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관련 10시간여 조사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56) EG 회장이 15일‘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10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고 16일 오전 1시5분께 검찰청사를 나왔다. 그는 신문기자에게 청와대 문건을 받았는지, 미행한 오토바이 기사의 자술서를 제출했는지, 정윤회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대기하던 회색 제네시스 승용차에 올라탔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문건을 보도한 기자를 올해 5월 만나게 된 경위와 청와대 유출 문건의 사후처리 과정 등을 물었다. 박 회장은“정윤회씨가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였다”는 보도를 놓고 정씨가 시사저널 기자들을 고소한 사건에도 핵심 참고인이다. 박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검찰의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이날 문건유출 사건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문건은 ‘찌라시’로, 유출은 ‘숨진 최 경위’로?

청와대 문건 유출로 시작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문건 유출 경위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춰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6일 조만간 ‘정윤회 보고서’ 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의 유출 경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과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아무개 경위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기소하기로 했다.


유출 경로와 관련해 검찰은 ‘정윤회 보고서’ 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들이 단일한 경로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2월에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둔 청와대 보고서를 한아무개(44) 경위가 복사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숨진 최아무개(45) 경위에게 전달해 시중에 퍼졌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100여쪽 문건과 ‘정윤회 보고서’ 등이 모두 같은 출처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을 숨진 최 경위 쪽 소행으로 사실상 결론내리고, ‘국정개입’ 의혹 등에 대해선 대부분 ‘근거 없음’으로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검찰 수사가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는 지난달 <세계일보> 보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어서 검찰로서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검 도입”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청와대는 한 경위를 회유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검찰의 불공정 수사를 더는 인정할 수 없다. 검찰은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아직 2년도 안 된 박근혜 정부가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17일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특검 도입과 청와대를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를 결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이틀째 열린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은 ‘비선 실세’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경위를 청와대가 회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회유가) 없었다고 보고를 들었는데 지금 그런 논란이 있어서 좀더 살펴봐야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청와대가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받는 경찰관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정윤회씨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부당한 국정개입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써가고 있으나 ‘청와대가 수사를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검찰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한 한 경위의 범죄사실에는 ‘최 경위에게 문서를 전달했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이후 청와대 보고서 유출은 모두 최 경위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최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의 주범이 된다. 하지만 최 경위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체포되기 하루 전인) 8일 민정비서관실에서 나온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를 만나, 박 경정이 정보1분실에 둔 청와대 보고서를 복사해 나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하면 기소를 피하게 해주겠다고 회유한 사실을 털어놨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한 경위를 회유해 보고서 유출 혐의를 자신에게 씌우려고 해 억울하다는 취지다.


최 경위는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유서에서도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 경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소속 비서관 등이 고소해 이뤄지는 수사에 직접 개입해 압력을 행사한 것이 된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15일 ‘한 경위가 인터뷰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접촉이 있었고, 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의혹은 더 커졌다. 하지만 보도 이후 한 경위의 변호를 맡은 황현대 변호사는 “한 경위는 JTBC기자와 전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다. 또 JTBC기자가 한 경위가 있는 병원에 찾아오긴 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실 게임’ 국면에 접어든 청와대 회유설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은 한 경위뿐이다. 한 경위는 휴대전화를 꺼둔 채 외부와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한경위는 모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현웅·이승준·정환봉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7일 오후 증거 인멸 교사와 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 등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임원 통해 피해자 허위진술 시켜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자신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이뤄지자 대한항공 고위 임원을 통해 사무장과 승무원 등에게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18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17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진술)들을 사전에 짜맞추거나 허위로 진술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을 대부분 확인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온갖 방법으로 사건을 감추고 덮으려 했다.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검찰은 대한항공 ㅇ상무가 미국 뉴욕발 A380 기내에서 벌어진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 사실을 파악하고도 피해자인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국토교통부 조사 등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종용하고, 이런 과정을 조 전 부사장에게 사전·사후에 보고·이행한 사실도 밝혀냈다. 당시 기내에서 조 전 부사장은 “이 비행기 못 띄워”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ㅇ상무 등 증거인멸에 관여한 고위 임원들도 차례로 불러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오승훈 기자>


