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이 자리잡은 혐오 정서와 윤석열 지지자의 극단적 구호 상호작용

교실의 극우화ㅣ‘보통의 학생’ 3명 인터뷰

 
‘애국청소년연대’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국 청소년 선관위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시민 100만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지난해 12월7일, 고등학생 이기원(17)군은 ‘민주주의의 회복’과 ‘대통령 탄핵’을 염원하는 시민의 모습을 단체 대화방에 전했다. 한 친구의 조롱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시민 폭동에 참여하는 거? 탱크가 필요하노.”

 

바로잡고 싶었다. 계엄군이 국회에 들이닥친 참담함, 시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비상계엄 포고령의 문제점을 차분히 설명해보려 했다. 되돌아온 답변은 그저 사진 몇장. 박정희, 전두환, 탱크의 모습이 휴대전화 화면에 번졌다. 그 대화가 이후 교실을 뒤덮을 극단적 목소리의 서막이리라고, 그날 이군은 생각지 못했다.

 

그로부터 석달 가까이 흐른 지난 15일, 청소년 20여명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 청소년 선관위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 청소년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우리가 저들을 지배해야 한다”고 외쳤다. 둘러싼 어른 10여명은 “잘한다” “최고다, 최고”라며 치켜세웠다. 온라인에선 탄핵 반대에 나선 청소년을 북돋우며 ‘MH(무현) 세대’로 부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의미를 담은 혐오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사이에서 자리잡은 혐오 정서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의 극단적 구호가 12·3 내란사태 이후 상호작용하며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심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혐오 정서가 있었지만 오프라인 세계로 넘어와서 꽃을 피우게 된 계기가 이번 계엄 사태였습니다.”(권정민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정치권이 탄핵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기존의 혐오를 다 끌어다 쓰는 관계로 보입니다.”(김학준 ‘보통 일베들의 시대’ 작가)

 

한겨레는 17일, 12·3 내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청소년 3명의 눈으로 지난 3개월여의 교실을 돌아봤다. 민주주의와 정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의 상식이 외려 조롱거리로 내몰리고 숨죽이게 된 ‘전복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청소년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극단적 내용의 쇼츠 영상을 만드는 또래 제작자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왜’냐는 물음에 답은 간단했다. “재미있으니까.”

 

인식 없는 혐오

 

상식의 자리에서 버텨보려는 학생에게 교실은 이상한 공간이다. 수업 안에서 정치적 발언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또래 사이 장난을 표방한 정치적 혐오는 ‘숨 쉬듯 자유롭게’ 반복된다.

 

박지우(18)군이 그런 교실 풍경을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친구가 실수를 하면 ‘너 장애인이냐’는 말이 당연하게 나오고, 남자끼리 몸이 닿기라도 하면 ‘게이’라며 성소수자를 비하해요.” 혐오와 비하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광주 폭동’이라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표현이 말투 전반에 녹아 있다. ‘남자는 보수, 여자는 진보’라고 인식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냥 웃고 떠드는 하나의 문화예요. 아예 잘못됐다는 인식을 못 하는 거 같아요.” 어디서 들은 표현인가,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 박군은 “신남성연대 유튜브처럼 남학생들이 웃고 떠들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지천에 널려 있다”고 했다.

 

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제지는 기대할 수 없다. 남궁솔(18)군은 “선생님도 엄두가 안 나실 것”이라며 안쓰러워했다. “교사가 정치적 발언을 하면 문제가 되고, 학부모 민원도 받으실 거잖아요.” 진보와 보수의 역사와 맥락이 무엇인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 표현과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왜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는지, 극우 유튜브는 어떤 점에서 믿을 수 없는 콘텐츠인지 ‘정치’를 삼가는 학교는 가르쳐줄 수 없었다.

 

그 틈에서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정치적 정체성을 규정했다. 박군이 말했다. “고민을 해보고 ‘진보다 보수다’라는 인식을 갖느냐면 단언컨대 아니거든요. 목소리 하나에 꽂혀서 지지하거나 혐오하는 거죠.”

