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럼] 위선,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

● 칼럼 2021. 5. 3. 06:2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위선,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 

 

조형근 ㅣ 사회학자

 

2016년 미국 대선,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텔레비전 토론 때였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연방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며 공격했다. 트럼프는 적반하장이었다. “그래서 내가 똑똑한 거요.” 대통령 후보가 탈세를 자랑했으니 경악스럽다. 사실은 영악했다. 세금은 강도질이며, 노골적인 자기 이익 추구야말로 번영의 비결이라는 레이건 이래 우익의 신조를 저 한마디로 집약했던 것이다. 경제학자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저크먼이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에서 내리는 평가다.

 

트럼프가 예시하듯 어떤 세계관은 이기적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고 좇는 게 옳다고 믿는다. 성공의 욕망, 부자가 되고픈 욕망, 타인을 이기고 지배하려는 욕망이야말로 우리의 본성이며 발전과 풍요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이 솔직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정의로운 평등주의자들의 이중성이 폭로될 때다. 앞에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떠들던 이들이 뒤로는 탐욕을 추구했다니 사람들은 아득해진다. 선한 가면 뒤 탐욕의 민낯이라 더 추하다. 위선적인 도덕가보다는 차라리 솔직한 악당이 낫다고 여기게도 된다.

 

나도 저 역겨운 위선자 무리에 속하지 않을까? 대단한 고백도 못 되지만 내 삶은 내 글만큼 정의롭지 않다. 유독 글 쓸 때만 정의롭다. 글쓰기가 점점 힘든 이유다. 나에게 선함이랄 게 있다면 내면에서 우러나온 참된 원칙이라기보다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연기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대개 비슷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사회 규범을 지키는 이유는 남들도 지키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역도 성립한다. 남들이 지키지 않는다고 믿으면 나도 지키지 않는다. 도덕적 선호는 내면의 명령을 따르는 올곧은 준칙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에 대한 관찰과 예측에 좌우되는 조건적 선택이다. 철학자 크리스티나 비키에리의 통찰이다. 남들이 선하게 행동한다고 믿으면 나도 선(한 척)하게 된다. <불평등의 대가>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 원리로 소련 붕괴 뒤 혼란의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일화를 회고한다. 그 나라 온실에는 대부분 유리가 하나도 없었다. 너도나도 유리를 훔쳐갔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훔칠 거라며 필요하지 않아도 훔쳤다. 선한 척할 필요가 사라진 세상의 모습이다.

 

그 무렵 러시아의 한 여론조사는 사람들이 기존 사회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야만적 자본주의 중에서 야만적 자본주의를 가장 선호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젊은이들의 지지가 높았다. 당과 국가의 간섭은 물론이지만, 인간의 얼굴이라며 복지니 뭐니 하는 위선도 싫었다. 이리처럼 만인에 맞서 경쟁하고 싶었다.

 

1990년까지도 자본주의에 대해 신중하던 러시아의 여론은 1991년의 쿠데타와 고르바초프의 실각, 옐친의 권력 장악을 거치며 급변했다. 급진적인 시장화, 사유화를 동반한 충격요법이 지지를 얻었다. 인간의 얼굴을 앞세운 정당들은 패배했다. 사람들은 진보적인 조세제도로 혜택을 입기보다는 정글에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 했다. 시장주의자들은 1995년까지 생산이 25~50% 증가하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3분의 1이 줄었다. 1990년대 동안 러시아인 90%의 실질소득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20년 뒤에도 1980년대 말의 실질소득을 회복하지 못했다. 기대수명도 급락했다.

소련 해체 뒤 이행기를 연구한 경제학자 블라디미르 포포프가 ‘여론의 수수께끼’라는 논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국가와 당이 붕괴한 상황에서 경제가 작동하려면 사회적 신뢰가 절실했지만, 야만의 시장에서 신뢰가 생산될 리 없었다.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솔직한 악덕계급이 정글을 장악했고, 소련 시절의 첨단 테크놀로지 대신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나라가 됐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권력의 위선에 대한 비판은 늘 옳다. 어떤 세력은 이참에 아예 정직한 노동을 비웃으면서 부동산이며 코인이며 투기 욕망을 정당화하고 부채질한다. 그러나 위선으로 입은 상처를 솔직한 악덕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위선이야말로 선을 닮고 싶은 우리의 또 다른 본성을 증거한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인 이유다.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저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 냉소하기보다는 위선의 모순 속으로 걸어가야 할 까닭이다. 이 길을 걸어야 한다.

