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의견 나눈 것을 감히 공모라고 표현” 주장

 

 
 
지난해 9월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12·3 내란사태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이 첫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 윤석열”, “공모”라는 표현이 ‘국가원수에게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란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을 열었지만 초입부터 김 전 장관과 검찰은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호칭하며 공소사실을 진술하자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이에 반발하며 “대통령은 국가원수인데 호칭이 정당하지 않다. 바꿔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공소장과 판결문에선 모두 원·피고, 피고인 등을 가리킬 때 직함을 이름의 앞에 붙이지, 뒤에 붙여서 표기하진 않는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말씀하실 때 상대방에서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이라며 주의를 줬다. 검찰은 “모두진술은 검사의 권한이고 소송의 시작이며, 방해하는 건 진술권 침해”라고 맞섰다.

 

피고인 쪽 진술 기회 때 김 전 장관은 발언권을 얻어 “계엄 사유 명분을 제공한 건 거대야당의 패악질인데, 검사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것을 마치 여야 갈등으로 비화시키려는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며 비상계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판박이였다. 또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잠깐 모여 의견을 나눴을 뿐이지 어떻게 이것을 모의라고 표현하고 감히, 공모라고 표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제가 불법쿠데타나 내란을 했느냐”, “비상계엄에 대한 준비는 국방부 장관의 통상업무”라고 주장하며 18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사건이 병합돼 이날 함께 재판을 받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쪽은 정보사 현역 등을 지휘하며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을 사전에 계획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저희의 입장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단순히 비상계엄을 조력하는 차원의 행위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내란 사건의 쟁점과 증거·증인 신청 등을 정리했고, 오는 27일 재판에서는 정성우 국군방첩사 대령 등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사령관들 비화폰 재로그인 안 돼
포렌식 어려워져 서버 확보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의 경호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들의 대통령경호처 비화폰의 통화 기록이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이 17일 드러났다.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의 통화 기록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비상계엄의 작동 경로를 밝힐 ‘블랙박스’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사령관과 국무위원들이 당시 경호처 비화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사령관들의 비화폰 포렌식이 어려워진 만큼 비화폰 서버 확보의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경호처에서 제공받은 비화폰을 확보했지만 ‘로그아웃 상태’였음을 확인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에서) 휴대전화 보안앱(보안UC)이 로그아웃되어 있고, 다시 로그인이 되지 않는데 피의자가 조치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군 안보폰(비화폰)은 원격으로 소거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호처 핸드폰이 소거가 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경호처 핸드폰도 그런 조치(강제 로그아웃)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답했다. ‘원격 로그아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이었다.

 

경호처 비화폰은 원격으로 로그아웃할 경우 통화 기록이 삭제된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직원에게 비상계엄에 동원된 여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을 원격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경호처 실무자는 지난해 12월12일 보고서(‘처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에서 “관리자 서버에서 원격 로그아웃 시 단말기 내 통화 기록(이) 삭제”된다고 하면서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 차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격으로 로그아웃이 된 게 사실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한 셈이다.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사건과 관련해 경호처 압수수색 착수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 전 사령관이 경호처에서 받은 비화폰에서도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님은 군 보안폰으로 전화를 주셨고, 무궁화폰이라고 대통령경호처에서 준 폰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전화를 했었다”며 “압수수색 나왔을 때 제출하면서 (무궁화폰을) 켜려고 했는데 뭘 차단해놨는지 켜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은 스스로 경호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했다고 검찰에 밝혔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주요 사령관의 경호처 비화폰이 모두 ‘깡통폰’이 된 셈이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비화폰 통화 기록도 단말기에서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내란죄 입증을 위해서는 이들의 통화 기록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경호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군사령관들의 진술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군사령관들의 통화 시간을 확보하고 그 이후 군의 움직임 등을 통해 혐의가 입증돼야 하는 상황이다. 경호처 비화폰 통화 기록을 통해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호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경호처장 직무대행인 김 차장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찰 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 등으로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세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기각하면서 김 차장은 비화폰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찰의 불복으로 열린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에서 지난 6일 김 차장 구속영장 청구를 권고하는 결정이 나왔고 경찰은 이날 서울서부지검에 김 차장에 대한 네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차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경호처 비화폰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 한겨레 정환봉  배지현  김가윤 기자 >

 “증거 명확한 사건인 만큼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 필요 없어”

  탄핵정국 장기화되며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가중일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며 헌재 사무처장 국회 출석 요구 등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역대 최장기간의 탄핵심판으로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며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취지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었던 63일,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심판이었던 91일을 넘어서 최장 심판 기록으로 남고 있다”며 “지난주까지는 헌법재판소가 워낙 중차대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이제는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가 명확한 사건인 만큼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원내수석은 이어 “국회는 헌재가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신속한 선고 기일 지정 신청,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들을 강구해 보겠다”며 헌재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그간 여당과 달리 헌재를 향해 우호적 여론전을 펼쳐온 야당이 선고 지연에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온국민이 지켜본 내란인 만큼 사안이 간명한데 이렇게 늦어질 이유가 있느냐”며 “선고가 너무 늦어지고 있어 자영업자 등 국민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인 배경을 밝혔다.

