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개 봉우리에 올랐다가 하산 중 실종된 김홍빈(57) 원정대장을 찾기 위한 작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광주광역시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 사고수습대책위원회는 23일 “이날 오후 1시30분(한국시각) 중국 정부가 파키스탄의 구조헬기 진입을 허가했다고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이 알려왔다”고 밝혔다.
구조헬기는 이륙을 위해 기상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해발 4950m)에는 파키스탄군 헬기 2대와 한국·러시아·파키스탄·이탈리아 산악인으로 구성된 ‘현장 국제 구조대’(약 10명)가 대기하고 있다. 구조대는 헬기를 이용해, 김 대장이 추락한 지점으로부터 일직선 아래로 수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장이 조난한 브로드피크 하산 경로는 파키스탄과 중국 접경 지역으로, 김 대장은 중국 국경 쪽 암벽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는 헬기를 이용해 김 대장의 구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등은 주광주 중국총영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신속히 월경허가를 내려 주도록 요청했으며, 중국 정부도 자국민으로 구성된 구조대원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외사판공실 국장을 현장에 파견해 구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현지시각)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오르며 장애인 최초이자 한국인으로는 일곱 번째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등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이튿날 0시께 하산 중 7800∼7900m 지점 지점에서 경사 80도 암벽 밑으로 추락하며 실종됐다. 김용희 기자
23일 오후 서울시가 물품정리를 시도하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4·16연대 회원들과 유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시가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의 사진과 물품 정리작업을 시도했다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제지로 한시간 남짓 만에 철수했다.
4·16연대와 서울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4시께 서울시 총무과 공무원 10여명이 광화문 기억공간에 도착해 공간 내부의 물품 정리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4·16연대 회원들은 정리작업을 제지했고, 시청 직원들은 오후 5시20분께 현장에서 철수했다. 서울시는 앞서 오후 3시40분께 종로5가 4·16연대 사무실을 찾아 기억공간 내부 물품 정리와 기억공간 철거 계획을 담은 공문을 4·16연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김상한 서울시 행정국장은 “유가족 분들께 물품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드렸으나 아무런 답이 없고, 기억공간의 이전 설치를 주장하시다보니 (서울시가) 전시물을 정리하려 했던 것”이라며 “유가족분들이 못하게 하시니, 물리적으로 충돌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철수했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하고 있는 서울시는 오는 26일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는 뜻을 지난 5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기억공간을 세종로공원 등 다른 곳으로 이전설치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 17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공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이전할 의사가 있으며 이를 위한 협의기구를 꾸리자”는 뜻을 전했지만, 서울시는 이날 오후 협의기구 구성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은 “기억공간은 2019년 6개월을 기한으로 만들어진 임시가설축조물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시작되면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공사가 미뤄져 계속 유지돼왔던 것일 뿐”이라며 “8월 초에는 기억공간이 있는 위치에서 공사가 시작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이전설치 요구에 대해선 “(기억공간이) 서울 중심부 콘셉트와 맞지 않다. 역사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기억의 공간을 만들면 전부 기억의 공간만 있게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적인 기억공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방안들이 고민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해 서울기록원에 보관해뒀다가 경기 안산에 설치될 ‘4·16 생명안전공원’으로 이전할 방침을 밝혔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지난 1일 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됐다.
