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북한군 러시아 파병' 격돌
서방국은 '만약' 전제, 한·우크라는 '단정적'
북한 "근거 없는 소문" 일축…첫 공식 반응
대통령실 "우크라에 공격용 무기까지 고려"
NSC 중대 결정 내리는데 대통령은 어디에
우크라 전쟁 수렁에 뛰어드는 패착될 수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슈가 마침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제로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안보 유지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공식화하며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 이사국들은 북한 파병 문제의 기정사실화에 주력한 우크라이나나 한국과는 달리 "만약 사실이라면"이란 가정법을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서방은 '만약' 전제, 한·우는 '단정적'
황준국, 안보리에 국정원 발표 내용 보고
이에 대해 러시아는 서방국들을 향해 "예전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일축했다. 안보리에선 아니지만, 북한도 이날 같은 유엔본부 건물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안보리 공보국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대다수 대표단이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간 심화하는 군사 협력 보도들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대표단은 북한이 △ 8월 이후 북한의 포탄, 미사일, 대전차 로켓이 담긴 1만3000개가 넘은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다 △ 이달 초 약 1500명의 특수부대 병력을 러시아에 배치했다 등의 내용을 안보리에 보고했다고 소개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연합뉴스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발언을 통해 "북한은 국제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지만, 북한의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도 놀라게 했다"며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 협력은 규탄받아야 하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북한이 군사적·재정적 지원 혹은 핵무기 관련 기술과 같은 반대급부를 러시아로부터 기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군대, 11월 1일경 전쟁 채비 예상"
미 "만약 사실이면 매우 우려되는 전개"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키슬리츠야 주유엔 대사는 "이들 군대는 11월 1일경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채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는 한국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에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되는 전개이자 깊어진 북러 군사 관계를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지원 없이 러시아는 침략을 유지할 수 없다"며 "만약 이란과 북한이 군사 지원 제공을 중단하고 중국이 이중 용도의 전쟁 부품 전달을 중단한다면 이 전쟁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대사는 북한 파병에 대해 "가능성이 크다"면서 "푸틴이 불법적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러시아인을 모집하기 힘들면 힘들수록 더욱 북한에 의지하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가 러시아에 큰 대가를 요구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니콜라 드 리비에르 대사는 북한의 파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전쟁 행위에 대한 북한의 지원 확대는 매우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 비난
북한 "근거 없는 소문"…첫 공식 반응
이들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반박하고 나섰다.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 부기맨(귀신)을 이용해 공포를 확산시킴으써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뒤 "예전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핵무기 개발 추진 발언은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표는 "중국이 이중 용도의 전쟁 부품 전달을 중단한다면 이 전쟁은 끝난다"고 한 우드 미 차석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은 분쟁의 어느 당사자에도 살상 무기를 결코 제공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어느 한 편을 지지하지도 돕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평양 당국은 한국 국정원의 '북한군 파병 발표'에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날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이른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과 관련해 우리 대표단은 조선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두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를 훼손할 목적의 그런 근거 없고 상투적인 소문들에 논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대표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쟁 행위를 돕고자 "대규모" 정규군을 곧 파병할 거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
대통령실 "우크라에 공격용 무기까지 고려
우크라 전쟁 수렁에 뛰어드는 패착될 수도
한편 정부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동시에 향후 단계별 상황 전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해 파문을 예고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 철수를 촉구하며,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단계적 대응의 구체 내용은 상대방의 판단과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밝힐 수 없다며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길 경우 한·러 관계의 파탄은 물론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발을 담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NSC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그 시간 부산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석했다.
NSC 중대 결정 내리는데 대통령은 부산행
윤 정부, 대북 심리전에 '파병 이슈' 활용
윤석열 정부는 북한 파병 이슈를 대북 심리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국군심리전단은 전방 지역에 배치된 대북 확성기로 방송되는 '자유의 소리'를 통해 21일 오전 북한군 파병 주장을 보냈다. 이날 자유의 소리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북한군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는 현지 매체 보도를 전했는가 하면, 이달 초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북한군 6명이 공습으로 숨졌으며 러시아군이 북한 병력으로 구성된 3000명 규모의 특별 대대를 편성 중이라는 우크라이나 매체의 보도도 전했다. 그러나 한국 국정원의 18일 북한 파병 발표는 거론하지 않았다. 군은 남북 접경지역의 북한 주민과 병사가 들을 수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파병 주장'을 전함으로써 북한 내 동요를 부추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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