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자 이민 비자 프로그램 대체
“러시아 올리가르히들도 자격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가 모두 옳았다”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들고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 장사에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골드카드’를 도입해 500만달러(약 71억5천만원)에 판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 골드카드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대체하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 일자리를 만드는 대규모 자금의 외국인 투자가에게 영주권을 주는 ‘EB-5’ 이민투자자 비자프로그램을 이런 골드카드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골드카드를 판매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카드에 약 500만달러의 가격을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그린카드(영주권) 특혜에 더해 시민권으로 가는 길이 되고, 부자들은 이 카드를 사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세한 사항들은 2주 안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부정부패로 악명이 높은 러시아의 정경유착 재벌인 올리가르히들도 그 골드 카드의 자격이 되냐는 질문에 “그렇다, 가능하다”며 “나는 매우 좋은 사람들인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을 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가 골드카드로 대체하려는 EB-5 외국 투자자 이민 비자 프로그램은 “외국 투자자에 의한 일자리 창출 및 자본 투자로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지난 1990년 의회를 통과해, 현재 미국시민권이민청에 의해 관할 되고 있다. 이 비자 프로그램은 지역에 따라 미국에 90만달러(약 13억원)에서 18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EB-5 프로그램은 비합리로 가득 찼고 사기이며, 싼 가격에 그린카드를 취하는 길”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EB-5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보다는 그 프로그램을 종료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골드카드로 그 프로그램을 대체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 정의길 기자 >

 

머스크는 오불관언  “캐나다 진짜 나라 아냐” 또 조롱

 

 

 
일론 머스크가 20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 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무대에서 전기톱을 들고 관료주의를 잘라내겠다는 연설을 하고 있다. 옥슨힐/로이터 연합
 

청원을 개시한 지 닷새 만에 성난 캐나다 시민 26만8천여명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 엑스(X) 최고경영자의 캐나다 시민권과 여권을 박탈하라고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캐나다 국가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캐나다 의회 청원 게시글을 보면, 20일(현지시각) 찰리 앵거스 온타리오주 신민주당(NDP) 의원이 게시한 청원에 25일 저녁까지 26만7922명이 서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퀄리아 리드 브리티시 컬럼비아 출신 작가가 하원에 청원을 요청한 뒤 앵거스 의원이 이를 후원하며 청원이 시작됐다.

 

청원 세부 내용을 보면 머스크의 활동에 대해 이들은 “캐나다의 국가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했으며 “캐나다의 주권을 없애려는 외국 정부에 참여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은 일론 머스크의 시민권과 여권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의 주도인 레지나 출신인 어머니 덕분에 캐나다 시민권을 자동으로 취득했다. 1992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로 편입하기 전 온타리오에 있는 퀸즈대학교를 다니며 1989년부터 3년 동안 캐나다에 거주했다.

 

6월20일까지 받기로 한 서명을 닷새 만에 이미 2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이 하원에 제출되고 공식적으로 정부의 대응을 요구하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500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한 데 이를 훌쩍 넘겼다. 캐나다 하원은 다음달 24일 업무를 재개할 예정이다.

 

머스크의 권리가 박탈될 가능성은 낮다. 시민권과 이민 전문가인 아이린 블룸라드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사기로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가 아니라면 “(취소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수백만명의 서명이 모였더라도 정부가 개인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문가도 “캐나다인을 폄하하고, 캐나다 주권에 도전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의 동맹국이자 친구인 국가에 경제적 피해를 입힐 위협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머스크의 발언에 대한 많은 캐나다인들이 당혹감과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 시민권이 취소된 사람은 10년이 지난 뒤 재신청이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가 1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언급하고, 25% 관세(에너지는 10%) 부과 정책을 밀어붙여 캐나다와 미국의 우호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흐르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전적으로 동조하며,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캐나다 보수당 대표를 추어올리는 등 캐나다를 자극해왔다. 21일(현지시각)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에서 미국·캐나다·스웨덴·핀란드 4개국 페이스오프 결승에서 캐나다가 미국을 3대2로 꺾고 우승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우리의 나라를 빼앗을 수 없고, 우리의 경기도 빼앗을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캐나다 시민들의 서명 참여 소식이 전해지자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캐나다는 진짜 나라가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 최우리 기자 >

 