바이든 대북정책, 큰 틀에서 실용 · 단계적 접근

● WORLD 2021. 5. 3. 06:2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완전 비핵화 목표 ‘부분적 비핵화 하면 부분적 제재 완화’

오바마 ‘전략적 인내’ - 트럼프 ‘빅딜’ 사이 제3의 길 모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대북정책의 얼개를 공개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버락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도,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전부 아니면 전무’도 아닌 실용적 접근법을 취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때맞춰 미 정부를 비난하는 논평들을 쏟아냈다. 북·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0일 기자들에게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고 확인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개 행정부의 노력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며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그랜드 바긴)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 우방과 매 단계마다 협의를 해왔으며 앞으로 계속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으로부터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바이든 정부가 조만간 대북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이 밝힌 대북정책의 특징은 트럼프도 오바마도 아닌 ‘바이든 대북정책’으로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북한을 사실상 방치해 핵능력만 키워줬다는 비판을 들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모든 제재 해제를 통째로 맞바꾸려 한 트럼프의 ‘빅 딜’ 방식을 버리고 제3의 접근을 취하겠다는 얘기다. 미 정부의 한 관리는 “트럼프 정부가 ‘모든 것 대 모든 것’, 오바마 정부는 ‘전무 대 전무’였다면 이것은 그 중간쯤”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미 관리는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대북 외교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되,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정부 관리는 “특정 조처에 대해 (대북 제재) 완화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 조심스럽고 조절된 외교적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스몰 딜’(작은 합의)을 이어가면서 비핵화로 향해 가는 방식이다.

 

 

미 정부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서명한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고위 관리는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및 그 이전의 합의들에 기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100% 따른다기보다 미국이 이미 해놓은 합의에 기초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바이든 정부가 비현실적인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 단계적 접근법과 싱가포르 합의 존중을 시사한 점을 들어 “매우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것으로 북-미 대화의 문이 조금은 열렸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부터 노련한 외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2일(한국시각) 연쇄 담화를 통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력’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과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한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을 비판하며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미국이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더라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위터 글에서 “북한에 대한 조정된 접근은 새로운 길이 아니다”라며 과거 6자회담 등에서 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북한이 테이블로 오면 작동할 수 있는데, 문제는 어떻게”라며 압박과 도발의 순환으로 하는 방법과, 새롭고 평화로운 북-미 관계 구축을 위한 포괄적·전략적 노력의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발표를 보고 담화를 공개했다고 봐야 하고,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패했으니 미국이 ‘새로운 셈법’으로 나와야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 큰 기대를 안 하기 때문에 말이 사납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역할도 지켜볼 대목이다. 미·중이 무역·기술·군사 등 전방위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대북 경제 지원이라는 지렛대를 쥔 중국이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 협력할 것인지는 매우 큰 변수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한국, 일본 등 동맹과 미 의회에 설명하며 안팎으로 공감대 다지기에 나섰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길윤형 기자

 

문 대통령의 북핵해법, 바이든 설득에 성공한 듯

미 정부, 문 대통령 제시한 ‘싱가포르 합의’·‘단계적 해법’ 사실상 수용
2019년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직접대화 재개되려면 고비 넘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뒤 공동성명 서명식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30일 언급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희망해 온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 최종 결과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2018년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출발점으로 삼아 북-미가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을 상당 부분 반영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은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였다.