[1500자 칼럼] 십이월의 두 그림자

● 칼럼 2014. 12. 16. 20:39 Posted by SisaHan

저녁 외출을 하다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거창하게 한 동네를 지났다. 집집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더 화려하게, 더 크게, 더 개성 있게 한껏 멋을 낸 조형물과 트리들이 저마다 빛을 발하며 눈길을 앗아갔다. 좌우로 고개를 열심히 돌리며 크리스마스트리 터널을 지나는 동안 어딘가에 박혀있던 나의 동심이 꿈틀거리며 시샘 아닌 시샘을 한다. ‘저런 것들을 보고 자라는 요즈음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꿈도 꾸어본 적 없는데.’ 하고.
해마다 12월에 접어들면 내 마음을 은근히 짓누르는 일이 하나 있다. 남들은 즐기면서 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나에게는 큰 숙제로 다가오는 탓이다. 그것을 꼭 설치해야만 될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실내 장식이야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지만 뭇 시선이 오가는 밖은 나름 신경을 좀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기울어지지 않을 정도의 보조는 맞추어야 하련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번번이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올해도 어김없이 갈등 속에 있다가 용기를 내서 전지가위를 들었다. 집 모퉁이에 서 있는 호랑이 발톱나무 가지를 가시에 찔려가며 한 아름 잘랐다. 그리곤 일 년 내내 차고 구석에 있던 항아리와 자작나무 둥치를 꺼내어 가지들을 수북이 꽂았다. 하얀 자작나무 지주에 파란 잎과 빨간 열매가 조화를 이루어 제법 분위기가 났다. 내친김에 조금 더 욕심을 내려다가 주춤했다. 초자 실력으론 감당이 안 될 만큼 화려한 이웃집의 작품들이 눈에 밟혀 무리수를 둘 수가 없었다.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꾸미고 즐기는 어른들의 여유가 생경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세상 모든 아이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혹은 ‘해리포터’ 같은 캐릭터들은, 작가의 이런 생활방식이 밑바탕 되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도 쉽게 그 쪽으로 접근이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은커녕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세대이기에 이 시즌에 갖는 부담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의 본질에서 많이 어긋나 있는 작금의 시류에 편성하기보다 내 방식대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
12월도 중반을 향하고 있는 지금, 무사히 한 해를 살아 낸 뿌듯함과 동시에 또 한 해를 떠나보내야 하는 허전함이 교차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느끼는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 할까 하다가 아이의 전자 메일이 생각났다.
며칠 전 객지에 나가 있는 큰 아들에게서 가슴 찡한 소식이 왔다. 집안의 대소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내년엔 온가족이 모두 모여 행복하게 살자는 희망 메시지 끝에 진심어린 한 문장이 내내 가슴을 얼얼하게 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많이 그립습니다.’ 아이의 힘겨운 타지 생활이 그대로 느껴져 잠시 눈시울을 적시긴 했지만 정감어린 그립다는 표현이 그렇게 신선할 수 없었다. 가까운 사람끼리 이심전심도 좋지만 표현에도 게으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그립습니다.
 친구야 보고 싶다.
 여보, 사랑해요.
 
갈수록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이 아름다운 말들이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도록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많이 애용 할 참이다.

