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 인류 역사상 쏜꼽히는 대규모 분화…현재는 안정기

북풍 불 때 터지는 '최악 경우' 초고농도 미세먼지·수십조원 피해

 

 백두산 천지.

 

최근 온라인에 남태평양 통가 화산이 분화할 때 피어난 화산분출물 구름 위성사진을 각국 지도 위에 합성한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을 보면 통가 화산 분출물 구름은 한반도 3분의 2를 뒤덮을 수 있다.

 

최근 통가 화산 분화로 한반도 내 활화산 백두산에도 관심이 쏠렸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900년대부터 현재까지 백두산은 31번 분화했다.

 

위성이 포착한 남태평양 해저화산 폭발 장면=15일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 바다에서 해저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으로,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위성이 촬영한 사진이다. 이날 남태평양 해저 화산이 폭발하면서 통가 전역과 일본 남서부 해안, 미국 서부 해안 일대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우주에서도 폭발 장면이 관측됐다.

 

◇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화산…과거 화산폭발지수 '7'

 

백두산이 가장 크게 분화했을 때는 고려 때인 946~947년이다.

 

당시 분화는 규모가 워낙 커서 '천년 분화'(Millennium Eruption)로 불리며 학자마다 계산이 다르지만 화산분출물량이 약 100~170㎦이고 화산재가 동해를 건너 일본 쿠릴열도까지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산폭발지수(VEI)를 따지면 7에 해당하는 분화로 분석된다.

 

화산폭발지수는 0부터 8까지로 나뉘며 한 등급 사이 폭발 규모는 10배 차이다.

 

기원후 화산폭발지수가 8인 분화는 없었고 7은 946~947년 백두산 분화를 비롯해 1812년 탐보라 화산 분화와 1257년 사말라스 화산 분화 등 세 차례였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학자가 속한 국제연구팀이 지난달 국제학술지 '화산학'(Bulletin of Volcanology)에 946~947년 백두산 분화 분출물량을 40.19~97.90㎦로 낮춰 추산하고 화산폭발지수도 7이 아닌 6으로 추정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두고 중국 등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온다.

 

실제 국내 백두산 화산 권위자로 기상청 화산특화연구센터장인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최근 이탈리아 지구물리·화산학 연구소와 공동연구에서 946~947년 백두산 분화 화산폭발지수가 7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산폭발지수가 7이든 6이든 946~947년 백두산 분화가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큰 규모인 점은 변함없다.

 

 백두산 화산분화 현황. [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 2002~2005년 모든 학자가 '분화 가능' 평가…현재는 안정기

 

백두산은 마지막 분화가 1925년으로 100년도 안 된 활화산이라는 점에서 '시한폭탄'을 바라보듯 바라볼 수밖에 없다. 분화 시 최악의 경우 수십조원 규모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을 키운다.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은 얼마큼일까.

 

가장 최근 위기는 2002년부터 2005년 말까지였다.

 

중국 관측 결과 당시 화산성 지진이 달마다 72회 발생해 안정기(월 7회)의 10배에 달했다. 지진 규모도 1 정도였던 것이 3~4로 높아졌다. 모든 화산학자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던 시기였다는 것이 윤성효 교수 설명이다.

 

윤 교수는 "2006년부터 화산성 지진이 줄었다"라면서 "현재는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에서 마그마가 움직이는 데 따른 통상적 수준의 지진만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을 자극해 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실험장 위치(함경북도 풍계리) 등을 고려했을 때 백두산을 자극하려면 핵실험으로 규모 7 이상 지진이 발생해야 하나 그런 적 없었다. 2017년 6차 핵실험 때 발생한 지진은 규모 5.6이었다.

 

현재 전문가들은 당장 혹은 가까운 미래에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본다.

 

◇ 최악의 경우 11조원대 피해…'초고농도 미세먼지' 몰려와

 

다만 남북 공동연구 추진 등 대비는 충분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두산이 분화했을 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에 특히 우려되는 피해는 화산재다.

