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신문 "공격을 받아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새벽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연합
 

북한이 러시아에 자국군 3천명을 파병했다는 각국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국가들이 집단 자위권을 주장하며 무력행사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5일 타이라 간사이대 교수(국제학) 말을 인용해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을 받아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타이라 교수는 신문에 “유엔 헌장은 회원국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자위권 행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인정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있다”며 “21세기 이후 미국 역시 대테러 전쟁을 벌이면서 자위권을 무력행사의 정당화 논리로 써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이 외국을 상대로 무력행사를 벌이는 과정에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부딪히면 이런 논리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자위권을 근거로 2001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비호하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일전을 벌였고, 2014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공격했다.

이런 논리를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세력뿐 아니라 일본 쪽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이라 교수는 “국제 사회에 특정 국가의 무력행사 금지 원칙이 느슨해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러 군사 협력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자위권 인정 요건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이전 사례들과 비슷한 이유로 손쉽게 무력에 의존하는 국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달러 패권 위협할 BRICS 독자 국제결제 1년 안 가동?

● WORLD 2024. 10. 25. 10:0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며칠 걸리던 결제시간을 몇 초로, 비용은 제로
BIS ‘엠브리지’ 개념 차용한 ‘브릭스 브리지’

중국인민은행이 BIS 엠브리지 소프트웨어 주도
브릭스 추진력 배경 “기존체제 너무 느리고 비싸다”

9개국 브릭스 첫 정상회의 새 국제결제 시스템 초점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압델 파타 이집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뒷모습)과 기념 리셉션에서 잔을 부딪치고 있다. 2024.10.23. AP 연합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유력 ‘신흥국’들 모임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22~24일)가 볼가강이 흐르는 러시아 중부 카잔에서 열리고 있다. 24개 국의 정상급 인사 등 36개 국 대표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회의는, 브릭스가 지난해에 기존 5개 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9개 국으로 가맹국을 불린 뒤 처음 열리는 정상회의다. 새 가맹국은 원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 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 6개 국이었으나 아르헨티나가 정권교체 뒤 불참을 선언했고, 사우디도 정식 가맹국이 되진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9개국 확장 뒤 열린 첫 브릭스 정상회의

이처럼 새 가맹국 수장들을 포함해 30여개 ‘동조’국 내지 이해관계국들 대표를 한 자리에 모아 세를 과시하며 서방의 제재에 계속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 이번 회의의 중요한 성과이자 목적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세계의 공평한 발전과 안전보장을 위한 다자주의 강화”를 표방했다.

 

러시아 중부 도시 카잔에서 열리고 있는 2024년 브릭스 정상회의를 알리는 현지의 표지판.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10월 20일
 

달러 의존 탈피 새 국제결제 시스템 구축이 초점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대안질서 모색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진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탈 달러의존’ 체제 구축 움직임이다. 국제 결제수단으로서의 미국 달러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브릭스 독자적인 국제 결제시스템 구축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되느냐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를 옥죄고 있는 미국 및 서방의 러시아 제재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달러 기반 SWIFT(미국 주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체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은 해외에 보관돼 있던 석유 대금 등의 러시아 자산 2280억 달러를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분리시켜 미국 은행을 통한 금융결제를 막았다. 러시아를 지원하는 다른 국가들의 은행에도 ‘2차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때문에 유로존이 소매 결제 때 의존하고 있는 두 미국 기업인 비자와 마스트카드조차 재빨리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이란이 한국에 판 원유대금 70억 달러를 장기간 받지 못하자 한국 유조선 납치라는 무리수를 둔 것도 이란이 국제 결제 차단이라는 미국의 제재에 포박됐기 때문이다.

