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김병양씨.

구두수선공 할아버지 평생 모은 12억 대학장학금으로 선뜻 내놔

장성 출신 김병양씨 전남대에 기부
서울서 30여년간명동 스타사운영

중학교에 입학하라는 어머니의 말이 듣지 않은 것이 평생 한이었습니다. 저같은 학생들이 더는 없도록 좋은 곳에 써주시길 바랍니다.”

17일 광주 전남대에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 신사가 찾아왔다. 서울에서 명품 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양(84·사진)씨였다. 그는 평생 모은 현금과 주택 등 재산 12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죽기 전에 고향에서 제일 좋은 학교인 전남대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아내와 자녀들이 동의해줘 뜻을 이루게 됐다.”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겨우 마쳤다. 학업 대신 직장을 택한 그는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식용유 제조공장을 다니며 가족 생계를 책임졌다. 그 시절 공장 인근에 있던 전남대는 그에게 선망과 추억의 대상이었다.

30대 초반이던 1969년 상경한 그는 남대문 시장, 명동 일대에서 식용유·얼음 등 배달일을 하며 돈도 벌었다. 1988년 배달일로 인연을 맺었던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앞 귀퉁이의 한 구두수선가게를 인수했다. 쉰살 넘어 구두수선공이 된 그는명동 스타사라는 그럴듯한 간판도 내걸었다.

명동 스타사는 구두뿐 아니라 가방·핸드백도 고쳤다. 명품을 수선하려면 외국으로 보내야 했던 손님들이 찾아오며 수입명품 전문수리점으로 자리잡았다. 독한 가죽 염색약 냄새를 참아가며 일을 하다 보니 한때는 직원이 25명까지 늘었고 명품 판매점과 백화점, 대기업들도 단골이 됐다. 지금은 딸이 물려받아 성업 중이다.

김씨는 은퇴를 하고보니 학업을 중단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어머니 말씀을 거슬러 상처를 드렸다는 죄스런 마음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이제는 나이 탓에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아내 역시 건강이 좋지 못하다. 자녀들은 다 결혼해 더 해줄 것도 없다. 학생들이 그저 열심히 공부해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미력이나마 돕고 싶다.”

전남대는 감사패를 전달과 함께 김씨의 기부 정신을 기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김용희 기자 >


'-37달러' 5월물 WTI, 만기일에도 마이너스권

국제유가의 가파른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수급 거래 자체가 붕괴한 모습이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전 920분 현재 배럴당 29.6%(6.05달러) 내린 14.3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20달러 선이 깨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2.96%(5.87달러) 하락한 19.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례없이 강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쳐나면서, 유가 수준과는 무관하게 더는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정유업계나 항공업계의 실수요자는 아예 사라진 상황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선물 트레이더들로서는 최대한 인수를 늦추면서 장기계약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물 만기(5 19)까지도 코로나19 사태 및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만기일(21)을 맞은 5월물 WTI는 여전히 마이너스권이다.

비슷한 시각, 5월물 WTI는 배럴당 33달러가량 오른 -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한 바 있다.

인간 전쟁서 몸값 올린 석유, 바이러스와 전쟁에 무릎꿇다

양차대전으로 석유가 최고 전략자원으로 부상
현대 지정학적 격변에 석유가 배후
2008
년 금융위기 이후 석유 가치 하락
코로나19과의 새로운 전쟁이 석유 조락에 쇄기

현대의 최고 전략자원 석유의 운명이 역사적 변곡점에 들어섰다.

인류 역사상 최대 전쟁으로 석유 가치가 치솟았고, 인류 초유의 전쟁이 그 가치를 바닥으로 밀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는 세계대전으로 최고 전략자원으로 등극했으나, 코로나19와의 싸움으로 전략적 가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가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이 20일 거래에서 -37.63달러라는 석유 거래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한 것은 조락하는 석유 운명을 상징한다. 물론 석유 저장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선물거래 5월 만기일(21)이 겹쳐 벌어진 일시적인 상황이나,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초과하는 최근의 석유 시장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및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이 근본 원인으로, 이런 추세가 달라질 요인은 단기적론 보이지 않는다.

