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최종 변론에서도 "대국민 호소용 계엄"


'거대 야당 공작' '실패하기 위한 계엄' 궤변만
간첩·중국 들먹이고 선관위 부정선거론 반복
'공산 전체주의' 타령…이태원 참사도 '북 지령'

'직무 복귀' 망상 속에 '임기 단축 개헌' 시사
박근혜처럼 탄핵 위기 앞 얄팍한 생존 몸부림

서부지법 폭도들엔 각별한 위로…선동 깔려
선고 3월 14일쯤…마은혁 재판관 합류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수괴의 망상과 광기는 역시 그대로였다.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공식 발언이 될 최후진술에서도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고, 내란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며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종전 주장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이 반복했다. 야당을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또 다시 중국을 들먹이고 부정선거론을 되풀이했다. 광인에게 도로 운전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절감한 장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에 나섰다. 사전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보수언론들조차 '진솔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마저도 묵살했다. 그는 진술 앞부분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죄송'이라는 말을 꺼내긴 했으나 곧바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기존 입장을 앞세웠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실패하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궤변이다. 그래서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는 주장도 악착같이 반복한 뒤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연합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국가비상사태'였음을 강변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대통령 퇴진‧탄핵 촛불집회까지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지난 민주당 정권이 간첩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 ▲작년에는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우리 군사기지, 국정원, 국제공항과 국내 미군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됐다는 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유출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3분의 2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점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다는 점 등을 '국가 위기 상황'의 근거로 들었다.

 

취임 이래 줄곧 적대적 야당관을 고수하며 대화와 협치를 거부했던 윤 대통령은 "저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 국가안보, 핵심 국익 수호만 함께 한다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좌파, 우파가 어디 있나?"라면서 "하지만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공산당 1당 독재, 유물론에 입각한 전체주의가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해 역시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검찰독재정권이 자행해왔던 온갖 반민주·반역사적 폭거와 무능·무책임한 국정 운영, 거부권 남발 등엔 아랑곳없이 "거대 야당은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면서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라고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다"며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이야말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선동 탄핵'이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당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 요구까지 거듭 '북한 지령'에 의한 행위로 몰아붙였다. 참사에 대한 축소‧은폐 공작으로 유가족들을 수없이 피눈물 나게 했던 인면수심의 태도에 일말의 변화도 없음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이 기각된 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3.7.25. 연합

 

부정선거론 또한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선관위 측이 수차례 강력 반박한 허위사실을 재탕했다. 나아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말해 민경욱 전 의원 등의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해온 대법원 판결도 철저히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그간 탄핵심판에서 다뤄진 쟁점 가운데 두 가지를 부각시켰다. 우선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실제 지시를 받았던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일선 지휘관 등의 숱한 증언과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파렴치한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종전 표현을 되풀이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꼽으며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대체 왜 온 것인가?"라고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항변했다. 윤 대통령의 '순장조'인 '충암파'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는 간담회 수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진실을 부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여론을 호도해 살 길을 도모하려는 듯 직무 복귀시 '임기 단축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 복귀는 망상일 뿐 '파면'이 기정사실이고 이 같은 기만적 개헌 꼼수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대다수 국민이 호응해줄 리도 만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탄핵 위기 앞에서 얄팍한 정치공학적 노림수로 개헌 카드를 꺼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폭도들에게 각별한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다"면서 다시금 '윤석열 사수'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약 1시간 10분에 걸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시 구성. 윗줄 왼쪽부터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조한창, 김형두, 아랫줄 왼쪽부터 문형배, 이미선, 정형식, 정정미 헌법재판관.

 

이로써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73일간의 장정 끝에 이날 8시간에 걸친 최종 변론까지 마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진술까지 들은 뒤 오후 10시 14분쯤 "이것으로 변론을 종결하겠다"며 "변론 절차가 원만히 종결되도록 협력해주신 청구인 소추위원(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선고만 남았는데, 문 대행은 선고기일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재판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해드리겠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변론 종결 약 2주 뒤인 금요일에 결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헌재가 오는 3월 14일쯤 선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이르면 3월 7일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2월 27일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 후보자가 합류해 '9인 체제'가 완성될 경우 변론 갱신 절차 등으로 선고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헌재는 26일부터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로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평결이 이뤄지면 주심 재판관이 다수의견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결정 주문이나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제출해 반영한다. 결정문 초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보완돼 최종 확정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타당해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헌재가 8인 체제든, 9인 체제든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탄핵심판 최후변론서 5대 쟁점 공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2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정계선(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이 앉아 있다. 연합
 

“이 재판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재판이며,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재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으며 그 가치를 수호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자입니다. 부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여 주십시오.”(국회쪽 김이수 변호사)

