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재구속’ 심문 25일 오전 10시로 연기…법정 소란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2월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군 검찰이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추가 기소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두 피고인들을 기소하며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이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23일 “군 검찰이 오늘 여 전 사령관을 위증죄로, 문 전 사령관 등을 군사기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며 “기존 재판 중인 사건과의 변론 병합 및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하고, 기존에 제출한 조건부 보석촉구 의견을 철회했음을 특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의 위증 혐의는 헌법재판소와 군사법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라는 설명이다. 문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혐의에 대해서는 “제2수사단과 관련된 인적 정보 관련”이라고 덧붙였다.

 

여 사령관은 김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0여명의 명단 등을 수사단장에게 전하면서 수방사 비원(B1) 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기소된 바 있다. 문 전 사령관 또한 내란을 사전 모의하고 선관위 장악을 시도한 혐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  김지은 기자 >

 

‘김용현 재구속’ 심문 25일 오전 10시로 연기…법정 소란도

법원, 방어권 보장하란 김 전 장관 쪽 요청 수용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 심문이 23일에 열렸지만 김 전 장관 쪽의 반발로 오는 25일로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내란 특검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위계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발부를 요청한 구속영장에 대한 심문기일을 이날 오후 2시30분에 열었지만, 김 전 장관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5일 오전 10시로 연기했다.

 

김 전 장관 쪽은 재판부가 공판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심문기일을 먼저 지정한 것에 대해 “피고인에게 방어권 행사기회를 주지 않고 영장발부 여부를 판단 위한 심문기일을 지정한 것은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쪽은 또 공소장과 심문기일 통지서가 김 전 장관에게는 아직 송달되지 않았는데도 심문기일이 지정된 것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수 특검보 등이 이를 반박하려 했지만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파견 검사들의 공소유지 자격을 문제 삼으며 발언권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심문기일이 연기되면서 김 전 장관의 재구속 여부는 오는 25일 밤이나 이튿날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김 전 장관은 앞으로 6개월 동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지만 영장이 기각되면 김 전 장관은 풀려나게 된다.     < 오연서 기자 > 

 

서울고법, 김용현 직권보석 항고 기각…조건부 보석 결정 유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법원의 직권 보석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는 24일 김 전 장관 쪽이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에 대해 제기한 항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6일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장관이 1심 구속기간(6개월) 만료로 오는 26일 아무런 제약 조건 없이 석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건을 붙여 직권 보석할 것을 검찰이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재판부는 사건 관계인을 만나거나 연락 금지, 도망 또는 증거를 인멸 금지, 출국하거나 3일 이상 여행을 하는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 등의 지정 조건을 걸었다. 김 전 장관 쪽은 이런 결정에 대해 “사실상 구속상태를 연장”하는 것이라며 지난 18일 서울고법에 항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김 전 장관 쪽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이미 보석에 관한 의견을 표명한 때에는 재판장이 다시 검사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보석조건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98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반드시 위 규정에서 정하는 사항에 국한된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보석조건과 결정에 고려할 사항에 따라 원심법원이 개별 사안의 특성과 피고인이 처해 있는 구체적 사정에 적합한 조건으로 판단해 보석조건으로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직권 보석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임의적 보석의 허가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므로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석허가 결정이 이뤄졌다고 해 원심결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인권 보장 및 형사 소송의 적정절차를 실현하기 위한 보석제도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사실상 피고인의 구속상태를 연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은석 내란 특검은 지난 18일 수사를 개시하며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은 지난 2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돼 오는 25일 진행될 예정이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경찰의 세 차례 출석요구 불응해 체포영장 신청 요건 갖춰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화폰 정보 등 증거 인멸과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 등 강제 수사 여부 판단이 특검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 신청 요건을 갖춘 바 있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체포영장 신청을 진행하는지 묻는 질문에 “특검으로 넘겨서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등 강제 구인 여부는 특검에서 결정하기로 협의했다는 의미다. 특수단은 지난 19일 사건 기록을 보내 달라는 내란 특검의 인계요청 공문을 접수했고, 이에 따라 26일까지 그간의 수사 기록을 파견 인력(31명)과 함께 특검으로 넘길 계획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찰의 세 번째 출석요구에도 불응하면서, 일각에선 경찰이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 인신을 구속해 특검에 넘길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수단은 당시 이에 대해 “내란 특검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협의 결과 사건을 넘긴 뒤 특검에서 체포영장 청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서는) 강제수사를 포함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특검·검찰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그렇게 결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특검과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등 신병 처리를 논의했고, 검찰과는 압수수색 등 추가적인 대물 증거 확보와 관련해 협의를 이어왔다고 한다.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내란 수사와 관련해 최근 검찰에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반려)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재판 받는 내란 혐의와 별도로 비화폰 정보 등 증거를 인멸하고, 지난해 1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특수단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특히 비화폰 서버 기록 분석 과정에서 나온 비화폰 정보 삭제 경위에 집중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뒤인 지난해 12월5일(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12월6일(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이뤄진 비화폰 정보 삭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2월7일 군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이날 “(6일 비화폰 삭제와 관련해) 복수의 인물을 특정해 입건했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 포함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인 명단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 방준호 기자 >

