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미 결산

한-미 동맹을 공고히하고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

안정적으로 대미-대북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 마련했다 평가

 

방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미국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 등 3박5일간의 미국 순방 일정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한-미 동맹을 공고히하고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귀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성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로 꼽았다. 미국 백신개발기업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협력 등 ‘백신 글로벌 생산 허브’ 구상은 현실화했지만 문 대통령은 백신 물량을 더 확보해 와야 한다는 국내 요구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한국이 방역 선진국이라는 미국 내부의 평가가 백신 추가 공급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한국군 백신 지원은 문 대통령의 ‘빈 손’을 면하게 해준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보다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하고 확진·사망자가 많은 취약한 국가들이 훨씬 많아 백신 스와프 등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웠다”면서 “미국이 동맹관계 속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한국군에 아무 조건없이 백신을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짓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외교가 실패한 뒤 좀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건드리는 인권대표가 아닌 북핵협상을 주도할 특별대표를 임명한 건 문 대통령의 북-미 협상 요구에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화답한 모양새다.

 

이번 한-미 정상 합의가 다음 정부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미-대북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돈 전 의원은 “임기가 일년도 안 남은 대통령이 뭘 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실패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어울렸던 한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씻어내면서, 다음 대통령이 대미·대북 외교를 하는 데 있어 부담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미국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배터리 등 혁신기술 공급망에 동참하고 기후위기, 우주 개발 분야에 협업하기로 한 건 미래 국가적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기술 특허와 탄소세 등 무역 장벽과 밀접한 문제여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성장동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귀국길에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현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대만해협’ 처음 넣고 ‘중국’은 빼 견제수위 조

한중관계 고려 ‘쿼드 참여’ 안꺼내,  중 “선 지켰다”…대만 언급엔 유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1일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와 같이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언급됐다. 하지만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중국 견제에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중국 공격은 자제한 게 눈에 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미-일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과 동일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미-일 공동성명에서는 1969년 이후 52년 만이다.

 

그러나 중국과 관련한 나머지 대목에서는 한-미, 미-일 공동성명 사이 차이가 크다. 미-일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동중국해에서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도 반대한다” 등 공격적 표현들이 담겼다. ‘중국’이라는 단어가 네 차례 들어갔다.

 

반면, 한-미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같은 완화된 표현을 썼다. ‘중국’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두 성명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대중국 강경 노선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는 비치지 않도록 미국과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한-중 관계의 민감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의 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이 정식으로 참여하는 문제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비켜갔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표현으로 에둘렀다.

 

중국 쪽 반응은 두 갈래로 보인다. 중국이 ‘주권의 영역’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미-일 정상회담에 견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를 집중 거론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쪽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미-일 공동성명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반면,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며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미 정상이 “대만해협”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미-일 정상회담 때와 달리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지는 않은 점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절충점을 찾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아사히신문>은 한·미 정상이 “대중 정책에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 지역의 평화”를 언급한 점을 들며, “이례적으로 깊이 들어간 발언이었다”고 평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중 언론 “한-미 정상 서로 원하는 것 얻어”

대만 문제 민감 반응하나 미-일 회담 때와 달리 ‘이해’ 반응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에 대한 중국 쪽 반응은 두 갈래로 보인다. 중국이 ‘주권의 영역’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지난 미-일 정상회담에 견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공동성명 발표 직후 대만·남중국해 언급을 집중 조명하며, 지난달 16일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를 집중 거론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쪽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미·일 공동성명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미·일 동맹의 폐해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중 외교부는 아직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어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국익과 동북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한중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쳐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서도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협박을 받고 독약을 마시는 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왕젠 <중국중앙방송>(CCTV) 시사평론원은 “과거 한국은 중-미 관계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이 문제를 한국이 먼저 공동성명에 넣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평론원은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미사일 협정 폐기,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 쪽에 요청할 것이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만나서도 ‘위안부’와 강제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등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며 “결국 양쪽이 서로 원하는 바를 주고 받은 것”이라고 짚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문재인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며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저우융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신문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상대적 중립성을 포기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쿼드’에 합류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정치검찰 노무현 전대통령 욕보여…

꼬리곰탕 한그릇 먹고 덮어준 BBK특검팀에 윤 있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3일 "모든 권한을 가진 검찰이 직접 정치를 하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했다"며 야권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격했다.

