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쪽이 17일 “내란죄 성립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야당한테 발목잡히며 엄청 시달리며 압박받는 상황에서 감정적 차원을 넘어선 계엄을 했다”며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쪽이 결백함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되면 직접 심판정에 나와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석 변호사는 “(탄핵심판 공개변론이) 언제 열릴지 모르겠지만 열리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며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 말했다.

윤 대통령 쪽은 수사와 탄핵심판, 재판 등 세 가지로 나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변호인단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 갈래로 (대응)할 것 같다”며 “탄핵심판과 수사기관 소환요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 수사와 탄핵심판은 성격이 다른 만큼 변호인단을 따로 구성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의 출석 요구에 응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오는 21일 출석 요구 관련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정의 판관들이 함부로 정치선동과 왜곡된 일부 국민들의 분노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했다.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

< 한겨레 배지현  강재구 기자 >

‘전두환 국회 봉쇄’ 판례 보면 ‘윤석열 계엄 내란죄’ 분명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자정께 특공대원들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내란죄 수사기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존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죄 기소 요건은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이라도 내란 범죄의 경우 수사·기소가 가능하다.

내란죄는 형법(제87조)에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야당은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 요건 및 절차를 무시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을 충족한다고 본다. 형법(제91조)은 국헌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헌법학계에서는 공공 안녕질서 유지를 위한 계엄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쓰일 때 ‘권력자에 의한 내란’(정상익 ‘반역과 내란의 의미와 적용에 관한 연구’)으로 본다. 내란으로 인한 국가 위기 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인데, 이와는 반대로 권력자가 계엄을 이용해 권력 유지 목적의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5·18 내란이 전형적 사례다.

1997년 대법원은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사건에서 비상계엄 전국 확대 과정의 내란죄를 인정하며 ‘국헌문란 목적’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를 남겼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장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수도경비사령부 병력을 배치했다. 또 무장한 33사단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배치한 뒤 의사당을 점거·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했다.

신군부 세력의 비상계엄 확대 선포 과정과 국회 봉쇄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4일 새벽 상황과 유사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는 경찰을 동원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계엄 해제 요구결의라는 헌법상 국회 기능을 수행하려는 국회의원들 출입을 통제했다. 통제 전 또는 어렵게 봉쇄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을 처리하려 하자, 총기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 수백명이 국회 본관 안팎에 투입됐다. 일부 공수부대원은 창문을 깨고 본관에 난입했다.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 계엄군에 의한 국회 봉쇄에 대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해당 기관을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닌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일시적으로 봉쇄·통제하는 것도 내란죄의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내란죄 성립은 국헌문란 목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다.

3∼4일 150분간 이뤄진 국회 봉쇄 및 무장병력 난입 시도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헌법상 권능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군헌문란 목적 판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또 내란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협박’ 역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면 충분하다며 “당시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3일 밤 11시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영장 없이 체포·구금 및 처단’ 등 국민 기본권을 박탈하는 계엄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조사 거부’ 윤석열, 파면사유 추가되나…8년 전 헌재 “헌법수호 의지 없어”

박근혜 파면 근거에 수사 협조 않은 점 포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열어 사과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의 1차 출석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과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점을 ‘파면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은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수사기관 조사 거부가 파면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겨레가 16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검찰·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두고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헌재는 ‘최씨의 국정개입 허용 및 권한남용’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파면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피청구인은 제기된 의혹 관련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 검찰이나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검찰이나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공언한 진상규명 협조를 이행하지 않고, 수사기관 조사를 거부한 행위 등에 비춰 ‘헌법 수호 의지가 없어 파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2016년 11월3일 대국민 담화를 자처해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세 차례 대면조사 요구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 등의 이유로 번번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출범한 특검의 출석 요구를 두고선 ‘조사 날짜가 언론에 유출됐다’는 이유로 재차 조사를 거부했고,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대통령직 파면 이후인 2017년 3월21일에서야 이뤄졌다.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출석 요구는 거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수사 협조 여부를 헌법 수호 의지와 연결되어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계속 조사를 거부하면 스스로 파면 사유를 추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조사는 불발됐다. 검찰은 기존에 발부된 구속영장을 근거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으나, 김 전 장관의 변호인 쪽이 ‘편향적인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 한겨레 강재구  임재우 기자  >

“윤석열 만장일치 탄핵…박근혜는 새발의 피” 이석연 전 법제처장 전망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이르면 두달 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묘소 참배에 나서고 있다. 연합
 

