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제 극우’라는 사회악

● 칼럼 2013. 7. 23. 18:18 Posted by SisaHan
북한은 국가 권력이 이념 선동을 직접 기획하고 행사한다. 이를테면 ‘이데올로기 포르노’를 상영하는 극장이다. 일방적이고 노골적이며 말초적인 동어반복이란 의미에서 ‘포르노’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닥치는 대로 ‘종북’ 딱지를 씌워 공격하는 국가정보원과 소위 ‘보수언론’ 및 ‘애국보수세력’들의 행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념 극장’ 북한의 속성과 끔찍할 정도로 닮았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시도와 인터넷 여론 조작은 남한 지배 권력과 북한 지배 권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얼마나 서로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지, 또 얼마나 서로가 닮았는지를 가장 수치스런 형태로 환기시킨다.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국정조사가 결정되었는데도 국정원은 당당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구속영장(알선수재 혐의)이 발부된 날, 국정원은 기습 성명을 발표해 “노무현 대통령 엔엘엘(NLL) 발언은 휴전선 포기나 마찬가지”라며 또다시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자의적으로 왜곡했다.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제2의 개혁을 하겠다”고도 한다. 임기가 아직 4년 반이나 남은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의회 다수당은 ‘NLL 포기’ 논란을 주도한 새누리당이다. 저들의 결기와 오만이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할 만하다.

국정원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뿐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대부분에서 ‘댓글 공작’을 벌였다. 그중 일베 등의 우익 성향 사이트들은 이들에게 최적의 활동 공간이었을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남긴 댓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잖아… 간첩들이 폭동 일으켰다는 거”, “홍어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넷우익 현상의 ‘몸통’이 바로 국정원이었던 걸까? 확실히 현상을 좀더 증폭시킨 면은 있을 게다. 하지만 인종주의, 호남 차별, 여성 혐오, 반이주노동자 담론 등은 국정원 직원 몇몇의 ‘댓글 공작’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한 사회문제다. 시민들의 혐오 발언을 국가가 나서서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흔들 수 있기에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 국정원 여론 조작은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이라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오히려 이런 시도의 근절이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의 여론 조작에 대해 어떤 이들은 ‘안보기관이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결과적으로 안보를 해쳤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 소위 사회통합론에 기반한 일리 있는 주장이다. 첨예한 갈등이 사회가 진보하는데 일정부분 필요하긴 하지만 국가기관이 갈등과 분열을 보장한다면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국가권력이 ‘이념 전쟁’의 형태로 여론에 개입할 경우, 다양하게 분출하는 사회적 여론과 공론들 대신 특정한 갈등만 부각되고 약자의 목소리는 공론장에서 더 배제되기 쉽다. 요컨대 국정원이 나쁜 진짜 이유는 엄밀히 말해 갈등의 조장 뿐만 아니라 어떤 갈등의 특권화, 즉 ‘갈등의 은폐’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지고 있다. 중정-안기부-국정원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 조직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공동체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보다 권력자를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탄압하는 기능에 충실했다는 점이 또렷이 드러난다. 국정원은 이미 괴물이다. 저들은 개혁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정보공개 관련법을 포함해, 썩어 문드러진 조직에 대한 전면적이고 외과수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국정원이 ‘관제 극우파’로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 박권일 - 칼럼니스트 >