“전시사변은 아닐지라도 헌법, 헌정질서가 중대한 위기에 와있다는 것을 익히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하이브리드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 남발로 인한 사법부 기능 마비 등으로 정상적 작동 불능에 비춰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입니다.”(윤석열 대통령 쪽 차기환 변호사)

 

양쪽 모두 ‘헌법’을 강조했지만, 그 내용과 방향은 달랐다.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국회와 윤 대통령 쪽은 탄핵 소추 사유 5대 쟁점(비상계엄 선포 위헌성, 계엄 포고령 1호, 군·경 동원 국회 활동 방해, 군 동원한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회 쪽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쪽 송두환 변호사는 “헌법 77조에서 말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고,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도 아닌 것이 분명한 상태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동기와 목적으로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 과정에서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 및 부서 등 절차를 갖추지도 않고, 국회에 통고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황영민 변호사는 “피청구인과 사전에 공모한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 어떤 국무위원도, 이 재판정에서 증언한 국무총리조차도 동의하지 못한 ‘국가비상사태’는 피청구인의 몽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야당의 입법 폭거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동찬 변호사는 “(야당의) 예산, 입법, 탄핵 모두 하나하나 국익에 반했다. 이게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냐”며 “대한민국에서 국헌 문란하게 한 자는 누구이고, 누가 내란범이냐”고 되물었다. 절차와 관련해 차기환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국무회의는 열렸고, 논의가 있었다”며 “문서주의와 부서제도 위반도 없었다. 국무회의 자체를 내란 모의로 규정하는 상황으로 부서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계엄 포고령과 국회 봉쇄 시도와 관련해서도 부딪혔다.

국회쪽 장순욱 변호사는 “포고령에는 피청구인을 비판해 온 모든 세력들이 망라돼 있고,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비상계엄을 통해 자신에 대한 모든 정치적 반대파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국회의장, 여당 및 야당 대표, 전직 대법원장, 언론인 등을 체포·감금하려 계획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피청구인이 직접 나서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저지를 명령·지휘했다는 증언과 진술이 잇따랐다”며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법 파괴행위이자 민주공화국 전복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쪽 송진호 변호사는 “국회 봉쇄를 사전에 준비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았다. 국회 의결도 방해되지 않았다”라며 “정치인, 법관 체포 지시를 하지 않았고 실제로 시도한 사실도 없이 위치 확인만 요청하거나 지시했다”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계엄령은 대국민 호소형 계엄을 선포할 생각이었으므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작성한 것을 대략적으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실행 계획 논의 의지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선관위 병력 투입'과 관련해서 국회 쪽 이원재 변호사는 “비상계엄 주도 세력이 선관위 주요 직원들을 체포·감금하고 심지어 고문까지 할 계획까지 세운 것이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 쪽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 확산시킨 행위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와 대의제도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쪽은 최후변론에서도 '부정선거' 입증 시도를 이어갔다.

 

도태우 변호사는 “정치권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고, 국가적으로 견제할 유일한 수단은 대통령이었다”며 “대통령은 그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고 비상계엄과 선관위 점검지시 통해 전국민에게 국가위기상황 간절히 호소한 것”이라고 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자신을 “14개월 딸을 둔 아기 엄마”라고 소개하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문을 찬찬히 읽었다. 제가 임신·출산·육아하며 몰랐던, 민주당의 패악을 알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 나눠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됐다. 저는 계몽되었다”고 말했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변론 마지막날 광주시민 “역사정의 숨 쉬는 새 대한민국 촉구”

 

 

 
‘윤석열 파면과 역사정의·자주평화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광주시민사회단체 일동’이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고 있다.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을 맞아 광주시민들이 역사 정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고 촉구했다.

 

