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3인 방통위법’에 거부권…벌써 9번째

● COREA 2025. 3. 18. 13:4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정부 출범 뒤 40개 법안이 거부권으로 국회 되돌아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방통위법 개정안)에 ‘위헌성이 상당하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을 맡은 뒤 9개 법안에 거부권 행사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40개 법안이 국회로 돌아갔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방통위법 개정안은 그 내용상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회에 재의를 요청드린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전체회의를 상임위원 3인 이상이 출석해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방통위 위원 가운데 국회가 추천한 위원은 국회가 추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명하도록 했다. 야당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위법하다며 법 개정을 추진했다.

 

최 권한대행은 먼저 지난해 8월 비슷한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을 통해 부결됐는데 다시 정부로 해당 법안이 이송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법 개정안은 작년 8월 이미 헌법이 부여한 행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다”며 “국회는 정부가 (지난해 8월) 재의요구 당시 지적한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방통위원 임명 간주 규정’ 등 위헌성이 있는 조항을 추가로 담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은 해당 법안에 대해 △방통위 정상 운영을 어렵게 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고 △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한다 등의 이유를 들며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최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행위 처분, 재난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고 했다. 또 “방송통신 관련 기능을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상임위원 5인을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2인)으로 구성하도록 하는데 야당이 국회 몫 위원 추천을 거부해 방통위 운영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30일 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또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여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이 이날 헌법상 원칙과 위헌성을 강조하며 방통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것”이라며 “내일(19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결정을 내린 지가 19일째”라며 “자신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헌법 수호의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탄핵소추 여부 등 대응 방안
“최종 시한 지나고 밝힐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내일(19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17일 촉구했다. 마 후보자 임명 시한을 19일로 못박고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질서 수호라는 막중한 책무를 져버리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최 대행의) 책임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오늘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2일째,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있은 지 19일째”라는 점을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헌법 수호에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정질서를 유린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신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을 거부한다’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 게 정상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 파괴로 국가 위기는 지속되는데 (최 대행은) 수습은커녕 오히려 내란수괴 체포 방해, 특검 거부로 내란 수사를 방해하고 있고, 헌재 결정과 현행법을 무시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회의 뒤 ‘최종 시한이 지나면 최 대행을 탄핵소추 하겠다는 의미냐’고 묻는 취재진에 “그 이후(대응방안)는 원내에서 협의된 안으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탄핵소추나 고발 등을 고려하고 있느냐’ 는 거듭된 질문에도 “그런 방안에 대해서는 최종 시한이 지나고 나서 밝히겠다”고 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

 

“마은혁 임시 재판관 지위 부여해야” 헌재에 가처분 신청

마은혁 불임명 헌법소원 제기한 김정환 변호사
“재판관 8인 구성은 헌재 결정 정당성 왜곡”

 

 
 
                                       헌법재판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임명이 미뤄지는 가운데, 그에게 임시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김정환 변호사는 18일 본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마 후보자에 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식 임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그가 헌법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는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피신청인은 최 대행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말 마 후보자의 불임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국가기관의 지위를 갖는 피신청인(최 대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본안사건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기속력을 가지는 응급적이고 잠정적으로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마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을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가 헌법이 예정한 9인이 아닌 8인으로 구성되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이는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왜곡시킨다”며 “4월18일 일부 재판관의 임기 만료가 예정되어 심리정족수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시지위 가처분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재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임시적이고 보충적인 조치”라며 “헌정사에 선례가 전혀 없었던 헌재 결정에 대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복에 대해 긴급한 임시조치로 헌법재판의 규범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이 침해당했다고 권한쟁의심판을 냈고, 헌재는 지난달 권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최 대행은 여전히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에 “권한쟁의 심판에서 결정이 났는데 (최 대행처럼)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런 내용의 임시지위 부여 가처분도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수출금지 프로그램 소지한 직원
한국행 비행기 탑승하려다 해고”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난해 상반기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계약직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됐다고 밝히고 있다.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 반기보고서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 직원이 수출 금지 품목인 원자로 설계도를 한국으로 반출하려다 적발돼 해고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난해 상반기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를 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는 수출 통제 조사 과정에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계약직 직원을 적발해 해고했다. 에너지부 감사관실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업무성과를 소개하며, 이 사건을 첫번째 사례로 거론했다.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는 연구소가 보유한 독점적인 원자로 설계 프로그램으로, 미국 연방 규정 10 C.F.R. 810에 따라 수출이 제한되는 정보다. 해당 규정은 에너지부가 관리하는 규정으로, 해외 원자력 활동에 대한 지원을 승인 또는 규제한다.

