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안보 위협' 속 대통령의 기이한 행동궤적

● COREA 2024. 10. 24. 11:3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북 파병' 긴급 논의한 NSC회의 불참, 돌연 부산행
세계자원봉사대회 참석 뒤 초량시장서 '민생 행보'
작년 '서울 무인기' 침범 때 입양견 소개 장면 연상돼

군, 드론 전력 확충…'평양 무인기'는 과연 무관한가
정부 침묵 일관 속 유엔사, 왜 엄격한 조사 착수했나

'이상한 여유'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은 '극한 직업'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정상의 비정상화인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이 걸린 외교안보 사안이 돌출할 때 마다 공개된 대통령실 홍보사진을 보면서 굳어지는 생각이다. 세간에서는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지만, 사진 속 대통령은 지극히 평화롭다 못해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북한이 '평양 무인기' 경고를 내놓은 뒤 22일 국가안보회의(NSC)까지 11일 간의 장면들을 돌려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역 인근의 전통시장,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상인을 응원하고 격려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2024.10.22. [대통령실] 시민언론 민들레 
22일 부산 초량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22. [대통령실] 시민언론 민들레
 

사진 뉴스가 보여주는 장면들

평양 무인기 침범을 공개한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이 나온 건 지난 11일.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위협의 균형'이 유지되던 호수에 돌을 던졌다. 우리 국방부는 1시간 가량 멈칫하더니 "확인해 줄 필요가 없다"라는 입장을 정했다. 14일, 러시아 외교부가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향해 "대북 도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수교 34년 동안 일관되게 한반도 남쪽 국가와 정치적·외교적·경제적 관계를 중시했던 러시아가 보인 사상 초유의 파격이었다. 15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철도-도로의 북측 구간을 각각 60m씩 폭파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진 뉴스'에 따르면 15일 모처럼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제4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연세대 논술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책임자 문책을 지시했다. 제주대 병원을 방문, 의료 대란의 현장을 점검하고, 제주에서 29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16일 하반기 재·보궐선거 투표를 했다. "바르게 살자"는 다짐도 내보였다. 17일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 "바르게살기운동은 바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제대로 건설하자는 운동"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일상의 지속이었다. 안팎에서 제기된 안보 불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 위의 오리처럼 물 밑에선 발질을 계속하고 있었음이 다음 날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7회 IAVE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4.10.22 연합
 

18일 오후, '평앙 무인기'와 한반도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대한국 강경 태세를 일거에 뒤덮는 대형 뉴스가 서울에서 터졌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을 확인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대대적 발표였다. 대통령은 '긴급 안보회의'를 열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에 중대한 안보위협"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이 요동을 쳤지만, 국정원은 언론의 의혹에 침묵했다. 전형적인 신비주의 컨셉트였다. 그 덕에 대통령 탄핵 여론과 부인 김건희씨가 관련된 뉴스가 뒤로 밀렸다. 

이달 초부터 북한군 시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발견됐느니, 1만 1000명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느니, 하는 뉴스가 우크라이나 발로 나왔지만 세계는 흘려들었다. 전쟁 뒤 우크라 측이 허위, 과장 소식을 전한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나?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의 안간힘으로 간주됐다. 

"심각하다, 심각하다, 심각하다"

국정원 발표와 대통령의 긴급 회의 덕에 젤렌스키의 '외로운 목소리'가 힘을 받았을까? 놀랍게도 아니었다. 미국과 나토는 침묵했다. "사실이라면 우려되지만 아직 확인이 안 됐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결국 국내에서만 시끄러웠던 셈이다. 월요인인 21일, 대통령은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다녀 온 뒤 드디어 안보 문제를 챙기기 시작했다.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를 한 뒤 방한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했다.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과 북한군 파병과 러·북 협력 정보를 공유했다, 고 한다. 뤼터 총장에겐 국정원 발표내용을 새삼 건넸다. 정보당국간 협력 사안을 굳이 대통령이 전달해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이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사안임을 되풀이 강조했다. 

이날 외교부가 초치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정부의 '북한군 즉각 철수' 요구에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지 않으며 국제법의 틀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4.10.17 [대통령실 제공]
 

22일, 마침내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도 긴급 회의였다. 18일 '긴급 안보회의'에서 달라진 게 없었다. 국내 언론이 나흘째 춤을 춘 뒤에나 연 회의가 왜 '긴급회의'인지 알 길이 없다.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들은 실명·익명을 넘나들며 "러·북 군사협력 진전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중한 경고를 던졌다. 

어찌된 일인지, 나토와 미국은 그럼에도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단호한 조치'를 예고한 나라가 됐다.  

'평양 무인기' 반응은 사뭇 달랐다. 모처럼 미-러가 어슷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가 엄중한 '대남 경고'를 한 14일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에 따라 이 문제를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우리 국방부의 모호한 입장도 파헤칠 게 분명하다. 정부는 "확인 불가"를 외치지만, 유엔사 모자를 쓴 주한미군은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말한다. 