달러 체제 및 미국패권 위협할 브릭스 결제체제

러시아가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서방에 굴복하거나, 달러 의존에서 벗어나는 국제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바꿔 생각하면 브릭스의 탈달러 및 탈SWIFT는 달러 및 SWIFT체제 위에 구축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들 가장 강력한 대미 대항조치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경제규모에서 서방을 능가할 정도로 힘을 키운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의 새로운 국제결제 시스템 구축은 달러에 의존해 온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 나아가 미국 패권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들의 주요 통화별 외환보유 비율. 빨간색이 미국 달러, 분홍색은 유로, 그 위의 옅은 파란색은 일본 엔, 짙은 파란색은 영국 파운드. 달러 보유가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이코노미스트 10월 20일
 

미국 지배 금융결제 시스템, 전후질서의 중심축

미국의 세계 금융 시스템 지배는 2차 대전 뒤의 ‘전후 질서’의 중심축이었다. 이는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반영하지만, 국채와 같은 달러화 자산이 정부의 몰수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안전하며 사고팔기가 쉽다는 사실도 반영한다. <이코노미스트>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포함한 자산을 다각화했지만, 외환 보유액의 약 58%가 달러다. 달러의 네트워크 효과로 미국 은행이 세계 결제 시스템의 중심에 섰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로 돈을 보내는 것을 장거리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에 비유했다. 두 공항이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승객은 항공편을 갈아타야 하며, 그때 다른 많은 비행기들이 환승하는 분주한 허브에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국제 결제 분야에서 가장 큰 허브는 미국으로, 세계 은행들 중 다수가 지불하는 사람의 외화를 일단 달러로 바꾸고, 다시 지불받는 통화로 바꾼다.

달러의 중심성은 이 분야 전문가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이 "파놉티콘(panopticon, 전방위 감시체제)", "초크 포인트" 효과라고 부르는 효과를 제공한다. 달러로 거래하는 거의 모든 은행은 미국에 있는 외환결제 대행 은행(correspondent bank)을 통해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예컨대 테러자금 조달과 제재 회피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은 그 흐름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엄청난 권력의 지렛대를 제공한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사람들의 수는 2021년까지 20년 동안 900% 이상 증가(약 9,400명)했다. 미국은 200개국에 있는 약 1만 1000개 은행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을 이체하는데 사용하는 벨기에 기반 메시징 시스템(messaging system)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에서 일부 외국은행들을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18년에 SWIFT는 이란을 그 시스템에서 차단했다.

중국, 러시아 제재 뒤 달러 의존을 최대 약점으로 인식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금융 공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방은 해외에 보관된 러시아 자산 2820억 달러를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분리했으며, 미국 은행을 통한 지불(결제) 처리를 막았다. 미국의 적대국들은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가속화했고, 다른 많은 정부들이 미국 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살펴보게 되었다. 이를 자국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로 보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23일 카잔 엑스포 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2024년 브릭스 정상회의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맨 오른쪽에서 위쪽으로 두 번째)과 시진핑 중국 주석(푸틴의 오른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맨 오른쪽),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브라질의 마우로 비에이라 외무장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히얀 대통령,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메드 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2024.10.23. AFP 연합
 

푸틴의 미국 달러 및 SWIFT 벗어나기

푸틴 대통령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달러에 대한 이런 불만과 위기의식을 이용하려 한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그에겐 시급한 실질적 우선순위이자 지정학적 전략이다. 러시아 외환시장은 지금 거의 전적으로 중국 위안화로 거래하지만, 모든 수입 비용을 지불할 만큼 이 통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거래가 물물교환으로 전락했다. 이번 달에 러시아는 콩으로 파키스탄에서 만다린(감귤류)을 구매했다. 이 때문에 유동성 긴장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푸틴은 새로운 독자적 결제 시스템으로 미국 시스템 바깥의 삶을 더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브릭스 관리들은 카잔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다. 그들은 주요 서방 기관들과 경쟁할 신용평가 기관을 만드는 것, 또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일부 유조선에 대한 재보험이 차단된 서방 기관을 우회하기 위한 재보험 회사를 만드는 것,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대체할 지불 시스템을 만드는 것 등을 검토했다. 푸틴 대통령은 금과 기타 달러가 아닌 통화를 기반으로 무역 가격을 책정하는 브릭스 공통 통화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인도 관리들은 이에 반대했다.