‘윤석열 파면과 역사정의·자주평화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광주시민사회단체 일동’은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을 파면하고 역사정의·자주평화를 실현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광주·전남 친일잔재 청산에 나선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원회 등 역사단체와 광주·전남 15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등 모두 7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취지를 무시하고 ‘제3자 변제’라는 해괴망측한 방식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줬으며,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으로 독립운동가들을 모독했다”며 “윤 정권은 주요 역사기관장에 친일 성향 뉴라이트 인사들을 배치했고 이들은 내란세력과 동조해 탄핵 반대 망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윤석열은 무인기 평양침투와 한국 특수부대의 자작극 테러를 북한에 떠넘겨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조작하려 했다”며 “미국과 일본을 등에 업고 한반도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드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다음달 11일 예정된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훈련’ 등 전쟁 연습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를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외세와 손잡고 한반도에서 벌이는 모든 전쟁 연습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는 다음달 1일 3·1절에 맞춰 시민대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 김용희 기자 >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마땅"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변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쪽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민주공화국에 대한 반역 행위를 저질렀다’며 파면을 촉구했고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는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며 항변했다. 헌재는 오는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하겠다고 밝혀,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확정된 뒤 재판부 평의를 거쳐 다음달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25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종합변론에서 국회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일련의 내란 행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사실은 탄핵심판 증거조사와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이 사건 위헌·위법성보다 더 무겁다고 평가할 사유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으리라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도 “상식을 뛰어넘는 언동으로 일방통행만을 일삼았던 인물,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즐기며, 역대 독재자 대통령들을 찬양한 인물, 헌법을 준수하거나 수호하기는커녕 파괴한 인물.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됐다”며 “국민이 부여한 신뢰를 최악의 방법으로 배신함으로써 민주공화국에 대한 반역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취임했지만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침탈하고 헌법을 유린했다”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거쳐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최소한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를 하자 즉각 병력을 철수하고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계엄을 해제했다”며 비상계엄이 적법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가 위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면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27일 마 후보자 불임명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앞서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해, 우 의장이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이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이다.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확정된 뒤 윤 대통령 탄핵 재판 선고 일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정청래 최종진술 “전 국민이 목격자…국가 위해 윤석열 파면돼야”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도 목격자”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해 윤석열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40분가량 이어진 탄핵소추위원 최종의견 진술에서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티브이(TV) 생중계를 통해 국회를 침탈한 무장 계엄군의 폭력행위를 지켜봤다. 하늘은 계엄군 헬리콥터의 굉음음 똑똑히 듣고, 땅은 계엄군의 무장 군홧발을 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목격자”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이미 성숙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 요건(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을 규정한 헌법 77조 1항을 위반했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총리 등이 부서하도록 한 헌법 82조 등을 어기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았고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할 유일한 권한이 있는 국회의 권한과 권능을 강압으로 방해하려고 무장으로 통제·봉쇄한 것은 형법 87조·91조에 해당하는 국헌 문란 내란 행위이며 △합법적인 계엄 때도 국회에 관해선 어떤 특별 조치도 할 수 없는 헌법 77조3항을 어기고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위헌·위법적 계엄포고령을 발령했고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고 사법부 주요 인사의 구금·체포를 시도한 것은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도)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는커녕, 경고성 짧은 계엄이었다고 변명한다”며 “일찍 끝난 계엄은 피청구인의 공로가 아니라 국회로 달려와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과, 불법 지시를 소극적으로 이행한 군인, 국회 담을 넘은 의원들의 합작이다.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 담장을 넘은 일을 설명하다, 학생운동으로 1988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요원들에게 납치돼 고문·폭행을 당한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피청구인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가상현실에 있는 것처럼 강변하지만 많은 일이 일어났고, 계엄의 피해는 엄청나다. 국민들은 아직도 내란성 스트레스에 잠 못들고,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지금도 2024년 12월을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치 않을 풍전등화라고 생각하냐. 명태균 ‘황금폰’으로 인한 본인만의 위기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일부 지지자에 기대 부정선거란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는 사후 알리바이에 불과하다”며 “결국 피청구인은 반국가세력이란 허울을 씌워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 씨를 말리고, 이들을 모두 ‘수거’하고 영구집권을 꿈꾼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피로 쓴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우려 하고, 총칼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를 유린하려 한 건 윤석열”이라며 “프랑스는 민족 반역자에겐 공소시효가 없다며 나치 부역자를 추적해 무관용으로 처벌했고, 역설적으로 톨레랑스(관용)의 나라가 됐다.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헌법 준수의 의무를 상기시키고, 헌법의 적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이 몽상가의 우연적 돌출이라면, 내란 극복은 국민이 이뤄낸 필연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본능적 자구책”이라며 “헌법 수호를 위해 윤석열을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달라”고 요청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윤석열, 최종변론 7시간 지각 출석…저녁 9시께 등장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자리에 앉은 윤대통령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 2. 20.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의 최종변론기일인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재판 시작 시간에서 7시간이나 지난 저녁 9시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변론기일들에서 재판 시작 시각에 맞춰 정시 출석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탄 호송차는 구치소에서 오후 4시 10분께 출발해 36분께 헌재에 도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 쪽 대리인단의 종합변론과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종합변론, 청구인 쪽 당사자인 정청래 탄핵소추위원의 최종진술까지 끝난 후 오후 9시 3분께 비로소 당사자 최종진술을 위해 법정에 나왔다.

