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의 대선 때 ‘공표’ 여론조사도 수상하다

● COREA 2024. 10. 30. 02: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야권 지지층 응답 어려운 평일 낮시간대 조사


2시간도 안 돼 1000여개 샘플 확보하기도
또 등장한 수상한 ‘양자대결 기법’…대세론 영향
윤석열과 달리 홍준표는 지는 대결만 조사·공표

전문가들 “이렇게 여론조사 안 하고, 하면 안 돼”

 

2시간도 안 돼 완료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1008개의 샘플을 얻었다고 기록된 PNR 여론조사. 2024.10.29.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명태균 씨가 실질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이하 PNR)에 의뢰해 진행한 대선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가 조작된 의혹이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가운데, ‘권력감시 탐사그룹’ <워치독>팀이 21대 대선 관련 PNR의 ‘공표’ 여론조사 30건을 분석해보니 여기서도 여론 왜곡 결과가 나오도록 조사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공표 조사인 탓에 수치를 대놓고 조작하기보다는 ▲민주당 지지층이 응답하기 어려운 평일 낮시간대를 조사 시간대로 활용하거나 ▲2시간도 안 걸린 지나치게 짧은 조사 기간 ▲‘윤석열 대세론’ 형성이 되도록 설문 문항을 구성하는 등의 편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 한 부분 등이 그것이다.

주로 평일 낮시간대에만 여론조사를 한 PNR

<워치독>팀이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누리집에서 확인한 PNR의 공표 여론조사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PNR은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2021년 12월의 경우, 주로 평일 직장인 근무 시간대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여론조사 전화를 돌리는 특징을 보였다. 이렇게 조사하면 민주당 지지층이 몰려있는 30~50대 연령층은 해당 여론조사에 제대로 응답할 수 없어 보수 여론 과표집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21년 12월 진행된 PNR 여론조사 세 건의 시간대를 분석해보니 ▲15일(수) 오후 1시~8시, 16일(목) 오전 10시~오후 1시 ▲22일(수) 오전 11시~오후 8시, 23일(목) 오전 10시~오후 1시 ▲29일(수) 오전 11시~오후 8시, 30일(목) 오전 11시~오후 2시에 각각 조사를 돌려 집계 합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평일 낮시간대 여론조사만 돌림과 동시에 특히 이틀 차 조사에서는 유독 평일 정오 전후 3시간 동안 진행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윤석열로 정해지기 전인 2021년 7~8월 PNR이 진행한 세 차례 조사를 보면 ▲7월 3일(토) 오후 3시~9시 ▲7월 31일(토) 오전 11시~오후 9시 ▲8월 7일(토) 오전 11시~오후 9시에 조사를 진행해 모두 주말 시간대를 활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 김동규 탑위드 대표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이런 여론조사를 하는 업자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며 “주중에 낮시간대에 하면 국힘 지지층들이 많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사)하려면 시간대도 작위적으로 설정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캠프 등에서 전략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놓고 보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소위 ‘작업’하는 사람들이 보도 공표를 목적으로 조작 효과를 노리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시간 50분만에 응답자 1008명 확보했다는 여론조사

다른 여론조사기관에 견줘 지나치게 짧은 시간 동안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공표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PNR이 진행한 여론조사 30건 중 조사를 단 하루 몇 시간에만 걸쳐서 진행한 경우가 수두룩했다.