석유가 현대에서 최고 전략자원으로 떠오른 결정적 계기는 영국이 1913년 주력 전함으로 제작한퀸 엘리자베스호가 최초로 석유 동력 엔진을 장착하면서부터다. 퀸 엘리자베스는 기존의 석탄 동력 전함에 비해 월등한 기동력과 효율을 과시해, 영국 해군의 경쟁력을 배가했다. 퀸 엘리자베스가 가동될 때에 이미 미국에서는 텍사스 등지에서 유전이 개발됐다. 포드는 대중적 자동차인 포드-T를 출시해 1914 5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군수와 민수 양 분야에서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곧 영국의 해군장관이 되는 윈스턴 처칠은 미래의 전략자원이 석유임을 간파했다. 그는 한창 유전이 개발되기 시작하던 중동에 대한 영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열렬한 마지막대영 제국주의자가 됐다.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나치 독일이 당시 소련의 유전지대인 카스피해로 진출해, 중동까지 나아가려는 전략 때문에 벌어졌다. 나치 독일은 무리하게 이 전선에 집중하다가 스탈린그라드에서 대패하며, 몰락의 길로 갔다.

2차 대전 전승국 지도자들은 얄타 회담으로 전후 세계 분할을 논의했다. 얄타 회담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귀국길에 병환의 몸을 이끌고 신생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븐 사우드를 만난 것은 석유 때문이었다. 이란의 민족주의 성향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부가 석유 국유화를 단행하자 미국이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전복시킨 것도 석유 때문이었다. 그 후 미국이 중동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것 역시 모두 석유가 첫번째 동인이었다.

석유가 배후 요인이던 중동분쟁 와중에서 발발한 1973년 오일쇼크는 석유의 전략적 가치를 최고로 고조하며, 지정학적 격변도 불렀다. 자본주의 경제는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에 돌입해, 서방 선진국들은 지식경제와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해 나갔다.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사우디 등 중동국가 내에서는 빈부격차와 성속갈등이 고조돼, 이슬람주의가 분출했다. 이란에서는 최초로 이슬람 혁명에 이은 이슬람공화국이 성립됐다. 이미 1960년대부터 중공업 경제가 정체됐던 소련은 석유값이 오르자 오히려 제3세계 분쟁에 더 개입하며 영향력을 확장하려 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들어 석유값이 폭락하자, 소련은 과잉전개된 국력을 수습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석유지정학의 절정이었다. 미국은 중동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중동 전체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질서를 만들려다가, 수렁에 빠졌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던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석유값이 역사적인 저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셰일 석유가 개발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비용과 환경오염이 문제였지, 그 매장량은 미국의 한 셰일 유정에서만 100년 이상이나 쓸 수 있는 양으로 측정됐다. 비관적으로 보였던 전통적 유전이나 천연가스도 예상 이상으로 개발돼, 시장에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 공급은 넘쳐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 동력과 친환경 개발 욕구에 바탕한 대체에너지 개발도 활발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하향 안정화를 보이던 석유값은 지난 3월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인류가 서로 떨어져야 하는이동제한이어서, 석유 수요는 하루 3천만배럴이나 급감했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30%에 해당된다. 석유값이 배럴당 20달러를 맴돌자, 50달러 이상이어야 수지가 맞는 셰일 석유 기업이 파산위기에 몰리고, 전통적 석유 메이저들도 비틀거리고 있다.

핼리버튼의 위기가 석유의 위기를 대표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전쟁 용병들을 투입하고 이라크 석유 이권을 거의 독점했던 석유 장치 기업인 핼리버튼은 올해 1분기 10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라크 전쟁의 주역인 딕 체니 당시 미 부통령이 최고경영자였던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의 배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석유지정학이 만든 기업이었다.

이번마이너스 유가사태는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물 투자자들이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빚어졌다. 석유를 싸게 사서 쌓아둔 투자자들은 올 가을 이후대박을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어도, 석유에 대한 욕구가 전처럼 회복될 전망은 어둡다. 공급이 넘쳐나는 데다, 코로나19가 제기한 환경위기와 새로운 삶의 양식이 그 수요를 반감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라는 인류에게는 초유의 전쟁이 석유의 가치를 극적으로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 정의길 기자 >

돈 줄테니 석유 가져가라첫 마이너스 유가 어디로 가나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분 가격 -37.63달러

저장 시설 꽉찬데다 선물만기 겹쳐

세계 저장능력 60% 소진현재 유조선에 14100만배럴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돈을 줄테니 석유를 가져가라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자, 넘쳐나는 석유를 저장할 수 없어 벌어진 사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석유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석유 1배럴을 가져가면, 37.63달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305% 폭락한 수치다.