 

‘조은석 특검팀’ 내란 재판 첫 참여…윤석열 쪽 “특검법 위헌제청 신청할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내란특검법에 대해 재판부에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할 뜻을 밝혔다. 이날 처음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에 출석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12·3 내란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강하게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3일 오전 10시1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사건 8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기존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를 특검이 할 수 있다는 특검법 규정에 따라, 내란 특검은 이 사건 공소유지 중이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지난 19일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어 이날 박억수 특검보와 특검 지휘를 받는 검사들이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했다.

 

박 특검보와 윤 전 대통령은 각각 검사와 피고인석에서 재판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마주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주로 눈을 감고 있었고, 박 특검보는 서류를 살피면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양쪽은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특검팀의 공소유지가 정당하냐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먼저 윤 전 대통령 쪽 위현석 변호사는 “이런 특검법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이다. 특검이 이첩을 요구해서 (특검이 사건을) 받아간 건 특검법 최초의 사례”라며 “특검보 외의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인지, 특검의 지휘를 받는 검사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특검보는 미리 준비한 의견서를 읽었다. 박 특검보는 “특검법 조항에 의거해 지난 19일 검찰 특수본에 사건 인계를 요구해 사건을 인수했고, 공소 유지를 맡게 될 예정”이라며 “그동안 검찰 특수본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와 이후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실체와 진실을 낱낱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특검보는 “재판부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공소제기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 구속된 피고인들의 석방이 임박하는 등 법 집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재판을 지금보다 신속히 진행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쪽 위 변호사는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구조는 역사상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사건 특검법과 (특검) 임명은 정치적 수단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특검이 기존 사건의 공소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한 특검법 조항도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재판을 받는 사건에 대해 반복해서 수사 및 재판을 받으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위 변호사는 “특검법은 수사대상 설정 조항도 위헌이다. 특검법은 (수사대상과) 관련된 사건까지로 수사대상을 확정했다. 이 사건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무한히 확장해 명확성 원칙을 해치는 위헌법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신경전이 25분 동안 이어지자 재판장은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을 서둘러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윤갑근·배보윤 변호사가 번갈아 마이크를 잡았다. 배 변호사는 재판장을 향해 ‘위헌 요소가 있는 특검법에 근거해 공소유지가 되는 상황에서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의견서를 양쪽에 요구한 뒤 “나중에 위헌 문제가 있으면 기일 진행을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재판을 이어갔다.

 

이날 공판에선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재식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육군 준장)과, 비상계엄 당시 합참 계엄과장이었던 권영환 육군 대령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 오연서 기자 >

 

김용현, 오늘 구속영장 심문 재판부 기피 신청…“변론권 침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이 23일 구속영장 심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에 대한 기피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조은석 특검과 공모해 인신구속에 골몰하는 형사34부 재판부 구성원 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무죄추정,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따라 법원이 공소기각을 즉시 판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도리어 특검의 불법 공소장을 받아들고, 김용현 장관과 변호인에 대한 공소장 송달 절차도 없이 함부로 영장심문기일을 지정했다”며 “법원의 이러한 행태는, 김용현 장관의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직권남용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지난 19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했고 사건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에 배당됐다. 이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문을 이날 오후 2시30분에 진행할 계획이다.  < 장현은 기자 >

 

김용현의 ‘특검 기소 정지 신청’ 기각 법원 “기소는 이의신청 대상 아냐”

 
 
                       조은석 내란 특검. 연합
 

서울고법이 내란 특검의 추가 기소는 특검법 위반이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며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보인다’라는 취지의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의 특검 기소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 21일 기각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는 23일 김 전 장관이 낸 추가 기소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의신청인이 이 사건에서 정지를 구하는 대상이 특별검사의 수사 활동이 아니라 특별검사의 공소의 제기와 이를 기초로 한 수소법원의 재판 작용에 관한 것인 점”과 “(이같은 쟁점은)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수소법원이 진행하는 재판절차에서 주장되고 판단될 사항인 점” 등을 고려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은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건넬 비화폰을 지급받고(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자신을 수행하던 경호처 직원에게 노트북과 컴퓨터를 부수고 공관 서류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기소했으며 재판부에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이 예정된 상태였다.