가장 과감한 시도는 법정 통화로 뒷받침되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달러 청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외환결제 대행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을 통한 국제 결제다. 이 시스템에서 각국 상업 은행들은 자국 중앙은행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외국 은행과 양자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미국의 외환결제 대행 은행 시스템의 네트워크를 피해 갈 수 있다.

브릭스 독자적 국제결제 시스템 1년 안에 등장?

푸틴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깨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푸틴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세계 금융지배 체제를 공격하면서 러시아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거나 제재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들을 제재로부터 해방시킬 새로운 세계 금융결제 시스템 구축을 시도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릭스 브리지’(BRICS Bridge)라는 이름의 이 브릭스 독자적인 국제결제(지불) 시스템이 1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따르면, 가맹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국가간 금융결제를 할 수 있게 해 줄 이 브릭스 브리지는 서방 주도 질서의 보루인 국제결제은행(BIS)이 개발하고 있는 엠브리지(mBridge)라는 새로운 실험적 금융결제 프로젝트의 개념을 차용할 가능성이 있다.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의 연장 형식 회의가 끝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10.23. EPA 연합
 

며칠 걸리던 결제시간을 몇초로, 비용은 제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번 달에 발표된 48쪽 짜리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 보고서는 서방의 금융결제 시스템을 비판하고 국제 결제를 위한 새로운 다국적 플랫폼 구축 계획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디지털 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계획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BIS가 중국과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 중앙은행과 함께 개발한 실험적 결제 플랫폼인 엠브리지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언론은 브릭스의 독자적 브릭스 브리지 계획이 BIS의 엠브리지 프로젝트에서 “배운 교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엠브리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실험이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거래(결제) 시간을 며칠에서 몇 초로 줄이고, 거래 비용을 거의 제로(0)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BIS는 엠브리지가 “최소한의 실행 가능한 제품 단계”에 도달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이 계획에 다섯 번째 파트너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금의 미국 주도 결제시스템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면서 달러의 지배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BIS는 역설적이게도 애초 의도와는 달리 새로운 지정학적 지뢰밭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이 향상될 경우 달러 사용이 줄어들고, 중국 위안화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난 9월 홍콩의 관리는 은행 관계자들과 관리들에게 엠브리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것이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해외 허브인 홍콩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민은행이 BIS 엠브리지 소프트웨어 개발 주도

이런 엠브리지의 개념과 코드가 실제로 브릭스, 중국 또는 러시아에서 복제될 가능성이 있을까? BIS는 엠브리지 공동 프로젝트에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일부 서방 관리들은 엠브리지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브릭스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브릭스 브리지 참여자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관련 지식(지적 자본)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중국이 엠브리지 프로젝트의 소프트웨어와 코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이 프로젝트의 기술 소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BIS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의 디지털 원본 대장(digital ledger)을 만든 것이 중국인민은행(PBOC)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나 브릭스가 그 기술과 노하우를 이용해 BIS나 서방 회원국의 손이 닿지 않는 독자적인 병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BIS는 자체의 엠브리지 실험과 푸틴 등이 계획하는 브릭스 브리지 구상 사이의 유사점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BIS는 2020년 주요 20개 국(G20) 경제회의에서 기존 국제 결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그리고 중국이 촉구한 디지털 통화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엠브리지 실험을 떠맡았다. 올해 초 아구스틴 카르스텐 BIS 은행장은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와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직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지닌 다양한 목표들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는 않다.

