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외한을 정치 지도자로 떠받드는 기괴함

● 칼럼 2021. 8. 12. 01:5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간담회’에 앞서 이준석 대표와 후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후보,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윤석열 후보는 30일 입당했다.

 

정치 문외한을 정치 지도자로 받드는 정치인들의 모습만큼 기괴한 것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윤석열 최재형 캠프에 들어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내에 훌륭한 자질을 가진 대선 주자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일까?

 

성한용 정치부기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 국회의원을 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박정희·최규하·전두환 세 사람뿐이다. 박정희·전두환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최규하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뒤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이 됐다.

 

지금 감옥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14·15대 국회의원을 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장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5대부터 19대까지 내리 5선 국회의원을 했다.

 

국회는 민의(民意)의 전당(殿堂)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지방선거가 시작되면서 ‘정치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단체장, 또는 지방의원이 된다는 것까지 확대됐다. 정치인은 선출직 공직자다.

 

정치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축구를 보는 안목은 프리미어 리그지만, 실력은 동네 축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축구도 그런데, 하물며 정치다. 뭐든 오래 해야 잘하는 법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정치 학습이 시작된다. 성장이 중요한지 분배가 중요한지, 보편적 복지가 옳은지 선택적 복지가 옳은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발전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어떻게 해야 ‘우리 편’이 선거에서 이겨서 집권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우리 당’이 민심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정무 감각은 모든 사안을 선거 유불리로 계산하는 얄팍한 능력이 아니다.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애국심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평생 검사만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거의 평생 판사만 했다.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의 최고봉인 대통령 하겠다고 나섰다. 왜들 이러는 것일까?

 

윤석열 전 총장은 여론조사를 믿었을 것이다. 최재형 전 원장은 계시를 받은 것 같다. 미안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격 미달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날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두 사람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두 사람에게 몰려드는 국회의원들이다. 정치 문외한을 정치 지도자로 받드는 정치인들의 모습만큼 기괴한 것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윤석열 캠프에는 윤창현·윤한홍·이용·이종배·이철규·장제원·정점식·정찬민·한무경 의원이 참여했다. 권성동·이양수·정진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윤석열 캠프는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참여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책자문단까지 출범시켰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먹을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동물들의 냄새가 난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 되면 이들의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최재형 캠프에는 김미애·박대출·박수영·서정숙·이종성·정경희·조명희·조태용·조해진 의원이 참여했다. 최재형 전 원장을 닮아서 그런지 대부분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정치는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쨌든 참 이상하다. 윤석열 최재형 캠프에 들어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내에 훌륭한 자질을 가진 대선 주자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일까?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수석이라는 단어를 이름처럼 달고 다닌 제주의 자부심이다. 보수 정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늘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서울 양천갑에서 16·17·18대 의원을 하고 2014년 제주지사가 됐다. 입법 경험과 광역단체장 행정 경험을 함께 갖췄으니 ‘준비된 대선 주자’인 셈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다. 17·18·19·20대 국회의원을 했다. 개혁 보수 소신이 무척 강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정치인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혔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홍준표 의원은 15·16·17·18대 의원을 했고 경남지사를 했다. 패거리를 짓거나 줄서기를 하지 않고 개인기만으로 원내대표, 대표를 했다. ‘재수 강세’의 우리나라 대선에서 2017년 출마 경험은 상당한 강점이다. 겉으로 비치는 이미지와 달리 실용주의자다. 정책의 이념성을 따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에는 세 사람 말고도 좋은 대선 주자들이 더 있다. 김택근 시인이 최근 <경향신문>에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는 칼럼을 썼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성한용 정치부 기자