여권이 야권 일부 인사의 발언을 두고 대선 불복이 아니냐며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선에 불복하는지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친노 세력이 그 진앙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막말 정국이 어느새 ‘대선 불복’ 정국으로 변한 형국이다. 여권은 말꼬투리를 잡아 야당의 예봉을 피해보려는 모양인데, 이는 국가정보원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지금 야권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대선이 무효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하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를 시정하려 들지 않을 경우 더욱 큰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새 정부에서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의 정치개입을 버젓이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이 이를 방관하고 용인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의 발언만 해도 그렇다. 그는 지난 14일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지칭한 ‘당신’이란 말의 인칭 구조를 두고 불필요한 논란이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볼 때 틀린 구석을 찾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를 결단하지 않으면 더 큰 우환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옥살이까지 한 이 전 총리가 박 대통령 부녀를 두고 이 정도 고언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야당의 책임 있는 인사 중 누구도 대선이 무효라거나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이가 없다. 이른바 ‘귀태’ 발언은 정치적 무게가 실렸다기보다 막말에 해당한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한 것은 국정원과 경찰의 조직적 관권 개입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대선 불복이 아니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의 여권 행태를 보면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얄팍한 전술로 야당 예봉을 꺾는 데만 골몰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단기적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거리의 촛불은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를 대선 불복이라는 주관적 틀로 꿰맞추는 것은 잘못이다. 여권은 하루빨리 국정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가정보원 사태와 관련해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인데, 오랜 침묵 끝에 국정원의 대수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언급은 국정원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해법도 제대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박 대통령이 국정원으로 하여금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하라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국정원더러 자체 개혁안을 만들어 스스로 개혁에 나서라는 것인데 이는 온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국정원은 이미 자체 개혁을 할 수 있는 동력도, 명분도 잃은 지 오래다. 국정원이 댓글 사건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만으로도 존폐를 논해야 할 상황이다. 더 나아가 ‘남재준 국정원’은 국회 국정조사를 막겠다고 백주에 남북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만일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남재준 원장 체제에 대한 신임을 토대로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 원장은 남북 정상의 대화록을 앞장서 공개하는 순간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다. 그런 이더러 국정원 개혁을 자체적으로 주도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대화록 공개의 배후에 박 대통령이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정원을 둘러싼 산적한 과제가 있지만 남 원장 경질은 시기의 문제일 뿐 기본에 해당한다는 점을 박 대통령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관련해 “이것이 뚫리면 순식간에 영토를 빼앗길 수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생명선”이라고 종전의 언급을 되풀이한 것 역시 실망스럽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은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 등을 통해 더 이상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 평화적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 점을 애써 무시한 채 보수진영의 억지 논리를 되풀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고 언급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대선 당시 자신이 이 사건을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사건으로 호도한 데 대해서 사과해야 마땅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 개혁을 남의 일처럼 국정원이나 국회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사태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마당] 누가 ‘귀태’ 입니까?

● 칼럼 2013. 7. 23. 17:45 Posted by SisaHan
‘귀태’ 논란이 속히 정리된 것은 다행입니다. 야당의 지나침을 낚아채 국면을 180도 전환시킨 뒤, 모자란 듯한 수준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걸 보면 행마가 절묘합니다. 누구의 기획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이정현 홍보수석이었으니 청와대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날 야당의 저질 공세를 에둘러 비난했던 이 수석은 이튿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능멸하고,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 대변인이 홍익표 의원의 사퇴와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모든 국회 일정 중단 방침을 천명했고,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까지 소집해 민주당에 대한 말폭탄을 쏟아부었죠. 지휘부의 기획과 지시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일사불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홍 의원이 사과하고 원내대변인직에서 사퇴하자 곧바로 국회 일정을 정상화시킨 것은 더욱 세련돼 보였습니다. 나아가고 물러섬에 빈틈이 없었죠. 하긴 그 정도면 대박이었죠. 옛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누리당이 던진 막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하튼 작전은 성공이었습니다만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풀어야 할 상대방의 가슴에 불신과 화병만 더 쌓이게 했습니다. 그러니 지혜로운 해결보다는 대결 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면한 국정원의 대선 공작, 그리고 정치 공작 문제는 그런 상대의 실수에 기댄 게릴라 작전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청와대가 발끈한 것은 과도한 표현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선 불복 주장이 본격적으로 튀어나오는 문제 때문이었을 겁니다. 대선에서 맞붙었던 문재인 의원은 그동안 ‘개표 부정’ 주장이 끈질기게 제기됐지만, 그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댓글 공작 자체에 대해서도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수준에서만 언급했습니다. 경찰의 증거 인멸과 거짓 발표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수준에서 촉구했습니다. 선거 불복 등의 주장에 대해선 지나치리만큼 경계했습니다. 적잖은 지지자들은 문 의원의 그런 신중함을 불만스러워했지만, 그는 적어도 이 정부 탄생의 절차적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태도가 바뀐 것은, 국정원의 공작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대통령이 이를 두둔하거나 방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가 먼저 언급한 뒤 국정원이 남북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한 사실, 님이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하자 국정원이 보란듯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무시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 등은 그 근거가 되고도 남습니다. 이런 태도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의 중앙정보부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잘못을 억지와 궤변 그리고 공작으로 덮으려는 국정원, 거기에 신뢰를 보내는 대통령, 그래선 안 됩니다. 여당 안에서도 우려의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문 의원은 지난 선거가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고, 주변에선 불복 이야기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청와대로선 지켜보기 어려운 긴급 상황이었는데, 홍 원내대변인이 빌미를 제공한 거죠.
홍 대변인의 설명과 달리, 귀태란 한국의 박정희 정권이나 일본의 기시 노부스케 정권을 지칭한 것은 아닙니다. 태란 탯줄이나 태반 등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을 말합니다. 태아를 잉태하고 키우는 장기입니다. 귀태의 출처인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저자 강상중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국가주의와 개발독재는 그가 장교로 복무했던 만주국에서 유래한 것이고, 만주국의 이런 정신과 정책을 세운 것은 기시 노부스케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두 잘못된 정권을 잉태하고 키운 것은 만주국이고, 만주국은 두 정권의 태반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귀태란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 혹은 정권’이 아니라, 그런 정권을 배태한 만주국을 두고 쓴 말입니다. 박근혜 정부를 귀태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다음 물음만큼은 숙고해야 합니다. 박정희, 기시 정권을 잉태한 태가 만주국이라면 지금 지금 정부를 감싸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출범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창의경제, 국민행복, 복지, 일자리, 신뢰 프로세스 등 님의 약속은 실종됐습니다. 최근 당정청 수뇌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정부를 질타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을 겁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겠죠. 반대로 드러나선 안 될 국정원만 전면에서 활개치고 있습니다. 아예 국정을 주도하려 듭니다. 대통령은 그런 국정원을 통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총체적인 대선 공작으로 이 정권의 산파로 지목되고 있는 국정원을 통해서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귀태란 국정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작을 통해 탄생에 일조했고, 출범 정부 초기 인큐베이터 구실까지 하고 있으니, 태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고 정보기관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고 또 하고 있으니 귀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국정원을 바로 세우셔야 합니다. 아버지의 공포정치와 장기집권이 중앙정보부 때문에 가능했지만, 몰락을 재촉하고 종결자 구실을 한 것도 중정입니다. 그런 국정원이 설치는 한 귀태 논란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선 공작이란 원죄까지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국민과 이 정부를 위해서도 국정원 논란을 속히 종식시키시기 바랍니다. 귀태를 추구해온 국정원장부터 경질해야 합니다.
< 곽병찬 대기자 >