미국의 대응 조치, 새 결제 시스템 출현 방해

어쨌든 이런 움직임들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우선 달러와 경쟁하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의 출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서방 관리들은 BIS에게 실험 프로젝트가 악의적인 동기를 지닌 국가에 의해 오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직 지원과 고문들에 따르면, BIS는 그 이후 엠브리지 작업 속도를 늦췄고, 프로젝트에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한 가지 옵션은 자체 시스템 개선

미국 등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은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을 개선해서 새로운 경쟁자만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기존 시스템을 더 빠르로 더 값싸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은 BIS 프로젝트에 다른 6개 중앙은행과 함께 합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미국 국내의 신속 결제 시스템을 다른 국가의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다. SWIFT는 이번 달에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신뢰를 포함한 기존 이점 중의 일부를 활용해 내년에 디지털 결제 시범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메드 총리가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담장에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했다. 2024.10.23. 로이터 연합
 

브릭스 브리지 계획이 안고 있는 문제들

이와 경쟁하는 브릭스의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큰 어려움을 안고 있다. 유동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아 정부의 암묵적인 보조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흔히 그렇듯이 국가 간의 자본과 무역의 기본 흐름이 불균형 상태라면, (SWIFT와 같은 통합적 국제 결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을 경우) 거래 국가들이 서로 상대방의 통화로 자산이나 부채를 축적해야 할 텐데, 이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예컨대 브릭스의 핵심 회원국인 인도는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깊다. 그리고 디지털 통화 시스템을 확장하려면 국가가 결제 및 금융 범죄를 규제하는 복잡한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이번 카잔의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그런 문제들에 대한 만장일치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

브릭스 추진력 배경 “기존체제 너무 느리고 비싸다”

그러나 그럼에도 브릭스의 계획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의 국제 결제 시스템은 너무 느리고 비싸다는 광범위한 여론이 형성돼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이를 더 빠르게 만드는 데에 주력하는 반면에, 다른 많은 국가들은 지금의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싶어한다. 싱크탱크 어틀랜틱 카운슬은 적어도 134개 중앙은행들이 주로 국내 목적으로 디지털 화폐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가간 국제 거래를 위해 이런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는 은행의 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2배로 늘어나 13개 국이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은 ‘브레튼 우즈’가 아니고 지적한다. 2차 세계대전 뒤 새로운 패권국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 금융체제를 새로 짠 브레튼 우즈 회의처럼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이 탈달러, 탈SWIFT의 새로운 국제 결제시스템을 만들어낼 정도의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와 그 친구들이 해야 할 일은 제재와 관련된 거래들 중에서 비교적 소수를 미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내년에 브릭스 정상회담은 내년 의장국인 브라질에서 열린다. 미국 달러 의존체제에 대해 분노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런 말을 했다. “매일 밤 왜 모든 국가가 달러를 통해 무역을 해야 하는지 자문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그렇게 결정했을까?”라는 묘한 질문으로 기사를 끝냈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출석한 397명 의원 전원 찬성···반대는 0표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 위해 조약 필요”

 

북한은 지난 6월19일 북·러 정상회담차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24일(현지시간)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비준했다. 북·러 조약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 군사밀착이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하원은 이날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북·러 조약 비준안을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397명의 출석 의원 중 반대표는 없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4일 북·러 조약 비준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이 조약은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안보 협력을 심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조약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북·러 조약 비준의 정부 측 대표인 안드레이 루덴코 외교차관은 이날 하원에 비준을 요청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정을 위해 이 조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안보 불가분 원칙에 기반해 지역 내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한반도의 새로운 전쟁 위험을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이바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 조약은 커지는 서방의 위협에 대항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정치적으로 위험한 지역·세계의 추세에 맞춰 안보 보장에 대한 접근법을 재고한 결과 이 조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상호 군사지원 관련 조항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북한의 조약은 명백히 방어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했다. 루덴코 차관은 이 조약에 ‘비밀 조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조약은 군사분야 외에도 우주,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무역, 경제, 투자, 과학, 기술 등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23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조약은 하원 비준과 상원 비준을 거쳐 푸틴 대통령이 비준서에 서명하면 러시아 내 비준 절차가 끝난다. 이후 북·러가 비준서를 교환하면 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효력을 갖게 된다.

