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또고위공무원, 군 장성 등 체포

UN·프랑스 등 국제사회, 쿠데타 강력 비난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18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행진하고 있다. 바마코/EPA 연합뉴스

         

아프리카 북서부 말리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대통령과 총리가 반란 군인들에 의해 구금됐다.

<BBC> 방송과 <알자지라> 등은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가 18일 수도 바마코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에 의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군인들은 이날 아침 바마코 외곽에서 15떨어진 카티 군기지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반란군은 공중에 총을 쏘면서 케이타 대통령 사저를 포위했고, 고위 공무원들과 군 장성들을 전격 체포했다. 시세 총리가 성명을 내어 반란 군인들에게 진정하고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군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쿠데타가 군인들의 급여 문제에서 촉발됐다고 한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의 수는 분명하지 않다.

케이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벌여온 시민들은 이날 군사 쿠데타를 지지해 바마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케이타 대통령은 201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패와 경제 악화, 안보 불안 등으로 인기가 낮다.

말리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고, 카티 군기지는 당시에도 근거지였다. 당시 쿠데타로 말리에서 수년 동안 혼란이 이어졌고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북부 지역을 장악했다. 프랑스의 군사 작전으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축출됐으나 이들은 다시 결집해 케이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세력을 확대했다.

유엔과 과거 식민종주국인 프랑스, 아프리카 역내기구들은 일제히 군사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말리 지도자들의 무조건적인 석방헌법 질서의 즉각적인 회복을 요구했다.

지역 15개국 협의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군인들에게 즉각 카티 군기지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지난 6월부터 격화된 말리 정국 혼란을 중재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중재 노력을 지지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번 군사 쿠테타를 가장 강도높은 용어로비난한다며 군인들에게 막사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피터 팜 미국 국무부 사헬지역 특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거리에서든 보안군에 의해서든 모든 비헌법적 정부 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최현준 기자 >

쿠데타 구금된 말리 대통령, 방송 등장해 사임한다

아프리카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이 18 현지 국영방송 '오아르티엠'(ORTM)에 출연해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자막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프랑스어로 퇴임하는 대통령이라고 쓰여 있다.

군사 쿠데타로 구금된 아프리카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이 18일 사임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케이타 대통령은 이날 구금 소식이 전해진 지 몇시간 뒤 말리 국영방송 <오아르티엠>(ORTM)에 출연해 자신의 사임과 함께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마스크를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채 등장한 케이타 대통령은 내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가 흐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임이 즉각 유효하다고 말했으며 방송 화면 하단에는 퇴임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막이 떴다. 그의 사임 발표는 410초 동안 방송됐다.

앞서 이날 아침 군인들이 수도 바마코에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를 구금됐다.

군인들은 바마코 외곽에서 15떨어진 카티 군기지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반란군은 공중에 총을 쏘면서 케이타 대통령 사저를 포위했고, 고위 공무원들과 군 장성들을 전격 체포했다. 시세 총리가 성명을 내어 반란 군인들에게 진정하고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군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쿠데타가 군인들의 급여 문제에서 촉발됐다고 한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의 수는 분명하지 않다.

케이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벌여온 시민들은 이날 군사 쿠데타를 지지해 바마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케이타 대통령은 201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패와 경제 악화, 안보 불안 등으로 인기가 낮다.

말리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고, 카티 군기지는 당시에도 근거지였다. 당시 쿠데타로 말리에서 수년 동안 혼란이 이어졌고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북부 지역을 장악했다. 프랑스의 군사 작전으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축출됐으나 이들은 다시 결집해 케이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세력을 확대했다.

유엔과 과거 식민종주국인 프랑스, 아프리카 역내기구들은 일제히 군사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말리 지도자들의 무조건적인 석방헌법 질서의 즉각적인 회복을 요구했다.

지역 15개국 협의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군인들에게 즉각 카티 군기지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지난 6월부터 격화된 말리 정국 혼란을 중재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중재 노력을 지지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번 군사 쿠테타를 가장 강도높은 용어로비난한다며 군인들에게 막사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피터 팜 미국 국무부 사헬지역 특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거리에서든 보안군에 의해서든 모든 비헌법적 정부 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아프리카 북서부 말리 수도 바마코에선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를 구금했다. < 최현준 기자 >

 


쁘라윳 총리 왕실 존중하라며 시위 대응 주문 뒤

왕실개혁 요구 변호사 등 6폭력선동혐의 체포

 