 

다만 헌재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견이 없지 않다. 민감한 탄핵 선고를 앞두고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지도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탄핵선고가 조금 늦춰질 뿐이지 결론은 분명할 텐데 다소 조급해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다선 의원도 “우리가 불안한 티를 그리 낼 필요가 있나. 헌재를 공격해온 여당과 달리 우리는 헌정을 수호한다는 입장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신속 파면 선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며 헌재를 직접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같은 날 오전 '신속 파면 선고' 단식을 8일째 이어가다 병원에 이송된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박성재 변론 시작 언급하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

이 대표는 "헌재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다"라면서 "대통령 탄핵 최우선 심리를 말하던 헌재가 다른 사건 심리까지 시작하며 선고를 지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하루라도 빨리 국정 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께서 풍찬 노숙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소속 3선 의원들은 '윤석열 가족 측근 비리 백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100가지 비리 의혹을 열거하며 헌재의 '빠른 판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을 비롯한 3선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족 측근 비리 등 파면 이유를 담은 백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


실무작업을 맡은 김영호 의원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헌재 재판관님들께 간절히 호소한다"면서 "계엄령 선포, 내란죄 말고도 윤석열의 파면 사유는 100가지 넘게 있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며 "파면이 되더라도 그동안의 실정은 계속 밝혀야 한다"면서" 헌재 재판관께도 여러 실정과 국민 불안, 경제 상황에 (윤 대통령이) 충분한 책임이 있으니 결정하는 데 참고하시라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선고 지연' 이유를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주민 의원은 "내용보다는 절차적 이유로 지연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조속히 헌정 질서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헌재 재판관 입장에서도 절차적 완결성과 국민 통합을 이루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늦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그래도 굳이 예측한다면 이번 주는 넘기지 않을 거라 본다"고 추측했다.  < 오마이 조혜지 기자 >

공수처 시효 29일 만료,  그 전 사건 처리 밝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해 8월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관련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반인의 전과기록을 무단 조회한 혐의를 받는 이정섭 대구고검 검사의 공소시효가 오는 29일 종료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시효 만료 전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검찰도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사건 처리를 위한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다. 그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이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혐의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 검사가 처가 쪽 가사도우미의 범죄기록을 사적으로 조회해 전달한 시점을 2020년 3월30일로 보고 있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의 공소시효가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29일 시효가 종료된다. 공수처는 곧 이 사건 제보자인 이 검사의 처남댁,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는 2023년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을 수사했고, 개인비위 의혹이 불거져 그해 11월 대전고검으로 전보됐다.

 

공수처는 김성훈 전 아이디에스(IDS)홀딩스 대표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와준 의혹을 받는 김영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에 대한 수사도 최근 착수했다. 김 검사는 다단계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 전 대표를 검사실에서 외부와 통화하게 하며 편의를 제공한 의심을 받아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뤄졌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도 조만간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어, 공수처가 서둘러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주 (이 사건)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오는 6월 정도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판단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야당은 심 총장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고 ‘상급심 판단 기회를 포기했다’며 그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도 이날 심 총장의 행동이 “부하 검사를 속이는 행위이고 교정공무원에게 합리적인 석방 지휘인양 믿도록 한 행위”라며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도주원조죄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 곽진산 기자 >

 

‘이정섭 처가 관련 비위’ 묵히던 검찰…공소시효 만료 직전 공수처 이첩

2020년 처가 가사도우미 범죄기록 사적 조회해 전달
3월30일 5년 공소시효 만료…공수처법 취지 훼손 지적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던 2023년 4월20일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검찰로부터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건을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넘겨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이 검사가 처가의 가사도우미 범죄기록을 사적으로 조회해 그 내용을 전달한 시점을 2020년 3월30일로 보고 있는데, 공무상비밀누설 범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라 이달 말로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4부(부장 차정현)는 지난 10일 검찰로부터 이 검사 사건을 이첩받아 제보자인 처남댁 강미정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고 강씨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처남, 이 검사의 아내-처남댁 간의 문자 및 카카오톡 메시지. 김의겸 의원실 제공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지난 6일 이 검사를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수처 수사대상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이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되면 검사 자격이 정지되거나 당연퇴직 된다.

 

앞서 검찰은 사건 제보자에게 수사자료를 사진 촬영해 외부로 유출하게 한 전직 검사 박아무개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 두달을 남기고 공수처로 이첩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에 따라 사건을 곧바로 이첩하는 반면 검찰은 수사 뒤 기소단계에 이르러서야 사건을 보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법조인은 “바로 공수처에 검사 범죄 혐의를 보내서 수사하라는 것이 공수처법의 취지이지만, 공수처가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 만한 힘이 없다 보니 검사의 범죄 혐의도 검찰이 계속 쥐고 기소할 정도가 돼야 이첩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한겨레 정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