 

머리에 꽂히는 목소리

 

교실은 ‘진공 상태’에 있지 않다. 12·3 내란사태 이후 빈도와 강도를 더한 정치 콘텐츠가 교실에도 전해졌고, “확실히 더 많은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문제는 방향이다. 아이들은 ‘더 세고, 과격하고, 도파민 돋우는’ 꽂히는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기원군이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친구도 계엄을 계기로 관심을 가지는데, 주로 유튜브로 조각조각 사안을 알게 돼요. 단편적이지만 도파민을 확 폭발시키는 것들.” 주로 외국인·야권·노동자·소수자·여성을 ‘적’으로 규정하고 폭력을 합리화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교실에 이전부터 번져왔던 약자를 향한 조롱과 상통한다. 내란 이후 강자에 대한 합리화가 더해졌다. 이군은 “대통령에게는 절대군주 같은 권한이 있는데 왜 국회를 통제 못 하느냐고 인식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힘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믿는다면 혹할 만한 얘기였다. 더군다나 이런 얘기는 ‘믿을 만한 어른들’의 입으로 전해졌다. 이기원군은 “국회의원이나 전한길 강사 이런 분들이 얘기하면 믿을 만하겠다는 정서도 많다”고 짚었다.

 

어느덧 극단적인 말은 교실에서 ‘빵 터지고, 쿨한 것’이 됐다. 남궁솔군은 “극단적 발언을 일삼는 친구들은 반에서 인싸(주류)로 분류되는 친구들”이라며 “이런 말 하면 빵 터질 걸 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나서서 얘기하는 게 ‘쿨하다’거나 멋있다고 여기는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교실이 어른에게 

 

교실 안의 상식은, 그렇게 바깥 사회보다 한발 더 빨리 소수에 놓일 위기다. 학생들은 그 와중에도 또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지우군은 내란사태를 규탄하는 고등학생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들었던 말을 되짚었다. “몇몇 친구들이 공산주의자·빨갱이 이런 이야기도 조금 하고, 수군대기도 했고요. ‘이재명한테 얼마를 받았느냐’는 얘기도 있었네요.” 시국선언 안내를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가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일도 있다. “그런 건 또래가 한 건 아닐 거예요. 그냥 어느 극단적인 분이겠죠.”

 

박군은 또래를 믿으려 한다. “비하와 조롱에 동조하지 않는 학생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색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건 자신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선비다’ 소리 들을 거예요. 너무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도 ‘선비다’ 한마디로 변질시켜버리니까, 섣불리 목소리를 내기보단 그냥 한숨 쉬고 넘기는 거죠.”

 

옳고 그름의 선을 그어주지 못하는 교실에 사회의 극단적 주장이 빈도와 강도를 더해 들이닥쳤다. 학생은 어른에게 하소연했다. “민주주의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을 거예요. 갈등이 커지면서 ‘그래도 된다’고 더 주입하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이 주류가 되는 건 경계해야 하잖아요. 합리적인 목소리로 돌아와주세요.”(이기원) < 한겨레  박고은  정봉비 기자 >

 

‘조롱 밈’ 올리는 10대 “재미가 1순위…좌파들도 만들잖아요”

교실의 극우화

 

‘애국청소년연대’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국 청소년 선관위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재미가 1순위예요. 정치인이 죽었다고 성역화돼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김성민(가명·19)씨는 3년 전부터 유튜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과 음성을 활용해 조롱하는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는 4300여명, 한달에 약 120달러(약 17만원) 정도 번다. 김씨는 “채널 운영의 목적은 재미가 1순위”라고 했다. “다른 정치인의 목소리는 재밌지가 않아서 노 전 대통령 것을 활용했어요. 요새는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영상을 만들고요.” 김씨는 12·3 내란사태 이후부터는 유튜브 영상을 짧게 편집해 ‘릴스’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기 위해 10여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횡행한 혐오 표현은 일베가 ‘화력’을 잃고 디시인사이드→유튜브→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면서 1020세대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그런 밈의 ‘공급자’다. 김씨 유튜브 채널의 시청자층은 만 24살 미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씨는 스스로를 ‘보수 자유주의자’라고 지칭하는 10대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중학교 1학년쯤 처음 접한 유튜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영상’이었다.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 저자 김학준 작가는 “웃기는 능력 하나만으로 커뮤니티의 ‘네임드’가 되는 게 놀이의 규칙이 됐다. 특히 약한 사람을 비난하는 방향의 웃음이 극우화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이윽고 김씨는 ‘반페미니즘’과 ‘반피시(PC·정치적 올바름)’를 접했다. 김씨는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 가해자로 여기고 진보 진영 정치인들이 표팔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페미니즘에 반감이 생겨 보수 성향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페미니즘=남성=보수’의 공식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 등식에 ‘탄핵 반대’가 얹어졌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윤 대통령 탄핵이 안 되는 게 더 좋은 나라인 것 같아 탄핵을 반대하게 됐다”고 했다.