 

기상청은 2011년 '선제적 화산대응 종합대책'에서 백두산이 분화해 화산재가 고도 25㎞까지 치솟으면 편서풍을 타고 일본을 넘어 태평양까지 날아갈 것으로 봤다.

 

또 한반도로 북풍계열 바람이 불어올 때 백두산이 분화하면 화산재가 우리나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윤성효 교수는 2015년 '화산재해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 예측 기술 개발' 보고서에서 백두산이 화산폭발지수 5~7 수준으로 분화하고 산 쪽에 북동풍이 유입돼 화산재가 남서쪽으로 이동하는 등 '최악의 경우'에 직·간접피해 규모가 11조1천895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림수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항공운송에도 지장이 생겨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각종 제조공단도 조업 중단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초고농도 미세먼지'도 우려된다.

 

재작년 대한원격탐사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2년 5월 16일' 백두산이 분화했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에서 분화 31시간 후 초미세먼지(PM2.5)가 서울에 도달하고 38시간 후 농도가 2만4천54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악의 경우 백두산이 분화했을 때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선(76㎍/㎡)의 320배가 넘는 먼지가 몰려온다는 의미다. 백두산 분화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물러나는 건 분화 50시간 후로 나타났다.

 

정기웅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교수는 작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북한환경리뷰' 기고문에서 "(백두산 분화 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 위해서라도 예측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라면서 "백두산 분화 관련 남북협력이 전혀 없다"라고 경고했다.

 

윤성효 교수는 "남북 공동연구가 성사되면 어떤 연구를 할지는 연구자들 사이 이미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서)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간절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백두산.

분위기 ‘백악관 재입성’? 트럼프의 2024년은 오고 있는가

올들어 목소리 높여 “당선되면 1·6 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자 사면”

공화당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54%로 1위 ‘2024년 출마 카드’

 

지난 29일 미 텍사스 콘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 콘로/AFP 연합뉴스

 

말썽많았던 정치인 트럼프는 퇴임 1년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뉴스의 중심을 맴돌고 있다. 미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가 유일한 사례다. 방송 경력도 화려한 그는 대중의 눈길을 끄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새해 들어 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말 정치권 복귀를 노리고 있는 걸까?

 

미국은 격년으로 선거를 치르는 나라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해 11월 둘째 주 화요일엔 중간선거가, 2년 뒤 같은 날엔 대선이 치러진다. 미국을 “선거운동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나라”라고 부르는 것도, “선거운동은 투표 다음 날 시작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2년째를 맞은 올해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중간선거에선 연방 하원의원(임기 2년)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의 약 3분의 1(임기 6년), 상당수 주지사(임기 4년) 선거가 치러진다. 연방 하원과 상원의 구성, 주요 지역 주지사의 성향에 따라 차기 대선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추세가 뒤집히면서, 지지율 40%대를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올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플로렌스에서 열린 대중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 들어 처음이다. 그는 “인종 차별적으로 처방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백인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접근에서 명백히 차별을 받고 있다”는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으며 참석자들을 흥분시켰다. 이어 29일 텍사스주 콘로의 행사에 나타난 그는 다시 ‘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29일 미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콘로/EPA 연합뉴스

 

“2024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1.6 사태 관련자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다. 너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면도 하겠다.”

 

