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49.5도’, "이게 실화냐?"…최소 69명 사망

● WORLD 2021. 6. 29. 03: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평균 16.4도’에서 3배 높은 기록, 기온 측정 이후 100여년 만의 최고

밴쿠버에선 평소 사망자 2배 발생…미 서부 오리건·워싱턴도 불볕더위

‘최고 수준’ 가뭄 경고, 산불도 시작 “온난화로 폭염이 더 길고 잦아져”

 

    거리의 분수대에서 물을 맞으며 열을 식히는 시민들. 

 

캐나다 남서부 밴쿠버 근처의 작은 도시 리턴의 6월 일평균 최고기온은 섭씨 16.4도다. 29일 측정된 최고기온은 이보다 3배 높은 49.5도였다. 전날 기록 47.9도를 하루 만에 깬 것이다. <시엔엔>(CNN)은 이 지역에서 기온 측정이 시작된 1800년대 후반 이래 100여년 만의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북위 50도 이상 지역에서 측정된 온도 중 가장 높은 기록이기도 했다.

 

이런 더위는 리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염이 북상하면서 미국 서부 연안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워싱턴주가 설설 끓고 있고, 캐나다 남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태평양 연안의 북미 서부 지역은 냉방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맑고 건조한 기후가 특징인데, 유례를 찾기 힘든 폭염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가 동나고 더위를 먹은 시민들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밴쿠버 지역에서는 폭염 시작 뒤 사망자가 평소의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폭염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급증했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가 대다수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검시관은 “평소 나흘 동안 130여건의 사망신고를 받는데, (폭염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는 최소 233명의 사망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캐나다 <시티브이>(CTV)가 전했다.

 

폭염은 일상생활과 방역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밴쿠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가 문을 닫았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명물인 노면전차는 전선이 녹으면서 운행을 잠시 중단했다. 일부 야외수영장은 폭염으로 문을 닫았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폭염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가뭄감시기구(NIDIS)는 지난 24일 미 서부 지역의 절반(49.7%)이 극심하거나 예외적인 최고 수준(D3, D4)의 가뭄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더위가 본격화하는 7월 말부터 산불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벌써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1만3300에이커를 태웠다. 미 전역으로 보면 12개 주에서 48개 대형 산불로 66만1400에이커가 불탔다. 미 국립기상청은 돌풍과 낮은 습도에 대비하라며 이 지역에 적색 깃발 경보를 발령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폭염을 기후변화의 결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북미 서부에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미 북부와 캐나다까지 북상하면서 발생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기후학자 마이클 맨은 <뉴욕 타임스>에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더 덥고 길고 잦아졌다”며 “현재 폭염은 연평균 6회로 1960년대보다 3배 더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열돔의 강도는 수천년에 한번꼴로 발생할 정도인 통계적으로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이런 예외적인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캐나다 밴쿠버까지 덮친 폭염…최소 69명 사망

27일부터 46.6→47.9→48.9℃…사흘 연속 최고 기록 경신 예상

  

북미 서부를 강타한 기록적 폭염에 캐나다 서부에서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캐나다 연방경찰(RCMP)은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 인근에 있는 도시 버너비와 서리에서 하루 동안 사망자가 이같이 발생했으며, 대부분은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RCMP 측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다수의 사망 원인에는 더위가 일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턴 지역의 온도는 화씨 118도(섭씨 47.9도)를 기록해, 이틀 연속으로 캐나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 예보 전문가들은 다음날인 30일 온도가 화씨 120도(섭씨 48.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 최고 기록이 사흘 연속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앨버타주와 유콘, 매니토바, 서스캐처원 등 북서부주 일부에 "길고 위험한 폭염이 이번 한 주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역시 경보를 내리며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에 머무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AFP는 기후 변화 때문에 기록적인 더위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오리건주 등 태평양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 닥친 무더위는 더운 공기가 고기압 때문에 정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49.5도' 불가마…캐나다 사상 최고 기온 경신

 

    지난 27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의 한 공원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리턴 지역 기온이 29일 오후 섭씨 49.5도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이날 트위터에 "오후 4시20분 리턴 관측소의 기온이 49.5도(화씨 121도)를 나타내며 3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사상 최고 기온"이라고 밝혔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리턴 지역은 전날인 28일에도 47.9도까지 오르면서 최고 기록을 세웠었다.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초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등 북서부 태평양 연안지역, 더 북쪽인 캐나다 지역까지 전례 없는 폭염이 강타했다.

