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말~9월 초에 일어난 광주 조선대 해킹사건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소속 간부들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엊그제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 윤석양 이병의 폭로가 있은 뒤 기관 이름까지 바꾸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민간인 불법사찰이 지금도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킹이 8월29일, 9월1일, 9월2일 3차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9월2일 해킹에 대해서는 정확한 물증을 잡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킹 피해자인 조선대 ㄱ 교수의 신고로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로부터 지난달 중순 용의자의 신원 등을 넘겨받아 조사를 벌여왔다. 용의자들은 9월2일 광주의 한 피시방에서 ㄱ 교수의 논문 파일을 빼갔고, 앞서 두 번의 해킹 때는 서울 송파에서 그의 인명정보 파일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그동안 “용의자들이 아이디를 도용당했다고 얘기한다”고 말해왔고, 당사자들이 혐의사실을 시인한 뒤에는 “지역 기무부대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발뺌했다.
그러나 2명 이상의 군 간부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특정 교수의 파일을 노리고 해킹을 계속 시도한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보아 넘길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사찰 활동의 냄새가 짙게 풍겨난다. 해킹당한 교수가 북한·러시아 전문가인데다 당시 임박한 이 대학 총장선거 후보의 핵심 참모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방부는 지난달 중순까지의 경찰 수사만으로도 기무사 해킹 범죄의 전모를 충분히 밝힐 수 있는데도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의도적인 사건 은폐나 고의적 수사 지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년 전과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기무사, 이런 기무사의 일탈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국방부의 모습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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