<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등단 >



[한마당] 십상시와 찌라시 개념

● 칼럼 2014. 12. 16. 20:36 Posted by SisaHan

조선의 임금 연산군은 악행과 음행으로 소문난 군주였다. 어머니로 인해 일찍부터 한을 품었던 그는 왕위에 오르자 천성적으로 좋아한 술과 여자를 탐닉하느라 국정과 백성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궁중에 수많은 궁녀를 두었음에도 기생은 물론 평민여성들과 조정의 부인들, 심지어 친족인 큰아버지 월산대군의 부인까지도 욕보여 자결케 했다. 반반한 아내를 둔 ‘어이없는 죄’로 아내를 임금에게 뻬앗긴 남편들의 억울한 목이 수없이 날아갔다.
학문의 전당인 성균관을 놀이터로 만들고, 유생들은 모두 쫓아내거나 죽였으며, 주색을 즐기기 위한 토목공사들로 국고가 탕진되었다. 참다못해 폭정을 시정하라 간하는 신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단하였으니 충신은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면서 조정의 대신들에게 “입은 재앙을 초래하는 문이요, 혀는 몸을 죽이는 도끼이다”라고 쓴 패를 차게 하여 충언을 하려거든 재앙과 도끼를 각오하라고 협박, 주변에선 올곧게 입을 여는 사람의 씨가 말라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일개 내관, 즉 내시였던 김처선이라는 사람이 보다 보다못해 목숨을 걸고 나선다. 김처선은 도끼날이 번득이는 살벌한 왕명을 어기면서 연산에게 ‘제발 처신을 바로 하소서’라고 충직하게 간언을 했으니, 그의 용기와 충성심은 역사에 기록되고도 남을 만했다. 그는 각오한대로 연산이 직접 쏜 화살에 맞아 참혹하게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그의 집터는 파헤쳐져 연못이 되었고 아무 죄없는 친척들에게까지 화가 미쳤다.
당시 김처선이라는 충신 환관을 어리석다며 비웃듯 극명하게 대조적인 김자원이라는 내시가 있었으니, 그는 조선시대 가장 악랄한 내시로 역시 사초에 이름을 남겼다. 폭군의 비위를 맞추며 권세를 휘두른 김자원이란 자의 위세는, 조정의 모든 관료들이 그를 통하지 않고는 왕을 알현할 수 없을 만큼 막강했다. 그가 승정원에 출입할 때는 일개 내시 신분임에도 모든 승지가 머리를 숙여야 했고, 그가 행차하는 곳에서는 아무리 고관대작에 양반이라 해도 말에서 내려야 했다. 김자원이 이렇게 행세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궐력자 연산을 업은 호가호위(狐假虎威)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왕명의 출납을 악용한 오만방자요 행패였다. 그를 수족삼아 무능한 군주 연산군은 자신의 부도덕과 악행을 감추고 최대한 활용하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이었던 것이다.


최근 정윤회 국정개입 파문을 빚은 청와대 유출문건에 ‘십상시’(十常侍)라는 말이 거론돼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156~189)때 환관 10명이 어리고 물정에 어두운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고는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한 사건에서 유래한 10명의 내시, 곧 ‘중국판 김자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의 ‘후한서’(後漢書)와 나관중의 역사소설 ‘삼국지’(三國志演義)에 나오는 이들 삽상시는 그러나 일장춘몽의 권력 꿀맛을 본 뒤, 차례로 모조리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물론 그들이 지탱했던 나라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음은 당연한 섭리다.
21세기 민주주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2천년 전 중국 땅에 설쳐댔던 환관들의 이야기가 되살아나는 현상은 무얼 말해주는가. 유출문서를 ‘하찮은 찌라시’라며 스스로 국가 최고 권부인 청와대를 ‘찌라시 제작소’로 추락시켜 버린 이가 바로 청와대 주인이다. 자신의 국정리더쉽이 얼마나 허술하고 미숙했으면, 최측근 비서관들이 십상시에 비유된 문서를 가까운 청와대 고위직들이 만들어 보고했겠는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본질은 외면한 채 ‘찌라시’라고 반박하며 검찰에 ‘찌라시’임을 증명하라고 수사엄명을 내리는 스스로의 모순과 무개념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십상시를 지적한 유출문서가 ‘근거 있는’ 찌라시로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십상시의 소문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수사와는 상관없이 사람들 머리에 실감나게 각인되고 말았다. 그것은 떠돌던 풍설들이 문자화까지 된 현실, 그동안 여러 정황들로 볼 때 상당한 심증을 주어온 현실, 그리고 문체부와 승마협회, 군 인사 등을 둘러싼 근래의 이상한 징벌적 조치와 살생부 운운 등이 그 심증에 부가자료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앞으로도 3년이 남았다. 지난 2년도 온갖 잡음들로 허송하며 국민들이 시달린 마당에, 국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시기, 남은 세월마저 후회와 탄식만 쌓아갈 국정은 제발 그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십상시’와 ‘문고리권력’이 뭘 의미하는지 깊이 성찰하고 당장 리더쉽을 쇄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차제에, 아무리 지적해도 무슨 말이냐 이해가 안된다면, 차라리 포기하고 내려오는 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이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