심상찮은 반응의 유엔사

대통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가 공개된 건 이즈음이다. '북 파병'이 국내외에 널리 알릴만큼 위중한 사안이라면서 이날 NSC 상임위회의에 불참했다.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석한 뒤 초량시장으로 달려가 상인과 악수하는 사진을 남겼다. 엄중한 안보 사안이 진행되는 시점에 대통령이 '기행'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북한 무인기가 백주 대낮에 서울 상공을 침범한 작년 12월 26일 상황을 돌아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북한 무인기 5대가 침범, 이중 한대가 서울 도심을 비행했다는 상황 보고 뒤 24시간 동안 군통수권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에게 입양견(새롬이)을 선보였다. 북한 무인기 1대가 오전 10시 25분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넘어왔다는 첫 보고가 전달된 즈음이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당했다. 그런데 NSC '긴급 회의'를 소집했어야 할 대통령이 국민 눈 앞에서 사라졌다. 김포, 인천 국제공항 민항기 이륙이 중단되고, 수도권 2600만 주민이 불안에 떠는 동안 대통령의 행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인기를 요격하려고 긴급 출동하던 우리 군의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더 황당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27일 국무회의에서 드디어 나타난 대통령은 "그동안 대체 뭐한 거냐"면서 진노했다, 고 한다. 전날까지 "안보실장(김성한)을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던 대통령실도 말을 확 바꿨다. 대통령이 "우리도 몇 배의 드론을 북쪽으로 올려보내라"고 지시, 군이 전날 정찰용 무인기 2대를 올려보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한국방송에 나와 이를 새삼 소개하며, 당시 우리가 무인기 보낸 걸 "북한이 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최근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2022.12.26 연합
 

작년 12월 시작된 무인기 경쟁

작년 상황을 복기한 것은 멀리 보면 '평양 무인기' 사태가 이미 11개월 전 '서울 무인기' 사태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짙다. 정부는 생뚱맞게 "무인기 대책부실은 전 정부 탓"이라고 우기더니 수십,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공중 감시, 무인기 요격 자산을 확보했다. 그 끝에 대한민국이 기어코 북한과의 무인기 경쟁에서 승리한 것일까.

'평양 무인기' 사태 뒤 대통령의 행동 궤적은 1년 전의 의아함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대통령은 입양견을 소개하고,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데 국민은 왜 불안할까? 지금처럼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게 '극한 직업'이 된 적이 있었나? 대통령은 한없이 여유로운 데 국민과 언론은 숱한 의문을 품은 채 불안한 안갯 속을 헤매이고 있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한국 당국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타스=연합]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는 보도는 “허위·과장”이라며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이런 조처는 가시적일 수 있다”며 “한국 당국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파병을 처음 확인했다. 이날도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 보고를 통해 현재까지 북한군 3천여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오는 12월까지 1만여명이 파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북한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대응 방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다”며 “한국 정부는 ‘테러 정권’인 우크라이나 정권에 놀아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국의 안보에 미칠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한 한국과 러시아가 서로 다른 정치적·지정학적 견해를 가졌음에도 경제·인도주의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다져왔던 경험을 언급하며 “왜 지금 한국은 명백한 서방의 도발에 굴복하는가”라고도 되물었다.

그는 북한군의 파병 보도에 대해서도 “허위·과장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가 있다고 처음 인정했지만, 자하로바 대변인은 “그들(북한군)이 어디에 있는지 평양에 물어보라”며 구체적인 확인을 피했다. 그는 “왜 (북한군 파병에 대한) 소문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등은 한국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또 북한군 파병에 대한 “가짜뉴스”는 “우크라이나 영문 매체에서 처음 나온 뒤 국정원에 의해 더 크게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도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2년간 한국에 살상 무기 지원을 요청해 온 것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선전전을 벌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 16일 한국과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새 대북제재 감시체제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출범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특정 국가나 그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수행한 기능을 임의로 대신하는 시도는 불법이고, 그런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도 불법”이라며 “북한을 더욱 질식시키고 주권국가의 사회정치적 체제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 연장이 무산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역할을 대신하는 차원에서 출범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미 "북한군 러시아 이동 확인, 참전 여부는 미확인"

● WORLD 2024. 10. 24. 11:2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국정원 '북한군, 우크라전 참전 확인' 발표와 온도차
오스틴 "교전 확인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 분석중"
조태용 국정원장도 국회서 "전선 파견 안 됐다" 유보

러 이동 병력 3천 명으로 늘어, 12월쯤 1만 명 예상
북러 신조약 체결 뒤 쇼이구 국방 요청해 논의 시작


파병 군인 가족들 동요 정황…"1인당 봉급 277만 원"
러 교관 "북한군 현대전 이해 부족해 전사자 많을 듯"

 

국가정보원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발표 5일 만에 마침내 한미 간 평가가 접근했다. 차이도 드러났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3일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회견에서 오스틴 장관은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2023.07.19. [AP 연합]
 