벌금은 감경...대법서 유무죄 가릴 듯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했다. 다만,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혐의 가운데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등이 일부 무죄로 뒤집혀, 벌금과 추징금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엄상필)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한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은 각각 벌금 5천만원과 추징금 1천여만원으로 감형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 조아무개씨의 ‘스펙’을 위조한 혐의를 1심과 동일하게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른바 ‘7대 허위 스펙’이라고 주장한 조씨의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전형에 제출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원(KIST)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모두 정 교수가 꾸며낸 ‘허위 서류’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십 확인서 작성에 조국 전 장관이 가담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조씨 친구인 장아무개씨의 증언 번복으로 관심이 모아진 서울대 공익법센터 인턴확인서 위조 혐의도 유죄로 거듭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턴십) 확인서 내용이 모두 허위인 이상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성이 딸 조씨인지는 확인서의 허위성 여부에 영향이 없어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달 23일 조국 전 장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2009년 5월15일 연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면서도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99% 조씨가 맞다”고 지난해 정 교수의 1심 때 증언을 번복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이 훼손됐는데도 정 교수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의 본질을 흐리며 정 교수와 가족에 대한 최대한의 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해줬을 사람들에게,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진실하다고 믿었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출석해 진술한 사람이 정 교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 사법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상황인데, 그들 일부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비난을 계속하는 것도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는 1심과 일부 유무죄가 갈렸다. 차명계좌로 주식투자 등 금융거래를 한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경영한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과 관련한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장외 매수한 혐의는 무죄로 보고 벌금을 대폭 낮췄다. 반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경영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피이(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직원들에게 (동생 정아무개씨)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했고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컴퓨터 본체 등 저장 매체를 들고 나가게 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실제 그로 인해 수사와 재판이 방해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 쪽은 즉각 반발했다. 정 교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원심판결을 반복한 것이어서 대단히 아쉽고 유감”이라며 “10년 전 입시제도 아래에서 ‘스펙 쌓기’라고 하는 것을 현재 관점으로 업무방해가 된다는 시각이 여전히 바뀌지 않아 답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이어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가 어디 있었는지, 그 피시에서 직접 표창장을 출력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아 여전한 아쉬움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두 증인의 증언으로 (딸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명확히 밝혀졌는데도,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라고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조윤영 신민정 기자

 

정경심 항소심, 1심 판단과 다른 점과 같은 점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징역 4년형이 유지된 것은 자녀 입시비리를 비롯해 상당 부분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정 교수 쪽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검찰의 표적 수사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갈린 주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세가지다. 항소심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과 관련한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장외매수한 더블유에프엠 주식 12만주 가운데 10만주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고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결론 내렸다. 조씨가 해당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도자를 상대로 한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한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장외매수한 주식에 대한 미실현 이익 2억2천만원도 무죄로 판단해 1심에서 선고한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을 각각 벌금 5천만원과 추징금 1천여만원으로 낮췄 다. 나머지 미공개 중요정보로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차명 투자한 혐의는 유죄가 유지됐다.

 

다만 항소심은 1심 무죄 판단을 뒤집고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 교수의 집과 동양대 교수연구실에 보관하고 있던 피시(PC)와 저장 매체를 숨긴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와 정 교수가 공범 관계라고 판단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정 교수가 김씨에게 증거은닉을 지시한 교사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피이(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직원들에게 정 교수의 동생 정아무개씨와 관련된 자료를 없애라고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세가지 혐의에 대한 유무죄 결론이 뒤집혔지만, 상당 부분의 혐의가 1심 결론을 따르면서 징역 4년형도 유지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딸 조아무개씨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 전형에 제출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원(KIST)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허위성이 거듭 인정됐다. 정 교수 쪽은 “딸 조씨의 서울대 의전원 지원을 돕는 과정에서 표창장 분실 사실을 알고 동양대 직원을 통해 재발급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은 “표창장 원본이 분실된 상황에서 정 교수로부터 표창장 재발급을 부탁받은 동양대 직원이나 조교가 표창장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할 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추론이 아니다”라며 유죄로 인정했다.