대한민국 ‘1호 헌법연구관’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동서대 석좌교수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처장은 15일 엠비엔(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 처장은 “이번 탄핵 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비교하면 탄핵 사유의 중대성, 명백성에 있어 중압감이 더 크다고 본다”며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도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인정돼 탄핵당했는데, 윤 대통령은 이보다 중한 내란 혐의를 받는 만큼 탄핵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전 처장은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 봤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이 전 처장은 이르면 두 달 안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윤 대통령 쪽이 ‘탄핵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조문을 근거로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처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것으로, 민형사상 책임과는 무관하다”며 “대통령이 내란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탄핵 심판 절차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처장은 12·3 내란사태가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강변한 윤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이 정한 발동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계엄 선포를 논의한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부서가 이뤄지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것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대통령이 통치행위 운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통치행위는 반드시 헌법의 틀 내에서 이뤄질 때만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친윤석열계가 또다시 당권을 거머쥐게 된 국민의힘의 상황도 비판했다. 그는 “친윤이라고 하는 분들은 오늘날 사태를 초래하는 데 책임이 있다. 자중해야 하는데 또 전면에 나왔다”며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과거와 같은 흘러간 곡절을 틀어대면 안 된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원조 윤핵관(윤석열 책심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도 “연수원 동기로서 충고한다. 국민의 뜻을 보고, 보수를 살린다는 심정으로 정도를 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그날 밤 윤, 최상목에게 문건 ‘지시’…“계엄 예비비 확보하라”

최상목, 지시 아니라 ‘참고사항’이라고 주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에 계엄군 사령부가 집행할 재정 자금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최 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받은 문건 내용이) 계엄 관련해 예비비 등 관련 재정자금을 확보하라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며 “대부분 재정 관련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문건이 최 부총리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쪽지 형태의 문건을 읽지 않은 채 차관보에게 맡겼고 최근 수사기관(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날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문건의 내용을 묻는 질의에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밝힌 상황이어서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윤 차관보에게 바로 전달했다”는 취지 설명만 반복했다.

이에 야당은 계엄군사령부가 ‘군정’을 이어가기 위한 자금을 준비하라는 취지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계엄법 제9조 2항은 계엄군이 민간의 재산을 파괴하면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계엄군사령부가 행정·사법 등 정부 기능을 관장하는 만큼 이에 따른 자금 집행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같은 ‘통치 자금’을 준비하라는 취지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예비비를 통해서 지원하라고 한 것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다만 최 부총리는 해당 문건은 ‘대통령 지시사항’이 아니라 ‘참고사항’일 뿐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대통령실 실무진이 ‘참고하라’고 준 문건으로 대통령 지시사항이 아니”라며 “당시에 경황도 없었고 제가 이미 계엄에 반대했기 때문에 자료에 대해 관심도 없고 열어볼 의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 후 불과 1시간여 만인 지난 3일 밤 11시40분에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한 구체 정황도 이날 공개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신속한 대응으로 사전에 계엄을 알았던 것 아니냐는 보도도 나온다”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3일 밤 9시40분에 대통령이 찾으니까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집에서 사복 차림으로 9시55분쯤 도착해 (계엄 관련) 상황을 알게됐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반대 의견을 강하게 얘기했고, 중간에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소집하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된 걸 인지한 순간 그 자리에서 전화로 (F4 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박수지  최하얀 기자 > 

 

“탄핵 심판, 6명이 결론 내릴 수 있는지 검토 중”

 
이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헌법재판소는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정지 때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헌재는 이어 재판관 6명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서는 예전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는 양승태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바 있다.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재판관 3명은 국회 몫이다.

이 공보관은 이어 재판관 임명이 되지 않을 경우 현재 있는 6명의 재판관만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수 있냐는 질문에 “결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재판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 공보관은 윤 대통령에게 보낸 탄핵심판 접수 통지 및 답변서·의견서 요구 등 관련 서류가 송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는 탄핵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법무부 등에는 관련 서류가 송달이 완료된 상태다. 헌재는 대통령 답변서와 국회의장과 법무부 의견서를 통지서를 받는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민주 “국힘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는 말장난…공석 3명 국회 몫”

