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화가 났구나, 현실과 이탈됐고 정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이 열린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수방사령관)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에 출동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발로 차고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언했다.

 

이 전 사령관은 20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내란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과 4차례 통화를 했으며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고 해서 ‘(대통령이) 화가 났구나, 현실과 이탈됐고 정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부감이 들었다”고도 했다.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사령관은 그동안 국회 국방위원회·청문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밝히겠다”며 증언은 거부해왔는데, 이날 처음으로 이런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재판부가 “안에 있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이해했으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이해했다”고 대답했다.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줄곧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첫번째 통화에서는 “대통령이 ‘(국회) 현장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국회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통화에서도 그가 “너무 꽉 막혀 못들어가고 있다”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너희 4명이 1명씩 들고 업고 나올 수 있잖아”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대통령이 ‘의원’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번째) 전화가 와서 대뜸 윤 전 대통령이 ‘발로 차고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하니 (정신이) 블랙아웃이 와서 아무 생각이 안 났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또 윤 대통령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이후에도 ‘2번, 3번 더 계엄하면 된다’고 했다는 자신의 수행부관 증언에 대해선 “기억이 없다. 문을 부수라고 하는 순간 블랙아웃이 됐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부관이 ‘부대로 복귀한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 해제 이후 에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기억이 없는데 통화 기록이 1번 더 있더라고도 했다.

 

내란 사태 당시 이 전 사령관의 수행부관인 오상배 대위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등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오 대위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이 전사령관이 충격을 받은 듯 대답하지 않자, 윤 전 대통령이 대답을 강요하듯 ‘어, 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또 계엄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9일 윤 전 대통령이 참석한 국방부장관 공관 저녁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는 안 했다. 윤 전 대통령이 혼자 다 말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을 이야기하며 배신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굉장히 빨리 마시고 취했고,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부축해 나갔다. 정상적으로 앉아 있기 어렵게 되니 불편한 마음도 있었던 거 같다”고 당시 술자리 분위기를 전했다.   < 권혁철 기자 >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은 두차례에 걸쳐 이뤄져

 
 
                       김건희 씨. 연합

 

통일교 고위 간부에게서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이 김건희 여사를 수행하던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흘러간 정황을 검찰이 확인했다. 검찰은 사실상 김 여사가 전씨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최근 샤넬코리아를 압수수색하며 윤아무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전씨에게 건넨 샤넬 가방을 유 전 행정관이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은 두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유 전 행정관은 특히 교환 과정에서 추가로 돈을 지급해 더 비싼 샤넬 제품을 사들였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2022년 4~8월 사이 전씨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사업 편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초청 △통일교 행사에 장관 참석 △와이티엔(YTN) 인수 △유엔 5사무국 유치 등 통일교의 현안 관련 청탁을 받고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6천만원짜리 그라프 다이아몬드목걸이와 1천만원이 넘는 샤넬 가방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다이아몬드목걸이와 가방 등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상대로 한 통일교 현안 청탁을 접수하고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김 여사 쪽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목걸이 등을 잃어버려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 못했고, 윤 전 본부장에게도 되돌려주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전씨의 이런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김 여사를 수행했던 전직 대통령 행정관들을 연이어 압수수색하며 금품의 행방을 계속 추적했다. 이어 샤넬코리아 등을 압수수색해 실제로 샤넬 가방이 유 전 행정관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가방 교환이 김 여사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고 최근 유 전 행정관을 불러 샤넬 가방을 다른 물품으로 교환한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7일에 소환한 전씨를 상대로 가방 전달 경위를 확인했다.