 

보통 이 시기 평균 기온이 20도 중반 정도로 크게 덥지 않았던 북쪽 지역에서까지 이례적인 폭염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에서는 지금까지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는 전했다.

 

북미 서부에 100여년만의 폭염…경전철 · 식당 운영 중단

시애틀 42도·포틀랜드 46도…캐나다 서부도 최고기온 기록

 

     27일 미 워싱턴주 올림피아의 한 공원에서 사람들이 분수에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서부의 남쪽을 강타했던 폭염이 이번에는 북쪽으로 옮겨가면서 시애틀과 포틀랜드 등에서 연일 최고기온 새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통상 가장 더운 때인 7∼8월을 앞두고 6월부터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덮친 것이다. 이에 따라 미-캐나다 국경에서 미-멕시코 국경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사는 2천만여명에게 폭염경보·주의보가 내려졌다고 CNN 방송은 29일 보도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28일 수은주가 42.2도까지 올라갔다. 전날인 27일 세운 사상 최고기온 기록인 40.0도를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시애틀 남쪽에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26일 41.7도, 27일 44.4도를 기록하더니 28일에는 46.1도까지 올라가며 사흘 연속으로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포틀랜드가 속한 멀나우머카운티의 보안관실은 폭염과 관련된 도움 요청 신고전화를 여러 건 받았고 앰뷸런스는 수요가 늘면서 쉴 새 없이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틀랜드에서는 또 29일까지 불볕더위 때문에 고속 경전철과 전차 운행이 중단됐다. 다만 버스는 계속 운행한다. 교통 당국은 폭염 기간에는 운임을 낼 수 없는 사람도 태워주기로 했다.

 

이 도시에선 일부 야외 수영장도 영업을 접었다. 직원들이 밖에서 일하기엔 너무 더워서다.

 

시애틀에선 일부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튜브로 된 수영장에서 열을 식히거나 호수를 찾았다. 호텔로 피서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28일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주 빅토리아의 윌로비치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며 열을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에선 28일 기온이 47.5도까지 올라가며 캐나다에서 관측된 기온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턴은 그 전날에도 46.7도를 기록하며 중동의 아부다비보다 더 더웠다.

 

이들 지역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것은 1800년대 후반으로, 이는 다시 말해 이번 폭염이 100여년 만의 일이라고 CNN 기상 예보관 마이클 가이는 말했다.

 

폭염은 29일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틀랜드의 경우 이날 낮 최고기온이 33.9도까지 떨어지며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는 평소의 23∼24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높은 것이다.

 

오리건·워싱터주 동부의 시골에선 불볕더위가 더 이어져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아이다호주의 주도 보이시에서는 29일 또는 30일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 보이시 지부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600명이 넘는 사람이 더위 때문에 사망한다. 당신에게도 이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후 과학자 마이클 맨은 기후 변화가 폭염을 더 빈번하고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구를 더 덥게 하면 극단적인 폭염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 캐나다 태평양 연안 44.4℃…기록적인 ‘폭염’

기록적인 열파가 미국·캐나다 태평양 연안에 몰아닥친 가운데 28일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 주민들이 40도가 넘는 폭염을 피해 ‘쉼터’를 찾아 쉬고 있다. 포틀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오리건, 워싱턴,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리건의 주도 살렘은 27일) 전례없는 열파가 몰아닥치며 수은주가 섭씨 44.4도(화씨 112도)까지 치솟아, 기록이 작성된 1894년 이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오리건의 포틀랜드와 유진도 이날 나란히 사상 최고인 섭씨 43.3도(화씨 110도)를 기록해 바로 전날(섭씨 42.2도, 화씨 108도)기록했던 사상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 포틀랜드에서는 폭염 때문에 이날 오후 필드·트랙 경기가 중단됐다.