'출장 스타일링' 이어 또 특혜 논란... 박은정 의원 "법사위 현장 조사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6인용 혼거실' 4개를 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치소 수용률이 이미 적정선을 넘어섰는데도(2023년 기준 수용률 152%) 윤 대통령 수용 구역에는 별도의 칸막이와 차량 탑승 출입구까지 설치돼 있어 '황제 수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은정 "별도 칸막이, 차량 출입구까지... 4개 거실 통째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국에 확인한 결과 윤석열 피고인은 6명 정원의 1개 거실을 홀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구치소는 피고인을 위해 3개 거실을 추가로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수용 구역에는 별도의 칸막이가 설치됐으며 차량 탑승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까지 공사가 완료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라며 "수용자 1인을 위해 4개 거실을 통째로 내어준 이른바 황제 수용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서울구치소는 수용률 150%를 넘기며(2023년 기준 수용률 152%, 수용 정원 2247명 중 3436명 수용) 이미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6인 1거실 배치 원칙도 사실상 지키지 못하고 8명 수용자가 1개 거실에 몰아 수용되는 초과밀 수용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열악한 수용 환경에 비춰 윤석열 피고인은 32명이 사용해야 하는 수용 거실을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전에 머리 손질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 쓴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라며 "헌재 출석 당시 황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에 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형집행법을 위반하고 위헌적 행태를 일삼은 피고인이 이제는 하다 하다 황제 수용 논란에 휩싸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황제 의전 시리즈 논란에 국민들도 이제는 지쳤다. 법사위 차원의 현장 조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위법적 특혜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의혹에 관해 질의할 예정이다.    < 오마이 복건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법무부 호송차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의 캐딜락 차량을 이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열린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지시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란색 호송차량으로 이동하지 않고 뒤에 캐딜락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경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을 향해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로 이동한다는 건데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어 윤 의원은 "만약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를 이용한다면 자유롭게 통화하고 지시할 수도 있고 증거도 인멸할 수 있다.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고, 윤 의원은 "확인해서 국조특위에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되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준비기일 등에 출석한 바 있다.

한편, 윤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서울구치소 측은 "대통령 이동은 경호와 관련한 보안사항이라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 김도균 기자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법무부 호송차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의 캐딜락 차량을 이용한다는 제보가 있다며 김대경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용산 대통령실 전경 ⓒ 연합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이 마무리되자 용산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 준비 모드에 들어가 이른바 '떨 줄사람은 생각치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탄핵 심판 제11차 변론에서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하여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하여,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업무에 복귀할 경우 개헌을 통해 임기단축을 추진하고 권한도 총리에게 일임할 테니 탄핵을 기각시켜 달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개헌 의지 실현돼 새로운 시대 열기를 희망"

윤 대통령이 '업무 복귀'를 언급한 것과 발맞춰 대통령실도 26일 오전 기자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임기 단축 개헌 추진, 국민통합 그리고 총리에게 국내 문제 권한 대폭 위임 등의 뜻을 밝혔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대통령실 직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관련사진보기


12.3 계엄 이전으로 업무를 '정상화'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직원들을 동원해 기자실 앞 브리핑실의 자리를 정리하고 의자를 재배치하는 등 고위관계자들의 업무 브리핑 재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계엄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진행돼오던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도 기존처럼 다시 일요일로 원위치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이 회의는 월요일에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 앞서 일요일에 개최하지만 계엄 이후부터는 주중에 열려왔다. < 오마이 김경년 기자 >

김용현, 사직 일주일 뒤에야 비화폰 반납…내란 증거인멸 가능성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4일 사의를 표명한 지 약 일주일 뒤에야 대통령경호처의 ‘비화폰’(도청과 음성녹음이 불가능한 전화기)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 비화폰은 12·3 내란사태 주요 관련자들이 비상계엄 기획·실행 등에 사용했는데, 이를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즉각 반납하지 않은 것은 증거인멸 등이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경호처 비화폰 관리 실무 담당자인 송아무개 경호관은 25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이 비화폰을 반납한 게 12월13일 또는 12일이 맞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지난해 12월5일 수리했는데, 비화폰 반납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출석한 건 12월8일로, 그때까지도 김 전 장관은 비화폰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비상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12월7일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갖고 있다 반납해, 증거인멸에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송 경호관은 이날 ‘김 전 장관 비화폰 뒷번호가 9400번 맞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번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 비화폰이 경호처에 “봉인돼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전원을 켜면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의원은 “봉인된 비화폰을 확보해야 된다. 내란 주요 종사자의 휴대폰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검찰이) 먼저 나서서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다그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비화폰 압수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쇼핑’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공수처 흔들기를 거듭했다. 주진우 의원은 “전속 관할인 중앙지법을 두고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범죄자나 주소지를 볼 때 관할 정도가 제일 높은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체포영장의 경우 군인은 중앙지역군사법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서울동부지법에 청구하는 식으로 적법한 절차를 따랐단 취지다. 오 처장은 “(영장 청구에) 전혀 문제가 없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비난은 감당하기 힘들다”며 “정당하게 발부·집행된 체포영장을 불법이라고 비난하는 건 법치주의 근간을 해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채운  장나래 기자  >

