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타운대 조봉완 명예교수 인터뷰

‘램지어 교수 논문 철회’ 성명 등 주도 “그는 하버드 이름 믿고 너무 오만”

서울대 거쳐 1956년 유학 박사 학위…1992년부터 ‘워싱턴 정대협’ 이사 

“동양사 전공했지만 ‘위안부’ 처음 들어” 명성황후 삶 소설 ‘궁내의 살인’ 쓰기도

 

조봉완 교수가 2년 전에 재미동포 스토리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비영리 기관(KoreanAmericanStory.org)과 인터뷰하는 모습을 갈무리했다.

 

“이 분(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 너무 틀린 말을 했어요. 일본군 ‘위안부’들이 계약서를 쓰고 돈을 받았다니 말이 안 돼요. 열둘, 열셋 소녀들이 뭘 알고 계약서를 썼겠어요. 이 분이 증거를 내세운 것은 하나도 없고 추정으로 논문을 썼어요. 연구를 너무 안 했어요.”

 

1992년부터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는 데 힘써온 조봉완(87) 미 조지타운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월에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램자이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짚고 게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직접 작성해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 쪽에 보냈다. 마거릿 스테츠 델라웨어 교수 등 동료 연구자·활동가 16명의 지지 서명도 직접 받았다. 지난달에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한·일 정상에 요구하는 미국 인권단체 등의 공개서한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6일 오전 미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서 살고 있는 조 교수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 논문의 가장 큰 문제를 이렇게 말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일본에는 ‘가라유키상’이라는 종군 매춘 제도가 있었어요. 농촌이나 천대받던 부라쿠민 출신의 가난한 여성들을 돈으로 사서 청일전쟁(1894~1895)이나 러일전쟁(1904~1905), 시베리아 원정(1920년도 초)에 참전하는 군인들을 따라 보냈어요. 이 제도에는 금전 거래나 계약이 있었죠. 램자이어 교수는 이 제도가 조선이 식민지가 된 이후에도 일본에서 있었으니 조선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어요. 하지만 위안부 제도는 1931년 만주사변 때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램자이어 교수가 가라유키상 같은 제도가 조선에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잘못입니다. ‘하버드대’라는 이름 때문에 램자이어 교수 자신이 오만했고 이 때문에 그의 망언이 더 알려지게 된 거죠.”

 

그는 백인이나 일본계, 중국계 등 상당히 많은 연구자가 램자이어 교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일본이 아무리 거짓말을 하더라도 위안부 문제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학술 주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더라도 그분들이 남긴 증언은 대학과 대학원생들의 연구 자료가 될 겁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과 지금도 성행하는 인신매매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1974년 시카고대학에서 ‘청일전쟁의 정치적 배경’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조 교수는 50대 후반이던 92년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경기여중 선배인 이동은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워싱턴 정대협) 초대 회장의 권유로 92년 이 단체 이사로 참여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위안부에 대해 알게 됐어요. 동양사로 박사를 받았지만 그 전에는 몰랐어요.” 특히 선배가 들려준 위안부에 대한 말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아요. 만약 5~6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저도 그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죠.”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그는 3학기만 마치고 56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전쟁 직후라 대학 수업이 거의 없었어요. 그나마 있는 수업도 남학생 대부분은 번갈아 출석부에 도장만 찍고 깊은 산 절간에 들어 앉아 고시 공부를 했죠. 지식을 얻으려 찾아온 대학이 이 지경이라 유학을 갈 수밖에 없었죠. 혼자 유학길을 알아보고 결정된 뒤 부친에게 말씀드렸더니 선뜻 동의해주셨어요. 부친이 제 이름을 남자처럼 지은 것도 전형적인 여성으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했죠.”

 

그는 미국에서 세 아이를 양육하며 박사 공부를 병행해 만 40살에 박사 학위를 땄다. 시카고 로욜라대학 교수 때는 학교에서 첫 여성학 강좌를 열기도 했다. 조지타운대학에 재직하던 1996년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미국 내 첫 학술회의를 기획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워싱턴 정대협 쪽과 논의해 학회를 열기로 했는데 조지타운대학이 예수회 재단으로 진보적인 학풍이 아니라 개최가 쉽지 않았어요. 여성학을 가르치는 스무살 아래 백인 동료 교수와 함께 보직 교수들을 찾아 재정 지원을 구걸하다시피 했죠. 다행히 학회가 열리자 350석 강당이 꽉 찼고 그 뒤로 미국 곳곳에서 위안부 관련 회의가 열렸어요. 또 학회 3개월 뒤 미 법무부에서 일본 전범 명단을 발표했는데 그중 셋이 위안부 관련자였어요. 제가 기획한 학회 영향도 있었을 겁니다.” 2001년에는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공창제도, 일본의 여성차별 제도에 대한 글을 묶어 <2차대전 위안부의 유산들>이란 영문 책도 냈다.