이날 서부텍사스유 5월분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5월 인도분이 거래 만기일 21일을 하루 앞두고 팔리지 않고 남은데다, 기존 구매자도 이를 인수를 하기보다는 6월물로 앞다퉈 갈아타는 롤오버를 했기 때문이다.

석유 저장시설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5월분 물량이 인수되지 않고 남아돌자 가격이 마이너스로 급격히 곤두박질했다. 팔리지않은 5월분을 저장하는데 돈이 더드는 상황이 되자, 석유를 가져가면 돈을 준다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서부텍사스유는 내륙에서 생산되는 까닭에 저장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현재 전 세계의 석유 저장 능력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해 팔리지 않은 석유가 저장되면서, 68억배럴 상당의 전 세계 석유 저장 능력 중 60%가 소진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3월말 현재 바다에 떠도는 유조선에는 약 1900만배럴이 저장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석유 거래회사 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지난 1714100만배럴로 늘었다.

특히,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석유가 인도되는 오클라호마 쿠싱의 전략석유비축시설의 저장능력은 8천만배럴이다. 쿠싱에는 현재 2100만배럴의 여력이 있는데, 이는 미국 석유 생산량의 이틀치 분량 밖에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석유비축을 7500만배럴 더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전략석유비축은 63500만배럴이다. 문제는 석유를 비축하는데도 하루에 50만배럴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7500만배럴을 더 비축하면서 시장에서 석유를 거둬들이려해도, 5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석유값 회복은 연말이나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치인 브렌트유의 11월 인도분은 36.89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 11월분도 31.66달러였다.

이번 석유값 마이너스는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분에 한정된 일시적 현상이다. 서부텍사스유 6월 인도분도 18%가 떨어지는 했으나, 20.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비록 마이너스 유가가 시장 상황이 왜곡되면서 일부 품종에 한정된 현상이기는 하나, 석유값이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상징한다.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된 3월 이후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3천만배럴이나 급감했다. 1억배럴 내외인 전 세계 생산량의 30%에 해당하는 수요가 감축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과 비오펙 산유국으로 구성된 오펙+’가 지난 12일 하루 970만배럴을 직접적으로 감산하고, 다른 산유국과 선진국들도 감산에 동참하기로 하며, 하루 최대 2천만배럴의 감산 효과를 내기로 한 바 있다. 이 합의가 지켜져도 여전히 1천만배럴이나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이런 석유 공급 초과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새로운 유정이 예상 이상으로 개발되는데다, 셰일유 등 셰일에너지가 2010년 이후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예견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어도, 공급 초과로 인한 저유가 현상이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서 최대 산업 중 하나인 석유산업과 기업들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석유 관련 거대 장치 기업인 핼리버튼은 20일 올해 1분기 1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다. 핼리버튼은 지난해 동기에는 15200만달러의 흑자를 봤다.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 뒤 이라크 석유 개발 이권을 따낸 기업이다.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재직한 회사로,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이자 심지어 배후 조정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석유값이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조금 더 지속되면, 미국 텍사스의 수백개 중소 석유회사들은 80%가 파산하고, 25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석유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30달러대가 되면, 석유 산업을 살아남을 것이나 많은 석유기업들이 망할 것일고 신문은 전했다. , 석유값이 30달러 이하면 산업 자체가 붕괴 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 정의길 기자 >


CNN …"묘향산서 심혈관 수술 후 위중- 미 정부 주시

미 정부 관계자 말 인용 보도

미국 <CNN> 방송은 20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선전하는 김일성 생일(415·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2012년 집권 이후 빠짐 없이 참석해온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 신변이상설이 불거진 바 있다.

