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상황 계속, 진행 의미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5일 또다시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6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약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이날 4시간여 회의를 끝낸 뒤 보도자료를 내고 최종적인 의견조율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회의 일자를 정하지 않은 채 종료했다고 밝혔다.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상황이) 계속됐다. 야당 추천위원 두 분이 최종 동의를 못 하겠다고 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단했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반박했다. 국민의힘 쪽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여당 쪽은 검사 출신은 안 된다고 했고, 야당 쪽은 수사기관이므로 검사 출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후보 추천을 받아 회의를 해야 한다고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정식 안건을 냈는데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활동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참여 없이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어 민주당 백혜련·김남국·박범계 안, 국민의힘 유상범 안, 기본소득당 용혜인안 등을 병합 심사했다. 백혜련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은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의결하지 않았다. 26일 소위를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12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면 공수처 연내 출범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화이자·모더나보다 낮은 효과에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시약. 옥스퍼드대 제공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화이자, 모더나에 비해 낮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과의 전쟁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후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임상3상 초기 결과이긴 하지만 95% 예방 효과를 발표한 두 회사의 백신에 비해 평균 70% 효과에 그친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는 뭘까?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모형도.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수십년 전부터 활용한 백신 유형안전성 입증

첫째 안전성이 좋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AZD1222)은 침팬지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약물 운반체(벡터)로 사용하는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아데노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는 복제를 하지 못하도록 유전자 일부를 변형한 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집어넣는다. 돌기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침투에 사용하는 도구로 쓰는 핵심 물질이다. 이렇게 만든 백신을 인체에 주입하면 백신이 세포 안에서 돌기단백질을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즉 체내 면역세포가 이를 진짜 바이러스로 인식해 돌기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백신은 이미 수십년 전 개발돼 그동안 10여가지 질환에서 사용된 것이어서 안전성이 확인된 방식이다. 말라리아, 결핵에 이어 에볼라와 2015년 한국에서 유행했던 또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질환 `메르스' 백신이 이 방식으로 개발됐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전령RNA를 이용해 만든 백신으로, 유전공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번에 처음 개발됐다. 실제 사용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직 안전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태다. 전령RNA란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을 지닌 유전 물질을 말한다. 지방 입자가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체내 효소, 온도 등 외부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기존 의료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보관하면 된다. 옥스퍼드대 제공

별도 장비 필요없이 기존 시설 이용해 보관

둘째 보관 및 운송이 쉽다.

변형이 쉬운 RNA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영하 70~80, 영하 20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비해 옥스퍼드백신은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보도자료를 통해 섭씨 2~8도에서 최소 6개월 동안 보관, 운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의료 시설을 이용해 쉽게 배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백신이 정식으로 승인되면 사람들이 아주 빠르게 접종 받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백신 생산에서부터 환자 접종 직전까지 초저온을 계속해서 유지해줘야 한다. 예컨대 RNA 백신은 각종 효소에 쉽게 파괴되는데 이를 막으려면 효소가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기존 의료 시설에는 초저온 냉동고가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냉동고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른다. 자금력이 떨어지고 의료 유통 시스템이 열악한 곳에서는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원활하게 백신을 배포하기 어렵다. 최근 누적 환자 수 50만을 넘어선 인도네시아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처럼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백신은 자국의 의약품 유통 시스템에 맞지 않아 구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제조 시설.

비영리 생산·배포 원칙원가 공급에 저개발국 배려

셋째 값이 저렴하다.

화이자는 약 20달러에, 모더나는 15~25달러에 미국 정부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정부, 국제 보건관련 기구 등과 2.5달러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연합 국가들에는 1회당 3달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와 개발 계약을 하면서 이미 비영리 서약을 한 바 있다. 개발도상국에는 원가로 판매한다는 게 아스트라제네카의 방침이다.

넷째 공평 배분 원칙에 가장 충실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공평 배분 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지난 6월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75천만달러에 3억회 분량의 백신을 제조해 납품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또 세계 1위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와 중·저소득 국가용으로 10억회 접종 분량을 공급하기로 하고 1차로 연말까지 4억회 분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대부분 선진국과 개별적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은 내년까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10억회 분량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개발을 주도한 기관이 기업이 아닌 대학 연구기관이라는 배경이 있다. 초기 개발을 주도한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는 누구에게도 독점권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제약사들과 백신 제조 협력에 나섰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마이클 헤드 글로벌 보건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과학미디어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 인구의 약 9%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의료 시스템 환경도 취약하다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공평한 백신 배포 약속은 전 세계 빈곤층이 잊혀진 존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10여곳에 생산기지 마련내년까지 30억회 분량 공급

다섯째 생산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다.