 

                                     조봉완 교수가 미국에서 펴낸 <궁내의 살인> 표지.

 

그는 조지타운대학 퇴임 10년 뒤인 2016년에는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1851~95)의 생애를 다룬 영문 소설 <궁내의 살인>을 미국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어 번역본은 1년 뒤에 나왔다. “이웃 나라의 국모를 잔인하게 죽인 일제의 만행을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소설로 썼어요.” 그는 이 작품에서 명성황후는 매우 총명하고 국제적 감각도 있어 남편 고종을 도와 나라를 거의 구할 뻔했다고 긍정적으로 그린 반면, 명성황후와 대립한 시아버지 대원군은 권력 쟁취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악한’으로 묘사했다.

 

“명성황후는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러시아와 미국을 끌어와 일본을 견제하려 했어요. 이 계획이 거의 성공한 단계에서 일본이 계략을 써서 살해한 거죠.” 그는 소설에 여성주의 시각을 담았다고 했다. “전에는 주로 남성 작가들이 책을 쓰면서 명성황후를 안 좋게 그렸어요. 명성황후가 시아버지와 대립하고 다툰 것을 좋지 않게 봤죠. 남성 작가들은 또 일본이 명성황후 살해에 대원군의 허락을 받은 점이나 시해 당일 대원군이 가솔을 앞세워 경복궁에 들이닥친 사실을 잘 드러내지 않았어요. 저는 명성황후를 여성이 아니라 ‘완성된 인간’으로 그리려 했어요. 시부 앞이라도 인간으로서 서슴없이 자기 의견을 펼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요. 명성황후는 너무 일찍 태어났어요. 수십 년을 앞서 살았죠.”

 

                               조봉완 교수가 두 딸과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찾았다.

 

열강의 틈에서 어쩔 줄 몰랐던 명성황후 시절과 견줘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어떻냐고 묻자 그는 “현재 한국은 경제나 과학은 물론 대중문화에서도 강국”이라며 그때와 처지가 크게 다르다고 했다. “저주받은 지정학적 위치여서 한국이 민첩하게 외교를 펴야겠지만 현재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중요한 나라입니다.” 강성만 기자

한국 사업 담당할 제너럴 매니저 및 디렉터 구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가 한국 자회사 설립을 위한 채용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에서의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고자 임원급 인사인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 GM)를 채용한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이 공고에서 "한국에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이끌기 위한 GM을 찾는다"며 "한국 내 사업 조직을 구축해 전반적 경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관련해 소통하는 책임도 맡는다"고 덧붙였다.

모더나는 약물의 이상반응 등을 모니터링하는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 PV) 분야의 디렉터도 모집하기로 했다.

 

특히 PV 디렉터를 뽑는 채용공고에는 제목에서부터 '모더나 한국'(Moderna South Korea)이라고 적고, 본문에서도 업무를 담당할 곳을 모더나의 한국 자회사(Moderna's subsidiary in South Korea)라고 표현해 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한 셈이 됐다.

 

이에 앞서 모더나는 지난달 15일 두 번째 백신데이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모더나가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한 후 국내 기업에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맡길 전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다만 제약업계에서는 모더나가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국내에 진출할지, 어느 정도의 조직을 꾸릴지는 물론이고 CMO를 맡길지, 맡긴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에 대해서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지난달 30일 자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 목록에 올랐다. 국내 도입이 확정된 코로나19 백신 5종 중 하나다.

이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를 mRNA(전령RNA, 메신저 리보핵산) 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mRNA백신'이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유인우주선 야간 해상귀환 아폴로 8호 이후 53년만 처음

우주인 네 명, 미 우주탐사 역사상 최장 우주 체류 기록

 

2일 새벽 플로리다주 멕시코만 해상에 착수한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에서 내리는 우주비행사 [NASA·AFP=연합뉴스]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던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유인캡슐인 '크루 드래건'이 2일 오전 3시(미국 동부시간)가 되기 직전 미 플로리다주 앞바다 멕시코만에 착수(着水)했다.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의 지구 귀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와 봅 벤켄이 우주정거장에서 크루 드래건을 타고 내려와 해상 귀환에 성공한 바 있다.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이 2일 새벽 플로리다주 멕시코만에 떠 있다.[NASA TV·AP=연합뉴스]

 

이번 귀환은 작년과 달리 심야에 이뤄졌다. 우주정거장에서 출발해 6시간 30분 비행 끝에 지구로 진입한 크루 드래건은 낙하산 네 개를 펴고 칠흑 같은 밤바다에 무사히 닿았다.