앞서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데일리 엔케이: NK>는 지난 20일 김정은이 이달 초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물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가장 최근 공개 활동은 지난 12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잇따라 보도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와 서부지구 항공사단 예하 추격습격기 연대 시찰이다. 북한이 통상 최고지도자 관련 기사를 하루 늦게 보도하는 관례를 감안할 때, 지난 11일 있었던 일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 최현준 기자 >


한국정부  "김정은 건강이상설? 그런 동향 파악된 것 없다"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21일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그런 동향은 파악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대북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도 공개활동을 계속해온 점을 거론하며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김정은의 건강이상을) 특별히 추정할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김정은은 최근까지도 공개활동을 계속해왔다"며 관련 보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의 최근 공개활동은 열흘 전인 지난 11일(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뤄졌다.

앞서 데일리엔케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 신변이상설이 불거졌다는 점도 거론했다.

통일부 측은 이런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참배 불참' 나비효과…'김정은 건강이상설' 어떻게 퍼졌나

전문가 '신변이상설' 주장서 출발·외신도 잇단 의혹 제기…CNN 보도로 일파만파
청와대 "현재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원산서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 중이다."

미국 CNN방송이 20일 보도한 뉴스가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일파만파 퍼지던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한국 등 각국 정부가 이러한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 발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김 주석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왔다.

통일부는 이틀 뒤인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참배) 관련 보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의도를 예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이날 오후 언론에 보낸 분석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2014 10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당시 발목 근육 손상으로 시술을 받았던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다"고 설명하며 신변이상설에 힘을 실었다.

국내 일부 매체들이 당일 온라인판에서 그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하고 주요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이 기사들이 게재되면서 신변이상설은 증폭됐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외신에서도 이날 혹은 다음 날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다룬 뉴스가 나왔다.

주말을 지나며 잦아드는 듯했던 신변이상설은 국내 보수 성향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 20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향산특각에서 치료 중"이라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 보도하면서 재점화했다.

국내 일부 매체는 이를 21일 자 지면에 실으며 비중있게 전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께 CNN '사안을 직접 아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고 국내 매체들이 이 보도를 다시 받으면서 신변이상설은 다시 탄력을 받았고, 금융·외환시장까지 흔들어 놓았다.

이에 앞서 '모 신문사에 북한 전문 소식통이 투고한 정보'라는 제목으로 김 위원장의 뇌사설과 평양 계엄령 선포설을 담은 사설정보지가 국내 탈북 커뮤니티 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찌라시'는 이미 2014년 돌았던 것인데 현재 형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현재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뒤 원산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소통하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도 로이터에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CNN '김정은 위중' 주장만큼은 적어도 사실에 가깝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CNN 2015년 고위급 탈북자를 인용해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의 독살설을 보도했으나 김 전 비서가 지난 1 25일 삼지연 극장에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하면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다.


북한 매체, '건강이상설' 속 김정은 '생일상 전달' 보도

트럼프 친서 발언 반박한 외무성 입장 김정은 재가 없이 불가능

북한 매체가 21일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정을 간략하게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여든번째 생일을 맞는 김일성훈장 수훈자이며 노력영웅인 평양시농촌경리위원회 전 고문 리신자와 김정일상계관인이며 교수, 박사인 김책고업종합대학 연구사 리시흡에게 은정어린 생일상을 보내주시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생일상 전달 날짜나 관련 사진 등을 내보내지 않았는데, 북한 매체는 일반적으로 김 위원장의 생일상 선물이나 감사, 대외 축전 같은 동정 수준의 기사를 간략하게 처리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이후 시찰이나 회의 등 사진이 공개되는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모범 주민에 생일상이나 감사를 보내거나 외국 수반에 축전을 보내는데 그쳤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에 집권 이후 매년 해왔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신병이상설이 증폭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움직임은 아니지만 관련 기사는 나왔다.

북한은 지난 19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한 데 대해 하루 만에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입장을 김 위원장의 재가 없이 내보낼 수 없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북한 외무성 보도실장 명의로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에게 보내는 친서가 없었다고 즉각 반박한 사실은 김 위원장의 결제 없이는 할 수 없는 외교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가 이날 오전 들어 급속도로 확산했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어떤 방식으로 불식시킬지, 특히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할지 주목된다.

의혹을 불식하려면 시기를 특정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사진이 함께 공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날 오후 한국 등 각국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이러한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