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연출 바이든, 주연 배우는 한국 윤석열
무기‧병력 지원 먼저 정하고 분위기 조성

러시아 "허위, 과장 정보…한국 반응 당혹"
살상 무기 주면 "가시적이고 가혹한 대응"

김용현 국방장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
예비역 준장 "북한 파병하면 한국 안보 더 안전"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살상 무기와 필요하다면 한국군 파병 지원의 명분을 쌓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빌드업 작업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음지'에서 활동해야 할 정보 부처답지 않게 '북한군 파병'을 공개 발표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대내‧외 여론몰이 중이다.

 

 21일 강원 철원군 문혜리 훈련장에서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열린 실사격 훈련에서 육군 8사단의 K9A1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수기사단(공격부대·청군)과 8기동사단(방어부대·황군)이 본격적인 교전에 돌입하기 전 포병화력으로 상대의 전투력을 최대한 파괴 및 저하시키고자 포병사격을 전투상황과 연계해 진행했다. 2024.10.21 연합
 

우크라에 살상 무기 주려는 치밀한 빌드업

'북한 파병' 발표 이후 대대적인 여론몰이

국정원의 18일 발표 핵심은 △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고 1차로 1500명이 러시아 연해주의 군부대들에 분산돼 적응훈련 중이다 △ 북한이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두 가지다.

이 발표를 사실로 단정한 곳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둘뿐이었고, 닷새가 더 지난 23일에야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고 거리를 두던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병력을 러시아에 보낸 증거가 있다. 그러나 병력 배치 목적은 아직 분명치 않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오스틴 장관의 확인 이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2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태용 국정원장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 지금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 명이며 12월경 총 1만여 명에 이를 것이다 △ 전투 현장에는 없고 러시아 내 다수 훈련시설에서 분산돼 현지 적응 중이다 △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다 △ 북한 내에 파병 소문이 유포돼 '선발 군인 가족이 오열해 얼굴이 상했다'는 말도 회자된다 등의 추가적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1 연합
 

김용현 국방장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

북한 특수작전부대란 국정원 발표와 대조

24일에는 대통령 경호처장을 지낸 실세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가세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은 러시아 군복으로 위장하고 러시아군 통제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 전쟁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 파병' 이슈를 어떻게든 크게 키우고자 애쓰는 모양새다.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라거나 북한의 '선발 군인 가족이 오열해 얼굴이 상했다'는 말이 회자된다거나 하는 세밀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획득한 것일 텐데 국정원이 휴민트의 정체 탄로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개하고 나선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윤 정부는 국정원의 첫 발표 당일인 18일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주재의 긴급 안보회의를 열어 '북한군 파병'이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22일에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고 러·북 군사 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에 이어 공격용 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공식 제기함으로써 국제사회로 전파하는 데도 주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달만에 포병학교를 다시 찾아 실탄사격훈련을 지도했다.김 위원장이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 제75기 졸업생들의 포실탄사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2024.10.6 연합
 

무기‧병력 지원 먼저 정하고 분위기 조성

각본‧연출 바이든, 주연 배우 한국 윤석열

한국의 안보 상황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고, 사실이라더라도 북한의 전력이 그만큼 약화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안보 측면에선 오히려 반길 '북한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 이슈를 두고 맨 앞에 서서 '호들갑'을 떤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와 관련된 이 사안을 억지로 '한국 안보 위협'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윤 정부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면 북한군 파병 문제 때문에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이나 파병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일 공산이 더 크다. 다시 말해 사전에 살상 무기 제공이나 파병을 이미 결정해놓고 '북한군 파병' 이슈를 키워 한국민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분석이 진실에 더 가깝다면 당연히 미국이 배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닷새가 더 지나서야 뒤늦게 '일부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적당히 거리를 두고 뜸을 들인 것은 각본과 연출의 주체가 미국이고 윤 정부는 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숨기고자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리셉션에서 글래스를 부딪히고 있다. 2024. 10. 23 [AP=연합]
 

러시아 "허위, 과장 정보…한국 반응 당혹"

살상 무기 주면 "가시적이고 가혹한 대응"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사실상 첫 공식 답변을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북한군 파병 보도를 "허위, 과장 정보"라며 일축했다. 이어 국정원이 왜 북한군 파병 발표로 소란을 일으켰는지 의문이라며 "추적해보면 우크라이나의 영문 매체에서 첫 메시지가 등장한 이후 한국 정보당국이 이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사실을 확인했다는 지적엔 즉답을 피한 채 "그들(북한군)이 어디에 있는지는 평양에 물어보라"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하로바는 한국의 북한군 파병 발표와 대응책에 대해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다. 한국 정부는 '테러 정권'인 우크라이나 정권에 놀아나면 안 된다"면서 한‧러는 서로 다른 정치적·지정학적 견해를 가졌지만 경제·인도주의 분야에서 서로 교류‧협력한 훌륭한 경험을 쌓았다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한국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자하로바는 공격용 살상 무기까지 포함한 단계적 우크라이나 지원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윤 정부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는 가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참여했을 때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 당국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윤 정부가 살상 무기 제공이나 파병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북한에 △ 핵무기 완성도 제고와 △ 전략 미사일 고도화 △ 노후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에 도움을 줌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20일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 09. 20 [로이터=연합]
 