 

책 ‘한국, 남자’를 쓴 최태섭 사회학 연구자는 “10~20대 남성 사이에는 여성 혐오와 반피시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기보다 자신을 대변해줄 것들을 계속 찾아다니는 상황으로, (계엄이라는) 정치적 이벤트 속에 친연성을 느끼는 대상이 그쪽이었던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최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음란 수괴’로 칭하고 ‘이재명 구속, 내란 선동 민주당 해체’를 적은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그간 만든 영상이 혐오나 모욕에 해당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김씨가 답했다. “좌파 진영도 박근혜 전 대통령 누드화 만들면서 보수 대통령 조롱했잖아요. 불만이 있으면 보수 대통령 가지고 영상 만들면 됩니다.”  < 고나린  박고은 기자 > 

 

전문가들 “10대들 도 넘는 혐오 발언 땐 확실한 선 긋기 필요”

교실의 극우화 ㅣ10대 극우화 해법

 

 
 
 

 

12·3 내란을 경험한 2025년 청소년의 혐오 문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는다.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를 쓴 김학준 작가는 “2000년대나 2010년대의 청소년도 혐오 문화는 비슷했다”며 10대라는 연령 특성이 좀 더 강하다고 봤다. 나이가 들어 관계의 범위가 넓어지며 혐오 정서가 완화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섣불리 ‘잃어버린 세대’로 진단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유아특수교육학)는 “이전에도 극우적 생각은 있었지만 계엄 사태를 계기로 공공연하게 오프라인 세계로 넘어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격화하는 갈등으로 극단적 주장에 대한 선이 무너지는 상황이 청소년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점은 강조했다. 청소년을 혐오로부터 구하기 위해, 도를 넘는 발언에 전방위적으로 ‘분명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부모에게 권정민 교수는 아이와의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관계가 끊어지면 어떤 대화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고통이 많다는 것, 언젠가 그 고통을 우리도 느낄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녀와의 대화 주제로 제안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합리적인 정치적 표현을 허락해야 한다는 건, 학생들은 물론 전문가의 의견이기도 하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는 “오이시디 국가 중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고등학생 이기원(17)군은 “현대사를 배울 때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는 정치적이라 시험에 내지 않는다고 한다”며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역사와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교실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분위기다. 최태섭 ‘한국, 남자’ 작가는 “도를 넘는 혐오는 확실히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는데 윤석열 정부 이후 사회 분위기가 이를 용인했다”며 “특히 대통령처럼 권위를 지닌 사람이 행동하고 발언하는 방식과 내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내란범 윤' 당장 파면 호소 긴급 성명

"탄핵 기각은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전국 각계각층에서 헌법재판소에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3000여 명도 '당장 파면'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드리는 교수·연구자들의 간곡한 요청'이란 성명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 역사적 순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8. 연합

 

"탄핵 기각은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

'내란범 윤' 당장 파면 호소 긴급 성명

 

성명에서 이들은 △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히 위헌적, 불법적이며 헌정 질서 파괴 행위 △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탄핵 인용은 헌재의 책무 △ 헌재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 △ 탄핵 즉각 인용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적 결정 등 4가지로 나눠 내란범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이들 교수·연구자는 "헌재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면서 "헌재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치가 아닌, 폭력과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극우 세력들이 헌재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과 공격을 가하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만약 헌재가 이번 탄핵을 기각한다면, 이는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우리는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즉각 인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역사는 헌재의 결정을 기억할 것이다. 정의로운 판결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울타리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2025.3.16 연합

 

[성명 전문]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드리는 교수·연구자들의 간곡한 요청>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학문과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지켜온 교수·연구자로서, 이 역사적 순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1.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헌정 질서 파괴 행위입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입법·사법부의 기능이 마비될 뻔했으며, 정당한 절차 없이 국정이 운영되었습니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계엄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극단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은 외부의 침략이나 내란 상태에 처해 있지 않았으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포고문에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지하고, 계엄령의 권한을 넘어서 헌법에 존재하지도 않은 절대군주의 권한을 참칭했고, 실제 국회에 병력을 보내 계엄 절차에 따른 국회 의결을 방해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이자 헌법을 무력화한 행위입니다.