예를 들어, 2021년 5월 23일 공표된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기간은 2021년 5월 22일(토) 오후 8시~9시 50분까지 불과 1시간 50분 걸렸다. ‘전국 만18세 이상 11만 1966명에게 전화를 돌려 1008명이 응답해 응답률 3.3%, 95% 신뢰수준(±3.1%)’이라고 발표됐는데 어떻게 2시간도 채 안 걸려 이런 조사가 가능했는지 의문이다. 2021년 12월 14일 공표된 여론조사의 경우 12월 13일 오후 4시~9시 10분까지 총 5시간 10분 동안 여론조사를 했고, 2022년 1월 4일 공표된 여론조사는 1월 4일 오후 6시~9시 50분까지 3시간 50분 만에 여론조사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PNR이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중 조사시간 10시간 미만인 사례 19건. 2024.10.29.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위 사례를 포함해 조사 시간이 10시간 이하인 경우가 19건으로 여심위 누리집에서 확인되는 21대 대선 관련 PNR 여론조사의 3분의 2 가량에 해당한다. 특히 이렇게 짧은 시간을 들여 급히 여론조사를 돌린 경우들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했던 2021년 6월 29일 이전에 집중되었다는 점(2021년 2월 9일, 4월 19일 조사 등)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반면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PNR과 비슷한 응답자 1000여 명 단위의 여론조사임에도 불구하고 통상 2~3일에 걸쳐 조사를 벌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1000명대 응답자 여론조사 샘플을 확보하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긴 하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갖고 있는 회선을 총동원해서 실시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전화 회선을 동시에 막대하게 투입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가 재정이 탄탄하지 않아 지방 정치인들 상대로 돈을 빌려가면서 여론조사 자금을 댔던 정황이 강혜경 씨 녹취록 등에서 확인되고, “미래한국연구소가 ‘가짜 샘플’을 동원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보다 더 높게 나오도록 만들었다”는 <뉴스타파> 보도도 감안하면 2시간도 채 안 돼 벌인 여론조사로 1000명 응답자 여론조사 샘플을 정말 확보한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동규 탑위드 대표는 “보통 1000샘플은 이틀간 하고, 하루에 500개 이상 하지 않는다. 표본의 대표성 문제 때문에 날짜와 시간을 분산시켜 조사한다”며 “이런 식으로 한 방에 몰아서 한다는 건 연령별, 지역별 비례성과 대표성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조사에서는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8월7일 진행한 PNR 여론조사 문항. 국민의힘 유력 후보 중 한명인 홍준표는 양자대결 설문 문항에서 빠지고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만 민주당 후보 상대로 지지율 조사를 했다. 2024.10.29.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상한 가상 양자대결.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이낙연 후보 모두와 대결해 승리하는 반면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만 대결을 붙이고 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24.10.29.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양자대결 시 홍준표 누락, 윤석열만 포함한 여론조사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대세론'을 만들기 위해 양자대결 조사 때 홍준표 후보를 일부러 누락한 채 조사 문항을 만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워치독>팀이 지난 22일 보도한 <[단독] 명태균, 홍남표 창원시장 당선 때도 여론조작 의혹>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후보만 넣거나 누락한 채 양자대결을 조사하면 조사 대상으로 포함된 후보만 각인돼 ‘특정 후보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는데 이와 유사한 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2021년 2월 9일 공표된 PNR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의 경우 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낙연 후보 모두와 가상대결을 붙여 승리하는 결과를 냈다. 반면, 홍준표 후보의 경우 이재명 후보와만 가상대결을 붙였고 패하는 결과만 발표했다. 또 2021년 8월 1일과 8월 8일 실시한 두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PNR은 모두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오직 윤석열 후보만 포함해 이재명, 이낙연 후보와의 지지율 대결 조사를 벌였다.

<워치독> 취재에 응한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특정 후보만 포함해 가상대결 문항을 반복해서 만들었다면, 누락된 후보 입장에서는 조사 과정을 부당하게 느낄 수 있고 항의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보통 여론조사업체들은 동등한 조건으로 문항을 설계한다”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문제 제기를 안 했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인데, 후보 간 지지율이 팽팽했다면 분명 오해의 소지를 피할 수 없는 여론조사”라고 말했다.

즉, PNR 여론조사를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모두를 상대로 이기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반면,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지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만 4개월간 계속 발표되었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윤석열 대세론’이 퍼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조하준·허재현·김성진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틀 앞 지시
김건희 씨, 명씨 통해 정치개입 정황

 
     김건희 여사(왼쪽)와 명태균씨.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궁금해한다”며 서울시장 미공표 여론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씨가 명씨를 통해 정치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한겨레21은 29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명씨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의 2022년 5월30일 통화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오전 11시51분께 이뤄진 이 통화에서 명씨는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 번 1000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정당하고 후보 물어보고. 1000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 그것 좀 돌려줘요”라고 지시했다.