 

이에 김 전 장관 쪽은 “내란 특검법상 20일간의 수사 준비기간에는 공소제기가 불가하다”며 불법 기소라고 주장하며 서울고법에 이의신청과 함께 이의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소를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동시에 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이같은 사안이 특검법에 규정된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김 전 장관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법에는 특별검사가 직무의 범위를 이탈해 사건과 관련 되지 않은 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해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뒀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김 전 장관 쪽이 이의신청한 대상이 소환·조사 등 수사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 기소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의신청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은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김 전 장관의 추가 기소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내란 특검 쪽은 ‘수사 준비기간에 공소를 제기했다’라는 취지의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사 준비기간을 마친 뒤 공소를 제기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준비 기간은 20일인데, 이를 단축하고 6일 만인 지난 18일 수사를 개시한 뒤 공소를 제기했다는 취지다.                < 정환봉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탄핵, 헌법재판관 8명 하나하나 토론하고 확정”
재판관 구성엔 “연구관·교수·지역법관 넣어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문이 작성될 때 처음 확정된 문장은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다”인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문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문장은 처음 확정됐다”고 밝혔다.

 

문 전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석열)은 애당초 비상계엄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파면은 안 된다 이렇게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들이 볼 때는 시민들이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군경이 적극적으로 임무수행을 했더라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거다고 봤다. 그런 뜻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표현에 대해서는 재판관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할 당시 문 전 권한대행은 22분 동안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 가운데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특히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군용차 등을 막은 시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파면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를 “가장 마음에 든 문장”이라고 꼽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 역시 이 문장을 가장 인상 깊은 문장으로 꼽았다.

 

문 전 권한대행은 ‘그 문장을 어느 재판관이 썼냐’는 질문에 “아마 주심(정형식 재판관)이 썼던 거 아닌가 (싶다)”며 “왜냐면 처음에 확정된다는 건 주심이 썼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처음에 확정된 문구들이 몇 개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이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연합
 

문 전 권한대행은 탄핵 결정문이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있다는 평가에 대해서 “탄핵 결정문엔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며 “당연히 주심 재판관이 제일 많이 썼고, 논거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토론했지만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서 (8명이) 토론하고 확정 지었다”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후 시민들이 헌법을 필사하는 등 헌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동본 불혼을 금지, 폐지한 게 헌법재판소다. 헌법은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탄핵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구성과 관련해 “(지금처럼) 판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를 다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다양한 검토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연구관이나 헌법 전공 교수들을 넣어도 된다”며 “판사를 넣더라도 ‘지역 법관’도 좀 넣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권한을 폐지해야 된다”며 “그런 입법례가 (다른 나라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도 했다.    <  송경화 기자 >

유엔 자유권규약 의무…법무부는 “관계부처와 상의하느라 늦어져”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군인들이 진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정부가 비상계엄 선포일로부터 무려 5개월이나 지난 뒤 유엔 사무총장에게 계엄 선포와 해제 사실에 관해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1990년부터 가입한 국제조약인 ‘자유권규약’에 따라 국민의 자유권을 제약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즉시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무부처는 법무부다.

 

22일 한겨레가 유엔국제조약 누리집을 통해 확인한 대한민국 정부의 통지문을 보면, 유엔 주재 대한민국 대표부는 지난달 19일 유엔 사무총장에게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께(한국시각), 대한민국 대통령은 전 국민에게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러나 12월4일 오전 1시2분께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자, 대통령은 오전 4시20분께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고 이후 국회는 같은 날 오전 4시29분께 계엄령 해제 안건을 승인했다”는 서한을 보냈다.

 

정부는 이 서한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계엄령에 따라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제9조, 제19조, 제21조 및 제22조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포함한 이 규약이 현재 완전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제9조는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제19조는 의사표현의 자유, 제21조는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 제22조는 결사의 자유를 담고 있다. 통지문의 영어 문장은 “계엄으로 인해 권리가 제한됐다”고 단정하지 않고, “제한될 가능성이 있었다”(possibly subject to restriction)고 밝혔다.

