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클럽 토론회

“정치권, BTS 병역면제 논의는 지나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2일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후보는 “형사처벌의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본인에 대한 응보 효과, 일반예방 효과,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못 하게 하는 특별효과들이 있다”며 “이 3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사면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열린민주당 통합에는 찬성하면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이 후보는 ‘열린민주당 합당 추진되는 조 전 장관을 옹호한 사람이 (열린민주당에) 많아서 ‘조국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 “대선 크게 도움될 것이라기보다 원래 한뿌리였기 때문에 합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그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또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특히 공정성이 문제가 되는 이 시대 상황에서 또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국민들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또 실망시켜 드리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논란과 관련해서도 ‘공정’의 잣대로 바라봤다. 이 후보는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유능하고 뛰어난 인재긴 하지만, 대한민국 젊은이 중 군대 가고 싶어 하는 사람 누가 있냐”며 “공평성 차원에서 연기해주는 게 바람직하고 면제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도, (팬클럽인) 아미도 군대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정치권에서 면제해주자고 하는 게 오버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설에 대해선 에둘러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라면서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상당 정도 깊이 관여했고 지금도 여전히 아마 완전히 결별하지는 않은 거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요청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추미애, "조국논란 사과는 인간 존엄 짓밟는 것"

"본질 정확히 안 짚고 애매하게 흐리면 국민 지지 거둘 것"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을 사과한 것과 관련, "인간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 후보도 여론에 좇아 조국에 대해 사과를 반복했다"며 이같이 썼다.

 

그는 "한 인간에 대해 함부로 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할 수 없다"며 "조국과 그 가족에 가한 서슴없는 공포는 언급하지 않고 사과를 말한다. 참 무섭다"라고 썼다.

 

이어 "조국과 사과를 입에 올리는 것은 두 부류"라며 "한쪽은 개혁을 거부하는 반개혁 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반개혁 세력의 위세에 눌려 겁을 먹는 쪽"이라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이 시시때때로 불러내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럴 때마다 물러설 것이 아니라 불공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국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가 옳고 그름에 대해 '예, 아니오'를 분명하게 가르마 타지 않고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주지 않고 애매하게 흐리면 국민이 희망을 갖지 못한다"며 "그것으로 중도층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무기력한 국민이 의지를 거두고 지지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그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또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일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행보

니혼게이자이, 방위성 인용 보도

200㎞ 지대함 유도탄 성능 개선

2028년까지 지상·함정·전투기에

기시다 ‘국가안전보장’ 손볼 뜻

인도·태평양 군비 경쟁 촉발할 수도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제공

 

일본 정부가 사거리 1000㎞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2020년대 후반께 실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일본이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선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방위성이 현재 개발 중인 순항미사일 사거리를 1000㎞ 이상까지 늘려 지상뿐만 아니라 함정이나 전투기에도 탑재해 2020년대 후반까지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이 대상으로 삼는 미사일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생산하고 있는 ‘12식 지대함 유도탄’이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200㎞ 정도이지만, 사거리를 5배 긴 100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화해 2025년엔 지상 발사, 2026년엔 함선 발사, 2028년에는 전투기를 통한 발사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개발비는 총액 1000억엔(약 1조4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거리가 1000㎞ 이상에 이르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괌을 사거리에 둔 다양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증강하고 있고, 북한도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스커드-ER와 노동 등의 중거리 미사일은 물론 괌을 표적으로 하는 화성-12형까지 개발한 상태다. 방위성 간부는 신문에 “인근 국가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이상 일본도 억지력을 높일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방어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한다는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 때문에 탄도미사일은 개발·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계획은 그 대신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려 일본에 필요한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사거리가 1000㎞가 넘는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면, 일본 본토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또 이 미사일을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 주변의 ‘난세이 제도’에 배치해 중국 제2 도시인 상하이 부근까지 노릴 수 있다. 말 그대로 오랫동안 희망해온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미국과의 관계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52년 만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전을 언급하며 “일본은 동맹 및 지역의 안전보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고 선언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결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 일본 안보전략의 큰 방향성을 정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의 개정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엔 당연히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 필요한 방위력을 강화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방위성이 내년 말 개정을 추진 중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기하고,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엔 (순항미사일 등) 사용 장비를 기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개정 작업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르고 나서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맹렬히 반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미 시작된 군비 경쟁에 박차를 가하게 될 수도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델타 못막은 스가처럼 될라…기시다, 오미크론 초강력 대응