"참전한다면 심각한 문제"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병력을 러시아에 보낸 증거가 있다"라면서 그러나 병력 배치 목적은 아직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을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오스틴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더 알아봐야 한다"라면서 "계속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북한이 러시아와 공동 교전국이 된다면, 그들의 의도가 러시아를 대신해 참전하는 것이라면,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유럽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병력 배치를 통해 무엇을 얻을지 분명치 않지만, 이란과 북한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아 러시아 군 전력이 중요한 약점을 노출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북한은 국정원 발표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특정 정책 영역과 관련해 '어떤 것을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에 자체 (확인)과정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군의 참전을 단정적으로 공개한 국정원과 사뭇 다른 관점이다. 오스틴은 북한군의 참전을 미확인 사실로 두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3. [연합]
 

한미는 발표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국방장관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언론의 질의에 답변했지만,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놓고 여론을 휘저어놓고 닷새 동안 어떠한 언론 질의도 받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1일 "북한군이 우크라에서 싸우기 위해 러시아에 배치되고 있다는 보도를 유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발표 방식도 한국과 달라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 규모가 대략 3000여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지난 18일 발표 당시 인원의 두 배가 된 것으로, 국정원은 러·북 간 계획한 1만여 명의 파병이 이뤄지는 시점을 12월쯤으로 예상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배경 설명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 목적에 관해서도 '보도자료' 제목과 달리 북한군이 실제 (우크라) 전선에 파견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 박 의원의 전언에 조 원장이 지난 18일 단정적인 보도자료를 내놓은 이유, 그동안 침묵했던 이유를 밝혔다는 말은 없었다. 

다만 보도자료에서 밝힌 대로 북한 미사일 개발 총책인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우크라 전선에서 현지 지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군 최정예 폭풍군단(11군단) 1만여 명이 파병될 것이라는 첩보는 상당히 근거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1일 북한군 특수부대를 방문해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특수부대 훈련 참관이 지난 2일에도 있었다면서 잇달은 방문이라고 18일 밝혔다. [국정원 보도자료] 시민언론 민들레
 

국정원은 북·러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현 국가안보회의 서기)이 방북한 뒤 파병 절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을 약속한 제4조가 원용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파병 의도에 대해서는 △북·러 군사동맹의 고착화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유도 △경제난 돌파구 마련 △북한군 현대화 가속 필요성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합뉴스는 북한군 병사들은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 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장, 발표 닷새만에 국회 출석

폭풍군단 파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 내부에서 병사 가족을 중심으로 동요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국정원은 "선발된 군인 가족들이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 군인 가족을 모처로 집단 이주, 격리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로 선발하고 있다는 동향도 보고됐다. 북한군 병사들에게 군사 장비 사용법과 무인기 조종 등 특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고 보고됐다. 북한군 훈련에 참여한 러시아 교관들은 병사들이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지만, 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전선 투입 시 전사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써 미국 국방부와 국정원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군 파병에 대해 보다 자세한 사실과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우크라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로 옮겨오지 않도록 '방화벽'을 쌓아야 한다는 절대명제는 바뀌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해당 연병장 내 북 인원이 400여명 모인 것으로 추정했다.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러-북의 군사적 밀착이 인도·태평양과 대서양 지역 안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신시켰다"고 단정했다. 오스틴은 그러나 북한군의 우크라 전쟁 참전을 전제로 "유럽뿐 아니라 인·태 지역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제한했다. 문제는 정부의 성급한 단정이 향후 그동안 유보해 왔던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등의 '단계적 조치'로 이어질 경우 한·러 관계의 파탄은 물론, 그야말로 한반도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절실한 '우크라 방화벽'

외교부는 북한군 러시아 이동의 원인이 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21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댓바람에 '북한군의 즉시 철수'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지노비예프 대사가 전한 러시아 정부의 공식입장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러·북의 협력이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지 않으며, 국제법의 틀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러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할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자위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및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중 조약처럼 유사시 무조건 지원이 아닌, 유엔헌장 51조·러시아법·북한법 등 삼중 검토를 거치게 돼 있다. 조약 체결 뒤 언론성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양국 관계가 '동맹의 높은 단계'로 격상됐다"고 강조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제4조와 관련, "일방이 침략받는 경우 상호지원을 약속했다"고만 강조했다. 지노비예프가 우리 정부에 전한 공식입장에 대입하면, 아직 러시아가 '선'을 넘었다는 증거는 없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과 다른 조약의 '유사시 상호 원조 조항'

 

맥클렘 BOC 총재 "경제가 예측 궤도로 움직인다면 추가 인하도 예상"

 
          기자회견 하는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23일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하며 네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섰다.

캐나다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인 익일물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4.25%에서 3.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6월, 7월, 9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선 세 번의 회의에선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데 이어 이달 회의에선 인하 폭을 0.50%포인트로 키웠다.

시장 전문가들도 캐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9월 1.6%로 둔화된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캐나다은행이 이달 빅컷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경제가 예측한 궤도로 움직인다면 경제 수요를 지지하고 물가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인하 지속을 시사했다.

이어 "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정보와 그것이 물가 전망에 미치는 영향 평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캐나다은행은 직전 통화정책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5일 기준금리를 5.00%에서 4.75%로 낮추며 주요 7개국(G7) 국가 중에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개시했다.  < 연합 이지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