영국의 과학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 집계를 보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정된 공급량의 3분의1(32억회 접종분)이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약정을 맺은 50여개국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및 동유럽의 중·저소득 국가다. 옥스퍼드대는 백신을 전 세계에 공평하게 공급하기 위해 10개국 이상에서 백신을 제조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위탁생산 계약도 이런 방침 아래 이뤄졌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운영·정보기술 담당 부사장 팜 청(Pam Cheng)2020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2억회 분량을 공급할 준비를 마칠 수 있으며, 생산시설을 늘리고 나면 2021년까지 30억회 용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인도혈청연구소 아다르 푸나왈라 최고경영자는 파이낸셜타임스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을 때까지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최대 5천만회 분량, 내년까지 13억회 분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90%는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구매 계약을 마쳤다. 모더나는 올해 2천만회, 내년 5~10억회 분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숨은 복병무증상 감염자 발생 차단 효과에도 주목

여섯째 무증상 감염을 낮춘다.

임상3상 중간 결과이긴 하지만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옥스퍼드대는 임상3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처음엔 절반 용량을 투여하고 2회째엔 표준 용량을 투여한 경우에 접종자 중 무증상 감염 사례가 낮았다고 밝혔다. 이는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확산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효과로 평가된다.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에서는 보고되지 않은 사례다. 두 회사는 증상이 발현된 임상시험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했다.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과 긴급사용 승인 제도 등 정책적 뒷받침에 힘입어 코로나19에서는 백신 개발 기간이 무려 101 수준으로 단축됐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 승인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그동안 개발에서 승인까지 통상 10년 걸리던 것이 이번에는 1년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12월 중순에는 미국을 시작으로 의료진 등 우선 접종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보고된 대로 백신이 높은 효과를 보인다면, 실제 백신 공급이 본격화할 경우 코로나19 상황은 빠르게 좋아질 수도 있다. 영국의 매트 핸콕 보건부장관은 최근 비비시에 출연해 뭔가 정상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우리 모두 서로를 보살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기자



이달 초 뇌수술 받아1986년 월드컵서 아르헨 우승 이끌어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0.

클라린, 라나시온 등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마라도나가 이날 오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마라도나는 지난 3일 경막하혈종으로 뇌 수술을 받고 통원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었다.

라나시온은 이날 마라도나가 심장마비 후 9대의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고 보도했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이자 영웅이다. 브라질의 펠레와 더불어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7997일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소련전 후반 35분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디에고 마라도나(당시 19)가 프리킥을 골로 연결한 뒤 뛰어올라 환호하고 있다. 뒤쪽에 쓰러져 있는 건 소련의 골키퍼.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태어나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했으며,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나폴리 등을 거쳤다.

일찌감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A매치 91경기에 출전해 34골을 넣었다.

특히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며 일약 국민영웅이 됐다. 당시 마라도나는 월드컵 MVP로도 선정됐다.

은퇴 후에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안팎의 프로팀을 이끌다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의 힘나시아 라플라타 감독을 맡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각종 기행으로 '악동'으로 불렸고, 사생활로도 논란이 많았으나 선수 시절의 축구 실력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전설로 인정받고 있다.

이날 마라도나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펠레를 비롯한 전 세계 축구계가 애도를 표했다.

20186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대회 16강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동점 골을 넣자 디에고 마라도나(당시 58)가 두 팔을 들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인터뷰

12월말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미 10만명분 생산중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치료제는 부족할 것

국가안보에 큰 자산남북한미관계 푸는데 중요한 역할 기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 스킨큐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이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한 반면 치료제는 부족하지만, 우리 국민은 셀트리온의 치료제 공급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코로나 청정국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진 가운데, 바이오 제약 업체인 셀트리온은 국내 업체 중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시험이 다음주(1123일 시작되는 주)에 끝나면,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데 한달 남짓 걸린다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21일 시작되는 12월 넷째 주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시험에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데, 내년 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식약처의 승인을 전제로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또 서 회장은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되고,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 항체치료제(CT-P59)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부도 빠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게 언제쯤 가능한가?

요즘 내가 공무원이 다 됐다. 정부와 매일같이 협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웃음) 임상 2상시험이 이번주에 끝나고,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려면 한달 남짓 걸린다.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1221일 시작하는 주에) 식약처에 신청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은?

루마니아에서 임상 2상시험 중인데, 환자가 치료제를 주사한 지 4~5일 만에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하여 수일 내 퇴원할 정도로 효능이 좋다. 중증 환자나 장기 손상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성 문제도 없다. 현지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사를 놓아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치료제가 실제 시판되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미국 식품의약국(FAD)은 치료제 승인에 한달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 치료제가 나오면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치료제가 10만명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가 3천명이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 이르는데 괜찮을까?

