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연출 바이든, 주연 배우는 한국 윤석열
무기‧병력 지원 먼저 정하고 분위기 조성
러시아 "허위, 과장 정보…한국 반응 당혹"
살상 무기 주면 "가시적이고 가혹한 대응"
김용현 국방장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
예비역 준장 "북한 파병하면 한국 안보 더 안전"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살상 무기와 필요하다면 한국군 파병 지원의 명분을 쌓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빌드업 작업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음지'에서 활동해야 할 정보 부처답지 않게 '북한군 파병'을 공개 발표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대내‧외 여론몰이 중이다.
우크라에 살상 무기 주려는 치밀한 빌드업
'북한 파병' 발표 이후 대대적인 여론몰이
국정원의 18일 발표 핵심은 △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고 1차로 1500명이 러시아 연해주의 군부대들에 분산돼 적응훈련 중이다 △ 북한이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두 가지다.
이 발표를 사실로 단정한 곳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둘뿐이었고, 닷새가 더 지난 23일에야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고 거리를 두던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병력을 러시아에 보낸 증거가 있다. 그러나 병력 배치 목적은 아직 분명치 않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오스틴 장관의 확인 이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2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태용 국정원장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 지금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 명이며 12월경 총 1만여 명에 이를 것이다 △ 전투 현장에는 없고 러시아 내 다수 훈련시설에서 분산돼 현지 적응 중이다 △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다 △ 북한 내에 파병 소문이 유포돼 '선발 군인 가족이 오열해 얼굴이 상했다'는 말도 회자된다 등의 추가적 내용을 공개했다.
김용현 국방장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
북한 특수작전부대란 국정원 발표와 대조
24일에는 대통령 경호처장을 지낸 실세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가세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은 러시아 군복으로 위장하고 러시아군 통제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 전쟁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 파병' 이슈를 어떻게든 크게 키우고자 애쓰는 모양새다.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라거나 북한의 '선발 군인 가족이 오열해 얼굴이 상했다'는 말이 회자된다거나 하는 세밀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획득한 것일 텐데 국정원이 휴민트의 정체 탄로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개하고 나선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윤 정부는 국정원의 첫 발표 당일인 18일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주재의 긴급 안보회의를 열어 '북한군 파병'이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22일에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고 러·북 군사 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에 이어 공격용 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공식 제기함으로써 국제사회로 전파하는 데도 주력했다.
무기‧병력 지원 먼저 정하고 분위기 조성
각본‧연출 바이든, 주연 배우 한국 윤석열
한국의 안보 상황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고, 사실이라더라도 북한의 전력이 그만큼 약화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안보 측면에선 오히려 반길 '북한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 이슈를 두고 맨 앞에 서서 '호들갑'을 떤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와 관련된 이 사안을 억지로 '한국 안보 위협'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윤 정부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면 북한군 파병 문제 때문에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이나 파병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일 공산이 더 크다. 다시 말해 사전에 살상 무기 제공이나 파병을 이미 결정해놓고 '북한군 파병' 이슈를 키워 한국민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분석이 진실에 더 가깝다면 당연히 미국이 배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닷새가 더 지나서야 뒤늦게 '일부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적당히 거리를 두고 뜸을 들인 것은 각본과 연출의 주체가 미국이고 윤 정부는 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숨기고자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허위, 과장 정보…한국 반응 당혹"
살상 무기 주면 "가시적이고 가혹한 대응"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사실상 첫 공식 답변을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북한군 파병 보도를 "허위, 과장 정보"라며 일축했다. 이어 국정원이 왜 북한군 파병 발표로 소란을 일으켰는지 의문이라며 "추적해보면 우크라이나의 영문 매체에서 첫 메시지가 등장한 이후 한국 정보당국이 이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사실을 확인했다는 지적엔 즉답을 피한 채 "그들(북한군)이 어디에 있는지는 평양에 물어보라"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하로바는 한국의 북한군 파병 발표와 대응책에 대해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다. 한국 정부는 '테러 정권'인 우크라이나 정권에 놀아나면 안 된다"면서 한‧러는 서로 다른 정치적·지정학적 견해를 가졌지만 경제·인도주의 분야에서 서로 교류‧협력한 훌륭한 경험을 쌓았다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한국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자하로바는 공격용 살상 무기까지 포함한 단계적 우크라이나 지원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윤 정부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는 가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참여했을 때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 당국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윤 정부가 살상 무기 제공이나 파병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북한에 △ 핵무기 완성도 제고와 △ 전략 미사일 고도화 △ 노후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에 도움을 줌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군 파병, 한국 안보와 직접 연관 없어
한설 "북한 파병하면 한국 안보 더 안전"
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독면과 의약품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를 지원해왔지만 살상 무기 제공은 유보해왔다. 우리 군은 155㎜ 포탄 55만 발을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통해 북‧러가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를 맺자 당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총괄을 지낸 한설 전 장군(예비역 준장)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의 정보 발표, 윤석열의 안보회의 소집과 우크라이나에 군대 및 무기 지원이라는 것이 이미 사전에 기획되어 움직였다는 매우 합리적인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며 "최근 미국과 나토의 행동을 보면서...윤석열 정권이 군대와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기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윤석열은 이런 각본에 따라 움직였을까?"라고 반문한 뒤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지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한 전 장군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히려 한국의 안보는 더 안전해진다"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고 있는 동안 남한에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매우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의 병력도 부족하지 않아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투 현장에 배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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