스페이스X의 무사 귀환을 위해 미 해안경비대는 착수 지점으로부터 18㎞ 반경에 접근을 금지하고 현장을 지켰다.

미국에서 유인 우주선이 야간 착수를 한 것은 1968년 아폴로 8호의 귀환 이후 53년 만이다.

지난 1월 스페이스X의 화물 우주선이 야간 해상귀환 임무를 마치긴 했으나 당시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초 크루 드래건은 낮에 귀환할 예정이었으나 이 일대의 해풍이 강하게 측정돼 바람이 비교적 잠잠한 새벽으로 시간대가 변경됐다. NASA 존슨 우주센터는 스페이스X가 야간 착수를 위해 수많은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이 2일 새벽 플로리다주 멕시코만에 착수하고 있다.[NASA TV·AP=연합뉴스]

 

이번에 지구로 돌아온 NASA 소속 마이클 홉킨스, 빅터 글로버, 섀넌 워커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는 헬기를 타고 육지로 이동한 뒤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로 귀가하게 된다.

이들은 작년 11월 우주정거장에 도착, 미국 우주 탐사 역사에서 최장 우주 체류 기록을 세웠다.

크루 드래건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임무를 위해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로 옮겨진다. 스페이스X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승무원을 우주에 보내는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 왼쪽부터 섀넌 워커, 빅터 글로버, 마이클 홉킨스, 노구치 소이치 [NASA/AP=연합뉴스

HSBC 위민스 챔피언십 17언더파 우승

5년 3개월 만에 LPGA 통산 4승째 수확

 

김효주가 2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LPGA 트위터 갈무리

 

역시 골프는 멘털의 경기였다. 챔피언조에서 16번홀(18언더파)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해나 그린(호주). 하지만 이날 보기 없이 달려온 그린도 긴장감 탓인지 두 홀을 남겨두고 흔들렸다. 결국 17, 18번홀에서 그린은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무너졌고, 경기를 마치고 밥을 먹고 있던 김효주(26)는 식당에서 우승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김효주가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천74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역전극을 펼치며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조보다 3홀 앞서 출발한 김효주는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 쓸어 담으며 8언더파 64타를 쳤고,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67-68-72-64)로 승패를 갈랐다.

 

2016년 2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이후 5년 3개월 만의 엘피지에이 투어 우승. 2014년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2015년 파운더스컵을 차지했던 김효주는 엘피지에이 통산 4승째를 거뒀다. 우승상금 24만달러(2억6820만원).

 

지난해 국내 대회에만 집중해 2승, 상금왕을 차지했던 김효주의 승리로 한국 선수들은 박인비의 우승(기아클래식)을 포함해 올 시즌 엘피지에이 2승째를 거뒀다.

 

이날 선두와 5타 뒤진 9언더파로 시작한 김효주는 5번(파5), 6번(파4)과 8번(파5), 9번홀(파4)에 이어 11번(파4),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다. 또 14번(파4), 15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단독 선두가 돼 우승 꿈을 부풀렸다.

그러나 챔피언조의 박인비가 보기로 주춤하는 사이 그린이 14번홀(파4)에서 한꺼번에 2타를 줄이는 샷 이글로 공동 선두가 되면서 김효주를 위협했다. 이후 김효주는 18번홀을 파로 끝내며 경기를 마감했고, 그린은 16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합계 18언더파로 단독 선두가 됐다. 그린은 나머지 17, 18번홀을 파로 막으면 우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17번홀에서 퍼팅 실수로 보기를 범했고, 18번홀(파5)에서도 프린지에 떨어진 공을 세 번의 퍼팅으로 마무리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연장을 준비하던 김효주는 식당에 모여 있던 선수들의 샴페인 축하 세례를 받았다.

 

그린이 16언더파로 2위에 올랐고, 한때 선두를 달렸던 박인비와 패티 타와타나낏(태국), 린시위(중국)가 15언더파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유소연이 6위(12언더파), 전인지는 공동 7위(11언더파). 김창금 기자

 

'복면 여왕' 김효주 "햇빛 알레르기 있어"…"너무 배고팠다“

연장전 대비하며 여유롭게 식사…"오랜만의 우승, 꿈 같아"

 

복면 쓰고 우승한 김효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26)는 두 가지 특이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온종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경기하는 모습, 그리고 연장전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유롭게 식사하는 모습이다.