권성동 “한덕수에게 임명 권한 없다”
박찬대 “탄핵 지연 작전 포기하기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개시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공석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자, 민주당이 ‘공석인 재판관 3명은 모두 국회가 추천하는 몫이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소극적 권한일 뿐’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111조 따르면 헌법 재판관 3인은 국회 선출자, 3인은 대법원장 추천, 3인은 대통령 추천이다. 공석인 3명은 국회의 몫으로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하는 것인데 직무정지시 임명 못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구질구질한 지연 작전을 포기하고 인사청문회에 서둘러 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탄핵소추단 대변인을 맡은 최기상 민주당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법에선 헌법재판관 9명을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세 명씩 추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과 국회가 추천한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극히 소극적인 권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권 원내대표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 재판관 임명을 두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의원은 “이번에 추천된 3명은 국회 몫이고 대통령은 단지 임명장에 잉크를 보태는 역할을 할 뿐이다”라며 “당시 박한철 소장의 경우 대통령 추천 몫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헌법적으로는 사실상 끝난 논쟁이다”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최 의원은 판사 재임 중 4년간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헌법재판 경험을 쌓아 온 헌법 분야 전문가다. 2018년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국힘 “한덕수, 탄핵결정 전엔 헌법재판관 임명 못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 때) 황교안 권한대행도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에 대법원이 추천한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선 또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2명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주진우 의원은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는 기존의 친야 성향의, 판결에 있어 다소 편향적인 판결을 했던 부분이 있다”며 “(이들이 임명돼) 대통령의 탄핵재판을 한다면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사법연수원 27기) 후보자와 마은혁(29기) 후보자를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 6인 체제에서 탄핵 심판을 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재판 지연 전략’을 짜고 있다. 탄핵 심판정족수는 재판관 6명 이상으로, 1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되기 때문이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총리실 “헌법재판관 임명 ①법률 ②국민시각 ③국가미래 기준서 검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무총리실은 1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에 맞느냐, 그 다음에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그 다음에 국가의 미래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 어떤 것에 부합하느냐를 가지고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이 ‘대통령 직무정지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의견과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헌법 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진 건 아니”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전체적으로 국회와 소통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심판을 앞두고, 여야는 현재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해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 71조는 권한대행에 대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공석인 3명은 국회의 (추천) 몫으로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하는 것인데 직무정지 시 임명 못 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대행의 권한에 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할 것이냐’ 기자들의 질문에 “권한대행의 범위라는 게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다만 권한대행으로서 적극적인 권한행사하는 것이 옳으냐, 안 맞느냐는 것에 대해 학자마다 다르다”고만 말했다.

또 한 대행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와 관련해 “(거부권 행사 시한이) 21일까지기 때문에 이번주 안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6개 법안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총리가 여러번 말한 것처럼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느냐, 헌법·법률에 따라 이걸 검토하고 이게 국민 미래에 어떤 영향 미칠 것이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에 대한 총리실 입장과 비슷한 것이다.

다만 방 실장은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지금 저희가 국가의 미래라고 했을 때 생각하는 문제는 과연 이것들이 국가 재정에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건가가 하나가 될 것이다”며 “두번째는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 시스템에 어떤 왜곡을 가져오지 않느냐라는 것에 대해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번 주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컴퓨터 의한 무작위 배당으로 결정
12·3 내란 이후 윤석열이 임명한
박선영 진화위 위원장 제부이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형식 신임 헌법재판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재판관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 이후인 지난 6일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제부이기도 하다.

헌재는 16일 컴퓨터에 의한 무작위 배당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주심재판관으로 정 재판관을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재판관은 이미선 재판관과 함께 증거조사 등 변론준비 절차를 주재할 수명재판관 역할도 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정 재판관은 사법연수원 17기로, 서울지법 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지난 12월 재판관에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 6일 정 재판관의 처형인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을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해, 야당은 ‘탄핵심판을 앞둔 보험용 인사’라고 비판했다.

헌재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주심재판관을 공개하지 않았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각각 주심재판관을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했다. 주심 재판 비공개가 논란이 되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주심 비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결정문에 주심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서 작성방식에 관한 내규’에 따른 조치였고 이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변론준비기일은 수명재판관 2명이 공동으로 관여하고, 변론기일은 재판장 주재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탄핵 의식했나…‘윤 임명’ 진화위원장은 헌재 재판관의 처형

‘윤 임명’ 진실화해위원장 박선영 전 의원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 부인의 언니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정형식 헌재 재판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장관급 진실화해위원장에 박선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박 전 의원은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처형으로 확인돼, 탄핵심판을 앞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가 다된 시각에 박선영 전 의원의 진화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여야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놓고 각각 의원총회를 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던 시각이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그가 굳이 인사에 나선 배경에 눈길이 쏠렸으나, 스스로 임기를 중간에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지 표명에 가까워 보였다.

