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장관엔 권오을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유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배경훈(과학기술정보통신부)·조현(외교부)·정동영(통일부)·안규백(국방부)·권오을(국가보훈부)·김성환(환경부)·김영훈(고용노동부)·강선우(여성가족부)·전재수(해양수산부)·한성숙(중소기업벤처부) 후보자 등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유임됐다. 국무조정실장은 윤창렬 전 국무총리비서실 의전비서관이 맡게 됐다.  < 엄지원 기자 >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대통령실 제공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 김영훈…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 안규백

이 대통령, 11개 부처 장관 후보 지명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연합
 

참여정부 이어 ‘2번째 통일’ 정동영
환경·해양·여성부도 여당 의원 인선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과기·중기부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안규백(국방부)·정동영(통일부)·조현(외교부) 등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취임 19일 만이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기 대응에 나설 외교·안보 라인을 비롯한 내각 인선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여당 정치인을 대거 입각시켜 국정 안정을 꾀하고 기업인과 관료 출신을 고루 기용하면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하는 파격도 보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
 

이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윤창렬 전 사회수석비서관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분쟁 등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흐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 청문 절차 등이 빠르게 진행돼 당면 위기에 내각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전했다.

 

이날 발표된 1차 조각 명단에선 정치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민간인 출신으로 64년 만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안규백 의원(5선)과 참여정부 시절에 이어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정동영 의원(5선),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성환 의원(3선),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전재수 의원(3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강선우 의원(재선)이 모두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가깝게 지낸 현역 국회의원이다.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는 대선 기간 영입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이 지명됐다.

 

외교부 1·2차관을 지낸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 1·2차장을 지낸 신임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 관료 출신을 발탁한 점도 안정을 우선시한 인사로 꼽힌다.

 

반면 공직 경험이 없는 기업인과 노동계 출신을 동시에 발탁하고 전임 정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파격’도 눈길을 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엘지 에이아이(AI·인공지능)연구원장으로 인공지능 업계 전문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낸 아이티(IT) 분야 전문가다. ‘에이아이 3대 강국’을 공언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는 처음 입각을 바라보게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용된데다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에 반대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깜짝 유임’됐다. 강훈식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해서 열심히 활동할 분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사”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국무조정실장 프로필

 

출신지별로는 수도권 2명, 호남권 4명, 대구·경북 2명, 부산·경남 2명, 충청권 1명, 강원권 1명으로 지역이 두루 안배됐다. 국조실장을 제외한 11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여성은 3명이다.

                                                                                           < 엄지원 신형철 기자 >

 

안규백, 5·16 쿠데타 이후 첫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후보자

국방위 14년 활동…민간 출신으로 위원장 역임
국방 분야 전문성…군 내부서도 우호적 평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 64년만에 첫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안규백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5선)으로, 단기사병(방위) 출신으로 일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이승만 정부와 장면 내각 때인 제1·2공화국 시절에는 군 출신뿐만 아니라 민간인 국방장관들도 있었지만,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역대 국방장관 39명은 모두 장군 출신이었다. 39명 가운데 33명이 육군 출신이다. 육군 출신 33명 가운데 32명이 중장, 대장 출신이다. 국방장관은 군의 대표자가 아니라 민간을 대표해 군을 지휘 하고

감독하는 문민통제의 상징이자 실무 책임자인데도 그동안 장군 출신이 독차지해왔다. 장군 출신 장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장군으로 여기고 군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12·3 내란 사태 때 육군 중장 출신인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육사 선후배를 앞세워 내란에 앞장 서면서 민간인 국방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려다 북한 핵 위협 증강 등을 이유로 포기했다.