첫번째는 지난 1월18일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제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에게 “트럼프 정부에서 있었던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그런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미국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지난 21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선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30일 나온 사키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과 미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모아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뤄내자는 한국 정부의 구상을 상당 부분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사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우리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일괄타결(그랜드 바겐·빅딜)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앞선 두 행정부의 접근법을 절충한 ‘스몰 딜’을 통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해 나갈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말이었다. 이어, 익명의 미 고위 당국자는 1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와 다른 이전의 합의들 위에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정부는 싱가포르 합의가 트럼프 때 이뤄진 것이어서 애초 부정적 입장이었는데 정부가 (미국의 생각을 돌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자신들이 부정해야 하는 전임 행정부의 유산이었다. 또 이 합의에 대해서는 2018년 6월 합의가 공개된 직후부터 미국이 너무 양보했다는 ‘매파’들의 공격이 이어져 왔다. 그렇다고 이 합의를 폐기하면, 미국이 달성해야 하는 최종 목표인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북을 압박할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외교적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 세계 앞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한 이 성명을 받아들이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다음 난관은 단계적 접근이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지난 3월23일 브리핑에서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 정책을 담당했던 당국자들은 물론 1990년대 이후 대북 외교에 관여했던 모든 인물들, 미 행정부 내 여러 부처들, 한·일 등 동맹들을 상대로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 아래 북핵 문제를 방치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실패했던 것처럼 ‘빅딜’을 통해 북핵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이 두개의 극단을 절충하는 단계적 접근일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한과 오랜 기간 협상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으로부터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건 전 부장관은 2019년 2월 말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해법을 수용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볼턴 전 보좌관 등의 막판 뒤집기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이 재검토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 문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 재검토의 최종안을 보고하기 직전인 지난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단계적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 인터뷰가 실제 미국 정부의 의사 결정에 얼만큼 영향을 끼쳤는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최종 결론에 한국의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

 

하지만, 북-미 대화로 향해 가는 앞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예상보다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택했지만, 의미 있는 대화가 시작될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 지난 2019년 2월 말 ‘하노이 실패’ 이후 북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한-미 연합훈련 중지, 첨단 전략자산 도입 금지 등 ‘체제 보장’과 관련된 근본적 요구를 쏟아내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은 계속 실시한다는 입장(3월22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이고,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이 싫어하는 F-35 등 첨단 전략자산의 도입을 미룰 생각이 없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완전한 재검토 결과를 공개할 때까지 상황을 관망하면서, 당분간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자력갱생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략적 도발을 걸어올 가능성도 있다. 미 당국자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전략이 “핵 도발에 대한 북한의 단기적 계산법(calculus)을 바꿀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길윤형 기자

 

북, 연쇄담화로 대미 불만 표출...급 낮춰 수위조절

적대시 정책 유지에 강한 실망  “상응한 조치 강구할 것” 밝혀
대통령 대신 ‘미국 집권자’ 표현 낮은수준 예우 “협상 여지” 평가

 

남쪽의 노동절에 해당하는 5·1절을 맞아 북한 각지에서 공연과 체육 경기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이 2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얼개를 비난하는 두건의 공식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 규정한 국무부 대변인의 ‘북한자유주간 성명’을 겨냥한 “대변인 담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겨냥한 “권정근 미국국장 담화”가 그것이다. 북한 당국이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관망 태도를 접고 본격적인 ‘밀당’에 나섰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우선 두 대목을 짚을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 외무성의 연쇄 담화가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났다’는 백악관 대변인의 기자회견(현지시각 4월30일) 직후 나왔다는 사실이다. 둘째, ‘미국국장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형식과 내용 모든 측면에서 ‘북한의 첫 공식 견해 표명’으로 간주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3월18일)나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기도 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 비서 담화(3월27일)에 비해 ‘격’이 한참 떨어진다.

요컨대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강력한 불만·실망’을 밝히되, 그 발언 주체를 ‘국장급 실무선’으로 낮춰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당분간 북한이 미국에 우호적인 견해나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5월21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의 방향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전략적 대미 군사 행동’의 가능성도 낮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은 ‘미국국장 담화’에서 “미국 집권자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또다시 실언을 했다”며 “그의 발언에는 미국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짚었다. ‘북핵’은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4월28일(현지시각) 첫 의회 연설을 사실상 “대북적대시정책”으로 규정한 셈이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 8차 대회’(1월5~12일)에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국장 담화’는 “우리는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방침에 따라 일단 “강대강” 기조로 미국에 맞서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다만 ‘미국국장 담화’의 “미국 집권자”란 표현엔 북쪽의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고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가 짚었다. ‘대통령’이란 표현을 피해 ‘기분 나쁘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한편으로, 특유의 막말 대신 “집권자”란 표현으로 낮은 수준의 예우와 함께 협상의 여지를 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4월28일(현지시각)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최고존엄 모독”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앞세우지 말라는 대미 ‘견제구’다.