 

다만 검찰은 아직 샤넬 제품 등의 실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 실제 샤넬 제품이 누구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됐는지 확인을 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혹에 대해 김 여사 쪽은 “건진법사 등으로부터 샤넬 가방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일부 사실관계만 발췌하여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강재구  배지현 기자 >

 

‘김건희 다이아몬드’ 통일교, 천공도 만났다…검찰, 건진 재소환

 
 
지난해 10월 통일교 산하 재단의 김아무개 이사장이 역술인 천공과 만나 함께 찍은 사진. SNS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역술인 천공이 지난해 통일교 성지인 천정궁으로 초청돼 통일교 고위 간부를 만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또 다른 통일교 고위 간부가 각종 현안 청탁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넸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통일교 주요 인사가 천공을 만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통일교 산하 재단의 김아무개 이사장과 천공은 지난해 10월께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만난 뒤 저녁 식사를 했다. 통일교가 “하늘과 땅이 연결된 지성소”라고 소개하는 천정궁은 통일교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성지로, 이곳에 방문하려면 통일교의 초청 또는 승인이 필요하다. 통일교 내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천정궁 초대는 귀빈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천공에게) 천정궁 투어까지 시켜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만찬에는 통일교 관계자와, 지인의 초청을 받은 비신도 ㄱ씨 등 대여섯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ㄱ씨는 “천공을 그 자리에서 처음 봤다. 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천공의 천정궁 방문이 성사되자 통일교 내부에선 “신중하지 못하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천공이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때 각종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지인 주선으로 천공을 만나게 됐고 간단히 차 한잔을 한 뒤 기념사진만 찍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통일교 관계자는 “천정궁은 일반 신도도 신청만 하면 성지순례처럼 다녀갈 수 있다. (천공과 김 이사장의 경우) 단순한 만남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통일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핵심 인물이다. 특히 최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하며 통일교 사업을 청탁한 의심을 받는 윤아무개 전 세계본부장과도 긴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이사장이 운영하던 재단은 2019~2020년 사이 윤 전 본부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ㄴ재단에 135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교 산하 재단 사이에서 기부금 형태로 자금이 옮겨간 것이다. ㄴ재단은 현재 횡령 의혹 등이 불거져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통일교와 김 여사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지난 17일 거듭 불러 조사했다. 전씨는 2022년 4~8월 사이 윤 전 본부장에게서 김 여사 선물용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받고, 통일교의 각종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뒤 지난 3일 소환했던 전씨를 다시 불러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전씨는 여전히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목걸이 등을 잃어버렸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엔 코바나컨텐츠 출신이자 김 여사 수행비서 역할을 한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의 집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또 김 여사 선물용으로 건넸다는 가방 구매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샤넬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집행하는 등 명품 선물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김가윤  강재구 기자 > 

 

이준석 “굉장한 구태, 전혀 할 생각없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0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앞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단일화 구애’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당 후보 경선을 ‘한덕수바라기’로 치르더니, 본선에선 ‘이준석바라기’로 시간을 보내는 모양새다. 후보도, 정책도 대선 판도를 흔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 공학에만 기대는 모습에 이 후보는 “국민의힘 ‘단일화무새’(앵무새처럼 단일화 얘기만 반복한다는 뜻)들이 착각을 크게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는 우리 당 대표를 하신 분”이라며 “이 둘(김문수·이준석)이 전혀 다른 게 없다. 우리 당 문제점 때문에 이 후보가 (국민의힘) 밖에 나가 계시는데, 같이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점에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전날에도 이 후보를 두고 “당이 잘못한 점이 있어서 헤어져 있지만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단일화 요구도 거셌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 지적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이비 종교와 같은 존재다. 이재명 후보라는 ‘거악’(巨惡)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단일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제안했다.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있을 때 왕인데, 지금 호랑이가 광야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에 당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가 꼭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욱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준석 후보의 어제·그제 발언을 보면, (단일화 문제에 있어) 이심전심 통하고 있는 게 아닌가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25일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전에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유권자들이 받는 투표용지엔 두 후보 가운데 한명의 ‘사퇴’가 표시돼 사표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단일화를 해야 역전극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이 달아오르는 배경이다.