‘뒷북’보다 과잉 대응 낫다고 판단한 듯

자국민 귀국 정지, 혼란 커지자 취하하기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신규 입국 금지 등 강력한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델타 변이를 제대로 막지 못해 1년만에 단명으로 끝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실패 사례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등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6일 오미크론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27~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개 국가를 대상으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했고, 29일엔 모든 국가로 범위를 넓혔다. 지난달 8일 10개월 동안 닫혀 있던 문을 겨우 열어 외국인 입국이 가능해졌는데 20여일 만에 다시 봉쇄 정책으로 돌아간 것이다. 일본 정부 안에서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신중한 의견이 나왔지만, 기시다 총리의 뜻을 꺽진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29일 기자단을 만나 “모든 비판은 내가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봉쇄 정책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경제계에도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며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짧은 시간 안에 강공책이 쏟아지자 내부 혼선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일엔 아예 일본에 도착하는 모든 국제선의 새로운 항공 예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항공편 예약을 하지 않은 일본인도 입국이 어려워 진다. 그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신규 예약 중단 조처는 취소하기로 했다”며 “기시다 총리로부터 일본인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해 대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반 발짝 물러난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오미크론 대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스가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가 전 총리는 델타 변이 확산에도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큰 낭패를 봤다.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도쿄올림픽 무관중 개최, 병상 부족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 여파로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기시다 총리는 스가 정권의 교훈을 주변에 자주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뒷북’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될 경우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민당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정부와 여당의 오미크론 대책 회의에서 “코로나 대응은 참의원 선거에 직결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9월초 2만명이 넘었던 코로나 신규 감염자 수가 급감하면서 11월 들어 100~200명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오미크론은 현재까지 외국인 2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송진원 2년전 재판 증인 출석

“5·18때 광주방문 안했다” 위증

 

송진원 전 육군 제1항공여단장(오른쪽) 등 육군항공 관계자들이 1989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고 전두환씨 사자명예훼손 1심 공판에서 광주 방문을 부인했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송진원(90) 육군 제1항공여단장(준장)이 위증혐의로 징역 10개월을 구형받았다.

 

2일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씨의 위증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송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송씨는 2019년 11월11일 전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광주사태 당시 광주를 방문한 적이 있는가요?”라는 전씨 쪽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고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1982년 육군 항공감실(육군본부 특별참모부)이 발간한 <80 항공병과사>의 ‘사태일지’ 5월26일에 ‘1항공여단장 외 6명 광주 UH-1H(1310~1445)’라고 적혀 있는 점을 근거로 기소했다. 송씨는 5·18 당시 1항공여단장을 역임한 뒤 1982년 육군항공감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날 공판에서 송씨와 검찰은 송씨 위증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다퉜다. 검찰은 “송씨는 1989년 고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1995년 검찰조사에도 참여하는 등 5·18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씨는 5·18 관련 행적을 숨기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5·18 당시 송진원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 광주에 투입됐다고 나온 <80 항공병과사> 기록. <한겨레> 자료사진

 

송씨는 최후 진술에서 “재판 증언 당시 변호인 질문을 ‘작전에 참여했냐’는 취지로 잘못 이해했다. 군 재직 시절 수차례 광주를 방문했기 때문에 5·18 때 광주 방문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어서 재판 당시에는 방문 사실이 기억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송씨 선고 공판은 23일 오후 1시40분에 열린다.

 

한편, 전씨 사자명예훼손 항소심은 지난달 23일 전씨의 사망으로 공소기각(소송을 마치는 절차)이 결정될 전망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용희 기자

 

 

사참위, 정보기관 민간인 사찰 중간보고 발표

세월호 재판 관련 법원 내부 동향 파악 정황

비판 언론에는 압박, 우호 언론은 동향 파악

유가족 사찰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

국정원 “자료지원 등 진상규명 협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일 세월호 재판 관련 법원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담겨있는 국정원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사참위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1월부터 세월호 참사 관련 국가정보원 문건을 열람해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일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과 언론, 법원 등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는데, 사참위가 이날 공개한 문건은 세월호 참사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정원이 다양한 영역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이 담겨있다. 특히 세월호 재판을 맡은 법원 내부 동향을 국정원이 파악하려 한 정황도 처음 드러났다.

 

사참위는 2일 제114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조사 조사결과보고서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티에프(TF)와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지만, 그동안 사참위가 국정원 자료에 대해 열람한 결과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참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에 대해서 수집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금 더 진술과 자료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심도 깊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사참위가 지난 1월20일부터 열람한 국정원의 세월호 관련 전체 자료 목록(약 68만건) 등을 바탕으로 국정원·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경찰 등 정보기관의 세월호 관련 사찰 정황을 조사한 내용의 중간보고다.

