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 주장
‘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쪽이 17일 “내란죄 성립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야당한테 발목잡히며 엄청 시달리며 압박받는 상황에서 감정적 차원을 넘어선 계엄을 했다”며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쪽이 결백함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되면 직접 심판정에 나와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석 변호사는 “(탄핵심판 공개변론이) 언제 열릴지 모르겠지만 열리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며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 말했다.
윤 대통령 쪽은 수사와 탄핵심판, 재판 등 세 가지로 나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변호인단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 갈래로 (대응)할 것 같다”며 “탄핵심판과 수사기관 소환요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 수사와 탄핵심판은 성격이 다른 만큼 변호인단을 따로 구성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의 출석 요구에 응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오는 21일 출석 요구 관련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정의 판관들이 함부로 정치선동과 왜곡된 일부 국민들의 분노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했다.
< 한겨레 배지현 강재구 기자 >
‘전두환 국회 봉쇄’ 판례 보면 ‘윤석열 계엄 내란죄’ 분명해진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내란죄 수사기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존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죄 기소 요건은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이라도 내란 범죄의 경우 수사·기소가 가능하다.
내란죄는 형법(제87조)에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야당은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 요건 및 절차를 무시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을 충족한다고 본다. 형법(제91조)은 국헌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헌법학계에서는 공공 안녕질서 유지를 위한 계엄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쓰일 때 ‘권력자에 의한 내란’(정상익 ‘반역과 내란의 의미와 적용에 관한 연구’)으로 본다. 내란으로 인한 국가 위기 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인데, 이와는 반대로 권력자가 계엄을 이용해 권력 유지 목적의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5·18 내란이 전형적 사례다.
1997년 대법원은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사건에서 비상계엄 전국 확대 과정의 내란죄를 인정하며 ‘국헌문란 목적’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를 남겼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장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수도경비사령부 병력을 배치했다. 또 무장한 33사단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배치한 뒤 의사당을 점거·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했다.
신군부 세력의 비상계엄 확대 선포 과정과 국회 봉쇄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4일 새벽 상황과 유사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는 경찰을 동원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계엄 해제 요구결의라는 헌법상 국회 기능을 수행하려는 국회의원들 출입을 통제했다. 통제 전 또는 어렵게 봉쇄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을 처리하려 하자, 총기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 수백명이 국회 본관 안팎에 투입됐다. 일부 공수부대원은 창문을 깨고 본관에 난입했다.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 계엄군에 의한 국회 봉쇄에 대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해당 기관을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닌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일시적으로 봉쇄·통제하는 것도 내란죄의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내란죄 성립은 국헌문란 목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다.
3∼4일 150분간 이뤄진 국회 봉쇄 및 무장병력 난입 시도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헌법상 권능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군헌문란 목적 판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또 내란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협박’ 역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면 충분하다며 “당시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3일 밤 11시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영장 없이 체포·구금 및 처단’ 등 국민 기본권을 박탈하는 계엄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조사 거부’ 윤석열, 파면사유 추가되나…8년 전 헌재 “헌법수호 의지 없어”
박근혜 파면 근거에 수사 협조 않은 점 포함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의 1차 출석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과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점을 ‘파면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은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수사기관 조사 거부가 파면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겨레가 16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검찰·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두고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헌재는 ‘최씨의 국정개입 허용 및 권한남용’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파면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피청구인은 제기된 의혹 관련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 검찰이나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검찰이나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공언한 진상규명 협조를 이행하지 않고, 수사기관 조사를 거부한 행위 등에 비춰 ‘헌법 수호 의지가 없어 파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2016년 11월3일 대국민 담화를 자처해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세 차례 대면조사 요구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 등의 이유로 번번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출범한 특검의 출석 요구를 두고선 ‘조사 날짜가 언론에 유출됐다’는 이유로 재차 조사를 거부했고,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대통령직 파면 이후인 2017년 3월21일에서야 이뤄졌다.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출석 요구는 거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수사 협조 여부를 헌법 수호 의지와 연결되어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계속 조사를 거부하면 스스로 파면 사유를 추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조사는 불발됐다. 검찰은 기존에 발부된 구속영장을 근거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으나, 김 전 장관의 변호인 쪽이 ‘편향적인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 한겨레 강재구 임재우 기자 >