‘1.6 사태’는 지난해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대선 결과를 최종 확정 지으려 의원들이 모인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미 정치권에선 의회 차원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 지금까지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 사태를 ‘배후 조종’한 의혹을 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연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1.6 사태를 포함해 자신을 겨냥한 수사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악질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나 불법을 저지른다면, 워싱턴과 뉴욕, 애틀란타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미국의 선거 제도 부패에 맞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기를 희망한다.”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선거 부정’을 주장했던 때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선동적인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자가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을 지원할 모양새다. 이들이 중간선거에서 당선돼 의회로 입성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2024년 대선 운동에 뛰어들 것이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29일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맡겨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99%의 인지도와 52%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각각 98%의 44%였다. 차기 대선 당내 후보 경선 출마가 유력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인지도 82%, 호감도 41%)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인지도 92%, 호감도 42%)는 두 가지 지표 모두 뒤처진다. 새롭게 떠오르는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인지도(76%)에선 뒤졌지만, 호감도(45%)에선 1%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선 격차가 크게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를 차지한 반면 드산티스 주지사는 11%에 그쳤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각각 8%와 4%로 그 뒤를 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부터 드산티스 주지사에 대한 견제에 나서는 한편, 차기 대선에서 그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삼겠다는 주장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9일 미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미국을 구하자’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콘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6일 플로리다주의 한 골프장. 휴대전화로 아무렇게나 찍은 화면 속에 모자를 눌러 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여러분은 지금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티샷(각 홀의 첫 타격)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동행한 이의 말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45대 대통령이자 제47대 대통령”이라고 정정한 뒤 골프채를 휘둘렀다. 주변 지지자들 사이에선 찬사가 터져 나왔다.

 

이 영상은 당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새삼 한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실성 여부를 떠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출마’ 카드를 의식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를 쥐고 흔드는 한 그의 ‘정치 생명’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의회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에 맞설 든든한 방패로 삼을 만하다. 여러모로 '목불인견'이지만 기묘한 권력의 속성이다. 정인환 기자

양국간 역사정의에 맞는 새 관계 정립해야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 기도]- 한일협정 반대투쟁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그러니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또 너희가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을 내주겠느냐?” (루카 16,10-12)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루카 18,4-5)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라”(마태오 10,16)라고 말씀하십니다. 중동 지방에서 뱀은 신령한 동물이면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사탄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사도들에게 사탄의 꾀를 지니라고 권고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은 사도들은 물론 지도자들 특히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지혜입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작은 일에도 성실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살이에서 비록 불의한 재물을 사용하는 일이 있더라도 사명감을 갖고 임하라고 명하십니다. 책임감은 사명감에 기초하며, 구성원과 이웃을 위한 헌신을 지향합니다. 사명감, 책임감, 헌신이 공동체를 위해 지녀야 할 사도들의 필수 덕목입니다.

 

정치인 또한 사도들과 똑같은 사회적 책무를 지닙니다. 정치란 개인의 선익과 공동체 전체의 안전과 완성을 도모하는 봉사적 기구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교회와 더불어 하느님의 인류 구원 사업을 위한 동반자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정치인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인류 구원에 앞장서며, 정의와 공동선을 실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조선 말기 왕과 지배계층은 책임감을 다하지 못해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았지만, 우리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침략국 일본에 대해 속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과 장면 총리가 강하게 요청했던 일제 침략 36년에 대한 합당한 배상을 박정희 대통령은 외면했습니다. 그가 온 국민의 절규와 반대를 무시하고 체결한 ‘한일협정’(한일기본조약)은 우리 민족의 목에 걸린 가시입니다.

 

이승만 정권은 일본에 강경했으나

박정희 쿠데타 정권은 저자세 일관

청구권 5억달러가 사과·배상금 아닌

굴욕적인 독립축하금으로 둔갑해

      

지금도 한일관계 진전에 발목 잡아

 

1964년 3월 21일 서울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야당시국연설회가 끝난 뒤 학생과 청중들이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합동연감>

 

일본의 사과 한마디 없는 협정문

 

1951년에 시작해 1965년 6월 22일 타결되기까지, 한일간에 14년간 총 7차례에 걸친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에 강경했던 이승만 정권은 1951년부터 1958년까지 총 4차례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4·19혁명으로 집권한 장면 내각은 한일관계 개선을 천명하고 5차 회담을 재개했으나 5·16 군사반란으로 중단됩니다.

 

군사반란과 배신으로 민족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박정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또한 경제개발과 미국의 쿠데타 승인을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일협상을 재개하고 협상을 마무리합니다. 협상 타결 이후 한국과 일본 정부는 자국의 국회 비준을 받는 과정에서 청구권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고합니다. 한국 정부는 식민지 문제에 대한 사죄의 대가라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사실상 보상과 배상의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경제 협력과 원조, 독립축하금의 의미로 자금을 제공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습니다.