 

 

앞서 전문가들은 일부러 국회 쪽 대리인단의 변론을 듣지 않으려는 의도적 패싱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대통령이 계속적으로 영상에 비춰지면서 국회 대리인단의 얘기를 듣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러운 자리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국회 쪽에서 변론하는 과정에서는 빠지고 싶은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의 얘기만 하고 싶은, 본인의 시간만 갖고 싶은 것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참석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짚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자의적인 헌재 출석은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지난 20일 10차 변론기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증인신문 때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대표적이다. 13일 8차 변론기일에도 윤 대통령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의 증언 시작 직전 심판정을 떴다. 18일 9차 변론기일에는 출석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다가 변론 시작 직전 서울구치소로 복귀하기도 했다.  < 김지은 기자 >

 

윤석열, 국회 쪽 최종의견 듣지 않고…양쪽 변론 모두 ‘패싱’

2시간 넘게 지각, 7시간 늦게 재판 출석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이 열리는 25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탄핵 재판 내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6시간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재판 시작 시각에 맞춰 정시 출석했던 것과 달리 헌법재판소에 2시간 넘게 지각 도착했을 뿐 아니라, 도착 뒤에도 국회 쪽 대리인단의 최종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는데, 국회 쪽 변론을 듣지 않으려는 의도적 ‘패싱’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은 오후 2시에 시작됐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오후 4시10분께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오후 4시36분께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여가 지난 저녁 8시까지도 윤 대통령은 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와 윤 대통령 양쪽이 자신들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요지를 설명하는 증거조사 1시간, 양쪽 대리인단이 최후진술을 하는 최종변론 4시간 동안 심판정 윤 대통령 자리는 윤 대통령 쪽 대리인들이 돌아가며 채웠다. 윤 대통령은 끝내 자신을 탄핵소추한 국회 쪽의 최종의견을 듣지 않았다.

 

국회 대리인단의 이금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의도적 불출석’에 대해 “피청구인은 걱정도 안 되는지 재판소에 와서도 심판정에는 들어오지도 않거나 (이전에도)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가버렸다”며 “이 나라 공무원들의 노고는 안중에도 없고, 국민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 태도에서부터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의 증인신문 때도 자리를 비운 바 있다.

 

이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12·3 비상계엄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출입이 막혀 담을 넘는 모습의 사진과 영상을 헌재에 증거로 제출했다. 계엄군 등의 제지 없이 이들이 국회의 담을 넘었기 때문에 비상계엄이 위법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쪽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방영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의 ‘서울의 밤’ 프로그램 일부를 재생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 국회 봉쇄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진과 영상들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 병력이 투입돼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것을 입증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각종 증거들을 아전인수로만 해석해 비상계엄이 적법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윤석열 최종진술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 받아 탄핵 선동”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마지막까지 태도 변화는 없었다.

25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1만9000여자 가까이 되는 최종진술의 대부분을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점과 야당을 비판하는 데 썼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을 48번이나 언급하며 거대 야당 의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행동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직접 지령을 받고, 군사시설 정보 등을 북한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면서 구체적인 행동 지령까지 내려왔다”며 “2022년 3월26일 ‘윤석열 선제 탄핵 집회’가 열렸고, 2024년 12월 초까지 무려 178회의 대통령 퇴진 탄핵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도 발언대에 올랐다.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북한, 중국 러시아 편에 서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은 핵심 국방 예산을 삭감하여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거대 야당은 전체 예산의 경우 0.65% 깎았다고 주장하지만, 그 0.65%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치 사람의 두 눈을 빼놓고, 몸 전체에서 겨우 눈알 두 개 뺐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리다 구속된 청년들을 향해선 “미안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기각 이후’에 대한 ‘구상’도 펼쳤다. 그는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윤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꺼내 든 것이다.   < 서영지 기자 >

 

윤석열 몰락 임박…‘현실 자각’ ‘극우층 지지’ 사이 내몰린 국힘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 변론 방청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을 앞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법재판소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당 안팎에선 ‘탄핵소추 인용’을 대비해 모드 전환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이 여전히 ‘탄핵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탓에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도 곧바로 거리두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권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는 단심이기 때문에,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탄핵 인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중도층 표심을 고려해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지도부의 ‘절제 모드’와 달리 영남이 지역구이거나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중진들은 메시지와 행보를 여전히 강성 지지층의 정치적 선호에 맞추는 모습이었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기현·나경원·추경호 의원 등 10여명이 그런 경우였다. 김기현 의원은 “헌재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재판 진행 때문에 불행을 겪지 않도록 헌재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탄핵을 기각해줄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150시간의 계엄과 939일 동안 야당의 국정마비에 대해 우리는 헌법재판을 통해 많이 알게 됐다. 어떤 것이 더 위헌적이고 어떤 것이 더 국민에게 해로운 것인지 많은 국민이 보게 됐다”며 “계엄의 헌법 위반 여부, 또 그것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에 이르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당장 거리두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우리가 윤 대통령과 당장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믿겠냐”고 말했다. 친한동훈계 의원조차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면 지지층이 흥분할 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이 선제적으로 나서 선 긋기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여론 추이를 보면서 윤 대통령과의 거리를 조절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갑자기 항로를 변경하면, 오히려 배가 침몰할 수 있다.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입장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분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격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선거법 위반사건 1심에서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만큼 다음달로 예정된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대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중도층도 많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말 바꾸기 등을 겨냥한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전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