이 통화가 이뤄진 날은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 이틀 앞둔 시점으로, 명씨가 지시한 여론조사는 외부에 공표되지 않는 조사였다. 지방선거에 임박한 상황에서 김건희 씨가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궁금해했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미공표 여론조사를 돌려 김 씨에게 보고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 이 여론조사는 진행됐고 보고서까지 만들어졌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미래한국연구소의 해당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명씨가 지시한 대로 여론조사 응답 완료 사례는 1012명이었다. 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8.0%,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38.4%의 지지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결과 오세훈 후보가 59.05%의 지지를 얻어 39.24%를 얻은 송영길 후보를 제치고 서울시장에 당선된 판세와 거의 유사한 결과다.

강씨는 앞서 명씨와 작업했던 정치인, 이른바 ‘명태균 명단’을 공개하면서 오세훈 시장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명태균 명단’에 오 시장이 포함돼 있냐고 묻자 “포함”이라고 대답했다. 다만 “오 시장과 (명씨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다”며 “오세훈 시장 일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강씨는 지난해 5월2일 김영선 전 의원과 한 통화에서 “서울시장 여론조사도 했는데 그에 관련된 돈은 하나도 못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겨레  김완  곽진산 기자 >

 

사제단,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 봉헌


"대통령, 희생자들을 이름 없는 사람 만들어"
"희생자 이름 부른 신부도 경찰 출두 명령서"

"진실 밝혀 유족들 위로받을 수 있도록 다짐"
희생자 아버지 사연 소개에 신자·시민들 눈물

"딸아이 소망대로 세례받고 결혼식 올리려"
"159명의 이름이 어둠 걷어내는 빛이 되길"
"많은 분 수고 덕분에 이 세상이 지옥 안 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김인국 신부(가운데) 주례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당부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김인국 신부(사제단 50주년 준비위원장) 주례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이태원 유가족과 신부, 수녀, 신자, 일반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미사가 시작되기 전, 참석자들은 이태원 참사 당시 첫 번째 신고가 있었던 오후 6시 34분부터 경건한 분위기 속에 묵주기도를 올리며, 사제단 신부들의 입당을 기다렸다.

김 신부는 제단에 올라 "벌써 두 번째 맞이하는 '그날'이다. 하루하루 (희생자들의) 부모님이 흘리실 피눈물을 생각하며 2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면서 "정의가 기초된 평화 위에 참사의 진상이 드러나고 희생자 억울함이 밝혀지며, 유족들의 상처도 치유받게 하길 기원한다"고 기도를 올렸다.

강론을 맡은 최재철 신부는 "대통령 부부는 영정도 위패도 없는 합동 분향소 꽃무더기에 여러 차례 와서 머리를 숙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라는 글씨만 써놓고 희생자들을 이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언론에서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사자 명예훼손이니 뭐니하며 언론사를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최재철 신부가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이어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의 경우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피해자 이름 공개를 금지하거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반면, 추모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을 부른 신부는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으라는 명령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은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명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적 비극을 이용하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유족의 슬픔을 헤아리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유족을 만나 위로하거나 사과하거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법무부 장관만이 아니라 경찰서장, 구청장, 행안부 장관, 총리, 대통령 등 책임을 지는 이들 중 어느 하나 지난 2년 동안 희생자 가족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거나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며 손을 잡아주는 이가 없었다"면서 "유족과 같은 자리에 '1분'도 같이 앉아 있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입당하고 있는 수녀들의 모습.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최 신부는 "이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잘못을 인정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는 것"이라며 "독재 정권하에서는 늘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피해는 은폐·축소·왜곡하고, 피해자와 유족을 모욕하고 회유하고 겁박해서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낼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정권의 무도한 행태를 보며 정권의 몰락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끝끝내 감추려고 했던 박근혜가 탄핵 당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세월호가 인양됐다"며 "무능하고 부패하고 무책임한 정권이 끝장나는 날이 바로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진실이 밝혀진 세상이 오면, 축제 때마다 안전한 거리를 환하게 피어오르는 젊음이 가득 메우기를 소망한다"며 "그날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면, 진실을 찾아 하소연할 곳을 찾아 눈물로 거리를 헤매던 유족들의 슬픔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날을 우리 함께 연대한 손으로 만들어내길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기도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이상은 씨 아버지 이성환 씨가 28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이상은 씨 아버지 이성환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의 말씀을 전했다.