“윤석열 만장일치 탄핵…박근혜는 새발의 피” 이석연 전 법제처장 전망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이르면 두달 안”
대한민국 ‘1호 헌법연구관’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동서대 석좌교수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처장은 15일 엠비엔(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 처장은 “이번 탄핵 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비교하면 탄핵 사유의 중대성, 명백성에 있어 중압감이 더 크다고 본다”며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도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인정돼 탄핵당했는데, 윤 대통령은 이보다 중한 내란 혐의를 받는 만큼 탄핵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전 처장은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 봤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이 전 처장은 이르면 두 달 안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윤 대통령 쪽이 ‘탄핵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조문을 근거로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처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것으로, 민형사상 책임과는 무관하다”며 “대통령이 내란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탄핵 심판 절차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처장은 12·3 내란사태가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강변한 윤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이 정한 발동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계엄 선포를 논의한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부서가 이뤄지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것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대통령이 통치행위 운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통치행위는 반드시 헌법의 틀 내에서 이뤄질 때만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친윤석열계가 또다시 당권을 거머쥐게 된 국민의힘의 상황도 비판했다. 그는 “친윤이라고 하는 분들은 오늘날 사태를 초래하는 데 책임이 있다. 자중해야 하는데 또 전면에 나왔다”며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과거와 같은 흘러간 곡절을 틀어대면 안 된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원조 윤핵관(윤석열 책심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도 “연수원 동기로서 충고한다. 국민의 뜻을 보고, 보수를 살린다는 심정으로 정도를 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그날 밤 윤, 최상목에게 문건 ‘지시’…“계엄 예비비 확보하라”
최상목, 지시 아니라 ‘참고사항’이라고 주장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에 계엄군 사령부가 집행할 재정 자금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최 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받은 문건 내용이) 계엄 관련해 예비비 등 관련 재정자금을 확보하라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며 “대부분 재정 관련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문건이 최 부총리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쪽지 형태의 문건을 읽지 않은 채 차관보에게 맡겼고 최근 수사기관(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날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문건의 내용을 묻는 질의에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밝힌 상황이어서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윤 차관보에게 바로 전달했다”는 취지 설명만 반복했다.
이에 야당은 계엄군사령부가 ‘군정’을 이어가기 위한 자금을 준비하라는 취지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계엄법 제9조 2항은 계엄군이 민간의 재산을 파괴하면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계엄군사령부가 행정·사법 등 정부 기능을 관장하는 만큼 이에 따른 자금 집행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같은 ‘통치 자금’을 준비하라는 취지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예비비를 통해서 지원하라고 한 것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다만 최 부총리는 해당 문건은 ‘대통령 지시사항’이 아니라 ‘참고사항’일 뿐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대통령실 실무진이 ‘참고하라’고 준 문건으로 대통령 지시사항이 아니”라며 “당시에 경황도 없었고 제가 이미 계엄에 반대했기 때문에 자료에 대해 관심도 없고 열어볼 의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 후 불과 1시간여 만인 지난 3일 밤 11시40분에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한 구체 정황도 이날 공개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신속한 대응으로 사전에 계엄을 알았던 것 아니냐는 보도도 나온다”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3일 밤 9시40분에 대통령이 찾으니까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집에서 사복 차림으로 9시55분쯤 도착해 (계엄 관련) 상황을 알게됐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반대 의견을 강하게 얘기했고, 중간에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소집하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된 걸 인지한 순간 그 자리에서 전화로 (F4 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박수지 최하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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