7일 이상 화씨 100도(섭씨 38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들 지역의 폭염은 뜨거운 고기압이 이 지역에 머무는 열돔 현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날씨의 패턴이 달라지고 폭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병수 기자

‘정치’ 때문에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

문 대통령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아쉽고 유감”

“감사원법의 정치적 중립성 취지 안맞아” 비판 쏟아져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를 6개월 남긴 최 원장이 향후 대선 가도에 뛰어들 경우 그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로 직행하는 첫 감사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시간 만에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최 원장은 28일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또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원장은 대선 출마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삼갔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등판은 시점의 문제인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문 대통령 “최재형,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정치권에 입문하려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은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이 최 원장의 사의 표명 당일 의원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감사원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 등은 모두 국무총리를 거치며 유예기간을 뒀다. 감사원이 지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살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중도사퇴한 것은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 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때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기를 보장했었다”고도 덧붙였다.

 

최 원장이 월성 원전 경제성 감사, 김오수 감사위원 선임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겪은 불화가 정치 입문의 명분으로 거론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더욱 더 정치권과 거리를 둬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2조를 앞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결과적으로 보수 야권 내 지지 기반을 마련한 행보가 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내부서도 “실망”…송영길 “내로남불의 결정판”

 

최 원장 사퇴설에 ‘설마’하며 반신반의하던 감사원 내부에서는 최 원장이 결국 자리를 던지고 나가자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소신 있고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절대 안 했던 분이어서 (이번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출마 선언까지 한다면 실망할 것 같다”며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업무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그것으로 국민한테 인기를 얻어 정치적 발판을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은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서 열린 ‘경북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 사표를 내고 대통령 선거에,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최 원장이 과거 청와대가 추천한 ‘김오수 감사위원’을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렇게 거절한 본인이 감사원장 그만두고 야권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선 초읽기에 들어간 최 원장의 정치권 입문을 반기고 있다. 최근 ‘윤석열 엑스(X)파일’ 등 검증 논란이 확대되면서 ‘윤석열 대체재’로서 그의 몸값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 원장에 대해서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고,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환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최 원장은) 아주 맑고 고운 분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으로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추어올렸다.

 

그러나 최 원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것인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직행’ 부담감 때문에 당분간 당 밖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치적 기반이 부족하고 인지도·지지율 면에서 윤 전 총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여서 비교적 신속히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최대한 늦추면서 중도층을 겨냥하려 한다면, 최 원장은 먼저 입당해서 당내 1위 주자 자리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김지은 기자

 

 

청와대 ‘최재형 사퇴’에 윤석열보다 더 분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감사원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최 원장의 의원면직안을 9시간 만에 재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유감”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물러났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총장직을 던지자, 청와대는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사퇴 당시 청와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15자 입장문’을 냈던 것과 견주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감사원장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데도, 최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원장직을 내던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그 이전에 징계 등 숱한 갈등을 거쳤지만, 최 전 원장은 그런 일도 없이 중도사퇴했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이렇게 중도 사퇴를 임기 중에 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현황을 보면 15대 이회창 원장과 21대 김황식 원장이 국무총리 지명으로 중도사퇴를 한 적이 있고, 그 외에는 20대 전윤철 원장과 22대 양건 원장 등이 정권 교체와 함께 중도사퇴를 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임기를 보장해 2017년 12월까지 재직했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 사의 표명…‘정치 입문’ 질문에 답 미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돼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출근 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전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이어 “저는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심사인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구체적 행보를 구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원장의 사퇴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하며 예견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즉각 최 원장의 정치 참여가 임박했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반응이 이어졌고, 여론조사에서도 윤석렬 전 검찰총장과 함께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최 원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데 대해 감사원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치른 데다,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의 수장이 특정 정치세력의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상황이 감사원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할 때까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특별한 입장을 전하지 않고 일상 업무를 수행해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답답하고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최 원장 자신도 평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만큼 대선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 원장은 ‘사퇴의 직접적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에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제가 감사원직 계속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밝혔다. 김지은 기자

 

[사설] 궤변으로 가득한 최재형 감사원장 ‘사임의 변’

 

대선 도전 땐 ‘임기 중 정치 직행’ 첫 사례

“정치 중립” 말하며 ‘정치 참여’ 이율배반

윤석열 이어 ‘사정기관 독립성’에 큰 상처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감사원장을 그만둔 뒤의 거취와 관련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의 최근 발언과 주변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내년 3월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단 중도 사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번 뒤 대선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대선에 도전한다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권에 직행하는 첫번째 감사원장이 된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이 명시한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은 최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둔 감사원장이 곧바로 정치권에 직행하거나 대선에 도전한 전례는 없다.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원장, 서울시장에 도전한 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간 경우다.

 

최 원장 스스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랬으니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흐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참여 발표를 좀 늦춘다고 해서 그 부적절성이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임기 종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최 원장이 밝힌 ‘사임의 변’은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중도 사퇴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 탓으로 돌린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논란을 빚어낸 당사자가 할 소리는 더욱 아니다. 현직 감사원장을 대선 후보로 집요하게 거론하는 야당에 대해 그가 한번이라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그를 둘러싼 ‘거취 논란’은 신속하게 정리됐을 것이고, 일련의 감사들에 대한 중립성 시비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직전 원장의 대선 참여야말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그가 자신의 말처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한다면 자중자애하는 게 마땅하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직무상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자리마저 거침없이 내던지는 이가 국가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남은 임기 동안 맡은 바 직분을 충실히 다하는 것이었다.

 

임기제인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정치의 길로 들어선 데 이어, 감사원장마저 임기 도중 사퇴하는 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그가 공직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대선 출마의 뜻을 접는 게 도리일 것이다.

 

‘좌천’ 후배검사들에 전화 걸어 “다음 기회 보자”고 벼른 윤석열

”사실상 정치인이 인사 관련해 검사들에 전화걸어 부추겨 부적절” 비판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 자신과 가까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표된 검찰 중간급 인사에서 좌천한 일부 간부들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것인데, 대선 출정식을 앞둔 상황에서 현직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관련해 반발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전 총장은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후배 검사들에게 지난 26~27일 전화해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차장·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652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냈는데, 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팀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다.

검찰 내부에선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로 이른바 ‘정치검사’들을 정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들에게 연락해 ‘자리를 지켜라. 다음 기회를 보자’며 사실상 반감을 부추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위로 전화를 한 것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에서 일하는 한 평검사는 “곧 공식 출마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정치인인데 검찰 간부에게 전화해 인사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검찰 재직 시절 ‘보스 리더십’을 발휘해온 윤 전 총장이 검찰 밖에서도 자신의 계보를 챙기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평검사 또한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 ‘윤석열 계보’에 들어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간부들이 있었다.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일부 검찰 간부에게 위로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이 공식 출마 선언 자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정책을 전면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낼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