환자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1만명분 정도로도 문제없지만,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연말까지 10만명분을 목표로 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치료제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치료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내는 원가(개발비 포함)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미국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일라이릴리는 개당 450~500만원에 공급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했다.)”

화이자·모더나 등 외국 업체의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12월 중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것은 치료제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의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먼저 진단을 해서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 다음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전국민의 예방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제가 필요하고, 백신이 뒤따라와야 한다. ‘선 치료제, 후 백신인 셈이다.”

전세계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과 전망은?

치료제는 한국의 셀트리온 외에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유럽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두 5곳에서 개발 중이다.(미국 업체들은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이미 받았다.) 백신은 세계 100곳이 개발 중인데, 최종적으로 내년 중반까지는 미국·유럽·중국을 포함해 최소 10곳 정도는 성공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생산한다고 해도, 백신은 아직 확보가 안 돼 걱정하는 국민이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제인데, 셀트리온이 충분한 양을 공급할 것이다. 백신은 외국에서 도입해야 하지만, 치료제와 달리 전세계 생산량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대표적인 해외 백신 개발 업체 10곳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40억명분에 이른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셀트리온도 마음만 먹으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외국 업체와 협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평한 보급을 강조했다.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는 충분한가?

부족할 것이다. 셀트리온의 치료제 생산량이 연간 150~200만명분이다. 미국 업체 2곳은 합해서 연간 400~500만명분이다. 미국의 최근 신규 환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은 자체 물량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제약업체라도 새로 항체치료제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6년 정도 걸린다. 앞으로 각국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제를 보유했는지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병행하는데, 한국은 왜 치료제 개발만 하고 백신은 하지 않나?

국내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렵다. 그래서 에스케이(SK), 삼성 같은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만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지원할 뜻을 밝혔는데?

기업이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한국이 코로나 청정국이 된 이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에 협조할 것이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 용의도 있다.”

한반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가 돌파구 역할을 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1998년 소떼 1천마리를 끌고 방북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화해의 초석을 놓았다.

소떼 방북과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공공재이고,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된다. 치료제가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3분기 매출(5488억원)과 영업이익(245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138% 급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 때문인가?

코로나 영향은 없다. 기존 바이오 제품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향후 실적은 더욱 좋을 것이다. 전세계 제약회사 30만곳 가운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현재 35위인데, 내년에는 20위로 올라설 것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에서 인천 송도 연구센터와 3공장 건립에 5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17400억원을 투자해 4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의 전망은?

셀트리온과 삼바의 투자를 통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밸리가 구축된다. 전세계 제약 산업 규모가 1800조원이다. 바이오가 반도체·자동차처럼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65살이 되는 올해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그룹 총수의 정년은 초유의 일이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약속대로 연말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이다. 명예회장은 급여와 사무실이 없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대신 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기존 기업을 수성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내가 정말 잘하는 기업을 축성(창업)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회사에 남아 잔소리하는 꼰대가 되느니, 그게 좋지 않겠나.(웃음)”

신규 사업으로 바이오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가?

전세계 70억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도 가정에서 체온, 맥박, 소변 등의 검사는 가능한데 피 검사는 안 된다. 아주 적은 양의 피로도 원하는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약을 보내려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도 필요하다. 10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셀트리온 돈은 한푼도 안 쓰고, 미국 맨해튼 같은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다.”

유헬스케어는 원격진료를 포함하는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빅데이터,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이다. 바이오는 물론 인공지능·나노·가상현실·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를 하나로 묶는 복합기술이 요구된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을 한명의 지휘자가 일사불란하게 조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정진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길은 계속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는 수치(실적)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을 좇다 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지만, 수치를 좇다 보면 고객과 사업파트너를 잃는다.” 곽정수 논설위원

 

서정진 회장은연말 회장 퇴임 뒤 유헬스케어스타트업 도전

 

서정진 회장은 이른바 흙수저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장사를 돕느라고 고등학교 진학이 늦었다.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대우차에 다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대우차가 무너진 직후인 2000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단돈 5천만원을 쥐고 창업에 뛰어들어, 불과 20년 만에 재계 40위권의 대기업을 일구었다.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12년 개발한 항체치료제 램시마는 전세계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하여 만든 복제약) 1호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3대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서 회장은 1세대 창업자인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과 2세대 창업자인 김우중 대우 회장을 잇는 3세대 창업자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이병철 회장과 김우중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특이한 경험의 소유자로, 한국 재벌의 장단점을 직접 체험했다.

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회장은 기업의 왕이 아니다라며, 65살이 되는 2020년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또 소유-경영의 분리, 편법·불법 상속과의 단절도 약속했다. 서 회장은 나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재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 회장은 퇴임 이후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에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룩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 서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