외무성 연쇄 담화는 “북한에 집중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주의를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다른 전직 고위관계자는 짚었다. ‘중국 견제’에 대외전략의 기조·초점을 맞춘데다 이란핵 협상으로 바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존재를 잊을 위험을 차단하려는 선제 행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주장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외무성의 대미 비난 담화의 연관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제훈 기자

 

김여정 ‘대북전단 비난 담화’ 속뜻은 “남쪽 때려 미국 움직이기”

 

지난 1월5~12일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모습.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오른쪽 뒤로 서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일부 탈북자 단체의 일방적 대북전단 살포 주장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상응한 행동 검토”를 2일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노동신문> 2면에 실린 개인 담화에서 “얼마전 남조선에서 ‘탈북자’ 쓰레기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며 “남조선 당국은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 우리도 이제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와 명분 측면에서 섣부르고 과도해 보인다. 우선 자유북한운동연합은 4월25~29일 비무장지대(DMZ) 인근 경기·강원도 일대에서 전단 등을 북쪽으로 날려보냈다고 4월30일 주장했으나 ‘물증’은 내놓지 않았다. 더구나 통일부는 4월30일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단 살포 사실이 확인되면 ‘접경지역 주민 생명·안전 보호’를 이유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등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24·25조를 근거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2일에도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전제한 뒤 “전단 살포 문제는 경찰 전담팀이 조사하는 만큼 ‘남북관계발전법’이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취지에 부합되게 확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사실 확인 뒤 처벌’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전단 살포 주장만 있을 뿐 물증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 북쪽이 이날 ‘김여정 담화’와 외무성의 대미 비난 담화를 동시 다발로 발표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쪽은 ‘남쪽을 때려 미국을 움직인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듯하다”며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쪽의 추가 대남 압박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제훈 기자

WTO 총장 밀더니…핵심 간부직 차지, 실속 챙긴 일본

● WORLD 2021. 5. 3. 06:1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WTO 사무총장 선임보좌관에 외무성 전 간부 우야마 취임

 

우야마 도모치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임보좌관. 주샌프란시스코 일본 총영사관 누리집 갈무리

 

일본 외무성의 우야마 도모치카 전 심의관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의 선임보좌관으로 2일 취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에서 세계무역기구 핵심 간부를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일 자료를 내어 우야마 내각관방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정부대책본부’ 전 심의관을 세계무역기구 선임보좌관으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우야마 보좌관은 사무총장을 직접 보좌하면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외무성이 설명했다.

 

선임보좌관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자리로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우야마 보좌관은 외무성 국제무역과장과 경제국 담당 심의관 등을 역임했으며,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공사로도 근무한 적이 있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오콘조이웨알라

 

이번에 일본이 세계무역기구 선임보좌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일본 정부의 요청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중심으로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을 도울 인재를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끝난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경쟁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적극 지지해 조용히 실속을 챙긴 셈이다. 김소연 기자

부동산 등 주요 현안에 ‘당내 소통’ ‘경청’ 강조

현충원서 ‘안보’ 강조하다 ‘세월호’ 언급 논란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가 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개월 전 최초로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을 예견한 책을 보셨나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임기 시작 첫날인 3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더해 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 군인의 묘역까지 차례로 방문했다.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참배는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래 민주당의 ‘전통’이 됐지만,

 

송 대표는 유별났다. 진주만 습격을 예상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식견을 짚었을 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엔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합니다” 등 구체적인 업적을 적었다. 인천상륙작전과 백마고지전투 등 손원일 중장과 김종오 대장의 한국전쟁 활약상을 상세히 읊으며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로서 깨알 같은 지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 대표는 또한 아들이 자신에게 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유니폼(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민주당이 너무 소홀히 한다. 세월호는 막 그렇게 하면서(챙기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보 문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강조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하려는 뜻이었겠지만, 그동안 세월호 유족과 아픔을 함께하면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현충원 참배 직후 국회로 이동해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송 대표는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당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특유의 직설 어법 대신 “(의견) 수렴”(4차례), “경청”(3차례), “소통”(2차례)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상황을 파악해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을 주장했던 송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선 “경과를 들어보고 당 차원에서 언론과 검찰개혁 문제에 대한 단계적 토의를 하겠다”며 “개인적 생각이야 있지만 당 대표로서는 당무 전체에 대한 보고를 파악할 최소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90% 상향 조정을 주장했지만 이날은 구체적 내용 대신 “비대위 때 출범한 부동산 특위를 재구성하겠다”고만 했다.