타이의 반정부·민주화 집회를 주도했다가 체포된 활동가 타니 사솜이 20 방콕 경찰서로 들어서며 시위대의 3대 핵심 요구사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타이의 반정부 시위 사상 처음으로 왕실 비판에 나섰던 활동가들이 무더기 체포되면서, 타이의 정국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타이 경찰은 19일 반정부 활동가인 변호사 아논 남파(36)를 폭력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아논 외에도 지난달부터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요구 집회를 주도해온 활동가 5명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방콕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아논은 수도 방콕과 치앙마이 등지에서 지난달부터 한달 넘게 진행된 반정부 집회에서 타이 사회의 금기 사항인 왕실 비판을 하며 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이달 초에 열린 한 집회에서 입헌군주제를 타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원한다며 왕실 재산의 투명한 관리 등을 요구했다. 2016년 왕위에 오른 마하 와치랄롱꼰(68·라마 10)2017왕실 자산구조법제정을 통해 그동안 타이 정부가 형식적으로나마 관리해 온 왕실 자산을 국왕이 직접 관할·처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문제로 지적하며, 입헌군주제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타이에선 왕실에 대한 모욕을 불경죄로 보기에 최고 15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불경죄 적용이 줄어들긴 했지만, 최고 7년형을 받을 수 있는 폭력선동죄 등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반정부 인사들을 겨냥해왔다.

이날 체포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국가안보위원회(NSC) 차원의 특별 안보당국 회의에서 학생 주도 반정부 집회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이후 이뤄졌다. 특히 다음달 군 정기인사를 통해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 장성들이 이날 회의에 대거 참석해, 시위 대응에 군부를 동원해 강경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쁘라윳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반정부 집회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집회 주최 쪽의 많은 요구는 실행하기 불가능한 것들이라며 왕실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고 <방콕 포스트>가 전했다.

한편, 타이 방콕과 치앙마이 등에선 최근 한 달 넘게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정부·민주화 집회가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 16일 방콕의 민주기념탑 인근에서 1만명(경찰 추산, 집회 주최 쪽 추산 2~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타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지난 326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시위대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고 민주화 활동가 탄압 중지 군부 중심 의회 해산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기구 구성 3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 정의길 기자 >

왕국 타이 ‘왕실개혁 10항 요구‘에 충격… “루비콘강 건넜다”

푸미폰왕 사망 4년 만에 왕실개혁 요구 분출

국왕 고소 가능하게, 왕 쿠데타 지지말아야

     

지난 16일 저녁 방콕 거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민이 정부와 왕실은 국민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들보다 위대하다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부처의 현신이라는 평가까지 받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라마 9)이 사망한 지 4년 만에 타이(태국)에서 왕실개혁 요구가 터져나왔다. 푸미폰 왕의 아들로 2016년 취임한 마하 와찌랄롱꼰 왕(68·라마 10)이 여성 편력과 사치스러운 생활 등을 일삼아 왕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탓이다. 왕실에 대한 비판을 법률로 금지할 정도로 왕실의 권위와 힘이 막강한 타이 사회에서 왕실 비판이 제기되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타이 금기인 왕실의 정치·재정·관습 등 비판

지난 10일 오후 타이의 수도 방콕의 명문대 탐마삿대에서 대학생과 고교생 3~4천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한달 여 전부터 계속된 반정부 집회의 일환이었다.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이어가던 집회 말미, 타이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는 주장이 제기됐다.

탐마삿 연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왕실 개혁을 촉구하는 10가지 요구 사항이 발표된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왕실을 전면적으로 공개 비판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매튜 윌러 선임 연구원은 이를 두고 “(시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표현했다. 타이 진보 매체 <쁘라차타이>(자유민중)에 실린 시위대의 10가지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왕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 6를 폐지하고 왕의 잘못을 국회가 조사할 수 있게 한다.

왕을 비판하면 3~15년형에 처하는 형법 112를 폐지해 군주제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고 기소된 이들을 사면한다.

2018년 개정된 왕실재산법을 폐지해, 왕실 재산과 왕 개인 재산을 분리한다.

국가의 경제 여건에 맞춰 왕실에 대한 국비 배정액을 삭감한다.

왕실 사무국을 해체한다. 왕실 보안사령부를 이전하고, 추밀원은 폐지한다.

왕실 자선기금에 의한 기부와 수령을 중단하고, 모든 왕실 재산을 감사한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왕실의 활동을 중단한다.

군주제를 미화하는 홍보와 교육을 중단한다.

군주제를 비판했거나 왕실과 관련돼 사망한 사건을 조사한다.