 

안 후보자는 정치력과 국방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8년부터 의정 활동을 시작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4년 가량 활동했으며 20대 국회에서는 국방위원장을 역임해 민간인 출신으로는 드물게 ‘국방통’으로 평가받는다. 의원들이 대개 2년마다 상임위를 옮기고 의원들 사이에서 국방위 선호도가 낮은 현실을 감안하면, 안 후보자의 의정 활동의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보낸 점을 눈길을 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021년 7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해, 한국전쟁 유해 발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안규백 의원 누리집

 

일각에선 군사 전문성과 군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민간 출신 인사가 장관이 되면 군 장악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안 후보자는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화민주당 사무처 공채 1기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해 40년 가까이 폭넓은 정치적 경험을 쌓아, 군뿐만 아니라 방산업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많은 군 조직을 안정감있게 이끌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후보자는 국방위 활동을 하면서 군에 대한 매서운 감시와 견제 활동뿐만 아니라 군 간부 처우 개선, 방위산업 발전 지원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 군 내부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이다.  < 권혁철 기자 >

 

철도기관사→노동정책 수장…김영훈 “노동 존중 사회 만들 것”

김영훈 노동부 장관 후보자, 노란봉투법 등 친노동 정책 관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영훈(57)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 현직 철도기관사다.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투쟁을 해왔던 민주노총 수장 출신이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것은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정부와 거리를 뒀던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등 노사정 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1992년 철도기관사로 철도청에 입사해 2004년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 철도노조 전국 총파업으로 구속된 바 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2012년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도 한국철도공사 부산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로, 장관 지명 발표 당시에도 부산발 아이티엑스새마을 열차를 운행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후보자는 김천에서 휴식을 마친 뒤, 저녁 7시께 다시 새마을호 열차를 몰아 밤 9시께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전 역무원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연합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김 후보자는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이 대통령을 지지했고,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 총괄선대위 노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노동 문제를 잘 아는 인사가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만큼, 향후 노사정 관계도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노란봉투법 입법(하청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쟁의행위에 따른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만 65살 정년연장 등을 포함한 ‘친노동’ 공약을 대거 내놨다. 이에 대해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과제다.

 

현재는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이 들어올 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양대노총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으나,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자. 연합
 

노동계는 김 후보자에 대해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김 지명자 임명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고,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김 후보자가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박태우 기자 > 

 

여성가족부 16달 공백 끝에 지명된 강선우 장관 후보자

김현숙 전 장관 사임 뒤 16개월 공백
임명 땐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
“더 낮고 어려운 곳으로 마음 흐르게 하겠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사진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
 

23일 이재명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선우(47)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에 힘쓴 ‘젊은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첫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커 이목을 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며 “(강선우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정책 전문가다. 소통과 경청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해나갈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대구 출신인 강 후보자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인간발달·가족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6년까지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로 근무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으며 초선 의원 때 대변인과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등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법안을 보면, 주로 아동·노인 학대 예방이나 학대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를 담았다.

 

그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로 알려져 있다. 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는 한겨레에 “장애 아동 인권에 관심이 많은 인사라 우리 쪽에선 유명하다.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간호법 제정 관련 손팻말을 들고 있다. 강선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강 후보자는 2022년 메타버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를 예방하고 디지털성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등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자 복지에 관련된 활동이 많은 데 반해 여성계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어 여성단체들은 강 후보자 지명 소식에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여성단체와 여성주의 연구자들은 “성평등 관련 활동 등을 잘 몰라 우리도 찾아보고 있다”며 “국회의원으로 국제 네트워크 경험도 많아 협상력과 정무적 능력에 기대를 건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한다고 공약했으며, 국정기획위원회도 이러한 내용을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다. 강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전 정부에서 1년 이상 공석으로 비워둔 여가부 장관 자리에 드디어 후보자가 지명된 건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강화를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2월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이 사임한 후 약 1년 4개월째 장관 공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강 후보자는 내정 직후 여가부를 통해 언론에 전한 소감문에서 “더 낮은 곳, 더 어려운 곳, 더 아픈 곳으로 제 몸과 마음이 흐르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 김효실 기자 >

 

보훈부 장관에 권오을 전 의원, 보수 포용 인사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내부 관료 출신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권오을 전 의원은 경북 출신으로 보수 진영에 주로 몸담아온 중진 정치인이다. ‘국민 통합’이라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권 후보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 34살이던 1991년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역 최연소 도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경북 안동갑 선거구에서 당선되면서 경북의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로 주목받았다.