 

워싱턴의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도 이날 섭씨 39.4도(화씨 103도)로 사상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시애틀의 경전철은 폭염으로 레일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우려해 속도를 줄여 운행됐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도 전날 수은주가 섭씨 43.2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의 주민이 28일 공공 풀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포틀랜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들 지역은 대체로 온화한 기후 지역이어서 냉방시설이 없는 집이 많다. 시애틀 등에서는 공공 도서관 등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쉼터’로 용도 변경해 운영했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렸던 실내 집합금지 규정도 완화했다.

기록적인 열파는 내륙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이다호 주도인 보이시는 이번 주 적어도 7일 이상 화씨 100도(섭씨 38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들 지역의 폭염은 뜨거운 고기압이 이 지역에 머무는 열돔 현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날씨의 패턴이 달라지고 폭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병수 기자

‘정치’ 때문에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

문 대통령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아쉽고 유감”

“감사원법의 정치적 중립성 취지 안맞아” 비판 쏟아져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를 6개월 남긴 최 원장이 향후 대선 가도에 뛰어들 경우 그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로 직행하는 첫 감사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시간 만에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최 원장은 28일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또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원장은 대선 출마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삼갔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등판은 시점의 문제인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문 대통령 “최재형,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정치권에 입문하려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은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이 최 원장의 사의 표명 당일 의원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감사원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 등은 모두 국무총리를 거치며 유예기간을 뒀다. 감사원이 지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살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중도사퇴한 것은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 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때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기를 보장했었다”고도 덧붙였다.

 

최 원장이 월성 원전 경제성 감사, 김오수 감사위원 선임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겪은 불화가 정치 입문의 명분으로 거론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더욱 더 정치권과 거리를 둬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2조를 앞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결과적으로 보수 야권 내 지지 기반을 마련한 행보가 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내부서도 “실망”…송영길 “내로남불의 결정판”

 

최 원장 사퇴설에 ‘설마’하며 반신반의하던 감사원 내부에서는 최 원장이 결국 자리를 던지고 나가자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소신 있고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절대 안 했던 분이어서 (이번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출마 선언까지 한다면 실망할 것 같다”며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업무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그것으로 국민한테 인기를 얻어 정치적 발판을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은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서 열린 ‘경북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 사표를 내고 대통령 선거에,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최 원장이 과거 청와대가 추천한 ‘김오수 감사위원’을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렇게 거절한 본인이 감사원장 그만두고 야권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선 초읽기에 들어간 최 원장의 정치권 입문을 반기고 있다. 최근 ‘윤석열 엑스(X)파일’ 등 검증 논란이 확대되면서 ‘윤석열 대체재’로서 그의 몸값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 원장에 대해서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고,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환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최 원장은) 아주 맑고 고운 분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으로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추어올렸다.

 

그러나 최 원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것인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직행’ 부담감 때문에 당분간 당 밖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치적 기반이 부족하고 인지도·지지율 면에서 윤 전 총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여서 비교적 신속히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최대한 늦추면서 중도층을 겨냥하려 한다면, 최 원장은 먼저 입당해서 당내 1위 주자 자리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김지은 기자

 

 