송 대표는 본래 4일 봉하마을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루고 긴급한 현안인 부동산 정책과 백신 문제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보궐선거 참패 이후 벌어진 ‘문자 폭탄’ 분란과 ‘당심-민심 논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강성 당원이 아닌 열성 당원이라 표현을 드린다”며 “그분들의 열정이 시스템을 통해 의견이 수렴돼 승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좋아하는 논리만 취합해서 강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민심과 유리되지 않은 것(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가 돼야 (당심이) 민심과 유리될 때마다 당내 토론으로 교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기 대선 경선의 공정한 관리도 약속했다. 송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공정한 경선, (민주당이) 원팀이 제대로 될 때 정권을 다시 맡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지원 기자

 

‘민주당 정부’ 강조한 송영길…당·청 관계 주도 의지 밝혀

 문 대통령 “당 주도하는 게 정상” 불협화음 없는 원팀 강조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왼쪽)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송영길 당 대표가 ‘민주당 정부’, ‘당의 주도권’을 강조하며 당·청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인정하며 ‘불협화음 없는 원팀 기조’를 당부했다. 당·청 관계에서 여당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준비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지만 문재인 정부냐, 민주당 정부냐고 할 때 아무래도 ‘민주당 정부’라는 방점이 약했다”며 “정책은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게 많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민주당 정부’를 강조했지만 청와대 주도로 당·청 관계가 형성되고 정책도 실행됐다는 진단이다.

 

송 대표는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우리 당이 중심이 돼 차기 정부에 대한 정책을 잘 준비해야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정책을 관철시키고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대선 준비를 위해 실질적인 당 주도의 당·청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겪으며 레임덕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의 임무를 맡은 당으로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철희 정무수석을 통해 여당의 주도권을 인정했다.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송 대표를 예방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지금부터는 당이 주도하는 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게 “대통령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이어 “다만 ‘당정 갈등이 있는 것처럼, 당정 간 불협화음이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 국민이 불안해 하니까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정무수석이 항상 국회에 가서 살다시피 하면서 의견을 청취하고 잘 소통하는 역할하라’고 (대통령이) 말씀 주셨기 때문에 부지런히 송영길 대표를 쫓아다니겠다. 자주 전화 드리겠고 찾아뵙고 필요한 말씀 듣고 필요한 말씀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여당 주도의 조화로운 당·청 관계 정립을 여당에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 중심으로 중심으로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송 대표가 화합적이시니 잘 해줄 거라고 믿는다. 당·정·청이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송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면 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당연하다. 갈등으로 나타나면 문제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당-청 소통을 강화해 이견을 정리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게 대선 승리를 위한 길이라는 설명이다. 송채경화 이완 기자

 

민주당 새 대표에 송영길…홍영표에 0.59%p 신승

초선 김용민 17.73% 1위로 최고위원

강병원· 백혜련· 김영배· 전혜숙 당선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선 패배 뒤 더불어민주당을 새롭게 이끌 당 대표로 5선의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을)이 당선됐다. 송 신임 민주당 대표는 재보선 참패를 반성하고 실패한 정책을 개선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민주당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임시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열어 송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송 후보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각각 45%, 40%), 일반당원과 국민 여론조사(각각 5%, 10%)를 합산한 결과 최종 득표율 35.6%를 얻어 2위 홍영표 후보(35.01%)를 간발의 차이로 눌렀다.

 

86세대의 선두주자인 송 후보의 당선은 이번에 세번째 당권에 도전하면서 고향인 호남 지역 대의원 지지세가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레이스 초반 ‘송영길 대세론’이 일었지만, 홍영표 후보가 약진하는 등 이른바 ‘주류’의 막판 결집도 만만찮았다. 홍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서 승리했지만 송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0.59%포인트 차이 신승이었다.

 

송 신임 대표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수락 연설에서 “지금은 승리를 향한 변화를 위해 주저 없이 전진해야 할 때”라며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백신 △반도체 △기후변화 △한반도 평화번영을 5가지 핵심과제로 제시한 그는 “열정·헌신·지혜를 가진 모든 분을 하나로 모아 원팀을 만들겠다 당의 자랑스러운 대선주자들과 소통하고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7명 후보자 중 5명을 뽑은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슈퍼여당의 힘으로 선명한 검찰·언론개혁’을 주장한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 병·초선)이 17.73%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재선의 강병원(서울 은평을), 백혜련(경기 수원을) 의원이 각각 17.28%, 17.21%를 득표해 근소한 차이로 2·3위를 기록했다.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초선)과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갑·3선)도 각각 13.46%, 12.32%를 득표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여성 최고위원은 당선권에 들지 않아도 최고득표자 1인이 자동 선출되는 규정이 있지만 이번 전대에서는 백혜련·전혜숙 의원 2명이 자력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번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은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재보선 패배 뒤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한꺼번에 치러졌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잔여임기인 내년 8월까지다. 노지원 기자

 

송영길은... 86세대 대표주자·5선의원, 노동운동 하다 인권변호사로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전당대회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게 된 송영길(58) 대표는 1984년 직선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돼 학생운동을 주도한 86세대의 대표주자다.