그 사이, 박 전 의원이 정형식 헌재 재판관의 처형(부인의 언니)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을 염두에 두고 인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헌재는 ‘중도·보수’ 4명과 ‘진보’ 2명으로 분류된다. 이 중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 재판관은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로 분류되긴 하나, 탄핵심판에 앞서 ‘굳히기용’ 사전 포석을 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헌재 “윤 탄핵심판 방향·속도에 주심 재판관 영향 없을 것”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형배·이미선·김형두·김복형·정형식·정정미 재판관. 연합
 

헌법재판소는 16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고 밝혔다. 심리에 속도를 내 빠르게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본격 심리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 3명 자리가 채워진 이후인 2025년 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12월14일)한 지 13일 만인 오는 27일로 잡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리 때도 헌재는 사건 접수 13일 만에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후 세차례 변론준비가 이어졌고 본격적인 변론 절차는 2017년 1월3일부터 시작됐다. 본격 심리가 이뤄지는 변론기일은 일주일에 평균 두차례 열렸고 17차 변론기일을 거쳐 심리가 종결됐다. 이런 속도로 심리가 진행된다면 윤 대통령 사건 역시 늦어도 3월 중에는 헌재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보다 쟁점이 비교적 간략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다툴 것을 예고하고 있어 지연될 수도 있다.

헌재는 수사기관의 수사기록도 변론준비기일 안에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의 이의신청 등으로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당시 △수사기록의 방대함 △절차적 정당성 부족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재가 수사기록을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컴퓨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주심 재판관을 지정했고, 정형식 재판관이 주심이라는 사실이 전해졌지만 헌재는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진 않았다. 헌재는 “내규에 따른 비공개”라고 했지만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주심을 공개했다는 점에선 이례적이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공지를 통해 “변론준비기일은 수명 재판관 2명이 공동으로 관여하고, 변론기일은 재판장 주재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탄핵심판은 헌재 소장이 이끄는 전원재판부에서 재판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기 때문에 주심 재판관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진 못한다.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지명했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6일 그의 처형인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해 ‘탄핵심판 보험용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헌재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주심 지정을 비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주심 재판관이 공개되면 심적 부담과 함께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심 재판관을 비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헌재가 본격 심리에 나설 채비를 마쳤지만, 본격 심리는 공석인 재판관 3명의 자리가 채워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 7인 정족수’ 조항의 효력이 잠시 중지돼 재판관 6명 심리도 가능하지만, 6인 체제에서 우선 변론이 진행됐다가 3명의 재판관이 새로 들어온다면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 재판관들이 이전 변론들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애초 여야는 새 재판관 후보자 3명 인사청문회를 오는 23일부터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헌재의 탄핵심판 본격 착수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16일 오전 답변서 발송…답변 기한 7일, 의무사항은 아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게 23일까지 답변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17일 아침 출근길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에게) 어제 오전에 (답변서 제출 요청을) 보냈다”며 “(기한은) 7일”이라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탄핵 심판을 시작했다는 통지서에 답변서를 제출해 달라는 의례적인 문구가 있는데, 이를 (윤 대통령에게) 발송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6일 재판관 회의를 진행하고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청구서 등본을 송달한 뒤 사건 접수를 통지하며 답변서 제출을 요청했다. 답변서에는 심판 청구의 취지와 이유에 대한 답변을 기재할 수 있다.

헌재가 7일 내로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윤 대통령은 오는 23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다. 다만 답변서 제출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박근혜 때도 선 그은 헌재…윤석열 ‘탄핵 지연 전략’ 안 통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의 모습. 연합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심판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 지연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앞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 12월에 시작된 ‘대통령 박근혜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쪽은 ‘최순실씨 등의 형사재판을 지켜보자’고 주장했다. 모든 탄핵소추 사유를 형사재판처럼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헌재가 직권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수사기록 제출을 요청하자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당시 이를 모두 기각했다. 탄핵심판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준용 범위를 검토한 헌재는 이를 근거로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심판은 100% 형사재판처럼 진행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라는 조건이 붙는 만큼 형사소송법을 온전히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형사재판 과정에선 검사가 제시한 증거에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신문이나 검증 절차를 통해 일일이 이를 다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재판부 직권으로 증거를 채택하고 심리를 이어가는 ‘직권주의’를 행사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섯가지 유형으로 구분해서 보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증인 39명 중 29명을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법무부도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탄핵심판 절차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무조건적으로 준용할 경우 헌법재판의 고유한 성질을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역시 이런 기준에서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윤 대통령이 향후 기소된 뒤에는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탄핵심판 심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만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손준성 검사장의 경우 고발 사주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탄핵심판이 정지됐지만, 단순 실행자여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손 검사장과 내란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전직 헌법재판관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형사재판을 이유로 손 검사장의 탄핵심판이 정지되는 건 예외적인 사례”라며 “1·2심 유무죄가 갈린 고발 사주 사건은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탄핵심판을 정지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통령 탄핵 사건은 다른 사안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헌법재판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위법한 행위를 한 대통령을 임기 중 직무에서 배제해 헌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형사재판과는 기능이 다르다”고 짚었다.                < 한겨레  김지은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