 

한겨레와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STI)가 지난해 12월4일~5월20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124개 여론조사를 종합해 추출한 예측 조사(여론조사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20일 기준 지지율은 김 후보 36.1%, 이 후보 8.1%다. 단순합산해도 44.2%로 이재명 후보(49.1%)에 못 미치지만, 단일화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보수층 막판 결집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도해볼 만한 선택지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도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꿈꾸는 어떤 정치 공학적 시나리오가 작동해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단일화 주장은 국민의힘 패배에) ‘이준석 책임론’을 내세우려는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날 저녁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저렇게 가면 무난하게 이재명 당선을 지켜봐야 된다. 특단의 방법을 써야 된다”고 한 것을 두고는 “정치인 입장에서 특단의 방법(단일화)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특단의 방법을 써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선 “(단일화) 절차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구태스럽게 보일 것이기 때문에 전혀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에서 유세를 편 김문수 후보는 “범죄자가 대법원장을 특검으로 조사하고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공직선거법에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한 것을 없애버리려고 한다”며 “도둑놈이 절도죄를 형법에서 없애버리겠다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라고 이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이 후보) 내외가 다 같이 온갖 비리, 부정으로 죄를 많이 지어서 재판받고 있다”며 “이쯤 되면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왜 표 달라고 돌아다니냐”고도 했다. 또 “자기 형님이 정치적으로 비판한다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 전부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지 않겠냐”고 공세를 폈다. < 김해정  광주/이승욱 기자 > 

정권 교체 가능성 커진 대선 국면에 부담느껴 그만두기로 한 듯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해 탄핵 소추됐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가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대선 국면에서 부담을 느끼고 사직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사표를 내는 등 대선을 앞두고 검사들의 사의 표명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탄핵 소추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어 현재 건강이 안 좋지만, 복귀해서 중앙지검 주요 현안을 챙기신 후 사의를 표명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차장검사도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검사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한 뒤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일로 국회에서 12월 탄핵 소추됐다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했던 이 지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향한 수사를 여럿 지휘했다. 2022년 7월부터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있으면서 이 후보의 백현동·성남에프시(FC) 사건을, 이듬해 7월 전주지검장으로 이동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김 여사에 대해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출장 조사’를 벌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검사장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고검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의 재수사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중심이 된 명태균 전담 수사팀도 김 여사에게 소환 통보를 한 상태다.

 

이날 사표를 낸 안동완 검사는 간첩 조작 사건으로 유우성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4년 전 기소유예했던 대북송금 혐의로 그를 2014년 거듭 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2021년 대법원의 공소 기각 판결로 '공소권 남용'이 확인됐고, 2023년 9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으나 헌법재판소에서 5(인용) 대 4(기각) 의견으로 탄핵안이 기각되기도 했다.  < 곽진산  정혜민  배지현 기자 >

 

이창수 왜? “감찰 피하려 선제적 사표” “윤석열 난파선 탈출”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검사장·조상원 4차장 사의 표명 법조계·정치권 반응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13일 탄핵소추가 기각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검찰 지휘체계가 무너져 주요 현안사건뿐 아니라 유사수신·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디지털성범죄·마약사건 등 국민의 생명·건강·재산과 관련된 민생범죄 수사도 마비가 우려된다.”

 

지난해 12월5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주도로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검사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지휘체계 붕괴·범죄수사 마비’를 내세워 정치권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 검사장 등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씨를 봐주기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 등으로 탄핵소추됐다. 3월13일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창수·조상원 두 사람이, 두 달여만인 20일 오후 돌연 법무부에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6·3 대선을 목전에 두고 검찰 지휘체계 혼란은 물론, 선거·민생범죄 수사 마비 우려, 특히 윤석열·김건희 부부 공천개입 의혹 수사 등을 뒷전에 둔 결정이다.

 

이 검사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었다. 조 차장의 사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김건희씨 봐주기 의혹 등에 대한 감찰을 피하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했다.

 

이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경기지사 당시 성남에프씨 후원금 수사를 했다. 전주지검장 때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씨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뒤에는 김건희씨 명품백·주가조작 의혹에 모두 면죄부를 줬다. 특히 김씨를 검찰청에 출석시켜 조사하라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스르고,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청사로 검사를 보내 조사하는 특혜를 제공했다.