유엔 주재 대한민국 대표부가 지난달 19일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통지문. 계엄 선포 및 해제 사실과 각종 권리가 제한됐을 가능성을 밝혔다. 유엔 국제조약 누리집 갈무리

 

유엔 자유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의 자유권규약이란 우리나라가 가입한 8대 국제인권규약 중 하나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으로 불린다. 자유권규약 제4조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공공비상 사태와 그러한 비상사태의 존재가 공식으로 선포된 때에는 (중략) 당사국은 자국이 이탈한 규정 및 그 이유를, 국제연합 사무총장을 통하여 이 규약의 다른 당사국들에게 즉시 통지한다. 당사국은 그러한 이탈을 종료한 날에 동일한 경로를 통하여 그 내용을 추가로 통지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타이(태국)·아르헨티나 등 약 40여 개국도 자유권규약 제4조에 따른 비상조치와 관련한 통지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이를 즉시 유엔에 통지하지 않고 5개월이 지나서야 유엔 사무총장에게 알렸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계엄이 곧바로 해제되었지만 계엄 사실이 없던 일이 아니다. 유엔에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한 셈이고, 5개월동안이나 직무유기를 했다”며 “이렇게 통지가 늦어진 점은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정기적 모니터링과 국가보고서 심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법무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상의하느라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계엄 다음날인 12월4일부터 통지를 준비했으나 국방부·외교부·국무조정실 등의 의견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12월12일에)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탄핵소추되는 일도 생기면서 5월에야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3시간여만에 끝난 계엄에서 어디까지 (시민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거냐를 놓고 각 관계 부처와의 논의가 필요했다. 그래도 (계엄으로 인한) 권리 침해 상황을 상세하게 적시했다”고 덧붙였다.

 

‘자유권규약에 따른 통지 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지적은 이미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안’에 반대하는 인권위원들로부터 나온 바 있다. 남규선·원민경·소라미 위원은 2월16일 낸 소수의견서에서 “(정부가) 자유권규약 제4조3항의 통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올해 대한민국은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2025∼2027년) 지위에 있다. 정부는 이사국 출마 당시 ‘대한민국이 당사자인 국제인권조약의 완전한 준수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고경태 기자 >

 

원민경 인권위원 “유엔서 한국 인권위에 큰 우려…쥐구멍 숨고 싶었다”

[인터뷰] 원민경 인권위 비상임위원
제네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에 대표로 참석
“안창호, 인권위를 모래바람에 묻으려는 듯”

 
 
               원민경 위원. 고경태 기자

 

“정부 보고서만큼이나 한국 인권위에 대한 시선이 따가웠어요.”

 

국제사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원민경 비상임위원(53·법무법인 원 변호사)은 지난달 29~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인종차별철폐위) 공식 회의에 인권위를 대표해 참석했다. 한겨레는 지난 14일 원 위원을 만나 “한국 인권위가 왜 본분을 다하지 못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는 제네바 회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회의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가 대한민국을 비롯해 가봉·과테말라·키르기스스탄·모리셔스·우크라이나 6개국의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 협약’(인종차별철폐협약) 보고서를 심의하고 국가별 인권기구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의견을 내는 자리였다. 인종차별철폐협약은 국내법 울타리 바깥에 있는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및 아동, 난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이다. 1978년 이 협약에 가입한 한국은 13번째 정부보고서를 냈다. 인권위가 인종차별철폐위 회의에 참석한 것은 17·18·19차 보고서를 심의한 2018년에 이어 7년 만이다.

29일 오후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윌슨홀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대한민국 제20·21·22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참석한 원민경 위원(왼쪽). 본인 제공

 