유가족들은 기억공간에서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가족들은 이 광장이 가족만의 광장이 아니라 시민의 공간이 됐다고 생각했고, 1년 전부터 이 공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해왔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대안 없이 철거만 있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대안을 만들 때까지 노숙농성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이승욱 기자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다음 달 8일까지 2주 연장된 2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중앙공원 벤치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5일 끝나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를 2주 연장했다. 정부는 이 2주 동안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 수 1000명 미만”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4단계 적용 11일째가 되는 23일에도 신규 확진자 수는 1630명을 나타내는 등 4차 유행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26일부터 50대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이 본격화하지만, 단기간에 접종률을 크게 올리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2주 뒤에도 단계를 낮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3일 “수도권 전체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연장하여 26일 0시부터 8월8일 자정까지 2주간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수도권 유행 확산 속도가 줄고 있으나, 여전히 하루 천명 내외로 발생 규모가 크고, 감소세로 반전됐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체계를 유지하며 유행 상황 관찰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4단계 2주 연장과 더불어 실외 체육시설 샤워실 운영 금지와 야구와 풋살 등 스포츠 경기 사적모임 예외 적용 중단, 숙박 동반 공무·기업 필수 경영 행사 금지 등 추가로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다만,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을 허용하던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이 아니더라도 최대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대본은 이날 “이번 4단계 조치를 통해 유행 증가세를 감소세로 반전시키고,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 수를 3단계 기준(500~1000명 미만) 이내로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2주 뒤에는 위험시설 집합금지, 운영시간 제한 강화 등 강력한 거리두기 강화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현재 수도권의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962.2명으로 수치상으로는 3단계 기준에 해당하는 상태다. 4차 유행 확산세가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수치 기준과 관계없이 최고 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는 조금만 늘어도 1천명대를 넘어가는 상황으로 800~900명대가 되더라도 확실하게 감소하는 추세로 반전됐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소세로의 전환’을 목표로 둔 정부와 달리 방역당국은 앞으로 유행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황은 낙관을 불허한다. 4차 유행을 3차와 비교해보면 상황이 도리어 안 좋게 전개될 요인이 더 많다”며 “델타 변이와 같이 전파력과 위중도를 높이는 변이가 유행을 갈수록 주도한다는 점, 베이스라인(기준점)이 3차의 2배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는 점 등을 볼 때 4차 유행이 정점에 이르기까지도 아마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준욱 제2부본부장은 아울러 “3차 유행 당시엔 정점에 이르는데 6주가 걸렸으나, 4차 유행은 3주 밖에 되지 않았다”며 “안정화 국면으로 내려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21일 “아직 정점이 아니다”라며 “유행 정점이나 기간이 3차 유행 때보다 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질병청은 자체 수리모델링 분석 결과, 당시 상황(감염재생산지수 1.22)이 유지될 경우 7월 말~8월 초에 1800명대, 8월 중순엔 2331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아직 정점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더 유행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2주 뒤에도 감소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고위험군인 50대 접종이 완료되는 8월말까지는 현재 수도권의 거리두기 상황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빨리 예방접종률을 올릴 수 있느냐다. 문제는 단기간에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앞서 이달 중순 모더나 주별 공급 물량 문제로 질병청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55~59살 185만명의 예약만 받고 1차 예약을 중단한 바 있다. 이날 0시까지 전 국민 인구수 대비 1차 접종률은 32.6%로, 2주 뒤 185만명의 접종이 끝나도 1차 접종률은 36%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 청장이 방역 완화를 논의할 기점으로 언급한 접종률 60%까지는 꽤나 갈 길이 먼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오는 25일 비수도권 거리두기 조정과 방역 대책 등을 논의하는 중대본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지난해 2월23일과 12월13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김지훈 기자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 주자인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성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결국 올림픽 성화에 불이 붙었다.
사상 초유의 대회다. 지난해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다. 그럼에도 기어코 2020 도쿄올림픽은 23일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 마련된 성화대 점화에 성공하며 17일간의 열전을 알렸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큰 만큼 개막식은 인류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밝힌 개막식 콘셉트는 핵심 ‘전진, 감정에 의한 연결, 더 다양한 미래’다.
한 여성이 국립경기장에서 희망의 씨앗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된 개막식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 선수의 모습을 거쳐, 생명력과 희망을 품고 있는 태양을 상징하는 성화대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인류가 긴 터널을 지나 태양처럼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을 보여준다. 개막식 중간에는 코로나 등으로 죽은 이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상징하는 장면도 담겼다. 애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휘청거린 일본을 일으키자는 의미의 ‘부흥올림픽’이었던 만큼 빠질 수 없는 주제이기도 했다. 올림픽기가 입장한 뒤 후쿠시마(8명)와 도쿄(12명)의 고등학생이 모여 코러스를 넣고 오케스트라가 올림픽 찬가를 연주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성화가 점화를 향한 마지막 길을 가는 동안, 이를 감쌌던 해바라기는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대지진 피해 지역의 회복을 의미한다.
1964 도쿄올림픽과의 연관성도 부각했다. 당시 전세계 선수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가져온 씨앗은 일본 전역에서 나무가 되었다. 이날 등장한 나무로 만든 올림픽 상징물 등이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일본이 자랑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2016 리우올림픽 폐막식 때 슈퍼 마리오 등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일본은 이날도 드래곤 퀘스트, 크로노 트리거 등 유명 비디오게임의 음악을 활용했고 다양한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개막식을 꾸몄다.