이 씨는 "딸아이가 명동성당에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갖고 세례를 받기 위해 (천주교) 교리 수업을 받다가 하늘의 별이 되어 하느님 곁으로 갔다"며 "저희 부부는 내년 3월에 같이 세례를 받고 명동 성당에서 비록 상은이는 없지만, 상은이 소망대로 엄마 아빠가 대신 결혼식을 할려고 한다"고 전했다. 상은 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신자들과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2년여 간의 고단한 공부 끝에 미국 공인회계사를 합격하고 숨 한 번 쉬고자 했던 친구와의 나들이가 마지막 소풍이 되고 말았다. 용산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태원 골목 참사 현장에서 핸드폰을 주운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우리에겐 지옥이 시작됐다"며 "하느님에게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날 이태원 골목에는 국가도 하느님도 어느 신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부활도 구원도 영원한 삶이라고 하는 하느님 말씀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악마의 심장에 죽창을 꽂고자 하는 분노가, 악마를 심판하지 않는 원망이 더 크지만, 아직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부족해서일 것"이라며 "이 슬픔, 아픔을 극복하고 살아가라 하지만, 저는 알고 있다.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서 한 수녀가 유가족의 사연을 듣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그는 그러면서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있다고 한다.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면 고통이지만 가슴에 안고 가면 사랑이라고 한다"며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있는 시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은 더 나은 세상,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씨는 "대통령 하나 탄핵하고 바꾼다고 세상이 변화하지 않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기억하지 않고 외면하려던 그 가벼움으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탄핵하고 심판하고 참회해야 한다"며 "막을 수 있었고, 막아야만 했던 10월 29일 그날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정의의 심판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끝으로 "159명의 이름이 아픔으로만 남지 않고 어둠을 걷어내는 빛과 희망의 이름으로 남기를 기도한다. 159명의 별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살아남아 있는 이 빚짐을 우리 모두 기억하고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면서 "모든 분들의 소중한 일상이 안녕하시기를 기도한다. 모든 분들의 평화를 빈다"고 덧붙였다.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서 김영식 신부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2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서 김영식 신부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4.10.28. 사진 이호 작가
 

김 신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삶이 지옥이 됐다고 말하는 유가족들을 위해 "지옥은 하느님이 사람들을 버리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하느님을 버린 곳"이라면서 "이 세상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빛이 되어 주시는 여러분과 많은 분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위로와 연대의 말을 함께 전했다.

이날 추모 미사에서는 하춘수 신부가 기도를 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신상옥 씨는 가수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노래로, 신광섭 씨는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팬플룻 연주로 유가족과 신자, 시민들을 위로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국정원 예상과는 다른 보도   “소모 가능한 병력 보낸 듯”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가 22일(현지시각)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아스트라는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 병력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최정예 부대가 아닌 징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20대 초반의 ‘소모 가능한 병력’일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이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전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영상과 정보당국의 말을 종합한 결과, 이번에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집결한 군인들은 10~20대 초반으로 징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로 키가 작고 마른 체격인 이들은 북한의 만연한 영양실조 실태를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18일 국정원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위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천여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체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겪을 어려움을 차례로 열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특수부대 훈련은 주로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우크라이나 전장은 평원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펼쳐진다”며 “북한군은 노후화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며, 파병된 병사들은 (이전까지) 나라 밖에 나가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연합
 

그러면서 “(북한군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통상 파병하면 그 나라 군대의 지휘 체계를 유지하고 군복, 표식, 국기를 달고 자랑스럽게 활동한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군복으로 위장하고 러시아군 통제 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을 러시아에 파병한 원인에 대한 분석도 실었다. 매체는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 제임스 제이비(JB) 박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소모 가능한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기를 원했을 수 있다”며 “이들은 더 숙련된 군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가 병력을 요청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두 나라 간 강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이전보다 강화된 전력으로 추가 파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