청와대 ‘최재형 사퇴’에 윤석열보다 더 분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감사원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최 원장의 의원면직안을 9시간 만에 재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유감”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물러났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총장직을 던지자, 청와대는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사퇴 당시 청와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15자 입장문’을 냈던 것과 견주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감사원장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데도, 최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원장직을 내던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그 이전에 징계 등 숱한 갈등을 거쳤지만, 최 전 원장은 그런 일도 없이 중도사퇴했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이렇게 중도 사퇴를 임기 중에 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현황을 보면 15대 이회창 원장과 21대 김황식 원장이 국무총리 지명으로 중도사퇴를 한 적이 있고, 그 외에는 20대 전윤철 원장과 22대 양건 원장 등이 정권 교체와 함께 중도사퇴를 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임기를 보장해 2017년 12월까지 재직했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 사의 표명…‘정치 입문’ 질문에 답 미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돼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출근 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전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이어 “저는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심사인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구체적 행보를 구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원장의 사퇴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하며 예견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즉각 최 원장의 정치 참여가 임박했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반응이 이어졌고, 여론조사에서도 윤석렬 전 검찰총장과 함께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최 원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데 대해 감사원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치른 데다,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의 수장이 특정 정치세력의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상황이 감사원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할 때까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특별한 입장을 전하지 않고 일상 업무를 수행해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답답하고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최 원장 자신도 평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만큼 대선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 원장은 ‘사퇴의 직접적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에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제가 감사원직 계속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밝혔다. 김지은 기자

 

[사설] 궤변으로 가득한 최재형 감사원장 ‘사임의 변’

 

대선 도전 땐 ‘임기 중 정치 직행’ 첫 사례

“정치 중립” 말하며 ‘정치 참여’ 이율배반

윤석열 이어 ‘사정기관 독립성’에 큰 상처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감사원장을 그만둔 뒤의 거취와 관련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의 최근 발언과 주변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내년 3월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단 중도 사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번 뒤 대선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대선에 도전한다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권에 직행하는 첫번째 감사원장이 된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이 명시한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은 최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둔 감사원장이 곧바로 정치권에 직행하거나 대선에 도전한 전례는 없다.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원장, 서울시장에 도전한 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간 경우다.

 

최 원장 스스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랬으니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흐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참여 발표를 좀 늦춘다고 해서 그 부적절성이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임기 종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최 원장이 밝힌 ‘사임의 변’은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중도 사퇴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 탓으로 돌린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논란을 빚어낸 당사자가 할 소리는 더욱 아니다. 현직 감사원장을 대선 후보로 집요하게 거론하는 야당에 대해 그가 한번이라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그를 둘러싼 ‘거취 논란’은 신속하게 정리됐을 것이고, 일련의 감사들에 대한 중립성 시비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직전 원장의 대선 참여야말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그가 자신의 말처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한다면 자중자애하는 게 마땅하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직무상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자리마저 거침없이 내던지는 이가 국가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남은 임기 동안 맡은 바 직분을 충실히 다하는 것이었다.

 

임기제인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정치의 길로 들어선 데 이어, 감사원장마저 임기 도중 사퇴하는 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그가 공직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대선 출마의 뜻을 접는 게 도리일 것이다.

 

‘좌천’ 후배검사들에 전화 걸어 “다음 기회 보자”고 벼른 윤석열

”사실상 정치인이 인사 관련해 검사들에 전화걸어 부추겨 부적절” 비판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 자신과 가까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표된 검찰 중간급 인사에서 좌천한 일부 간부들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것인데, 대선 출정식을 앞둔 상황에서 현직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관련해 반발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전 총장은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후배 검사들에게 지난 26~27일 전화해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차장·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652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냈는데, 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팀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다.