한편 대한민국 선수단은 태극기를 든 남녀 공동 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앞세우고 모두 30명(선수 24명, 임원 6명)이 103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7개, 종합 순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33개 종목에 총 33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도쿄올림픽은 8월8일까지 이어진다. 도쿄/이준희 기자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이모저모...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개막 공연 연대 의식 강조
각국 선수단 입장
이날 개회식은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주제처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 의식을 강조하며 3시간 넘게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개막 공연의 소주제도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APART BUT NOT ALONE), ‘여기 우리 함께’(HERE TOGETHER), ‘이제는 빛날 시간’(TIME TO SHINE), ‘우리 가는 길에 비치는 희망’(HOPE LIGHTS OUR WAY) 등 연대 의식과 인류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는 제목들로 구성됐다.
텅빈 관객석…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 막 올라
23일 저녁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거행됐지만, 관객석으로부터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6만8000석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국립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은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외교 사절 등 1000여명에 불과했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조용한 개막식으로 문을 연 2020도쿄올림픽은 대부분의 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진행한다.
*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일본 국기를 손에 든 보건위생 전문가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장인 일본 국립경기장에 보건위생 전문가가 일본 국기를 들고 입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에게 첫 금메달을 안긴 역도 영웅 미야케 요시노부를 포함한 4명의 운동선수와 장애인 그리고 보건위생 전문가 등 6명이 개막식에서 일본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일본 자위대원이 게양대 앞에서 이들로부터 국기를 넘겨받아 게양했다.
207개국 1만여명 선수, 각양각색 마스크 쓰고 입장
2020도쿄올림픽 ‘선수단 입장식’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각국 선수단이 착용한 마스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부 국가들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장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을 상징하는 색 또는 국기를 마스크 표면에 담았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선수단은 국기가 통째로 프린트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했다. 호주 선수단은 녹색과 노란색으로 구성된 마스크를 착용했다. 반면, 키리바시 선수단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11개국 29명 ‘난민팀’ 오륜기 들고 2번째로 입장
11개국 출신 29명으로 구성된 난민팀(EOR)은 2020도쿄올림픽 ‘선수단 입장식’에서 그리스 선수단에 이어 두 번째로 입장했다. 난민팀의 올림픽 참가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다. 리우올림픽에서 참가 선수가 1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엔 규모가 약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9명 가운데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라고 보도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입장했다. 도쿄/이준희 기자, 장필수 기자
한국은 일본말 가타가나 순서로 103번째 입장
개막식 입장 순서 어떻게?
한국 선수단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3일 시작된 가운데, 한국 선수단도 참가국 가운데 103번째로 입장을 마쳤다. 이번 올림픽 입장 순서는 어떻게 정해진 것일까.
먼저 첫 입장은 전통적으로 그리스가 맡는다. 올림픽의 진원지인 그리스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리스의 뒤를 난민 대표팀이 따랐다.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다.
이후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개최국 일본의 언어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일본어는 ‘아, 이, 우, 에, 오’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날 아이슬란드가 세 번째로 입장했다. 그 뒤는 아일랜드가 이었다. 한국은 ‘대한민국’(다이칸민코쿠)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어 순서에 따라 이날 103번째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일본어 50음순에 따랐다면 앞부분에 등장해야 할 미국(일본어로는 ‘아메리카’) 선수단이 전체 참가국 205개국 가운데 203번째 입장했다. 대개 그리스와 개최국을 맨 앞과 맨 뒤에 놓고 다른 국가들은 국가명 순서로 입장하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 그리고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미국·프랑스·일본을 마지막에 배치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이같은 순서 배경에 미국 방송국 엔비시(NBC)유니버설의 존재가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시는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부터 2032년 호주 브리즈번올림픽까지 10개 대회에 모두 120억3천만달러의 중계권료를 내는 올림픽 중계 ‘큰손’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미국 선수단이 일찍 입장하면 시청자들의 채널이 다른 데로 돌아갈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미국 입장을 뒤로 배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올림픽은 96%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TV올림픽’으로 불리는 상황. 과연 엔비시의 ‘입김’이 참가국 입장 순서까지 바꾼 것일까. 도쿄/이준희 기자
올림픽 마지막 성화 주자는 오사카 나오미…‘다양성’ 상징
2020 도쿄올림픽이 선택한 마지막 성화 주자는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4)였다.