 

2.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탄핵 인용은 헌법재판소의 책무입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66조는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는 이러한 헌법적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오히려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권한 남용을 넘어 헌법을 유린한 중대한 위헌 행위이며,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중범죄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최종적 해석 기관이자 수호자로서, 이와 같은 위헌적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향후 대통령이 헌법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를 분명히 보아왔습니다. 193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은 사법부가 히틀러의 권력 장악을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973년 칠레의 군부 쿠데타 또한 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몽테스키외는 "법이 침묵하는 곳에서 독재가 말한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치가 아닌, 폭력과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입니다.

 

4. 윤석열 탄핵 즉각 인용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적인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을 인용하는 것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지, 헌법이 권력을 견제할 실질적 장치로 기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판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극우 세력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과 공격을 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을 기각한다면, 이는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즉각 인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역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억할 것입니다.

정의로운 판결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입니다.

 

2025년 3월 17일.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일동

600개 단체 7770명과 함께 시국선언 발표 

광화문 광장에서 의원, 시민 "윤 파면" 외쳐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
"시민은 윤 파면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현수막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5.3.17. 연합

 

"시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하루도 못 참는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광장의 힘으로 윤석열 파면을 요구한다!"

 

지난 15일 110만 여명의 시민이 '윤석열 즉각 파면'을 외치며 집회를 열고 행진했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또 다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17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제정당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1300여 명이 참가했다.

 

검찰과 법원이 윤석열을 석방한 지 열흘째 발표한 이날 시국선언은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발표됐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지난주 헌재까지 파면 선고를 미루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되면서 실제 불면증을 호소하는 시민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과 당원, 사회민주당·정의당·녹색당·노동당, 각계 원로, 종교인, 민주노총·한국노총, 노동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청소년, 학생, 학계, 법률가, 여성인권시민단체, 17개 시도민 등 전국 600개 단체에서 7770명은 '윤석열 즉시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하게 됐다.

 

진영종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내란수괴의 석방은 대한민국 역사를 반역의 시간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이에 원내·외를 포함한 정당이 화답해 단식 농성을 동참했고 시민들이 지지 방문을 해서 광화문에 헌정 회복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텐트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면서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3·1운동 정신이며,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불의에도 싸운 4·19혁명의 이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100일이 넘게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헌재를 향해 외치고 있다"며 "이제 헌재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자리에 다시 모인 것은 8년 전 박근혜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해 모인 것과 같다"며 "그날의 함성과 오늘의 함성은 다르지 않다. 전국 7700명이 함께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하나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진 공동의장 발언이 끝나자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7. 연합

 

민주화 원로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근 목사는 성인용 보행기를 의지해 무대에 올라와서 "국회에서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 광장에 있고 시민들도 여기 광장에 있다"며 "온 국민이 이런 아픔을 겪은 지 108일째다. 이러다가 윤석열이 복귀되는 것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또 폭동이 일어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온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피청구인 윤석열이 파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 극우는 어떻냐"면서 "사법부, 헌재, 헌재 재판관을 테러하겠다고 한다. 저들을 부추기는 정치 세력을 민주적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도 내란은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찰이 내란 세력과 함께하고 있다. 자숙해야 할 국민의힘은 반성도 하지 않고 있으며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이행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헌재가 빨리 판결을 내리고, 이제는 반헌법적 세력과 폭력 옹호 세력이 다시 집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청년·인권운동·종교계 발언도 이어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은 헌정 수호냐, 헌정 파괴냐가 달린 비상한 시국"이라며 "12·3 비상계엄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안했고 민주공화국을 후진 독재 국가로 만들어 장기 집권하려고 한 천인공노할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은 극단적 대립과 대결로 고통받게 된다"며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헌재는 신속한 판결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 심판의 쟁점은 '단순하고 중대한 위헌 위법'이란 것인데 증거가 넘쳐난다. 군대가 국회를 침탈한 장면을 온 세계와 국민이 지켜봤고 윤석열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도 확인된 상황"이라며 "따라서 헌재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정은 만장일치 파면뿐"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거듭 "헌재 재판관들은 헌법과 법관의 양심에 기초에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달라"면서 "오늘 당장이라도 선고 기일을 정해 윤석열을 파면하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헌법 기관으로 헌정질서 수호에 적극 나서달라. 우리 국회도 헌정질서 수호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학생 노하연 씨는 "아직도 군인과 경찰이 시민을 막아선 것이 믿기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으로 한순간에 민주주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며 "법을 지키지 않고 밟는 대통령이 100일 넘도록 파면되지 않으면 법과 정의가 무슨 의미가 있냐. 불법과 폭력이 용인되고 정의가 짓밟히는 사회에서 청년이 무슨 희망을 느낄 수 있겠냐"고 했다.