앞서 인권위는 지난 3월 인종차별철폐위에 제출할 보고서를 심의하며 위원 간 의견 차이로 진통을 겪었다. 일부 인권위원은 세 차례에 걸친 전원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인종차별 문제가 없다”, “왜 우리가 유엔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하느냐”, “불법체류자인데 왜 불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가”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애초 인권위 사무처가 제시한 난민신청자 및 인도적 체류자 보호 조치 등의 핵심 권고 내용은 대거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인종차별철폐위 18명 위원과 비공식 회의를 가진 원 위원은 이들이 한국 정부의 보고서보다도 한국 인권위 상황에 더 관심을 갖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왜 한국의 인권위가 제 기능과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지 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이미 상황을 자세히 아는 눈치였고요.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원 위원은 인종차별철폐위 한국 담당관 2명과 한국의 시민사회 참가단이 회의할 때 동석했는데, 이때도 보고서 심의 과정에서 나온 일부 인권위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변호사로서 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 난민 신청자의 소송을 돕고 있는 원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1%대에 머무는 한국의 난민 인정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오죽하면 국적국과 가족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려 하겠어요. 박해받을 우려에 대한 공포 등 난민신청을 할 만한 사정들이 있는데도, 법무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8336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이 중 2%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2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윌슨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보고서 심의에 참석해 인종혐오 범죄를 규제할 법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체불피해가 증가하는 현실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 인권위가 국제 사회의 지적을 받은 이번 회의는 한편으론 한국 시민사회단체 대표단의 뛰어난 역량과 위상을 실감할 계기이기도 했다. 공익법단체 어필 소속 김주광 변호사와 여러 인권활동가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인종차별철폐위의 상세하고 강력한 최종견해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2018년 개최된 인종차별철폐위에도 참가했는데 당시 경험을 살려 활동을 이어나갔다.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이번에 나온 최종견해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혐오표현과 증오범죄에 대한 명시적 범죄를 포함하는 포괄적 입법을 할 것 △미등록 이주민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과 배경을 조사하고 정규 이주민이 되는 경로를 확대할 것 △미등록 이주민이 노동권 침해 위기상황을 신고하는 경우에 출입국 당국에 통보되지 않도록 할 것 △공식문서에서 불법 체류자 또는 이와 유사한 용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법률 및 규정 내 관련 표현을 삭제할 것 등이다.

 

특히 인종차별철폐위는 대구 모스크(무슬림 사원) 건립이 잇따른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 발언 속에서 지연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1년 이내에 정부의 중재 절차와 관련한 정보를 회신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더불어 한국의 인권위원 후보자 추천을 위한 독립적인 단일위원회 설치를 법률로 의무화하라는 견해도 표명했다.

 

지난달 6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회의 시작 직전 원민경 위원(맨 왼쪽)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김용원·남규선 상임위원. 김경호 선임기자
 

원 위원은 제네바 회의에서는 여러 지적을 받았지만, 그래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탈 때는 마음이 가벼웠다고 한다. “비공식 회의 발언 때, 한국 국민들이 힘을 모아 헌정 질서를 파괴한 비상계엄을 잘 극복해 낸 것과 같이, 인권위 역시 국민들과 인권활동가, 인권위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현 상황을 잘 타개해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절망했다. 지난 12일 오후 참석한 인권위 제10차 전원위에서 워터마크가 새겨진 비공개 회의록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비공개 안건 및 논의내용이 자꾸 밖으로 유출된다며 안창호 위원장이 내린 조처였다. 그는 워터마크에 한 번 놀랐고, 워터마크가 불가피하다는 안창호 위원장과 한석훈 위원 등의 발언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누러 인권위 회의에 오나요? 왜 자신의 발언을 숨기려고 하나요. 이건 인권위원 활동을 공적인 책무로 여기지 않는 태도입니다. 인권위원회법 14조에 의해 회의 공개가 원칙인데도, 공개·비공개 여부를 다수결로 정하자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요.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이 다수결로 통과됐다고 정당한가요?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에 찬성해서 국제사회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위원회 직원들이 대신 사죄하게 했던 위원장과 다수 인권위원은 지금까지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어요. 사과는커녕 위원의 공개회의 발언을 두고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왜 인권위원을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항의까지 하는 것에 할 말을 잃었어요.”

 

원 위원은 “폭언을 일삼고 직원들을 괴롭히며 인권위를 파행으로 몰고 온 김용원 상임위원이 인권위에 모래바람을 일으켰다면, 안 위원장은 아예 인권위를 모래더미에 묻어버리려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이 인권위를 비공개 밀실 운영하는 가운데 비판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소수자 인권부정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간리(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특별심사를 앞두고 그는 작심한 듯 마지막 말을 이렇게 남겼다.

 

“간리가 인권위에 요청한 자료 목록만 봐도 인권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와 인권위의 위상 추락이 읽히는데 안 위원장은 간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며 특별심사 개시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인권위가 가면 간리에서 등급이 깎이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인권위 무용론이 나올 거예요. 누가 인권위를 믿고 진정을 하려 하겠어요.”   < 고경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