오사카 나오미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해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 역할을 맡았다.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오사카는 성화를 받아들고 차분히 성화대에 올랐고, 꽃봉오리 모양의 성화대는 ‘개화’를 시작했다. 오사카가 성화대에 불을 붙이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도쿄 하늘에는 1488개의 불꽃이 터졌다. 도쿄올림픽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 오사카 나오미가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대에 점화한 뒤 성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오사카는 1997년생으로 최근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테니스 샛별’이다. 무엇보다 오사카가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선택된 것은 이번 올림픽이 다양성, 균형 등을 강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사카는 아이티 출신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평소 인종차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회가 부흥올림픽을 표방한 만큼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본 후쿠시마, 미와기, 이와테 지역 출신 학생 등이 마지막 주자를 맡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실제 이곳 지역 유소년 운동선수들은 오사카에게 성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3월 그리스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는 이후 일본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개막 연기로 일본 일대에서 1년을 머물다가 올해 3월 다시 봉송이 시작됐다.
일왕, 개회 선언…'축하' 대신 '기념' 단어 사용
코로나 상황 고려한 듯…64년 대회 때 조부는 '축하' 사용
하시모토 회장 "사상 첫 연기라는 큰 도전 속에 오늘 개막"
개막 선언하는 일왕: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나루히토 일왕이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축하' 표현 없이 개회 선언을 했다.
이날 밤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올림픽 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일왕은 "나는 이곳에서 제32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명예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마사코(雅子) 왕비를 동반하지 않고 개회식에 참석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개막식에 나가코(良子) 왕비를 대동했고 '축하'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올림픽 헌장에는 개막 선언은 국가원수가 읽는다고 규정돼 있다. 영문 헌장엔 국가원수가 읽는 개회 선언 예문으로 '셀러브레이팅'(celebrat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축하'와 '기념'이 다 가능하지만, 축하의 의미로 쓸 경우 일본어로는 통상 '이와이'(祝い)로 번역된다.
57년 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나는 제18회 근대올림피아드를 축하하며(祝い), 이에 올림픽 도쿄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조부가 사용한 '축하'라는 단어 대신 '기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임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일본 국민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축하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일왕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올림픽 개막식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과 바흐 IOC 위원장: 나루히토 일본 국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3일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한편,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도쿄 대회는 올림픽 사상 첫 연기라는 큰 도전 속에 오늘 개막한다"며 "세계가 코로나 재난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있는 가운데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날마다 전력을 다하는 모든 분께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회장은 "선수 여러분, 지금이야말로 선수와 스포츠의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며 "그 힘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재차 희망을 주고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도쿄올림픽 관심 있다” 32%…5년 전 리우땐 60%
대통령 지지율 2%p 상승한 40%…민주당 33%·국민의힘 28%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개막식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초청한 관계자 약 950명 정도가 참석한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국민 10명 가운데 6명꼴로 도쿄올림픽에 관심이 없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도쿄올림픽에 관심이 있냐’고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관심 있다’는 응답이 32%, ‘관심 없다’는 66%였다. 5년 전 2016 리우올림픽 때는 ‘관심 있다’는 응답이 60%, ‘관심 없다’는 응답은 41%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심도는 71%였다. 갤럽은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최저 수준이며 1992년부터 같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관심 없다’는 응답이 ‘관심 있다’는 응답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 개최 전망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84%로, ‘낙관적’이라는 응답(7%)을 압도했다.
도쿄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응답자들이 관심 종목을 2개 고른 결과, 축구가 40%로 주목도가 높았고 야구 20%, 양궁 16% 차례였다.
청해부대 집단 감염 사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유죄 등 악재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2%포인트 올라 40%를 회복했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33%, 국민의힘이 1%포인트 떨어진 28%를 기록했다. 이어 정의당 4%, 국민의당·열린민주당 3% 차례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오연서 기자
한국 첫 메달, 총과 활의 대결…누가 먼저 금빛 과녁 뚫을까?