왕은 더이상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는다.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왕의 정치적 행위와 불투명한 재산 관리,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특권까지, 타이 왕실의 모순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헌법과 형법, 왕실재산법은 물론이고 왕실 관련 행정 기구와 관행까지 모두 바꾸길 요구했다. 사실상 타이 왕의 힘을 상징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라는 요구였다.

이들은 왕이 정치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이것이 (타이의) 정치 문제의 근원이 돼 왔다고 주장했다. 타이 왕이 쿠데타를 합법적으로 승인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 재산을 개인 소유로 이관해 왕실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비판했다. 또 헌법을 고쳐 왕이 섭정을 두지 않고도 국외에 머물 수 있도록 한 것도 국가원수로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데타 승인을 제외하고 모두 현재 왕인 와찌랄롱꼰 왕이 왕권 강화의 일환으로 취한 것들이다.

이들은 주장의 민감성을 의식해 군주제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개혁하자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기득권층과 왕당파들은 사법 당국의 수사를 촉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51일 타이 왕실에서 열린 마하 와찌랄롱꼰 왕(맨 오른쪽)과 수티다 왕비의 결혼식에서 국왕이 왕비의 이마에 꽃잎을 얹어주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권위 높인 푸미폰아들 와찌랄롱꼰은 각종 스캔들

푸미폰 왕은 19살 때인 1946년 왕에 취임해 2016년 사망할 때까지 70년간 타이 왕으로 재임하며, 능수능란한 정치력으로 왕실의 권위를 높였다. 그가 왕에 취임하기 14년 전인 1932년 타이는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로 전환돼 혼란이 이어졌지만, 푸미폰은 재임중 이뤄진 19차례 쿠데타를 때로는 승인하고, 때로는 거부하면서 왕실의 정치력을 높였다. 또 직접 농촌 마을을 돌면서 농촌 개혁을 주도해 국민의 존경을 얻었다.

푸미폰 왕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절제된 사생활로 왕실에 대한 불필요한 공격은 최소화시켰다. 반면 그의 아들로 201612월 왕위에 오른 와찌랄롱꼰 왕은 복잡한 사생활과 사치스러운 행보, 외국 생활 등으로 왕실의 권위를 깎아먹었다.

와찌랄롱꼰 왕은 정식 이혼만 3번 했고, 후궁을 두기도 했다. 셋째 부인이 반라 상태로 왕의 애완견 생일 파티에서 참가한 영상이 인터넷에 노출되는가 하면, 와찌랄롱꼰 왕이 독일에서 정체 불명의 여성과 쇼핑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나돌기도 했다. 과거였으면 알려지지 않았거나 뜬소문 정도로 그쳤을 사건이 대중에게 노출됐고, 타이 왕실의 권위는 낮아졌다.

특히 지난 3월 와찌랄롱꼰 왕이 코로나19를 피해 여성 20여명을 데리고 독일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독일 언론 <빌트>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타이 온라인에는 왜 우리에게 국왕이 필요한가’(#why do we need a king)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전개돼 100만번 이상 공유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만들어진 군주제 반대 그룹에 수십만명이 가입하기도 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그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벌인 행동도 반발을 불렀다. 국왕의 일시적인 부재시 섭정자를 지명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헌법에 추가해, 수시로 독일 등 외국에 머물렀고, 2017년에는 왕실 자산구조법제정을 통해 그동안 타이 정부가 형식적으로나마 관리해 온 왕실 자산을 국왕이 직접 관할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타이 왕실 재산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2018300억달러(334800억원)로 추산했다.

타이 왕실과 정부 지지자들이 16일 방콕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맞서 마하 와치랄롱꼰 왕(왼쪽)과 수티다 왕비(오른쪽)의 초상을 들고 서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당국도 당황1976년 탐마삿대 학살 기억 소환

왕실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에 타이 당국도 당황하고 있다. 비판을 방치하면 비판 여론이 더욱 높아질 수 있고, 강하게 억압할 경우 반발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왕실에 대한 이런 공개적인 비판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타이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전문가들은 왕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면 권력을 유지하는 현 체제가 훼손되고, 학생들을 엄중히 단속하면 더 큰 시위가 촉발돼, 군주제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타이 사회의 어두운 기억인 1976탐마삿대 학살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그해 타이 경찰과 군인들은 왕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탐마삿대 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타이 정부는 46명이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비공식적으로 사망자가 100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타이에선 1973년 민중봉기로 사퇴한 타놈 키티카촌 전 총리의 복귀 문제를 두고 정국의 혼란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시위대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로 열린 16일 집회에서 시위대는 왕실에 대해 추상적으로 비판하는 데 그쳤다. 민주진영 교수와 학자 100여명이 학생들의 왕실 개혁 요구가 정당하다고 옹호하고 나섰지만, 왕실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공연히 정부 당국에 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왕실 지지자들과 정부 지지자들도 왕과 왕비의 사진을 들고 엄호 시위에 나섰다. < 최현준 기자 >