 

김효주는 2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6천74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기자회견에서 이 두 가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먼저 '특이한 마스크를 쓰고' 경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는 '항상 쓰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가, 햇빛 때문인가'라며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김효주는 "목에 심각한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며 "이걸 쓰면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싱가포르의 더운 날씨 속에서 열렸다. 김효주는 복면은 물론 선글라스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팔에 토시도 착용하고 경기를 했다.

'복면이 표정을 가려서 경기에 도움이 됐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김효주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써서 아무도 나의 표정을 못 봤기 때문"이라면서도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승 트로피 든 김효주

 

김효주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8개로 8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공동 1위인 상태로 라운드를 마쳤다.

14번홀(파4) 샷 이글로 공동 선두가 된 해나 그린(호주)은 3개 홀을 더 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린은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17번홀(파3)과 18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로 흔들려 김효주에게 우승을 내줬다.

 

김효주는 클럽하우스에서 이미향(28) 등 한국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린이 다시 동타를 이루고 18번홀에 들어설 때, 김효주는 연장전에 대비한 퍼팅 연습을 하기는커녕 음식을 먹었다.

김효주는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오늘 보기를 안 쳐서 정말 좋았는데, 그 때문에 더 배가 고팠다"며 "그래서 식사를 주문해서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내가 우승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김효주와 함께 점심을 먹던 동료들은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해줬다.

김효주는 "연장전에 가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배가 고팠고, 음식을 먹으며 준비하려고 했다"고 침착하게 기다린 비결을 설명했다.

또 "정말 더웠기 때문에 에어컨이 나오는 장소에서 식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은 김효주에게 더욱 의미가 크다. 2016년 2월 1일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이후 5년 3개월 만에 LPGA 투어 정상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올해 나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벌써 이뤄서 기쁘다"며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면서 갈고닦은 기술로 LPGA 투어에서도 적응하고 싶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코로나19를 우려해 KLPGA 투어에서만 뛰었다. 이는 김효주에게 좋은 반등의 발판이 됐다. 김효주는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2번 우승하고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에 오르며 부활했다.

김효주는 "작년 KLPGA 투어에서 뛴 것은 분명 올해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운동과 훈련을 많이 했는데 비거리도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LPGA 투어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효주는 "오랜만에 우승했다. 처음 우승한 것 같다. 지금 꿈꾸는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부활한 김효주, 도쿄올림픽 정조준…"팬들이 원해요"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 상위 4순위…"인생에 큰 영향 줄 것"

 

우승컵에 입 맞추는 김효주

 

5년 3개월 만의 우승으로 부활에 성공한 김효주(26)가 이제 도쿄올림픽을 바라본다.

김효주는 2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6천740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2016년 2월 1일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5년 3개월의 공백을 깨고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려 의미가 크다.

 

김효주는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시즌 5승을 거두고 대상·상금왕·최저타수상·다승왕을 휩쓸며 '천재 소녀'로 이름을 날렸다.

또 그해 LPGA 투어 비회원으로서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김효주는 2015년에도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6년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우승을 끝으로 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김효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KLPGA 투어에서만 뛰면서 부활했다.

더욱 정교하게 기술을 연마한 결과 롯데 칸타타여자오픈과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2승을 따내며 천재 소녀의 귀환을 알렸다.

이번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김효주는 아직 경기를 마치지 않은 해나 그린(호주)이 우승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점심을 먹는 등 여유를 보였다.

 

LPGA 투어에서도 부활한 김효주는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6월 말 세계랭킹 기준으로 국가당 상위 2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총 4명이 출전할 수 있다. 세계랭킹 15위 내에 2명 이상의 선수가 있는 나라는 15위 내에서 최대 4명을 올림픽에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마지막 주 기준 김효주의 세계랭킹은 9위다. 1위 고진영(26), 2위 박인비(33), 3위 김세영(28)을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이번 우승으로 김효주는 17위 이정은(25), 18위 유소연(31), 19위 박성현(28)과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

김효주는 2016년에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기대했으나 당시에는 박인비, 김세영, 전인지(27), 양희영(32)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효주도 이번 기회를 살려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원래 올림픽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잘하면 기회가 올 것 같고, 주변의 팬분들도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 주신다"며 "이번 우승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한국 대표팀 멤버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어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로 몇 번 국제대회에 나갔다"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나의 골프 인생뿐 아니라 내 인생 자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번 대회 경험으로 김효주는 자신감을 듬뿍 충전했다.

김효주는 전날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6개로 이븐파에 그쳤지만, 이날 4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잡아냈다.

김효주는 "어제 보기는 모두 짧은 퍼트 실수였다. 평소 퍼트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짧은 퍼트할 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