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뤄진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수석대표를 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남북이 장관급회담을 12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남북은 장관급회담 준비를 위한 국장급 실무접촉을 9일 오전 판문점 남쪽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실무접촉 오전회의 뒤 브리핑에서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 합의됐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12일에 한다는 것은 서로 쌍방이 합의된 전제이며 공통된 인식이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양측은 각기 모두발언을 통해 장관급 회담의 의제, 장소와 날짜, 대표단의 규모, 체류 일정, 이동 경로 등 행정적·기술적 사항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고 상호 입장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무접촉은 이날 오전 10시13분께 시작돼 11시까지 진행된 뒤 오전회의가 종료됐고, 오후에 회의가 속개됐다.
이번 실무접촉에는 우리 쪽에서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권영양 남북연락과장과 강종우 과장이, 북한 쪽에서는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장을 수석대표로 황충성씨와 김명철씨가 참석했다.
이번 실무접촉은 북 쪽이 8일 ‘남북 국장급 실무접촉을 9일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하자’는 남 쪽의 수정 제안에 동의해 열리게 됐다. 북 쪽은 이런 내용을 8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북 연락관 직통전화 통화를 통해 전해왔다. <길윤형 기자>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화, 컴퓨터, TV, 가전제품, 자동차, 장난감, 심지어는 데이팅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런데 이 테크놀로지 시대의 부산물로 생겨난 것 중의 하나가 ‘순간 만족’(instant gratification) 이라는 것이다. 즉,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그 욕구가 충족된다는 것. 예를 들어보자. 전화를 걸어야 한다면 집이나 공중전화 박스에 갈 필요가 없다. 호주머니나 핸드백 안에 휴대전화가 있으니까. 어떤 주제에 대해 리서치를 해야 한다면 굳이 도서관까지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 심지어 휴대폰으로도 인터넷에 접속해서 바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납부금을 내야 한다면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뱅킹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 <순간 만족>의 시대. 그런데 문제는 이 <순간 만족>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냐 아니면 부정적인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순간 만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주로 무절제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지칭하는 데 이 말을 사용한다. 비만으로 고민하면서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즉시 달려가서 몇 번이라도 사먹는다든지, 형편에 맞지도 않게 값비싼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입한다든지, 할 일을 안하고 노는 것에 열중한다든지 등등. 여기에 덧붙여지는 말이 ‘지연 만족’(delayed/deferred gratification) 이다. 이는 즉각적인 보상을 얻고자 하는 충동과 유혹을 피하고 나중에 받게 될 더 큰 보상을 위해 만족을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님들이 즐겨 쓰는 표현들이지만 “할 일을 해놓고 나서 놀아야 된다”라든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해야한다”라든지 “지금 열심히 일해야 나중에 인생을 즐길 수 있다”라는 등의 말들은 모두 같은 문맥에서 <순간 만족>을 비난하고 <지연 만족>을 권장하는 말들이다. 물론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를 빼놓을 수는 없다. 게다가 Walter Mischel의 유명한 <Standford marshmallow experiment>는 <지연 만족>이 장기적으로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함으로써 과학적인 측면에서 이쪽 진영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렇다면 <순간 만족>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말할까? <순간 만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정의에서 비롯된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순간 만족>은 게으름이나 이기심 또는 근시안적인 사고와 동의어가 아니다. <순간 만족>의 올바른 정의(definition)는 ‘지금 이 순간 인생을 향유하는 것’이다. 평생 일만하다가 병들어 죽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열심히 일한다고 왜 놀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인가? 평생 많은 돈을 모아놓고 한 푼도 써보지 못하고 죽는 오류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되, 오늘 나 자신을 위해 가끔은 쓸 수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정작 가족생활과 인간관계에는 실패한 유명인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목표를 향해 결연한 의지로 돌진하되, 가끔은 그 목표와 상관없이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면 왜 안된다는 말인가?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유명한 격언을 여기에 추가해 놓자.
필자의 해결책은 논리학에서 ‘황소의 두 개의 뿔 사이로 피하기’(go between the horns and deny that) 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의 입장이 서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것은 그릇된 이분법(false dichotomy)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용어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이지 본질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만족>도 필요하고 <지연 만족>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인생을 얼마나 온전히 즐기면서 가치있게 사느냐 하는 것이다.

< 노승문 - 시인, '시.6.토론토' 동인 /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한마당] 장물을 유산으로?