 

1997년 통합민주당이 신한국당에 흡수돼 한나라당이 창당되면서 보수 정당 소속으로 바뀌었다. 2000년·2004년 총선에서 경북 안동에서 내리 당선됐다.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데 실패하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또 이날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58) 전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은 30년 이상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에서 일해온 내부 관료 출신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8명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인선이다. 국무조정실장은 국정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다.  < 박민희 기자 >

 

정동영·이종석 ‘남북관계 활로 특명’…위성락·조현, 외교 두축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인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의 1기 외교안보팀 인선이 얼개를 갖추고 있다. 대통령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안보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한 데 이어,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장관도 공식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확정 단계다.

 

10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쪽에 취재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통일부 장관엔 5선의 정동영 민주당 의원, 외교부 장관엔 조현 전 유엔대사, 국방부 장관엔 5선의 국방위원장 출신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확정적이다. 모두 이 대통령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이들이다. 정권 출범 초기에 흔한 파격 발탁보다는 국정 안정에 주안점을 둔 포석이다. 당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을 포함한 미-중 전략·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에 일단 대응하며 윤석열 정부 때 흐트러진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위기 대응형 인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의 양대 축인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을 맡을 ‘위성락-조현’ 짝은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 실장이 미국·북핵 외교에서 주로 경험을 쌓았다면, 조 전 대사는 다자·통상 외교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보완 효과를 기대한 인선으로 읽힌다. 외교부 1·2차관을 지낸 조 전 대사는 외교부 국제경제국장과 다자외교조정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통상이 안보무기화하는 시대 조류에 조 전 대사의 이런 경력이 ‘가산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정동영 의원과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직통 연락선마저 끊겨 ‘관계 제로(0)’인 남북관계에 활로를 뚫을 사명을 받았다. 정 의원과 이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앞길을 닦은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은 ‘정동영-이종석’ 짝을 선택하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대북 돌파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후보자의 임무는 대북 관계에 한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후보자를 직접 소개하며 “통상 파고 속 국익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가 국정원의 조직 역량을 최대로 활용해 대북 관계뿐만 아니라 외교, 통상, 안보 전 분야에 걸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 안보실장 또는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런 선택을 한 데는 통상에 대한 김 전 본부장의 전문성과 특유의 ‘돌파력’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문민 국방장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로, 첫 국방장관 후보자로 안규백 의원을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5선 의원으로서 정치력과 국방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의원은 단기사병(방위) 출신으로 일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는 2008년부터 의정 활동을 시작해 국회 국방위에서 14년가량 활동했으며 20대 국회에서는 국방위원장을 맡아 민간인 출신으로는 드물게 ‘국방통’으로 불린다.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제훈 기자 >

 

이 대통령, 송미령 농림부 장관 유임시켜…“진영 넘은 실용주의”

내란 국무회의 참석 논란 남아…특검조사 불가피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대통령실이 23일 오후 발표한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이다. 정권 교체 뒤 첫 내각 구성은 능력 못지않게 정치적 논공행상 성격도 갖는데, 19개 장관직 가운데 하나를 전 정부 인사에게 내준 것이다. 여야 정권 교체 뒤 전임 정부 국무위원을 유임시킨 사례는 김대중 정부 이후 두번째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선’이자, 국민통합 의지를 구체화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에 동의하신다고 알고 있다. 과거에 어떤 활동과 결정을 했든 간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일했다고 하더라도 계엄이나 내란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적이 없고, 본인이 소신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이재명 정부의 가치 지향에 동의해서 열심히 활동할 분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인사로 해석해 달라. 그런 면에서 송 장관의 유임은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전 정권 국무위원 유임 사례는 과거 3차례뿐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는데, 당시 호남 출신인 이기호 노동부 장관이 유일하게 유임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바뀔 때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유임됐다. 대북 정책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갈 때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유임됐다. 다만 이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논란 등으로 낙마하자, 안보 공백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유임시킨 경우다.