러시아 하원은 다음 달 중순 안에 이 비준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비준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급변하고 있는 정세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경향 박은경 기자 >

 

폴란드 대통령 환영식에 날아든 '윤 부부 비난' 삐라

● COREA 2024. 10. 25. 10:0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올들어 북한 오물 풍선 30번째…전단 살포는 처음
무인기로 김정은 비난 전단 살포하자 대응한 듯

"한국 생존 방도는 조선 건들지 않는 것" 내용도
합참 "국군통수권자 비방 조잡한 전단 중단해야"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했다. 그동안 북한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5월부터 오물 풍선을 날려왔지만,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비난하는 전단을 넣어 뿌리기는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두다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4.10.24 연합
 

오물 풍선 30번째…윤 부부 비난은 처음

폴란드 대통령 공식 환영식 도중 떨어져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 대남 쓰레기 풍선 약 20개를 띄웠고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10여 개의 낙하물을 확인했다. 대남 쓰레기 풍선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가 달려 있어 특정 지점에 낙하물을 투하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띄워 보내기는 올해 들어 이번이 30번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새벽 시간대에 북한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며 "안전 점검 결과 물체의 위험성 및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수거하였으며, 합참과의 공조하에 지속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단은 대통령경호처가 제대로 수거하지 못한 탓에 이날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11년 만에 국빈방한한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 공식 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이에 당황한 듯 대통령실 직원이 급히 다가가 수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에는 지난 7월 24일에도 북한 쓰레기 풍선이 떨어진 적이 있다.

 

북한이 24일 대남 오물 풍선을 통해 살포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난하는 전단. 2024. 10. 24 [SBS 뉴스 캡처]
 

무인기 활용 김정은 비난 전단 대응인 듯

합참 "국군통수권자 비방한 조잡한 전단"

이번 대남 풍선에 윤 대통령 부부 비난 전단을 넣었다는 건 윤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계속 보낼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북한 외무성의 중대 성명 주장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이번 조치는 우리 군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세 차례(10월 3·9·10일)로 침투시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원색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재발되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고 이튿날인 12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우리 군이 추가로 무인기 침투를 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은 윤 대통령 부부 비난 전단 살포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전단을 수도권에 살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이런 조잡한 수준의 전단을 보내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합참은 입장자료를 통해 "그동안 북한은 저급한 쓰레기 풍선을 보내더니 오늘은 국군통수권자를 비방하는 조잡한 수준의 전단까지 보냈다"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은 이런 조잡한 수준의 전단을 보내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거리에 북한 쓰레기 풍선을 통해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단들이 떨어져 있다. 북한이 24일 새벽에 대남 쓰레기 풍선 약 20개를 부양했고 수도권에서 10여개의 낙하물을 확인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밝혔다. 2024.10.24
 

전쟁 시 한국의 피해 추산 전단도 발견

북 "생존 방도는 조선 건드리지 않는 것"

그러나 김정은 비난 대북 전단을 먼저 살포한 것도 이쪽 탈북민 단체들이고 이를 방관한 것이 윤 정부인데다가, 무인기를 보내 김정은 비난 전단을 살포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합참의 비난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로 끊임없는 자극과 책임 공방에 정력을 쏟을 게 아니라 차제에 남과 북 모두 볼썽사나운 대북 전단-대남 오물 풍선 살포 경쟁을 중단하는 계기로 삼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날 수거된 대남 전단에는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 내용뿐 아니라 만일 전쟁이 발발할 때 한국이 어떤 피해를 볼지를 써놓고 "한국의 유일한 생존 방도는 조선(북한)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란 내용도 있었다.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환영식 행사장에 북한의 쓰레기풍선 낙하물 전단 1장이 떨어져 있다. 2024.10.24 연합
 

한편 윤 대통령과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 밀착과 관련해 공동 대응 기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 언론 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러시아와의 불법 군사협력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며 "대한민국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