 

김용현, 계엄 전 “김건희 특검법 진행 상황 보고하라”

국회 파견된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 연락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로 파견 나간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지난해 11월 말부터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상황을 수시로 확인했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들었던 검사 탄핵뿐만 아니라 야당이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법’도 계엄 실행의 이유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11월28일 저녁 6시35분께 김 전 장관이 양재응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검사 3명 탄핵발의 안 했나?”라고 문의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은 양 단장과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 ‘시그널’로 소통했다. 양 단장은 지난해 11월25일 국회협력단장으로 파견 명령을 받았고 29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김 전 장관은 양 단장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국회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엔 양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검사 탄핵안이 상정되면 언제 표결하는지’, ‘김건희 특검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통화를 마치고선 “상기 관련 사항은 수시보고”라는 메시지를 양 단장에게 보냈다. 양 단장은 이에 따라 이 사안과 관련한 여야 대표·원내대표 발언 내용을 요약해 보고했다.

 

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2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자, 양 단장은 관련 언론 보도와 국회법상 근거를 정리해 김 전 장관에게 전송했다. 양 단장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야 탄핵만 18번, 문재인 정부때의 3배’라는 제목의 기사도 보냈는데 김 전 장관은 “팩트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양 단장은 “윤 정부 출범 후 탄핵 시도가 총 22번이었고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 11번의 탄핵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 내용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 유사하게 담겼다.  <  한겨레  곽진산  정혜민  배지현  강재구 기자 > 

 

“질서유지 목적 군 병력, 왜 국회 유리창 깨고 들어갔나?”

헌재 재판관들, 국회 무력화·정치인 체포 시도 등 집중 신문
“충돌에 진입” 김용현 답변엔 “들어갔으니 충돌” 되묻기도

 

 
 
윤석열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27일부터 두달 가까이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증인들을 직접 신문하며 쟁점을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특히 군을 동원한 국회 무력화와 정치인 등 체포 시도,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권력 행사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 왜 유리창 깨고 들어갔나?”

 

“질서유지만을 목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했는데…굳이 군 병력이 왜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했습니까?”(정형식 재판관)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의 첫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줄곧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병력 투입을 했다고 주장하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국회 안에 군이 왜 들어갔는지, 그것도 유리창까지 깨서 들어간 이유가 뭔지 물었다. 김 전 장관이 “충돌이 일어나서 진입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들어갔으니까 충돌이 일어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 직접 물었다.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 했던 위헌적 권력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정 재판관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했다는 대상을 ‘사람’, ‘인원’, ‘의원’으로 혼용하자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하라”고 채근했다. 결국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는 것이었다고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직권으로 채택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신문을 통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핵심 증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에 담긴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도 국회 무력화 시도와 연결됐다. 문 권한대행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며 이를 부인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입장부터 확인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고 물었고, 김형두 재판관은 “(비상입법기구 설치는)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 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법한 체포 시도와 국무회의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서 시작됐다는 ‘체포 명단 하달’에도 재판관들은 집중했다. 정 재판관은 지난 4일 5차 변론에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상대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한테서 전화를 받아 명단을 받아썼다는 메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체포인 명단) 메모는 왜 작성했느냐” “왜 정확하게 ‘검거 지원 요청’이라고 적지 않고 ‘검거 요청’이라고 적었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승전결에 맞춰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홍 전 차장에게서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조태용 국정원장의 주장에도 “홍장원이 그렇게 한가하게 이야기했을 것 같지 않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재판관들은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인 문제가 없었는지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는 건 헌법 조항이고 세부적인 절차는 계엄법에 규정돼 있다. 김 재판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끝까지 윤 대통령을 두둔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덕수 총리는 간담회 정도라고 평가, 오영주 장관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한 것이냐”며 거듭 입장을 확인했다. 김 재판관은 “(국무회의의 적법성은) 사법 절차를 통해서 판단돼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한 한 총리에게도 “사법 절차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증인의 개인 생각을 말해달라는 것”이라고 채근해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것은 하나의 팩트”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탄핵 재판을 진행한 문 대행을 제외하고는 주심인 정 재판관, 그리고 김 재판관이 직접 신문하며 쟁점을 정리해갔다. 정 재판관과 함께 수명재판관(준비 절차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증거·쟁점을 미리 선별·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 재판관은 한차례 질문했고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직접 신문에 나서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평의에서는 재판관 모두 골고루 의견 개진을 하는데, 재판 과정에서의 질문 여부는 개개인 재판관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