 

관가에서도 송 장관 유임에 놀란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장관이 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농촌 정책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정책 추진 방향에도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송 장관 이력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당장 송 장관은 이 대통령이 공약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한 본인의 입장부터 바꿔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지수를 높이겠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3차례 좌초된 양곡관리법 개정을 공약했다.

 

송 장관은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훼손하고, 쌀 과잉생산과 수급 불안을 유발한다.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고, 법이 만들어져도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등 4개 농업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12월19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 법은 부작용이 명약관화하다.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재의 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송 장관 유임 배경을 설명하며 “이재명 정부의 가치 지향에 동의했다”고 밝힌 만큼, 윤석열 정부 코드에 맞췄던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 의견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유임 발표 뒤 송 장관은 “분골쇄신의 자세로 새 정부 농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정책·법안은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기존 개정안의 쌀 의무 매입을 ‘조건부 의무 매입’으로 수정해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날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상정됐다. 

 

송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11명의 국무위원 중 한 명이었다. 송 장관은 이후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인 줄 알지 못했다. 알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에 나와서도 “비상계엄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에서 내란 국무회의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내란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 다시 조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대통령실이 “계엄·내란에 적극 동참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에 비춰볼 때, 이에 대한 대통령실 자체 검증 결과 ‘유임시켜도 문제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유임된 송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해 과거 이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장관 후보자’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송 장관은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아들에게 1억원을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용돈 차원에서 좀 줬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국정을 담당할 수 있나?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 장관 유임 소식이 전해지자 농민 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탄핵 집회 당시 트랙터를 몰고 상경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농민말살 정책을 주도하고, 내란 사태를 방조한 내란 농정 수장 송미령 장관을 유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송 장관 유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체회의에는 송 장관도 참석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송 장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및 내란 국무회의 참석 사실을 거론하며 “양곡관리법 등에 농업을 망치는 ‘농망 4법’이라며 막말과 악담을 퍼부었다. 내란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모습도 석연치 않다. (탄핵 집회 때)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를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할 이재명 정부의 농업 수장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 김남일 박수지 기자 > 

 

기재부 독식 국무조정실장에 ‘총리실 관료’ 임명…“무너진 행정부 복원”

이 대통령, 국무조정실장에 윤창렬 임명
송미령 농림 유임…양곡법 반대 등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3일 내각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송미령(58)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이다. 여야 정권 교체 뒤 장관 유임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두번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계엄·내란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적이 없고, 이재명 정부의 가치 지향에 동의한 분”이라고 했다.

 

다만 송 장관 이력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농업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를 공개 거론했다. 거부권 행사로 2차례 물거품이 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유임 발표 뒤 송 장관은 “분골쇄신의 자세로 새 정부 농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정책·법안은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장관은 또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계엄 선포 국무회의인 줄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내란 특검 수사 대상이다.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트랙터를 몰고 상경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농민말살 정책을 주도하고, 내란 사태를 방조한 내란 농정 수장을 유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보좌하고 차관회의를 주재하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윤창렬(58)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임명했다. 30년 이상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에서 일해 온 내부 관료 출신이다. 역대 국무조정실장은 예산 등에 밝은 기획재정부 출신이 주로 임명됐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8명 모두 기재부 출신이었다.