검찰 내부에선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로 이른바 ‘정치검사’들을 정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들에게 연락해 ‘자리를 지켜라. 다음 기회를 보자’며 사실상 반감을 부추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위로 전화를 한 것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에서 일하는 한 평검사는 “곧 공식 출마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정치인인데 검찰 간부에게 전화해 인사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검찰 재직 시절 ‘보스 리더십’을 발휘해온 윤 전 총장이 검찰 밖에서도 자신의 계보를 챙기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평검사 또한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 ‘윤석열 계보’에 들어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간부들이 있었다.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일부 검찰 간부에게 위로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이 공식 출마 선언 자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정책을 전면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낼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2004년 자신의 몸에 있던 기생충 표본을 들어보이는 후지타 명예교수 [교도=연합뉴스]

 

"지나친 청결은 질병", "적당하게 더러운 것이 건강에 좋다"는 등 상식과 다른 주장을 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 기생충학자 후지타 고이치로(藤田紘一郞) 도쿄의과치과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4일 흡인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요미우리신문과 지지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향년 81세.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도쿄의과치과대를 졸업한 뒤 정형외과 의국에서 근무할 때 아마미(奄美)·오키나와(沖繩) 열도에 사상충(filaria) 조사를 하러 간 걸 계기로 기생충학을 연구했다.

 

전공인 기생충학, 열대 의학, 감염 면역학의 관점에서 일본인의 과잉 청결 지향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트린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인들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원인이 기생충을 너무 많이 박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기생충이나 세균과 공생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자신의 뱃속에 조충(촌충)을 15년간 기생시켜가며 면역 연구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웃는 회충-기생충 박사 분투기'(1994), '하늘을 나는 기생충'(1996), '청결은 질병이다'(1999), '뇌는 바보, 장은 똑똑-장을 단련하자 머리가 좋아졌다'(2012) 등의 저서를 남겼다.

정부 법 개정 움직임에 "사회 무너뜨릴 것" 반발 나와

"애 DNA 검사하냐" vs "그런 시각 자체가 가부장적"

찬성진영은 인권·평등 강조…반대론자들은 전통에 호소

 

남아공의 여성들 [EPA=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일처다부제 법제화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이미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만큼 성평등 차원에서 일처다부제도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독교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B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남아공 정부가 일처다부제를 합법화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은 뒤 보수 진영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는 여론 수렴을 위해 정부 견해를 담아 발표하는 문서인 녹서(Green Paper)를 통해 일처다부제 법제화 추진 입장을 밝혔다.

 

이는 1994년 백인 소수 정권이 끝난 뒤로 혼인법과 관련한 가장 큰 개정 움직임에 해당한다.

 

남아공 정부는 이번 문서에 일처다부제뿐만 아니라 무슬림(이슬람교도)과 힌두교도, 유대교도, 라스타파리아니즘 결혼 역시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남아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을 가진 곳 중 하나로, 동성결혼은 물론 일부다처제 역시 수용하고 있다.

 

정부의 법 개정 추진에 관련 커뮤니티는 환영하고 있지만, 성직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야당인 아프리카 기독민주당(ACDP)의 대표인 목사 케네스 메스호에는 "일처다부제가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남성이 '당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아닌 저 남자와 보내고 있다'고 말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후 두 남성 간 갈등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 알-자마 당의 대표 역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누가 아버지인지 알기 위해서는 DNA 검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인이자 리얼리티 TV 쇼 출연자로, 4명의 아내를 두고 있는 무사 음셀레쿠는 평등의 원칙이 너무 지나친 수준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 포함돼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가 달라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묻자 그는 "(4명의 아내를 둔) 내 결혼 때문에 위선자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침묵하는 것보다는 얘기하겠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일처다부제가) 아프리카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콜리스 마초코 교수는 BBC에 케냐와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에서 일처다부제 관례가 있었고, 가봉에서는 현재도 법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독교와 식민지화가 (아프리카에) 도착하면서 여성의 역할은 축소됐다"면서 "더는 평등은 없으며, 결혼은 계층을 나누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초코 교수는 일처다부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의 정확한 신원을 둘러싼 걱정 자체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에 대한 문제는 간단하다. 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집안의 아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성 권리를 위한 로펌인 '여성의 법 센터'는 "(정부의 이번) 녹서는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견해에 도전한다고 해서 법 개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