크게 리드한 상황서 만루홈런 치자 다음 타자에게 빈볼 던져 징계

선수 보호·스포츠맨십애초 취지 무색 변질, 선수들도 비판적 의견

 

샌디에이고의 타티스 주니어(오른쪽)17일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앞서 나간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쳤다는 이유로 빈볼을 던진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야구 경기 때 서로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불문율을 어겼다는 게 이유인데, 빈볼을 던진 투수와 이를 지시한 팀 감독은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에게 1경기, 소속 투수인 이언 기보트에게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18일 결정했다.

사연은 이렇다. 텍사스는 전날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3-10으로 뒤진 8회초 1사 만루 때 샌디에이고 타자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당시 투수였던 후안 니카시오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연속 3볼을 내준 상황. 타티스 주니어는 가운데로 몰린 4구를 받아쳤고, 이 만루홈런으로 샌디에이고는 14-4로 대승했다.

이 홈런이 문제였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 그것도 3볼까지 몰린 투수의 공을 힘껏 받아쳐 홈런을 친 것이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타티스 주니어의 홈런에 대한 응징을 단행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타티스 주니어를 째려보기도 했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 기보트는 샌디에이고의 다음 타자 매니 마차도의 몸쪽으로 공을 던졌다. 고의적인 빈볼이었다. 마차도가 공을 맞지는 않았으나, 사무국은 이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타티스 주니어의 만루홈런과 징계를 둘러싸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비판적 의견을 내고 있다. 스포츠맨십과 상대 선수 보호를 위해 생긴 불문율이 경기력을 훼손할 정도로 과해졌다는 것이다.

신시내티 레즈의 아미르 개릿은 자신의 SNS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규정을 따르고 싶지 않다고 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팀 앤더슨은 이래서 야구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좋은 스윙을 했다. 이 상황에 관해 사과하지 않길 바란다고 올렸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신시내티의 전설 조니 벤치도 만루홈런은 엄청난 기록이다. 누구든지 3볼에서 풀스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타티스 주니어를 지지했다. 메이저리그에선 KBO에서 빠던이라 부르며 팬들이 환호하는 배트 플립도 금기시 돼 있다.

민훈기 스포티브이해설위원은 크게 앞선 상황에서 번트나 도루 등을 자제하는 불문율은 전의를 상실한 상대팀을 배려하려는 전통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불문율이라고 보기엔 매우 드문 경우다. 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정국 기자 >

부끄럽고 죄송, 너무 늦게 찾아와, 광주시민에 사과 이제 첫걸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전례 없는 보수 정당 대표의 무릎 사과는 호남 및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는 시민들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가 차용된한시적 비대위 대표라는 사실과 미통당 내에 망언의원들이 여전 건재한 때문이다.

비대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 위원장은 광주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일백번 사과하고 반성해야 마땅한데 이제 그 첫걸음을 뗀다잠들어 있는 원혼의 명복을 빌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유족들께 깊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806,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자문·보좌기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준비한 1300여자짜리 사과문을 읽으며 여러 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이후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15초간 묵념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인 20161월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사연이야 어쨌든 그와 같은 정치(국보위)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 발언에 우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진태·김순례 등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에서 5·18 유가족을 폄훼하고 사실을 왜곡하고도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임기를 마쳤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광주시민 수십명은 이런 발언에 박수를 치며 감사하다고 했지만, 한켠에 서서 망언 의원조차 제명하지 않은 상태로 광주에 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김 위원장과 면담한 광주시민들은 진정 호남하고 같이 가려면 그들(5·18 망언 의원)을 제명하든지, 신뢰가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역구에서 거의 후보를 내지 못했던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출범 이후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 정신을 담고, 5·18 유공자의 예우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당내에선 당을 대표하는 분이 공식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장제원 의원), “그동안 실천이 부족했다. 이번에 신호탄의 개념으로 국민통합, 호남 포용의 목소리를 낼 것”(조해진 의원)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치는 것이 오해인가라며 화합을 위한 진정성이 담긴 방문이라면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논평을 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의원들이 같이 토의를 해봐야 안다.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 행보에 호남 지역민심은 여전히 긴가 민가하며 진정성을 가늠하는 모습니다. < 김미나 이주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