추 전 장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2주기인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이같이 언급한 뒤 "정치 검찰, 검찰 정치는 민주주의의 독초"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개혁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검찰"이라며 "사람들이 언론개혁도 많이 주문하는데 여론을 움직이는 것은 언론이고 언론을 움직이는 시장 지배 세력을 편파적으로 봐주는 게 검찰 권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력이 바로 서면 나머지 개혁도 물 흐르듯 될 수 있다는 것은 시민들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윤 전 총장을 '윤석열'로 지칭하며 "최근 검찰은 이성윤 검사장을 억지 기소해 지휘권을 흔들어 힘을 빼는 수법으로 유력 대선후보가 된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의 수사를 미적거리며 보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유력한 차기 정치세력에 기생하는 정치검찰에서 진화했다. 그날이 더디 오더라도 검찰개혁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 줘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헌법가치를 들먹이며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는 오늘의 정치검찰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 준 민주정부에서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정치검찰이 됐다. 대통령님에게 증거도 조작해가며 언론에 흘리고 욕보이기를 했다"며 "검찰은 BBK특검에서 꼬리곰탕 한 그릇을 함께 먹은 후 수사를 덮어주었고, 당시 특검팀에는 윤석열 검사가 있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때처럼 검찰왕국의 수사은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대선개입 목적이라는 점에서도 닮은 꼴"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대선 출마선언 일정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부겸 추도사 “‘바보 노무현’ 삶처럼…”
시민들, 통제선 밖에 모여 고인 추모
대선주자들, ‘노무현 정신 계승’ 다짐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서거 12주기인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려, 노 전 대통령 유족과 김부겸 국무총리, 각 정당 대표, 여권 대선주자들이 집결해 고인을 기렸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고려해 행사 참석 인원은 70여명으로 제한됐지만 현장에 몰려든 시민들은 통제선 밖에서 추도식을 지켜보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사를 읽은 김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열망과 달리 오늘날 대한민국의 불신과 갈등은 어느 때보다 깊다”며 “‘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감사인사를 통해 “열두번째 봄을 맞은 오늘까지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키워왔다”며 “열세번째 봄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또 처음 추도식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소개하며 감사를 표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주호영 원내대표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지도부가 추도식에 참여했다. 김 대표 권한대행은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다시 왔다. 국민 참여 민주주의와 실용 정신을 되새기면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큰 족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직후 치러진 8주기 추도식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 시민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추도식에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예비 대선주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봉하마을을 다녀간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봉하마을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이날 에스엔에스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일제히 추도했다.

이 지사는 “당신께서 떠나신 후 새로 태어난 수많은 노무현들 중 하나로서,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해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부족한 제가 대변인으로서 당신을 모셨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뒤 “‘사람 사는 세상’과 ‘균형발전’은 당신의 생애에 걸친 꿈이자 도전이었다. 당신의 못 다 이룬 꿈, 이루겠다”고 적었다.

 

정 전 총리와 추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떠올리며 ‘정치 검찰’을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당신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 한다. 정치 검찰의 검찰 정치, 대한민국의 검찰공화국 전락을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검찰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추 전 장관은 “그날이 더디 오더라도 검찰개혁의 사명을 다 하겠다”고 적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이었던 이광재 의원은 이날 추도식 뒤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정세균·이낙연 후보 등과 힘을 모아 노 대통령의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함께 개척해나가는 개척자가 되고 싶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노지원 오연서 기자

플로이드 사망 1년 ... 흑인들 “현실은 도리어 후퇴”

미니애폴리스서 워싱턴DC까지 플로이드 이름 '메아리'

유족 만난 바이든 "경찰 개혁법안 통과되기 바란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거리에 25일 사람들이 모여 그의 1주기를 기념하고 있다. 플로이드가 숨진 이곳에는 '조지플로이드 스퀘어'란 이름이 붙여졌다. [EPA=연합뉴스]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린 채 '숨 쉴 수 없다'고 외치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1주기인 25일 미국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렸다.