 

사실 협정문 어디에도 일제강점기에 대한 사과나 불법 점령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해석에 많은 문제점을 지닌 엉터리 협정이었습니다. 협정을 체결한 지도 어언 50여 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무효 선언, 독도, 일본 내 조선인의 지위, 사할린 교포, 약탈 문화재,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았으며, 갈수록 갈등만 증폭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당시 청년 학생, 시민, 정치인, 지성인들의 분노가 이해되고도 남습니다. 일제 식민지배에 이어 역사 전쟁에서까지 처참한 패배를 당했으니 그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참고로 협상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일협정 청구권 협상 일지

 

●정부 대일배상조사심의회 설치(1949.2)

 

●제1차 한일회담(1952.2.15∼4.25) 한국은 ‘한일 간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강 8개항’ 제시, 일본의 ‘대한 일본인 재산청구권’ 주장으로 결렬

 

●제2차 한일회담(1953.4.15∼7.23): 독도 문제와 평화선 문제에 이견

 

●제3차 한일회담(1953.10.6∼10.21): 어업(평화선) 문제와 청구권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 일본 구보타 망언(“일본 통치는 한국에 유익했다”)으로 회담 결렬

 

●제4차 한일회담(1958.4.15∼1960.4.15): 일본 기시 내각 출범에 따라 회담 재개

 

●제5차 한일회담(1960.10.25∼1961.5.15): 장면 내각, 이케다 내각 출범으로 회담 재개

 

●제6차 한일회담(1961.10.20∼1964.4): 61년 11월 박정희-이케다 회담, 조속한 시일 내 국교 정상화 합의에 이어 62년 10월 20일 김종필 · 오히라 메모

 

●제7차 한일회담(1964.12.3∼1965.6.22): 65년 2월 20일 기본관계 조약 가조인과 양국 외상 공동성명 발표, 65년 6월 22일 기본관계 조약과 청구권 협정 등 4개 협정 서명

 

●양국 국회 비준: 65년 8월 14일 한국 국회 비준, 65년 11월 12일 일본 중의원 비준, 같은 해 12월 11일 참의원 비준

 

●협정발효: 65년 12월 18일 비준서 교환(서울)과 제 협정 발효

 

이승만 정권에 의해 회담을 시작할 때부터 한국 대표단 인원 구성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부 인사의 친일 행적으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초기 대표단들은 국민의 이러한 우려 때문에 협상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려고 더욱 노력했다고 합니다.

 

정권의 정통성에서 태생적 한계까지 지닌 박정희 정권은 6차 회담을 시작하면서 오로지 군사정권 집단의 목표에만 집착했습니다. 협정을 어떻게든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구체적인 의제 설정이나 논의 과정보다 앞섰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협상 내용보다는 ‘돈’이 먼저였던 박정희 정권은 협상 과정 전체를 비밀리에 진행합니다.

 

굴욕 외교, 구걸 회담이라 비난하는 청년과 학생, 시민, 정치인, 지성인들의 격렬한 항의로 6·3 사태가 촉발되었고, 위수령과 계엄령을 선포한 상태에서 한일협정 서명을 진행합니다. 전형적인 반민족, 반민주주의 행태였습니다. 당시 청년 학생과 시민, 정치인, 지성인들이 바란 것은 민족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 보상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풀어야

 

결론적으로, 한일협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습니다. 침탈한 나라와 침탈당한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려면 침탈한 나라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우선이라는 것이 인류 보편적 양심에 기반한 상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를 줄 거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면 되겠어?’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입니다. 청구권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로 합의됩니다. 그것도 보상이나 배상이 아닌 독립축하금이라는 명목입니다. 도저히 선열들께 고개를 들 수 없으며, 후손들에게 영원히 부끄러울 뿐입니다.