전남 고흥 출신인 그는 광주 대동고 3학년 시절이던 1980년 광주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했다. 대학 진학 뒤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게 된 배경이다. 1984년 서울대 이정우, 고려대 김영춘과 함께 ‘민정당사 점거농성사건’을 주도했고 출옥 뒤에는 인천 대우자동차 배관용접공으로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뒤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신념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고민했고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느꼈다고 한다. 아파트 전세금을 밑천삼아 고시원으로 들어가 2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인천에서 노동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1996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주도한 ‘젊은 피’ 수혈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18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으로 당선돼 행정 경험을 쌓았다.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20·21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5선 의원이 됐다. 86세대 정치인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이다.

 

6남매 중 본인을 포함한 4명이 고시에 합격한 ‘고시 4남매’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행정고시를 통과한 송하성 경기대 교수가 큰형,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송영천 법무법인 세한 대표변호사가 작은형이다. 송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여동생이다.

 

이번 당권 도전은 세번째다. 2016년 전대 땐 예비경선에선 한 표 차이로 ‘컷오프’ 됐지만 2018년엔 이해찬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 인선은 문재인 캠프의 탕평·통합인사로 해석됐다. 영어·중국어·러시아·일본어 4개 국어에 능통하며 한반도 주변 4강에 외교적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21대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노지원 기자

 

송영길 “청년, 평생 전세방 살라 못해”…생애 첫 주택 대출 완화 시사

 생애 첫 주택 LTV · DTI 90% 완화 공약.. “법사위원장 뺀 7개 논의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일 “엘티브이(LTV·담보인정비율) 등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신혼부부나 청년세대들에게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세대 주택구매를 돕기 위해 엘티브이와 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를 90%까지 풀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진행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의) 기본 원칙은 2·4 공급대책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출 규제 완화를 청년층 주택구매를 위한 ‘사다리’라고 표현했다. 엘티브이와 디티아이를 90%까지 풀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집값 상승한다고 청년 신혼부부들은 집 사지 말고 평생 전셋방·월셋방에 살라고 말할 수 없다. 물가가 오른다고 임금 못 올리게 하는 논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또 “무주택자 비율이 43% 되고 집 사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10% 정도다. 그중에서도 생애 첫 주택구매자로 (대출) 대상을 한정하고, 다른 정책 수단을 뒷받침하면 집값 상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있어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해선 “종부세 부과 대상이 1%에서 3.8%까지 늘어서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종부세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노년 공제, 보유공제 비율을 조정해서 1주택자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이 있다. 과세 이연의 문제도 별도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산세 완화, 집값 급등으로 늘어난 공시가격 조정 등에 대해서는 “당내 부동산특위에서 보완해 당정 간에 잘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회 원구성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사법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원장 재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대표는 “김태년-주호영 전임 원내대표들이 합의했던 7개 상임위가 (재배정 대상으로) 논의될 수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했지만 ‘법사위원장 반환론’에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대통령 경선 연기론에 대해선 ‘대선 승리 도움 여부가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 6개월 전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9월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경선 연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송 대표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이 바뀔 순 없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과도 만나서 의견도 수렴하고 지도부와 의견수렴해서 잘 논의하겠다”며 “모든 판단 기준은 (내년) 3월9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민주당 송영길호 출범…궂은 일은 대표 몫, 영광은 대선 주자에게로

4·7 재·보선 참패 반성과 혁신의 리더십 절실
흔들리는 부동산 정책 신속히 매듭지을 필요
당내 경선 흥행과 질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1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더불어민주당의 수장으로 선출된 송영길 신임 대표의 최대 과제는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10개월의 대장정이다. 막중한 역할이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당대표는 극한 직업이다. 궂은일을 묵묵히 처리하면서 영광은 대선후보에게 돌려야 한다. 송영길 대표는 목소리가 큰 정치인이다. 역할과 스타일의 엇박자 위험이 있다.