 

정 교수가 딸 조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데 사용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 1호의 설치 위치와 사용자를 두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공방이 이어졌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 쪽 변호인이 자체적인 포렌식 결과를 근거로 들어 강사휴게실 피시 1호의 사용 위치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과정을 다투고 있지만 변호인의 주장은 정 교수가 강사휴게실 피시 1호를 사용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없는 것들로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 조씨의 친구 장아무개씨의 증언 번복도 항소심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항소심은 딸 조씨가 세미나를 위해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모두 허위인 만큼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인지는 확인서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세미나에 참석했더라도 인턴 활동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장씨는 지난달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주최한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맞다’는 취지로 정 교수의 1심 재판 당시 증언을 번복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항소심은 1심과 같이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에게 5억원씩 두차례에 걸쳐 건넨 10억원도 모두 투자금이라고 거듭 인정했다. 다만 정 교수 동생과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코링크피이 사이에 맺은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의 수수료 명목으로 투자수익금을 회삿돈으로 건네받은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블루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출자약정액을 부풀려 금융위원회에 허위 변경 보고한 혐의도 무죄가 유지됐다. 조윤영 기자

 

2심서도 ‘입시비리’ 혐의 유죄…조국 전 장관 재판 영향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 2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이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서 줄줄이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

 

정 교수의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11일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아무개(30)씨가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7가지 인턴십과 체험활동 증빙 서류를 모두 가짜라고 판단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선 조 전 장관도 관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를 직접 만들었고, 정 교수가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확인서 관련해 “조 전 장관이 확인서를 작성하는데 정 교수가 가담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당 확인서에는 딸 조씨가 이 센터 주최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세미나를 위해 2009년 5월1~15일 인턴활동을 했고, 한인섭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 이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만들어진듯한 파일이 조 전 장관 컴퓨터에서 발견됐다는 점, 딸 조씨가 세미나를 대비해 한영외고 학생들과 스터디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함께 공부한 학생 이름을 대지 못한 점, 실제 인턴십에 참여했던 이가 ‘그런 활동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확인서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딸 조씨가 맞는지 아닌지가 쟁점이 되기도 했는데,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선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확인서 내용이 모두 허위인 이상,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아쿠아펠리스 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기재된 활동경력이 모두 허위고, 조 전 장관이 이 서류를 작성하는 데 정 교수가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해당 확인서에는 딸 조씨가 고등학생 시절인 2007~2009년 주말마다 부산에 있는 이 호텔 식음료팀 및 객실팀에서 일했다고 적혀 있다. 앞서 1심은 “호텔 직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딸 조씨가 이 호텔에서 인턴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확인서 등의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후 호텔 법인 인감을 날인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항소심도 원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받고 있는 입시비리 1심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이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은 대학원 입시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대한원 입시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딸 조씨의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참석 여부가 이 재판에서도 주요한 쟁점이고, 최근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조씨가 맞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판결처럼 조 전 장관 재판부가 다른 증거들을 바탕으로 조씨의 인턴활동 자체가 허위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조 전 장관 부부의 아들(24) 입시비리 관련 사건에서도 재차 유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인 2017년, 조 전 장관 부부의 아들 조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1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확인서에는 아들 조씨가 9개월간 주 2회, 총 16시간 사무보조를 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재판부는 직원들의 증언 및 최 대표와 정 교수의 문자 내용 등을 근거로 인턴 확인서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최 대표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 아들 조씨가 실제로 인턴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별도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조씨의 인턴은 허위”라며 최 대표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들 입시비리에 관해 조 전 장관 부부는 대학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함께, 최 대표로부터 받은 확인서를 바탕으로 이듬해 활동 기간을 늘린 또 다른 확인서를 만들어낸 혐의(사문서위조)도 받고 있다.

 

이날 항소심 선고 뒤 정 교수 쪽 김칠준 변호사는 “10년 전 입시제도 하에서의 ‘스펙 쌓기’가 현재 관점에선 업무방해가 된다는 시각이 바뀌지 않아서 답답했다”며 “만약 오늘 재판부 논리로 그 시대에 입시를 치렀던 사람에게 랜덤 조사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범죄로부터 자유롭겠는가”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병력 배치·무장' 진행…"미얀마군 군정 타도에 동참해야"

시민단체들, 아세안 특사 임명 반대…"저항세력과 상의 없어"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의 예 몬 국방장관 [미얀마 나우 사이트 캡처]

 