 

1965년의 한일협정은 2022년의 한일관계에서도 걸림돌입니다. 당시 청구권 자금을 5억 달러에 일괄 타결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보상이 원천 봉쇄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통성 자격지심을 가진 독재자의 독단과 조급함이 세월이 가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딸인 박근혜는 2015년 10억 엔의 기금 조성을 조건으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전격 합의합니다. 아물지 않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입니다.

 

해방 이후 한일협정이 체결되던 시대를 관통한 것은 냉전 논리입니다. 전후 처리를 위해 마련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 미국은 한국을 서명 당사국으로 참여시키려 했지만, 일본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됩니다. 약소국, 그것도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의 발언권은 보잘것없었습니다. 그러했기에 한일협정에는 ‘민족적 가치와 역사 복원’이라는 의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습니다. 지금 한일협정 전체를 파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한일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북한은 아직도 일본과 수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36년간 고통받았고 일본으로 인해 나라까지 분단되었으니 그것까지 보상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협약의 기준이나 외교적 언사의 적절성을 떠나, 그들의 당당한 자세만은 인정할 만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드러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북일 협상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일 수교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는 반드시 변화되어야 합니다.

 

한일관계는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감정적인 대응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동력으로 담담하게, 당당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고 계십니다. 제발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역사의 실마리를 풀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입니다.

 

거룩하신 하느님, 저희는 민족사의 오점인 한일협정에 대해, 심장을 찢는 마음으로 뉘우치며 속죄의 기도를 올립니다.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삶을 되새기며 후손들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삶을 다짐하오니 이 뜻과 기도를 갸륵하게 받아주소서. 다시는 같은 죄와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저희 모두 굳게 결심하며, 가정과 이웃, 온 겨레를 위해 헌신하는 살신성인의 실천자가 되겠습니다. 또한 민족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끌어 주시고 축복하소서. 성령 안에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중 세번째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학원 좀비물을 표방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3번째로 월드 랭킹 정상에 올랐다.

 

3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을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영문제목: All of us are dead)은 전날 기준으로 넷플릭스 티브이(TV) 쇼 부문 전 세계 톱(TOP)10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한국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터키,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25개국에서 1위, 호주, 벨기에, 체코, 인도 등 20개국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 집계 사이트에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총 53일, <지옥>이 11일 동안 글로벌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 기록은 넷플릭스 역사상 최장 기록이었다.

 

지난 28일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초의 학원 케이-좀비물인 이 작품의 연출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극본은 드라마 <추노> 영화 <해적> 시리즈의 천성일 작가가 썼다.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이 학생으로 출연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부산행>과 <#살아있다> 등 케이-좀비물의 뒤를 이을 히트작으로 기대를 모아온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 하루 만에 글로벌 1위에 오르면서, <킹덤>으로 ‘한복 좀비’를 만들어낸 넷플릭스가 ‘학교 좀비’ 또한 성공시킬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앞서 14일 공개된 예고편이 1주일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을 예고한 바 있다.

 

더 젊고 강력해진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학생 좀비’는 <킹덤>과 영화 <부산행>의 좀비와 흡사하다. 급속한 감염 속도에다 달리기에 능하고 소리에 민감하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지 못하는 특징 또한 비슷하다. 현장감을 위해 길이 90m에 이르는 4층 규모의 학교 세트를 만들어 찍거나 급식실, 교실, 복도 등에서 좀비와 학생들이 뒤엉키는 장면을 원테이크로 촬영했다는 점도 몰입감을 높인다.

 

한국 교육시스템과 학교폭력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기존 좀비물과 구별 짓게 하는 지점이다. ‘왕따’를 비롯한 학교폭력은 좀비 바이러스의 탄생과 깊은 인과관계를 가진다.

 

다만, 극 초반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이 여고생의 교복을 벗긴 뒤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장면 등 원작 웹툰에 없는 선정적인 장면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욕설과 신체절단 자살 등 폭력 수위가 높은 탓에 학교와 학생이 주된 배경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