 

강 비서실장은 “국무조정실 1·2차장 및 사회수석을 역임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책 집행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무너진 행정부 시스템을 복원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국무조정실장은 국정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다.  <  김남일  박수지 기자 >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임명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연합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불안까지 커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각)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성사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검토해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왔다”며 “그러나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타 정부 인사의 대참(대리참석) 문제는 나토 쪽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제사회 위상 제고와 주요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나토 회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타진해왔다. 이런 기류는 지난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려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무산된 뒤 더 강해졌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내각 구성 등의 국정 현안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커지면서 회의 불참으로 최종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유럽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이 창설한 정치·군사 동맹으로 현재 32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 초청받아 참석한 뒤 지난해 미국 워싱턴 정상회의까지 3회 연속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 신형철 엄지원 기자 >

 

일본 이시바, 이재명 대통령 따라 '나토 나도 안 간다'

하루 전 취소…NHK "이 대통령 불참 감안"

국민의힘 "다 참석하는 데 왜 우리만?"
일본·호주 총리도 불참하자 '체면 구겨'
국민의힘 "외교 정체성, 국가안보 위협"

민주 "진부한 색깔론 씌우는 헛된 노력"
박선원 "남북 긴장 완화에 집중이 낫다"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일본과 호주 총리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불참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전격으로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사흘 전 이시바의 나토 참석을 발표했다가 "제반 사정"을 그 취소 이유로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6.18 연합
 

일본 이시바, 나토 참석 전격 취소
NHK "이재명 대통령 불참 감안"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불참을 결정하고, 대신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보내기로 했다고 호주 언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나토의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IP4) 중 한국·일본·호주의 정상은 불참하고 뉴질랜드만 남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HK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부터 이시바 총리가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긴박해진 데 따라 회의 참석을 취소하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방문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오키나와를 찾은 이시바 총리는 취재진에 "참석 보류를 검토 중"이라며 다른 나라의 참석 상황 등을 토대로 "결론을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HK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참할 가능성이 있고 역시 초청받은 이재명 한국 대통령도 불참하기로 한 상황 등을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석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2022년 6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의 마드리드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회의장. 2025. 06. 23 [AFP=연합]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
"국내 현안, 중동 정세 종합 고려"

 

앞서 22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왔다"며 "그러나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참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한다.

 

이렇듯 일본의 이시바 총리마저 이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발맞춰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자, 나라를 흔들 '큰 오판'이나 했다는 듯 성토하고 나섰던 국민의힘은 면목이 없게 됐다.

국힘당 지도부 인사들이 이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한 첫 번째 포인트가 나토의 공식 초청을 받은 IP4 중 다른 나라는 다 참석한다는데 왜 한국만 빠지느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주체적 태도는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힘당 의원들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외신에 따르면 호주, 뉴질랜드 등 여타 인·태 국가들은 나토 참석 가능성이 높은데, 자유민주 국가 진영의 회동이 된 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만 빠진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뒷모습)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2025.6.22 연합

 

국힘 "다 참석하는 데 왜 우리만?"
일본·호주 총리도 불참하자 '머쓱'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외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판단"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페북 글을 통해 △ 한국은 한반도 이외의 국제 사안엔 더는 관심을 없다고 동맹국 미국 등 '같은 생각을 지닌 나라들'의 오해를 받을 수 있고 △ 대한민국 외교의 무게추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기운다는 의구심이 커질 수 있으며 △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 대만, 중동 등 글로벌 이슈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북한을 위시한 한반도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을까 하는 것 등이 우려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전인 19일 "정상회의 참석을 조속히 확정 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도 조속히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런 국힘당이 일본과 호주 총리의 불참엔 과연 어떤 논리를 내놓을지 두고볼 일이다.

 

한편, 국힘당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과 국방위원회 임종득 의원은 '방산 수출 기회'를 얻기 위해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리 방산 및 원전 수출 대상국 정상들과의 회동을 통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고, 임 의원은 "지금 호황기에 있는 'K-방산'을 위해서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회담장 주변에서 경찰관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5. 06. 23 [AP=연합]

 

국힘 "외교 정체성, 국가안보 위협"
민주 "색깔론 씌우는 헛된 노력"

 