 

세월호 재판 판사 성향 파악?

 

사참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정원이 세월호 선원 재판 판사의 전력과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한 정황이 드러난다.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일째인 2014년 4월24일, ‘법조계, 세월호 사건 재판 관할 문제 신중 검토 필요성 제기’라는 제목의 첩보를 작성했다. 이후 세월호 선원들이 살인, 업무상 과실 등의 혐의로 기소(2014년 5월15일)된 뒤인 2014년 5월20일에는 ‘대법원, 세월호 재판 관련 광주지법 언론 보도 내용 사전 검열 예정’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작성됐다. “판사 임용 이전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한 전력도 있어 다소간 의구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선배들도 있는데(중략) 소신껏 생활하고 있다고 우려”, “간접적으로 지휘부의 우려를 전달하며 다른 재판은 몰라도 이번 세월호 재판은 무조건 자신이 말한대로 따라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성격상 어디로 튈지 몰라 고민된다며 우려” 등의 판사 세평이 담겼다. 세월호 선원들의 첫 재판(2014년 6월10일)이 열린 뒤인 6월13일에 작성된 ‘대법원, 세월호 재판 관련 광주지법 통제에 진력’ 문건에도 “○○은 행정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후배들의 주장을 무조건 수용하는 경향이 있고, ○○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타입이어서 사고 칠 소지가 높다는 염려” 등의 법원 내부자들이 알만한 세평이 적혀 있었다.

 

사참위는 “재판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내부 논의 내용은 재판 판결의 시점까지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특히 국가정보기관이 직무와 무관한 재판 판결 동향을 입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판 매체엔 ‘채찍’

 

국정원이 언론의 내부 동향을 파악하고 세월호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매체에는 압박을 가하고, 보수언론의 세월호 보도분량 축소 내용을 파악한 정황도 드러난다. 국정원이 2014년 5월2일 작성한 ‘(○○○)세월호 사고 관련 비판 매체 보도실태 및 특이동향’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공공기관·대기업 대상 선심성 광고발주·협찬금 축소 유도”라는 표현이 있다. 2015년 3월16일 ‘세월호 사고 관련 좌편향 ○○ 선동·물의야기 방송실태’ 문건에는 한 방송사에 대해 “3기 방통심의위에서 ○○○○ 다이빙벨 혹세무민 방송에 대해 보도부문 최초로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을 부과, 정부가 더 이상 ○○○○ 막장선동 보도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있다. 또 해당 방송사와 관련한 기업에 대해 “산하 기업들의 하청업체 대상 불공정 거래행위 및 비자금 육성·탈세·환경오염 행위 등을 적출, ○○○를 사법처리 족벌·재벌 언론기업이 ‘좌파팔이’를 하는 파렴치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방안 시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2014년 4월21일 작성된 국정원 문건엔 한 신문 1면 톱기사와 관련해 “○○일보 1면 톱기사 청와대→선원 변경 관련 1면 톱 교체 배경에 대해 ○○○사회부장은 (중략) 정부 입장에서 보면 1면 톱이 바뀐 것이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등 해당 언론사 내부의 반응도 담겼다. 또 국정원이 같은 달 23일 작성한 문건에는 “신문사들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너무 많은 지면과 자극적 보도 등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보도분량 축소 및 자극적 보도 자체 등을 요청받고 있다며 수용 방침”이라는 언급도 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일 공개한 세월호 유족 사찰 정황이 담긴 국정원 문건. 사참위 유튜브 채널 갈무리

 

또 드러난 유족 사찰 정황

 

국정원이 세월호 초기부터 ‘정부 책임론으로 비화를 방지한다’는 등의 기조를 정하고, 유족을 사찰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작성된 국정원 문건인 ‘진도여객선 ‘세월호’ 사고 관련 사후 수습방안(○○○)’에는 “향후 수습방안”으로 “민심·여론 관리→‘정부 책임론’으로 비화 방지”, “피해자 가족·주변 관리→선제적 조치 등으로 불만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같은 달 20일 국정원이 작성한 ‘세월호’ 문건에는 유가족의 장례와 관련해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해 집단선동행위를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또 일부 유족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력을 파악한 내용도 국정원 문건에 담겨있다.

 

이날 사참위 발표에 대해 국정원은 “사참위에 자료 지원 등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참위에 총 11회에 걸쳐 1334건의 기록물을 제출했고, 68만여건의 관련 문건 목록을 발굴, 열람 제공했다”며 “다만, 관련 특별법에 따라 사참위에 자료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은 제공된 자료 및 문건 내용의 사실관계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확인·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윤주 박수지 장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