북한군 파병, 한국 안보와 직접 연관 없어

한설 "북한 파병하면 한국 안보 더 안전"

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독면과 의약품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를 지원해왔지만 살상 무기 제공은 유보해왔다. 우리 군은 155㎜ 포탄 55만 발을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통해 북‧러가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를 맺자 당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총괄을 지낸 한설 전 장군(예비역 준장)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의 정보 발표, 윤석열의 안보회의 소집과 우크라이나에 군대 및 무기 지원이라는 것이 이미 사전에 기획되어 움직였다는 매우 합리적인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며 "최근 미국과 나토의 행동을 보면서...윤석열 정권이 군대와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기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윤석열은 이런 각본에 따라 움직였을까?"라고 반문한 뒤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지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한 전 장군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히려 한국의 안보는 더 안전해진다"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고 있는 동안 남한에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매우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의 병력도 부족하지 않아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투 현장에 배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

 
 
김건희 여사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종료 시점으로부터 4년 뒤인 2016년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20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장기간 거액의 돈거래를 지속했던 사업 파트너로서, 이런 관계는 시세조종 공모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지만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한겨레가 23일 입수한 검찰의 2021년 9월 수사보고서에는 2016년 12월29일 권 회장이 김 여사에게 20억원을 송금한 내역이 나타난다. 검찰은 이 돈의 일부가 도이치모터스의 법인 자금이라고 판단했고, 다른 계좌주 이아무개씨를 설명하면서 “권오수는 김건희와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자금을 이씨로부터 융통하는 관계”라고 했다. 또 “김건희·최은순 등 5명이 권오수와 매우 긴밀한 관계”라며 “권오수가 내부 정보를 김○○(주가조작 계좌주이기도 한 초기 투자자) 등에게 유출하고 주가가 1만∼2만원까지 상승한다고 확언하면서 주식 매수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이들이 주식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도 적었다. 수사보고서가 작성된 이 시기는 서울중앙지검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며 주가조작 수사에 속도를 내던 때였다.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실제로 김 여사는 권 회장이 시세조종과 유상증자 등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댔다. 주가조작 1단계 주포에게 현금 10억원과 도이치모터스 주식 3만여주가 든 증권계좌를 맡기고 주포가 변경된 이후에도 일당들에게 계좌를 계속 맡겼다. 또 김 여사는 2007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우회상장을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2억원)한 뒤 2009년 5월 두창섬유(권 전 회장이 운영)가 보유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어치도 장외 매수했다. 1·2심 법원은 권 전 회장의 시세조종 동기를 자회사(도이치파이낸셜) 사업 등 경영상 필요를 꼽았는데, 1심 판결문에는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등의 투자로 도이치파이낸셜을 설립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김 여사는 2013년 7월에는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2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1월에는 전환사채를 20억원에 인수해 ‘저가 매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행사에 협찬을 계속했다. 그리고 김 여사는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권 전 회장 대신 그의 부인과 아들을 초청했다. 만약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에게 사업 자금을 대주는 ‘돈줄’로만 이용되다가 주가조작 사건에 무고하게 연루됐다면, 그 이후에도 권 전 회장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고 권 전 회장을 믿고 초기부터 도이치모터스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던 점을 근거로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을 거라고 추정하며 면죄부를 줬다. 자본시장법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김광중 변호사는 “큰 규모의 돈거래를 수시로 한다는 것은 서로의 금전 사정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관계라는 뜻”이라며 “그런 관계라면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는지 얼마나 깊게 관여했는지 추궁해야 하는데 (금전 거래 사실을 오히려) 시세조종을 몰랐다는 근거로 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혜민 기자 >

204개 인권시민사회단체 “윤 정부 임명 위원들 혐오와 차별 조장, 정치편향 결정"

‘부인' 안창호, '거부' 김용원, '사실 왜곡' 이충상

 안창호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역차별 우려”

 
 
지난 9월9일 안창호 인권위원장 취임식에 모인 전·현직 인권위원들. 왼쪽부터 원민경·이충상 위원, 이상철 전 위원, 안창호 위원장, 남규선·김용원·한석훈 위원. 한겨레
 

각 국가 인권 기구들의 등급을 심사하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SCA)가 내년 특별심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22일까지 해명서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인권위와 김용원·이충상 위원이 제출한 해명이 사실상 의견 제시를 거부하거나 사실과 다른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흡한 답변이 특별심사와 인권위 등급 보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인권위 내부에서도 나온다.

23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윤종군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간리 승인소위 특별심사 요청에 대한 답변 보고’와 ‘승인소위 특별심사 개시 여부 관련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 당사자 의견’을 보면, 인권위는 간리로부터 해명을 요청받은 주요 쟁점에 대해 그동안 안창호 위원장과 이충상 상임위원이 펼쳐온 논리에 바탕해 반박하거나 아예 의견 개진을 거부했다. 주요 쟁점에 대한 인권위 공식 답변 보고가 9쪽, 이충상 위원의 의견서는 16쪽이다. 김용원 위원은 사실상 답변을 거부하는 1쪽자리 의견서를 냈다.