24일은 ‘골든 데이’…양궁·사격·펜싱·태권도서 메달 기대
‘금메달 4개’ 진종오, 김수녕·전이경 기록 깰지 관심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남녀 1, 2위를 기록한 양궁대표팀 김제덕(왼쪽)과 안산. 이들은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에 출전해 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한다. 도쿄/연합뉴스
총, 활, 혹은 칼. 여기에 ‘발차기’가 가미된다. 무관중 경기로 ‘TV올림픽’이 된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메달의 빛깔은 하늘만이 안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개막 다음날(24일)부터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금메달 7개를 목표로 하는 한국이 가장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다. 금메달 3개 이상의 ‘골든 데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단 양궁 남녀 혼성전에 기대를 건다. 양궁 혼성전은 나라별로 남녀 1명씩 짝을 이뤄 자웅을 겨루는 종목으로, 이번 대회에 첫 도입 됐다. 한국은 23일 열린 남녀 개인전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1위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 나서게 된다. 이들은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깜짝 1위에 오른 대표팀 막내들이다. 혼성전은 오전 9시30분 16강전부터 시작되는데 결승은 오후 4시45분에 열린다.
양궁 혼성전 이전에 ‘총’에서 금메달이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선수단 최고령 선수이자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베테랑’ 진종오(42·서울시청)가 10m 공기권총 예선과 결선을 연달아 치른다. 결선 시작 시간은 오후 3시30분. 때문에 양궁 혼성전 결승이 열리기 전에 메달 색깔이 정해질 수 있다. 현재 세계 순위 6위인 진종오는 지금껏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금메달 1개만 더 목에 걸면 김수녕(양궁), 전이경(쇼트트랙·이상 4개)을 제치고 ‘나홀로’ 한국인 통산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저녁에는 ‘찌르기’와 ‘발차기’가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 1위 오상욱(25·성남시청)이 개인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2019년 세계선수권 때 개인·단체전 1위에 올랐고 올해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월드컵 대회 때도 개인 우승을 차지했다. 오상욱과 함께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구본길은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정환은 2016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리스트다.
장준(21·한체대)은 한국 태권도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금메달 후보다. 58㎏급에 출전하는데 2019년 세계선수권과 3차례 월드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했다. 명실공히 세계 1위로 화끈한 발차기가 최대 무기다. 예선전을 착실히 통과하면 결승은 저녁 9시45분에 치르게 된다. 장준과 함께 여자 49㎏급 세계 3위 심재영(26·춘천시청) 또한 이날 출전한다.
일본의 강세가 예상되는 유도도 시작되는데 남자 60㎏급 김원진(29·안산시청)과 여자 48㎏급 강유정(25·순천시청)이 대표팀 첫 테이프를 끊는다. 김양희 기자
첫 단독 외교 질 바이든, 일본서 ‘최고위급’ 특별 의전 받아
외교 사절단장으로 방일…정상급 내빈 방일은 15명
도쿄올림픽의 미국 외교사절단 대표로 방일한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왼쪽)이 22일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부부와 함께 한 만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상들의 축하 방문이 대폭 축소된 도쿄올림픽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방문한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이 최고의 귀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질 바이든은 22일 오후 전용기로 도쿄 요코타 공군기지에 도착해, 미국의 도쿄올림픽 외교사절단을 이끄는 사흘간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부인이 된 이후 첫 공식 단독 외교 예방이다.
도쿄올림픽에는 당초 120명의 국가 정상급 내빈이 참석을 약속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15명의 국가 지도자만이 예방했다.
질 바이든은 공항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의 영접을 받은 뒤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으로 가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 및 부인 스가 마리코와 환영 만찬을 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이곳에서 정상급 내빈들과 연속 접견했으나, 질 바이든과의 만남을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뒤 만찬을 함께 했다.
특히 스가 총리는 다른 내빈과의 만남과는 달리 일본풍으로 꾸며진 별실에서 질 바이든을 접대했다. 잉어가 노는 연못을 갖춘 이 별관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점심을 같이 했던 곳이다.
질 바이든은 23일에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을 다시 방문해, 스가 마리코가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가한다. 그는 또 황궁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면담한 뒤 미국 선수단과 화상으로 만날 예정이다. 이날 저녁에는 미국 사절단을 이끌고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모두 “최고위급”이 올림픽 사절단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해 부인을 파견한 것은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어서, 일본 역시 질 바이든에게 ‘극진한 대접’을 통해 화답한다고 전했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