 

노 씨는 "헌재가 결정을 미루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우리 모두 그날 밤 민주주의를 짓밟는 계엄을 봤다"고 했다. 그는 "자격 없는 자가 왜 아직 대통령을 하고 있느냐"면서 "헌재는 당장 내일이라도 윤석열을 파면해서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2025.3.17. 연합

 

여성인권연합 임선희 활동가는 "12·3비상계엄 이후 서부지법 폭동, 극우세력 이화여대 난입 등을 겪고 있다"며 "윤석열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 안티 페미니즘을 강화했다. 우리는 이 순간 안티 페미니스트 파면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성평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활동가는 "윤석열 파면 이후 헌법을 기반해 모든 이들이 시민권을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주의 시민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윤석열을 파면해 한국 사회 분열과 혼란을 끝내고 조화로운 민주공화국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나핵집 목사, 불교 시경 스님, 천주교 양두승 신부, 원불교 강현욱 교무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군대를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우리 종교인들은 인권을 소중히 여기며 아름다운 공존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전한 민주주의와 안정된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종교인은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호소한다. 정치적 이념을 넘어 우리 사회에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요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석열 파면을 결정하고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끝으로 긴급 시국 선언문을 낭독했다. 시국 선언문 낭독은 비상행동 김민문정, 박석운, 이호림, 김재하, 김은정, 최영찬 공동의장이 했다. 이들은 "내란 공범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내란수괴가 원하는 것처럼 4월까지 이 상황이 넘어가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회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 광화문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은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비상행동과 6개 정당은 윤석열 파면과 처벌을 위해 시민과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다"며 "파면 이후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 대개혁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다. (파면하지 않으면) 100만을 넘어 200만 명 시민이 헌재 결단을 촉구할 것이다.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들을 시민의 힘으로 당장 끊어내자"고 했다.

 

비상행동은 시국선언을 끝으로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고 쓰여 있는 대형 현수막을 이동시키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헌재가 있는 안국역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행진 대열에 동참했다. 비상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한 2차 긴급 집중행동'을 시행하고,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매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다음은 긴급 시국선언 전문.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지 어느 덧 100일이 넘었다. 12월 14일 국회 앞에 모인 200만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지도 93일이다. 시민들은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내란일당이 2차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않을지, 또 다른 서부지법 폭력사태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심각한 우려와 불안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란공범 검찰의 간계로 윤석열이 석방되자 그 우려와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와 먹고 사는 문제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주의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지 9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선고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내란동조세력들은 헌법재판소를 둘러싸고 연일 헌재와 시민들에 대한 위협과 폭력선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 내란공범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내란을 비호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만약 이번 주에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는다면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 100일을 넘기게 된다. 내란세력들이 원하는 것처럼 3월 말, 4월까지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회 앞에서,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이 곳 광화문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모든 내란세력은 해체될 것이다. 윤석열 파면은 내란종식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오직 자신과 배우자의 안위와 권력을 위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시민들을 배반한 내란수괴가 하루라도 더 대통령직에 앉아있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다. 이는 지난 주말 광장을 가득 매운 100만,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대다수 주권자 시민들의 명령이다.