CNN 방송은 이날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부터 텍사스주 댈러스, 수도 워싱턴DC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플로이드의 이름이 메아리쳤다고 보도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플로이드의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을 축하하기'란 추모 행사가 열렸다.

또 댈러스의 활동가들은 이날 연대 행진과 집회를 열었고,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퍼시픽심포니는 플로이드를 기리는 무료 콘서트를 스트리밍으로 개최했다.

 

흑인 시청자를 겨냥한 케이블 채널 BET는 가수 존 바티스트, 래퍼 나스, 전 유엔 대사 앤드루 영 등이 출연하는 행사를 포함해 이날부터 사흘간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의 한 편의점 앞에서 20달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백인인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땅바닥에 엎드린 플로이드의 목을 9분 29초간 짓눌렀고 "숨 쉴 수 없다"며 "엄마"를 외치던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됐다.

참혹하게 의식이 꺼져가는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은 이를 목격한 한 흑인 여고생의 휴대전화에 동영상으로 고스란히 담겼다가 통신망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플로이드는 인종적 평등과 경찰 개혁을 향한 투쟁의 상징이 됐다고 CNN은 전했다.

플로이드의 숙모 앤절라 해럴슨은 "오늘 나는 안도의 하루를 느꼈다"며 "나는 기쁨과 희망에 압도됐고, 변화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25일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거리에서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플로이드의 벽화를 배경으로 추모 연주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플로이드의 딸인 지애나와 엄마 록시 워싱턴,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등의 유족은 이날 워싱턴DC를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을 만났다.

필로니스는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만남이 "훌륭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가슴으로부터 말하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감사하며 이것(조지플로이드법)이 장차 통과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플로이드의 가족이 지난 1년간 "비범한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지플로이드법은 경찰관의 목 조르기를 금지하고 경찰관의 비위 행위에 대한 전국적 등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경찰관 면책 특권의 개정 등 경찰의 단속·체포 관행을 개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상원에 계류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의 1주기인 이날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무산됐다.

플로이드의 조카인 브랜던 윌리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법안의 통과를 지지하지만 이 법이 올바른 법이 돼야 하지 서두른 법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지플로이드추모재단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선출직 공무원들, 특히 상원의원에게 조지플로이드법의 통과를 요구하는 전화를 하라고 촉구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플로이드의 죽음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월즈 주지사는 "플로이드는 미국의 흑인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직면해온 고통의 국제적 상징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며 "하지만 그의 딸의 말대로 그는 세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전 경찰관 쇼빈에 대해서는 1심에서 2급 살인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여기에 보태 연방대배심은 쇼빈을 포함해 현장에 출동했던 전 경찰관 4명 전원이 플로이드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기소한 상태다.

 

바이든, 플로이드 1주기에 유족 위로하며 경찰개혁법 통과 촉구

"경찰, 맹세 어기면 책임져야"…'조지플로이드法' 상원서 경찰면책특권 공방

유족 "더는 두려움 없이 살아야"…사건발생 미네소타 '9분29초' 침묵의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과 변호인(가운데)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인 경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1주년을 맞아 플로이드의 유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비공개로 1시간 이상 진행된 유족 접견에서 이들에게 애도를 거듭 표하면서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추진 중인 경찰 개혁법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접견 후 낸 성명에서 "사랑하는 형제와 아버지가 살해당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첫해 가족은 몇 초 전에 뉴스를 접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며 "끔찍한 9분29초가 재생될 때마다 그들은 고통과 슬픔을 되새겨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의회가 경찰 개혁법안인 이른바 '조지플로이드법'을 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이 법의 통과 목표 시한을 이날로 잡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법 협상이 현재 의회에서 진행 중"이라며 "나는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의미 있는 법안을 상원에서 처리하기 위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의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법안을 내 책상으로 빨리 보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미 하원은 지난 3월 조지플로이드법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계류 중이다.