● 칼럼 2013. 6. 9. 19:27 Posted by SisaHan
얼마 전 여행길에 만난 가이드는 뜻밖에도 ‘거물’이었다. 그는 부친이 경찰 책임자였는데, 자신은 육사를 나와 특수훈련까지 받은 지휘관으로 영관급 ‘하나회’ 출신이라고 당당히 자신을 소개했다. 더욱 힘이 들어간 것은 5공 정권의 주역으로 ‘각하’를 지근거리에서 모셨고, 청와대에서 ‘영부인’의 부속실 현역 비서관으로 권력 뒤편에서 많은 ‘거사’를 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수없이 5공 청산이다 뭐다 해서 갑자기 잡혀가 감옥살이를 하는데 어느 날 불려나와 건네주는 여권만 받고 하루아침에 외국으로 쫓겨났다고 했다. 그래서 수십년 고국에도 못가고 이렇게 살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설마 이런 여행길에 저런 거물 가이드를 만나다니… 동승한 여행객들 가운데는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동키호테’ 를 만난 듯, 대놓고 싸울 수도 없으니 ‘화려 찬란한’ 자화자찬을 시달갑잖은 표정들로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그랬다, 그는 정말 동키호테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가이드들의 공통분모처럼 여겨지는 입담 좋은 것과 고객서비스를 따지자면 평균점을 받을 만 했다고 볼지 모르나, 여러 어른들 면전에서 ‘천방지축’인 언행에다, ‘그 시절’의 무용담을 무슨 훈장처럼 쉼없이 자랑스레 떠들어대니, 시대와 개념인식이 도통 현 시류와는 거리가 먼 5공을 맴도는 것이, 정말 가관이었다.
그런 그가 “시끄럽게 하는 놈들 다잡아다 5공 때 삼청교육대처럼…” 운운하는 말은 ‘국가평안’을 바라는 군인정신의 발로에서 나온 격한 농담이라고 치부한다 치자. ‘영부인’을 모시며 했었다는 ‘새벽 2시의 만찬 초대’ 어쩌구 하는 ‘재벌들 훌치기’ 작전담은, 살벌했던 그 시절의 권력과 돈에 썩어빠진 군사독재 권부의 치사한 뒤안길을 다시금 생생히 상기시켜 주었다. 그들이 그렇게 훌치기 수법으로 긁어모은 돈을 정당성 없는 권력유지를 위해 사방에 뿌려대고, 천문학적인 액수는 자기들 뱃속에 쳐 넣어 지금껏 그 구린내가 천지를 진동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부정한 권력과 방법으로 착복한 거금 가운데,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해 대법원이 부과한 추징금 총액은 2,205억원이다. 노태우 전대통령은 2,398억원을 부과받아 지금까지 231억원의 잔액을 남겨두고 있다. 반면 전두환은 지금까지 검찰의 징수에 532억원 만을 ‘빼앗기듯이’ 납부했을 뿐, 아직도 더 토해내야 할 잔액은 정확히 1,672억 2,651만 5,564원에 이른다. 그는 그럼에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며 수년째 버텨 ‘29만원 대통령’으로 불린다. 당시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호화 골프를 즐기는가 하면 유명 음식점을 드나들면서도 나라에 돌려줄 돈은 땡전 한푼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시대를 휘젓고 리더쉽이 탁월했다는 ‘사나이’ 답지않게, 사실은 ‘천하의 졸장부’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이상하다. 
돈을 돌려주거나 갚으면 빌려간 것 혹은 납부이므로 불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몰래 돈을 챙긴 것도 불법인데, 돌려주지도 않는다면 그건 분명히 도둑이고 사기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틀림없는 국민의 돈 일텐데 꼭꼭 숨겨놓고는 ‘배 째라’라고 하면 도둑도 상도둑 아닌가. 
더구나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시치미를 뗀다면 그 자손이 두고두고 뱃속 편히 잘 살까?. 대대로 ‘도둑의 장물’, ‘도둑집안’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살 터이니, 오욕을 유산으로 떠넘기는 참으로 가련한 배짱이다.
 
둘째 아들이 증여받은 돈 때문에 징역형을 산데 이어 장남도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만든 사실이 밝혀져 떠들썩하다. 뚜렷한 사업성공을 이룬 적도 없는데 천억대 재산가이고, 해외 조세회피처 유령회사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면 그 재산에서 아버지의 ‘도둑질 유산’의 냄새를 맡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오는 10월로 임박한 추징시효 종료를 앞두고 뿔난 시민과 언론의 은닉재산 찾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도 추적에 팔을 걷어부쳐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라도 도둑의 오명만은 벗어 던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참 군인이요, 대장부답지 아니할까?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