 

검사 징계업무 경험이 있는 법조인은 “검찰총장 지시를 불이행한 것은 명백한 항명으로 감찰이 이뤄진다면 해임도 가능한 중징계 사유다. 서울고검이 무혐의 판단을 뒤집고 재기수사를 결정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역시 김건희씨를 기소하는 것으로 결론이 바뀌면 성실의무위반(직무태만)으로 징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이 검사장 등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징계법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때 법무부 장관이 징계 사유가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해임 징계를 받으면 3년간 변호사 개업을 못 한다. 검사 징계업무 경험이 있는 법조인은 “감찰이 개시된 이후에는 사표를 내지 못하고 퇴직 절차도 중단되기 때문에, 대선 이후 예상되는 감찰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사표 수리 여부가 얘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정치검찰 대표선수 이창수가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렸다”고 비판했다. 윤재관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창수는 부당하고 불의한 권력자를 위해 검찰권을 칼춤 추듯 썼다. 이창수가 법정에 서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연합

 

'김건희 봐주기' 이창수 중앙지검장 돌연 사의…왜?

조상원 4차장검사도 동반 사의 표명


서울고검 도이치 재수사 시작하자
봐주기·특혜 장본인들 나란히 도망?
심우정 총장 면피하지 말고 징계해야

'뒷북 수사'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
정치권은 연일 김건희 비리 의혹 소환
"김문수, 김건희 특검에 협조 선언해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2025.5.20. 연합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혜·봐주기 수사'로 파문을 일으킨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 있었던 특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의 표명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20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지검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를 지휘해온 조상원 4차장검사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의 동반 사의 표명은 서울고검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17일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건희 씨와 그의 모친 최은순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 지휘를 받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김건희 씨의 계좌가 동원된 것은 맞지만, 주가조작을 인지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건희 씨에 대해 단 한 차례 압수수색도 없이, 오히려 검사들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신분증과 스마트폰까지 뺏겨가며 '황제 알현 수사'를 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

 

이에 국회는 부실 수사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5일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13일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업무에 복귀했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2025.5.20. 연합

 

다만 헌재는 이들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하면서도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김건희 특혜·봐주기' 수사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장을 제출한 지 무려 약 6개월 만의 결정이었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약 20일 만이었다. 정권 교체기에 이뤄진 검찰의 재수사 결정은 그 자체로 자신들이 그동안 '정치 수사'를 했을 뿐 아니라 '특혜·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가 김건희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의 표명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검사징계법 제7조의4는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징계사유가 있는지 대검이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확인 결과 해임, 면직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징계 등을 청구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나와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

 

실제 이들 퇴직 검사들에 대해 특혜·봐주기 수사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 지검장은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 공천개입 및 국정농단 의혹 사건 등을 지휘하며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방패'역할을 해왔던 '친윤' 검사다. 이 때문에 같은 친윤 라인인 심우정 검찰총장이 면피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두 검사의 퇴직 예정일은 대선 전날인 다음 달 2일로 알려졌다.

 

김건희 씨에 대한 향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역시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김건희 씨에게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석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친윤 검사인 이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 모종의 가이드 라인을 이미 마련했을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나온다. 이 지검장은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해 이날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청탁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 씨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선물용 금품을 건네주면서 각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그러나 남부지검장인 신응석 검사장 역시 '윤석열 사단'의 일원인 대표적 친윤 검사로 알려져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뒷북 수사로 제대로 된 사건의 실체를 밝힐지에 대해 의문 부호가 남는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 씨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 등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2025.5.20. 연합
 

다만 수사 과정과는 별개로,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가 이례적인 동반 사의 표명을 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벌어진 '특혜·봐주기 파문'과 검찰개혁 화두가 대선판에 또다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각종 비리 의혹과 특검 요구도 재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 제안을 하면서 김건희 씨의 각종 비리 의혹과 특검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김용태 위원장의 대선 후보 배우자 TV 토론 제안에 대해 "김건희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구나"라며 "후보로 안 되는 게 뻔한데 후보 교체 시즌2 부담이라 배우자로 사실상의 교체 타진하는구나. 엉뚱하고 기괴하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네 차례의 특검을 줄줄이 좌절시킨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책임지라"며 "김용태 비대위원장 역시 투표 불참과 기권으로 김건희 지키기에 가담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주가조작, 명품백 뇌물 수수, 고속도로 특혜, 공천개입, 국정농단 등 김건희의 비리 의혹은 이루 나열하기도 벅차다"며 "김용태 위원장과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김건희 특검 도입에 협조하겠다고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