 

법안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목을 조를 수 없도록 하고, 면책 특권을 제한해 용의자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경찰을 고소할 수 있게 했다. 영장 없는 가택수색 금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 상원은 이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화당이 경찰관 보호 등을 이유로 면책 특권 제한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플로이드 장례식에 동영상 메시지 전하는 바이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전 경관 데릭 쇼빈의 유죄 평결이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우리의 진보는 거기서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 체계 내에서 책임과 신뢰를 동시에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만 한다"며 진정한 변화를 일구기 위해 경찰이 맹세를 어기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접견을 마친 뒤 플로이드 변호인 벤 크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은 본질과 의미가 안 담긴 법안에 서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그는 서두르는 법안이 아닌 올바른 법안인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또 "우린 법이 통과되길 바랄 뿐"이라며 "흰머리 독수리 보호법을 만들 수 있다면 유색인종을 보호하기 위한 법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더는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플로이드의 조카 브랜드 윌리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조지의 유산이 온전하게 담기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 유족은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만났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 우리는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법을 통과시키길 원한다"며 "조만간 법을 통과시켜 당신 가족을 위로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지역인 미네소타주(州) 팀 월즈 주지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9분29초 간 주 전역에서 침묵의 시간을 통해 플로이드를 기린다고 공표했다.

 

플로이드 1주기…미 법무부 민권책임자에 첫 흑인여성 상원 인준

51대 48로 클라크 변호사 인준…"안전하고 효과적인 법집행 전략 찾아야"

 

    크리스틴 클라크 미국 법무부 민권 담당 차관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법무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민권 분야 책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미 상원은 25일 크리스틴 클라크 법무부 민권 담당 차관보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서 51대 48로 가결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공화당에서는 수전 콜린스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클라크의 이날 인준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의한 목 눌림으로 숨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 이뤄졌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경찰 개혁법안이 상원에 계류 중이다.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관 데릭 쇼빈은 지난달 대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평결을 받아 다음 달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민권 담당 부서는 지방의 사법기관을 조사하고 각 주(州)의 투표 규정을 전담하는 등 시민권리와 관련한 업무를 관장한다.

 

클라크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은 그가 반(反)경찰적이며 급진론자라면서 인준을 반대했고, 민주당은 이를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하며 대립 양상을 보였다.

인준 표결에 앞선 법사위에서도 11대 11로 팽팽한 찬반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클라크는 지난달 인준청문회에서 "법 집행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되도록 하는 전략을 찾고자 한다"며 경찰 예산 지원 축소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클라크는 '법률에 의한 민권 변호사 위원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한편 법무부 서열 3위인 부차관에 지명된 배니타 굽타 변호사도 51대 49의 근소한 차이로 상원에서 인준됐다. 이 표결에서는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이 공화당에서는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클라크와 굽타 둘 다 사법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흑인 68%, “경찰 대응이 더 나빠졌다”

라틴계 47%, 아시아계 37%도 공감 표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1주기에 즈음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추모 전시회에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고 쓴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미 흑인들은 경찰의 대우가 더 나빠졌다고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5월25일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흑인 차별 항의 움직임이 일었으나, 흑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후퇴한 셈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함께 미국 성인 18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흑인 응답자의 68%가 경찰의 흑인 대응 양태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경찰의 대응이 개선됐다고 답한 흑인은 6%에 불과했다.

 

흑인들의 이런 부정적인 평가는 다른 인종 상당수도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틴계 응답자의 47%, 아시아계 응답자의 37%는 경찰이 흑인들을 과거보다 못하게 다룬다는 데 동의를 표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흑인의 평가에 동의하는 백인은 응답자의 25%에 불과했다. 백인의 61%는 경찰의 흑인 대응이 한 해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나쁜 평가가 나왔다. 흑인의 72%, 라틴계의 49%, 아시아계의 44%, 백인의 32%는 경찰의 유색 인종 총격 사건이 더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치로는, 더 심각해졌다는 응답이 41%,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49%, 개선됐다는 응답이 9%였다.

 

이에 따라 흑인이나 라틴계 상당수는 경찰을 보호해주거나 봉사하는 존재로 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흑인의 55%는 경찰에 전화하면 도움이 되기보다 피해를 입는 일이 더 많다고 답했고, 라틴계의 40%도 같은 생각을 드러냈다. 반면, 아시아계와 백인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플로이드 사망 1주기인 25일 그의 유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플로이드를 추모할 예정이라고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전했다. 이번 행사는 민주당이 용의자 목조르기 금지와 경찰의 면책특권 제한 등을 담은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법’의 상원 통과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