이런 국힘당 지도부 인사들의 비판을 더불어민주당은 "몰염치한 정치 공세"라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동 전쟁까지 겹친 복합위기를 고려해 내린 고심 어린 결정"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중동발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는 현 상황을 정쟁에 이용하려 들고 있으니 참담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에 진부한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헛된 노력은 포기하라"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나 관세 협상 등 양국 간 현안의 시급성을 잘 알고 있지만, 나토 정상회의에 무작정 달려가면 해결되느냐. 실용 외교의 중심은 국익이고, 국익을 지키며 슬기롭게 현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러시아 평양수뇌상봉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체결 1주년에 즈음해서 19일 외무성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이 공동으로 연회를 마련했다고 20일 보도했다.2025.6.20 연합

 

박선원 "소용돌이 휘말릴 필요 없다,
남북 군사 긴장 완화 집중이 낫다"

 

박선원 의원은 페북 글을 통해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에 유럽과 나토가 어떤 방향으로 행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리나라는 자칫 세계대전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불구덩이에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종결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중동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 대통령님은 동북아와 남북한 간 군사 긴장 완화에 집중하시는 편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밝힌 헤이그 정상회의의 3대 의제는 △ 국방비 인상 △ 방위산업 생산력 제고 △ 우크라이나 지원이지만,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이후 중동 정세 공동 대응 문제도 협의될 공산이 크고, 의제 하나하나가 모두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아직 이재명 정부의 입장 정리가 안 된 점을 고려하면 일단 떨어져 관망하는 게 더 현명해 보인다. < 이유 기자 >

 

미국 의존 벗어나야…EU-캐나다 안보협정 체결

● WORLD 2025. 6. 24. 12: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

카니 총리,“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 열었다”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열었다. EPA연합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23일(현지시각)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공식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날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방위 파트너십에 공식 서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자찬했다. 러시아와 중동 문제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방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온 캐나다는 무게추를 조정해 유럽과 보다 깊은 협력을 한다는 구상이다. 캐나다는 무기 구매 예산의 80%를 미국산 무기를 사는 데 쓰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러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캐나다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산 무기 구매를 위해 최대 1500억유로(약 238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하는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캐나다도 제3국으로 참여 자격을 얻는다.

 

앞서 한국과 일본, 영국 등 7개국도 세이프 프로그램에 따른 공동 무기조달을 함께하도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만 제3국으로서 대출금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간 합의를 거쳐야 하는 등 기술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협정엔 우크라이나 지원과 더불어 군사 이동성, 해양 안보,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위협과 방위 산업 강화 등에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테러, 군비통제, 비확산, 군축 및 우주 안보 등 광범위한 군사적 협력도 약속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은 “나토가 우리의 집단 방위의 주춧돌로 남아있는 한편, 이번 협정은 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군사역량 목표를 달성하고,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유럽의 나토 기여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7%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캐나다는 유럽과의 협력이 국방비 증강 목표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베라루빈천문대 32억화소 사진 공개
7시간 관측으로 소행성 2천개 발견
10년간 밤하늘 전체 타임랩스 완성

 
 
베라루빈천문대가 7시간 남짓한 관측 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개별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사진의 일부. 지구에서 수천광년 떨어진 거리의 분홍빛 삼엽성운(오른쪽 위)과 석호성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사진을 확대해서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베라루빈천문대의 아웃리치 담당 클레어 힉스)

 

32억화소의 지상 최대 카메라를 갖춘 남미 안데스 산맥 기슭의 천체망원경 베라루빈천문가 관측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는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24일 0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역사적인 관측사진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공개한 사진엔 궁수자리에 있는 수천광년 거리의 성운 2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삼엽성운과 석호성운이라는 이 두 성운은 별을 만들어내는 가스와 먼지 구름 덩어리다. 네가지 컬러 필터를 통해 7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보름달 약 60개 크기에 해당하는 영역을 담고 있다. 푸른색 영역은 젊고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빛이고 분홍색 영역은 들뜬 수소 원자,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덩굴은 먼지 띠다. 루빈천문대 카메라에는 근자외선에서부터 근적외선에 이르는 빛(320~1050nm)을 포착하는 6개의 필터가 있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약 5500만광년 거리의 처녀자리은하단 일부.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한 번에 보름달 크기의 45배 영역 촬영

 

또 다른 사진은 55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다. 5월 초 나흘 밤 동안 촬영한 사진에서 발췌한 것이다. 앞쪽엔 우리 은하의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뒤쪽엔 우주 팽창과 함께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은하들이 있다. 푸른색 영역은 어린 별들이 있는 별 탄생 구역이다.