 

감사관실은 “해당 소프트웨어가 수출 통제 대상임을 확인한 뒤, 해당 직원의 이메일과 채팅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직원이 수출 통제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외국 정부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현재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공동으로 수사 중이다. ‘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한 것은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해당 보고서에 적시된 사례가 미국이 문제 삼은 규정 위반 중 하나인 것으로 판단 중인 거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쪽은 어떤 보안 규정을, 어떻게 어겼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찾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 현안을 협의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위성락 의원,  “외교부 주장은 본질 가리는 것”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소영 기자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핵 물질, 첨단기술 등을 관할하는 에너지부가 동맹국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18일 한밤중 한국 외교부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관련 문제가 이유로 파악됐다”는 공지문을 내놨다. 곧이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직원이 원자로 설계도를 한국으로 반출하려다 적발돼 해고됐고, 연방수사국(FBI) 등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민감국가 지정이 윤석열 정부에서 분출한 핵무장론 때문이라는 지적을 외교부가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수십년 동안 외교부에서 대미 외교와 핵 문제 등을 담당해온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에 “연구소 정보 유출 사건만으로 미국이 한국이란 나라 전체를 민감국가로 지정한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핵무장론으로 인해 벌어진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가리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17~18일 이틀에 걸쳐 위 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정보 유출 사건이 민감국가 지정 이유고, 핵무장론과는 관계가 없다는 외교부의 설명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유출 사건이 벌어진 것이 민감국가 지정을 촉발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면, 이런 사건으로 한국이란 나라 전체를 민감국가로 지정하지는 않는다. 보통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연구원을 처벌하거나 관련 연구소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 지금 전세계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정치인들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핵무장을 주장한 나라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유출 등이 있으니까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외교부가 보안 문제만 있고 핵무장론과는 아예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은 본질을 가리려는 언론 플레이다.”

 

―한국이 1980년대에도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가 제외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1980년대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도 박정희 정부의 핵무기 개발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사례에 비춰봐도 지금의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내 핵확산 우려 흐름 속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아이다호연구소에서 한국과 관련한 원자로 소프트웨어 유출 시도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23년인데,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은 2025년 1월이다. 그 사건 하나만이 아닌 전체 핵무장론의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민감국가 지정이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친중반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지금 파장이 이렇게 심각한 데도 핵무장론을 주장해 이런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이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매우 개탄스럽다.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정해야 바로잡을 길이 열린다.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그동안 핵무장론을 소리높여 주장해온 정부와 여당에 있다.”

 

―정부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으로 한미간 기술 협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의 확인을 받았다고 말한다.

 

“미국의 동맹 중에 이런 낙인이 찍힌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쪽에서도 민감국가를 ‘정보 안보’(information security)의 문제, 한국식으로는 ‘정보 보안’ 문제로 본다. 민감국가가 된 한국에는 민감한 고급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고, 기술 분야에서 한-미 동맹이 2류, 3류 동맹이 된다는 뜻이다. 규정만 보면 절차적 제약이지만, 실제로는 ‘질적인 제약’이 일어나게 된다. 매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를 왕래하며 연구를 해온 2천~3천명 정도의 한국 연구자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에 오는 전문가들도 모두 사전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첨단 분야에서 깊은 수준의 협업과 공동연구, 정보 교류가 어려워진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이 지정된 게 민감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라고 했다.

 

“민감국가 가운데 낮은 단계인 ‘기타 지정 국가’라고 해도 한국이 핵확산 우려 때문에 ‘낙인 찍힌 나라’가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번 사태는 한국 내 핵무장론에 대해 미국의 깊은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초래됐다. 한국이 핵 비확산 문제로 ‘세번째 낙인’이 찍힌 것이다. 첫번째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핵개발 시도고, 두번째는 2000년대 중반 한국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한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핵확산 우려국’으로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번은 ‘경종’을 울린 것이지만, 한국 정치인들이 핵무장론을 계속 주장하고 시도하면 앞으로는 점점 단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난 주말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 민감국가 지정을 공식 확인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지정했다고 명시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고 부각하면서도, 이것을 뒤집거나 수정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확인했다. 외교부는 사전에 알지 못하고 있었고, 보도가 나오니까 에너지부와 국무부 한국 담당자 등과 접촉한 뒤 명단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고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에너지부가 이미 확정된 것이라고 공표했다. 한국 정부는 자기 중심을 가지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2년반 동안 핵무장론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얘기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모두 공개적으로 핵무장론을 이야기했고,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도 계속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미국 내에서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대비했어야 한다.”

 

―민주당에서도 ‘핵 잠재력’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가 있을까.

 

“민주당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 잠재력 논의가 정리되어 가고 있다. 핵 잠재력을 주장하던 분들도 심각하게 재고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한국에 최선의 해법은?

 

“한미가 협의를 통해 민감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하는데, 그 책임이 정부와 여당 쪽에 있다. 이후에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컨센서스를 이뤄서, 핵무장과 핵잠재력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명백하게 선을 긋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한겨레 박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