앞서 1일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 속한 20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간리에 서한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위원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직원들을 협박하여 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인권 침해 조사 등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해왔다”며 특별심사를 요청했고, 간리 승인소위의 실무를 담당하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인권위에 22일까지 해명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각 국가 인권기구의 등급을 매기는 간리 승인소위는 한국 인권위의 해명서를 검토한 뒤 내년 상반기에 특별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김용원 상임위원이 제출한 ‘당사자 의견’을 보면 김 위원은 “현재 한국의 일부 인권단체들은, 김용원 위원이 그들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 그의 직무수행 내용이나 방식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부당하고 과격한 방식으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간리에 서한을 보낸 인권단체들을 탓했다. 아울러 “허위·왜곡의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서는 쟁점이 다수이고, 사실관계를 일일이 정리해야 해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해명을 거부했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한겨레
 

인권위도 ‘공식 답변 보고’에서 안창호 위원장과 관련해 해명을 요청 받은 지적 사항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안창호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차별금지법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많은 시민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질병과 관련된 성소수자에 대한 객관적 발언을 할 표현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여, 최소 5백만원 손해배상금을 내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위원장은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숙고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하여, 헌법 정신에 입각한 공공의와 공동선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해서는 “개별 진정 사건 관련 사안으로, 취임 전 인사청문회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 노력에 대한 역행’에 대한 항목에선 “안창호 위원장은 ‘다수의 인권을 위해 소수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위원장은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하지만, 다수자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발언하였다”고 했고, 안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첫 전원위원회에서 그동안 공개 심의한 안건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는 “(회의 공개 여부는)위원회 규정상 회의 참석 위원들의 과반수로 결정되도록 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충상 위원도 개인 의견서에서 “반인권적 언행을 한 적 없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한겨레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겨 공방이 예상된다. 가령 “성소수자가 기저귀를 찬다”는 혐오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이 위원은 “본인의 표현이 동성애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규선 상임위원의 ‘해병대 훈련병의 두발 관련 인권침해’ 발언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는데, 남규선 위원은 그런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반인권적 언행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반인권적 표현을 ‘소수의견이며 다수결의 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남규선 상임위원 등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결정문과 상임위원회 결정문에 소수의견은 가급적 쓰지 말고 쓰더라도 가급적 짧게 쓰라고 한 것”에 반발한 것이라고 했으나, 남 위원은 역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식 절차를 거쳐 채용된 정책비서관 3명의 이념 성향을 문제 삼아 배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이충상 위원은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들의 비서관들을 일괄 채용해서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의원에게 배정할 경우에, 최근까지 국민의힘 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사람을 민주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배정하면 민주당 의원이 받을 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정치적 이념이 상당히 다르고 사이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무리한 주장이 담긴 의견서 제출에 대해 인권위 내부에서도 우려가 이어진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인권옹호자 탄압, 인권위 업무 방기, 인권위 독립성 훼손 우려, 사회적 약자 보호 역행 등 간리가 (해명을) 요청한 내용에 대한 답변으로 매우 미흡하고 부적절하다”며 “인권위 업무 후퇴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인권위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임기응변식의 답변은 인권위로서의 책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고경태 기자 >

“대파 값 모르는 윤, 핵주먹에 맞아 대파될 것”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인근 거리에 대남 안에 실려 있던 북한의 삐라(전단지)가 놓여 있다.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공동취재사진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졌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새벽 북한의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 점검 결과 물체의 위험성과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며 “합동참모본부와의 공조하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와 북한 쓰레기 풍선. [연합]
 

풍선에 실려 있던 전단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사진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를 ‘사치와 향락의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비유하고,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윤석열의 해외 행각은 국민혈세를 공중살포하는 짓’ ‘대파 값은 몰라도 되지만 핵주먹에 맞아 대파될 줄은 알아야 하리’라고 비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 쓰레기 풍선 낙하물이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진 것은 지난 7월24일 이후 3개월 만이다. < 장나래 기자 >

 

북 쓰레기풍선 낙하물 10여개 식별…대통령 부부 비난 전단 담겨

합참 "확인된 내용물은 대남전단…안전 위해 물질은 없어"

용산 청사 내에도 낙하…경호처 "합참 공조하에 지속 모니터링"

 

북한이 24일 새벽에 대남 쓰레기 풍선 약 20개를 부양했고 수도권에서 10여개의 낙하물을 확인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확인된 내용물은 대남전단 등이며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남 전단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겨 있었고, 이 전단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일대에서도 발견됐다.

북한이 대통령 부부를 직접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이 담긴 쓰레기 풍선을 살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살포하는 대남 쓰레기 풍선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가 달려 있어 특정 지점에 낙하물을 투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은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을 시작으로 이번이 30번째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언론 공지에서 "새벽 시간대에 북한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며 "안전 점검 결과 물체의 위험성 및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수거하였으며, 합참과의 공조하에 지속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에는 지난 7월 24일에도 북한 쓰레기 풍선이 떨어진 바 있다. < 연합 김호준 곽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