세부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4·7 재보선 참패에 대한 반성이다.

1955년 민주당이 생긴 뒤 서울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이렇게 크게 패한 적이 없다. 2020년 4·15 총선 압승 1년 만에 민심이 왜 이렇게 정반대로 뒤집혔는지 이유를 정확히 찾아야 한다.

선거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혁신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도 진다. 정책이 잘못됐다면 정책을 고쳐야 하고, 태도가 잘못됐다면 태도를 고쳐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당심과 민심의 갈등이 심각하다. 대표가 나서서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부동산 정책이다.

4·7 재보선 이후 종부세 완화 여부, 대출규제 완화 여부, 과세이연 제도 도입 여부 등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 공백으로 당정의 중심축이 무너진 탓이다.

부동산 정책은 대선주자들에게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송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일 안에 결단하고 매듭지어야 한다.

 

셋째, 당내 경선 관리다.

당장 8월 말~9월 초로 예정된 경선을 연말이나 내년 초로 연기해야 한다는 경선연기론이 있다. 유력 주자들의 뜻을 모아 대표가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만 있는 게 아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도 있다. 김두관·박용진·이광재 의원도 있다.

 

사람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다. 1997년 신한국당에는 이른바 ‘9룡’이 있었지만, 정권을 빼앗겼다. 예비경선, 본경선을 거치며 흥행과 질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세부과제의 최종 목표는 물론 대선 승리다. 앞으로 10개월 동안 대선판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면 안 된다. 여야 기세 싸움에서 밀려서도 안 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과 비판은 당분간 송 대표와 당 지도부의 몫이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대표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대선은 대선주자 혼자 치르는 게 아니다. 대표가 대선주자와 호흡을 맞춰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실패 전례가 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물러났다. 대선에서 패하고 1년 뒤 문재인 대통령이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를 치르는 데 가장 컸던 어려움 중 하나가 당 지도부의 부재였습니다. 지난 대선의 전략-전술에서 가장 큰 오류였다고 봅니다.”

 

“이해찬 당대표가 물러나면서, 당장 리더십의 공백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민주캠프-시민캠프-미래캠프를 조율하고 조정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사안이 많았는데, 그런 업무를 매사 선대위원장단 회의를 통해 결정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선대위가 담당하기 어려운 외부 인사 영입 문제, 특히 비중 있는 중도나 보수 인사 영입에서도 후보를 대신해서 결정하고 만나서 담판을 지어 줄 비중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령탑이 없는 합의제 선대위 구도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대선을 치르는 당 지도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히 묘사한 글이다. 송 대표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성한용 기자

 

세후보 각축, 1·2위는 0.59% 극소차, 통합 리더쉽 과제

 

예측불허라고는 했지만 그야말로 혼전이었다. 2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선 송영길·홍영표 1~2위 후보가 겨우 0.59%포인트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세 후보 중 가장 지지세가 약하다고 했던 우원식 후보도 30% 가까운 득표율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전국대의원대회를 결과를 좌우한 건 역시 주류 당원들이었다.

 

이날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당원·국민 여론조사 합산 결과 35.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송영길 대표는 대의원과 일반당원 투표에선 1위를 했고,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에선 홍 후보에게 뒤졌다. 합산 때 반영 비율이 45%인 대의원 선거인단에선 0.5%포인트 우세했고, 40%가 적용되는 권리당원에선 0.67%포인트차로 밀렸다.

 

권리당원의 파워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당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 5명 중 3명은 권리당원 득표율 순위와 최종 득표율 순위가 일치했다. 특히 대의원 투표에선 후보 7명 중 꼴찌를 한 김용민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가장 앞서 결국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 때 김종민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서 4위를 했음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총득표율 1위로 최고위원에 뽑힌 것과 흡사하다.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김용민 후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조국 옹호’에 앞장섰다. 김 후보는 재보선 패배 이후 전대에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 가장 먼저 주장했고, 당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0.45%포인트 차로 1위를 놓친 강병원 의원(17.28%) 역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부엉이 모임’ 소속이었다. 4위에 오른 초선의 김영배 의원(13.46%)은 역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 비서관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 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의 멤버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선 여성 후보 2명이 당 지도부에 동반 입성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백혜련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일부 권리당원들에게 ‘배척’받았으나 1, 2위에 근소한 차로 밀려 3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여성 2명과 초선 2명이 최고위원이 된 것은 당 안의 역동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노지원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