미얀마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가 군사정부에 맞설 저항군의 지휘체계를 세우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국민통합정부의 예 몬 국방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와 전화 인터뷰에서 시민방위군(PDF)을 통합하고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또 병력을 배치하고 병사들을 무장시키는 등 군대를 조직하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다수의 무장조직들과 접촉했다고 설명한 뒤 군부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선 세력들이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군에 대해 군부에 의해 고용된 비도적적이고 신념이 없는 병사들이라면서 군인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비해 시민방위군은 강한 신념과 도덕성을 지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군 소속 병사들도 부대에서 이탈해 군사정부 타도에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혁명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시민방위군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군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세안 미얀마 특사로 임명된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 [AP=연합뉴스]

 

한편 미얀마 시민단체들은 최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을 특사로 임명한 결정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지의 413개 시민단체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포괄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 부족했고 그동안 군부의 범죄에 무대책으로 일관한 데 대해 아세안에 깊은 실망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국민통합정부를 비롯한 반군부 저항세력과는 특사 임명을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는 아세안 특사가 미얀마 사태 해결을 중재하기 보다는 오히려 쿠데타를 일으킨 뒤 시민들을 대거 학살한 군부에 면죄부를 줄 공산이 크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리완 특사는 지난 6월 초 아세안 대표단 자격으로 미얀마를 방문했을 당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부 지도자들만 만났다.

 

반면 현지 관영매체에 따르면 군부의 리더이자 과도정부 총리를 맡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특사 임명을 수락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지난 4일 공동성명을 통해 에리완 장관을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특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부군, 제대로 교전도 못하고 퇴각…미영, 자국민 대피 경보

 

아프간 자우즈얀주의 주도 셰베르간이 6일 포연에 휩싸여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대부분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 반군 탈레반이 농촌 지역에 이어 도시 장악을 시작해 긴장이 최고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탈레반은 지방의 중심도시 두 곳을 불과 24시간도 안 돼 잇따라 함락시켰고, 정부군은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교전도 못 하고 퇴각하거나 투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 남서부 님루즈주(州)의 주도(州都)인 자란즈를 점령했다.

 

이란과의 접경지역에 있는 자란즈는 전투 시작 3시간 만에 함락됐다.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주도를 함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아프간 수도 카불을 사방에서 봉쇄하며 파죽지세인 탈레반의 기세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 지방관리는 가디언에 "님루즈 전체에서 현재 정부가 통제하는 곳은 없다. 탈레반이 모든 것을 장악했다"면서 "정부군은 다른 지방으로 달아나거나 투항했다"고 말했다.

 

자란즈 관리들은 정부군에 일주일 넘게 증원군을 요청했지만, 병력 증파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주민 3천여명이 이란이 국경을 폐쇄하기 직전 이란으로 넘어갔으며, 아프간 정부 쪽에서 일하거나 일한 전력이 있는 주민들은 탈레반 보복을 우려해 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아울러 7일 자우즈얀주의 주도 셰베르간도 점령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자란즈를 함락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주도를 점령한 것이다.

자우즈얀주의 카데르 말리아 부지사는 "정부군과 관리들이 공항 쪽으로 퇴각했다"고 AFP에 밝혔다.

 

탈레반은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오는 9월 11일까지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한 뒤 올해 5월부터 점령지를 점차 넓혀 아프간 영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으며, 국경 지역도 속속 손에 넣은 뒤 주요 도시로 진군 중이다.

 

탈레반과 정부군은 여러 도시에서 치열한 교전 중이며, 자란즈가 탈레반에 넘어갔다는 소식에 정부군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아프간 내 모든 영국인은 지금 바로 상업적 수단을 이용해 아프간을 떠나라. 우리가 비상시기에 당신들을 탈출시킬 수 있다고 믿지 말라"고 공지했다.

 

이어 "아프간에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수법이 발전하고, 정교해지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납치 위협도 높다"고 경고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미 대사관은 "안보 상황과 축소된 인력 규모상 대사관이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을 지원하는 역량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카불 미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4월 27일 미 국무부의 지시에 따라 필수인력을 빼고 이미 아프간을 떠난 상태다.

 

6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의 정부군 병사들 [AP=연합뉴스]

 

유엔도 아프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데보라 라이온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대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프간은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험한 전환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칸다하르, 헤라트, 헬만드주의 주도를 무력 점거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도심 봉쇄에 따른 인적 피해와 식량난, 의료품 부족 가능성이 크다"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