 

비상행동과 6개 정당은 지난 3월 10일,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고 처벌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며, 내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연대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또 내란의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내란 세력의 심판과 재집권 저지를 위해 힘을 모으며, 차별과 혐오 정치 배격,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를 구현하기로 약속했다. 윤석열의 파면 이후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 실현, 사회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협력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즉각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만약 이번 주 중에도 윤석열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지난 주 100만을 넘어 이번 주말 200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재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다. 헌재의 즉각적인 파면 결정만이 우리 사회의 극심한 혼란을 조기에 종식하고 시민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돌려주기 위한 길이다. 여전히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들을 시민의 힘으로 당장 끌어내리자. 헌재는 주권자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하루 빨리 응답하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금 당장 파면하라!

 

2025년 3월 17일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긴급시국선언 참가자 일동

 

불법 계엄‧핵무장론 '두 원인'으로 지목

"북한 같은 삶을 각오해야 핵무장 가능"

박찬대 "최상목 대통령 놀음에 푹 빠져,
국가 정상화 위해 윤 신속히 파면해야"
조국혁신당 김준형 "핵무장론 무책임"

 

윤석열의 12‧3 불법 계엄령을 통한 내란 사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다음 달 15일 발효 이전에 시정하지 못하면 앞으로 원자력, 양자, AI(인공지능) 등의 국가안보 관련 기술의 공유와 함께 인력 교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참여가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결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인 '1월'에 내려졌는데도, 두 달이 넘도록 외교부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까맣게 몰랐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각종 거부권 행사와 알박기 인사 등 사실상 '대통령 놀음'에 빠져 이 문제엔 손 놓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7 연합

 

이재명, 불법 계엄과 핵무장론 '원인' 지목

"함부로 계엄, 한국 국가 체제 불신 키워"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들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민주당은 17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어 '민감 국가 지정 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참사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여권의 핵무장론을 지목했다. 이 대표는 "1년 안에 핵무장 할 수 있다느니, 또 핵무장을 해야 된다느니, 이런 허장성세,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 그리고 동맹국에 대한 통보나 언질도 없이 함부로 계엄을 선포하고, 또 연락조차 응하지 않는 이런 상황들이 대한민국 국가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결국은 이런 민감 국가 지정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핵무장론이 겉보기엔 그럴듯해도,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부작용도 크다고 지적했다. 핵무장을 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을 깨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당연히 한미 동맹은 훼손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된다. 이 대표는 "북한과 같은 삶을 각오해야 비로소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3. 연합

 

"북한 같은 삶을 각오해야 핵무장 가능"

이재명 "어려움 있어도 한반도 비핵화"

 

그러면서 "지금도 국민의힘 주요 지도자급 의원들, 정치인들이 핵무장을 운운하고 있다. 실현 가능하다고 실제로 믿고 하는 소리인지, 제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핵무장을 하겠다는 소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결국은 용인하는 결과가 된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감 국가 지정을 정부가 전혀 몰랐던 것과 관련해 이 대표는 "완벽한 외교 실패이자 외교 참사이고, 정부 실패다"라면서 신속한 원상 복구 노력을 촉구하고 민주당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신속하게 되돌려 놓는 것이다"라면서 "민주주의 체제의 강고함을 증명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최상목 부총리가 대통령 놀음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정부는 두 달 동안 민감 국가 지정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며 "국가 정상화를 이뤄내 대응에 총력을 기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2025.3.17 연합

 

박찬대 "최상목 대통령 놀음에 푹 빠져,

국가 정상화 위해 윤 신속히 파면해야"

 

한준호 최고위원은 "미국의 적성국이 상당수 포함된 '민감 국가' 목록에 대한민국이 추가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국격이 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허탈하기까지 하다"며 "대한민국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번 '민감국가' 사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내란 수괴 윤석열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증명하는 하나의 증거"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는 것만이 이 모든 위험을 제거해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져오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조국당의 김준형 외교안보특별위원장도 15일 브리핑을 통해 "현 상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무책임한 핵무장론 제창이다"라면서 "정치권에도 경고한다. 더 이상 자체 핵무장, 핵 잠재력 등의 허황된 표상을 쫓지 말아야 한다. 무책임한 핵무장론자들의 안보 팔이에 정작 우리 안보가 해를 입는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무 부서인 미국 에너지부(DOE)의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한국의 민감 국가 지정 여부를 묻는 연합뉴스, 로이터 등의 질의에 한국이 '민감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들어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