[1500자 칼럼] 목회와 야구

● 칼럼 2013. 7. 14. 14:45 Posted by SisaHan
나는 때로 야구경기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한다. 모든 경기가 그러하지만 야구 역시 여러 선수들이 어우러져 경기를 하고 결국에는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목회 역시 여느 경기와 마찬가지로 잘되는 목회 성공하는 목회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하는 경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생각할 때 야구에서 특히 유사한 점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해본다.

야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던지는 투수다. 그가 던지는 공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려야 하고 혹시 그가 안타를 친다면 다른 수비수들이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투수는 목사로서 원수 마귀가 설교를 듣고 말씀을 운동장 밖으로 쳐낼 때(홈런) 경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목사는 설교를 잘하여 모든 성도들이 은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투수 혼자서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공을 잘 받아주는 협력자 당회인 포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목사의 의도대로 교회를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탄이 안타를 치면서 성도들이 교회에 못 나가게 또는 예배를 방해하려 해도 수비수들이 잘하면 된다. 그 수비에 있어 1루는 예배다. 성도들이 교회에 오는 목적이 예배이기에 예배를 잘 드려야 온전한 교회가 되는 것이다. 2루는 교육부서다. 교회에 들어와 예배를 잘 드림과 함께 예배를 드린 성도와 자녀들이 좋은 신앙교육을 받도록 교육 부서가 잘되어야 한다. 2루까지 가면 홈으로 들어가기가 쉽다. 그리고 3루는 선교부다. 교회 활동에 있어 선교사역이 봉사의 우선에 놓여야 한다. 그래서 3루까지 뛸 때 신앙생활에 점수를 얻게 되기가 쉬운 것이다.
그렇다면 유격수는 누굴까? 그것은 찬양대다. 찬양대의 활동이 예배를 신선하게 하고 성도들이 은혜 받도록 앞장 서서 인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탄의 공격을 막는 찬송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사탄의 유혹과 시험이 안타처럼 성도들의 주변에 떨어질 때 외야수들이 잘 막아주어야 한다. 좌익수는 전도회다. 남녀 전도회가 이리저리 뛰면서 성도들의 마음이 흩어지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중견수는 가운데 있는 제직회로 목사의 목회와 그 행동 반경을 물질로 후원하고 지켜주어야 한다. 우익수는 교역자들이다. 담임 목사가 생각하지 못하고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함께 협력하며 돕는 손길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사탄이 안타를 쳐서 경기를 교회를 흔든다 해도 수비수들이 잘 막아내면 점수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볼 때 결국 목회는 목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역자들과 함께 온 교회가 함께 뛰고 달리는 것이며 최선을 다해 사탄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사탄은 언제나 안타를 치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 저들이 꺾어져야 하고 설혹 말씀을 이용하여 성도들의 마음에 의혹과 시험을 주는 안타를 친다 해도 함께 하는 모든 수비수들이 예배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교육 부서를 잘 이끌어 나가면 사탄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알 때 모든 선수들은 감독이신 주님을 중심하여 화목하게 팀에 협력해야 한다. 어느 선수 하나가 잘되어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모두 화목하게 협력하는 선수와 구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