 

이날 공개된 각각의 사진은 망원경이 촬영한 전체 사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해발 2647m의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는 역대 망원경 중 가장 큰 시야(3.5도)로 3일 밤마다 남반구에서 보이는 하늘 전체를 관측할 수 있다. 한 번에 관측하는 영역이 보름달 크기의 45배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1%,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75%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눈을 가졌는지 짐작이 간다.

 

천문대 건설 책임자인 젤코 이베지치 워싱턴대 교수(천문학)는 공개 행사에서 “루빈 천문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체 발견 기계”라며 “관측된 천체 수가 지구 인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사진의 은하 앞쪽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나타났다.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 동영상 갈무리

 

10시간 관측에 수백만개 은하와 별 발견

 

천문대는 망원경의 이런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소행성 발견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베지치 박사는 “루빈이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며 “이 가운데 7개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고 나머지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요 소행성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천문대만으로 2년 안에 수백만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한다.

 

루빈천문대는 10시간 남짓한 시험 관측만으로 이미 수백만개의 은하와 우리 은하의 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천문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행성 발견을 통해 지구나 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식별함으로써 행성 방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루빈천문대가 사진 하나를 찍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이미지 데이터가 컴퓨터 서버로 전송되는 동안 350톤 무게의 망원경은 카메라의 시야를 다음 촬영 영역으로 돌린다. 이런 식으로 하룻밤에 20테라바이트(1테라=1조) 용량의 사진 약 1000장을 찍는다. 10년 동안 이런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하고 나면 200만장 이상으로 이뤄진 ‘우주 10년 타임랩스’ 영상이 완성된다.

 

천문대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추가되는 것까지 합치면 관측이 끝날 무렵 루빈천문대는 약 500페타바이트(1페타=1000조)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언어로 기록된 콘텐츠의 총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밝혔다.

 

타임랩스 영상엔 소행성에서부터 거대한 별과 은하에 이르기까지 가시광선으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긴다. 특히 밤하늘을 빠르고 넓게 살펴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놓치거나 관측하기 어려웠던 일시적인 천체 현상도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태양계 소행성들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우주 현상을 고스란히 담아 알려준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스티븐 리츠 박사(물리학)는 “이렇게 많은 물체들이 이렇게 깊이 있게, 한꺼번에 포착된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2억화소의 사진에 담긴 세부 사항은 컴퓨터 화면이나 신문 지면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천문대는 사람들이 직접 이미지를 확대하고 축소해서 볼 수 있는 앱 ‘스카이뷰어’를 개발했다.

해발 2647m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 전경.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암흑물질 밝혀낼까…10월부터 본격 관측

 

천문학자들은 루빈천문대가 생산하는 엄청난 관측 데이터가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 에너지와 은하를 흩어지지 않게 묶어주는 암흑 물질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천문대 명칭에 쓰인 ‘베라 루빈’은 1970년대에 암흑물질 단서를 포착한 여성 천문학자의 이름이다.

 

브라이언 스톤 국립과학재단 소장은 “루빈천문대는 역사상 모든 광학 망원경이 수집한 것보다 더 많은 우주 정보를 포착할 것”이라며 “이 놀라운 과학 시설을 통해 우리는 우주에 스며든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포함한 수많은 우주의 미스터리를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루빈천문대는 망원경에 대한 마지막 미세 조정 작업을 마친 뒤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디어가 나온 지 30년, 건설이 시작된 지 10여년만에 완성된 베라루빈천문대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미국 에너지부(DOE)가 공동으로 8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과학재단의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와 스탠퍼드대의 국립가속기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