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공격 사건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아무개씨 한 사람의 돌출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은 사건 기획자와 자금 제공자 등 ‘몸통’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경찰은 엊그제 공씨 등 4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런 본질적인 의문에는 접근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 결과만 봐도 이 사건에서는 치밀한 사전 계획과 막대한 자금 투여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디도스 공격에 활용한 좀비피시도 애초 알려진 200대보다 훨씬 많은 1500대에 이른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무선인터넷 10개를 바꿔가며 사용하고 아이피 세탁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치밀한 작전을 펼치려면 상당한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디도스 공격 업체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등에 관여해온 회사라고 한다. 이런 업체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돈이다. 이들이 어떤 정치적 소명의식을 갖고 이런 범죄행위에 가담했을 리 만무하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씨가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는 것도 의아스럽다. 함께 구속된 공범 3명이 범행을 시인했는데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경찰 수사가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자신은 곁가지에 불과할 뿐 실제로 범행을 주도한 인물이 따로 있다는 항변으로도 들린다. 
이런 숱한 의문은 앞으로 경찰이 한점 의혹을 남기지 말고 밝혀내야 할 것들이다. 사건의 성격상 수사가 크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관건은 경찰이 외부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있느냐다. 만약 꼬리 자르기 수사에 그칠 경우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도입 등이 불가피해진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 한나라당이 보이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당이 직접 관계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대응을 하지 말라”(홍준표 대표), “당에서는 (최 의원 비서의) 단독 행위라고 보고 있다”(황우여 원내대표) 등 책임회피성 발언이 줄을 잇는다. 심지어 전여옥 의원은 “민주당이나 민노당 출신 보좌관들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많이 들어왔다”는 말까지 했다. 국민에게 엎드려 사과해도 모자랄 형편인데도 이처럼 엉뚱한 말만 하고 있으니 ‘한나라당 해체론’까지 나오는 것이다.


[1500자 칼럼] 아름다운 비행(飛行)

● 칼럼 2011. 12. 11. 23:00 Posted by SisaHan
나비들이 장거리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발치에서라도 한번 보았으면 싶어 찾아온 공원이다. 길 한 켠에 야생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추수하기 전의 무르익은 벼 색깔처럼 조금 탁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묵직해 보이는 누런 색 야생화 무리에 모나크 나비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모여 앉아있다. 작년 이맘때쯤 보고 나서 처음인가 보다.   
모나크 나비를 노래한 홍은택 시인의 음성을 바람결에 듣는다.
 
“…… 나비꿈 꾸다 깬 사막의 새벽, 겨드랑이에 이슬이 말라있다 밀크위드 초록 잎에 나비알 크기의 태양이 뜬다 탈피를 거듭하며 기지개를 켜는 태양, 전생의 바통을 받으려 팔을 뻗는 찰나, 나비의 첫 날갯짓이 사막의 고요를 흔든다 일제히 날아오른 수천의 나비떼가 생의 해안을 따라 북상한다 검은 띠를 두른 황갈색 날개에서 파생하는, 전생의 산란하는 반짝임이 잉크빛 바다로 번져간다”
내가 모나크 나비와 인연을 맺은 건 토론토 근교로 이사를 온 직후였다. 호숫가 산책로에 상수리나무가 있는데 나뭇잎이 보이지 않을 만큼 온통 모나크 나비로 덮여있었다. 주홍색을 칠한 잎사귀들을 닥지닥지 붙여놓은 것 같아 처음에는 단풍이 든 줄 알았었다.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 시맥이 기하학적으로 새겨진 날개를 뒤로 곱게 접어 하나로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들이었다. 마치 먼 길 떠나기 전에 그들끼리 침묵 속에 행하는 성스러운 의식처럼 보였다. 그날 그들을 우연히 만나고 나서 모나크 나비의 화려하고도 장엄한 여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금세라도 부서질듯한 여린 날개로 3.000여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나비들이라니. 그들 여행의 출발은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북으로 북으로의 긴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나비떼가 굶주린 듯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른다고 한다. 태어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생소한 하늘의 길을, 유전인자가 알려주는 비행지침에만 의존해 날아가는 나비들.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를 한치의 착오도 없이 날 수 있는지 그 불가사의한 비행의 비밀을 현대의 첨단 과학이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떠날 때의 나비가 도착할 때의 나비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이 생물학자들에 의해 밝혀진다. 애벌레의 기간까지 치면 평균 수명이 9개월이지만 나비로 사는 기간은 길어야 두 달이다. 그 짧은 생애에 먼 길을 여행해야 하는 나비들은 도중에 잠시 멈추어 알을 낳고는 죽고, 다시 그 알이 부화하여 나비가 되어 날다가 죽는 일을 거듭하며 목적지에 이른다. 할아버지가 시작한 일을 아들이 뒤를 잇고 손자가 마무리하는, 삼대(三代)에 걸친 비행인 셈이다. 전생도 현생도, 그리고 내생마저도 나비일 수밖에 없는 운명의 굴레를 타고났음인가.
 
무엇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까지 먼 길을 날아야 하는 것일까. 먼 옛날 열대지방에서 이주하여 북미에 터를 잡은, 강한 독성을 지닌 유액분비식물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식물을 먹고 자란 모나크 나비들의 몸 속에 축적된 유독성분이 포식자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성을 체내에 유전인자화한 나비들은 록키산맥의 동부 쪽에 있는 전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모아 둔 에너지를 연료 삼아 다시 멕시코를 향한 장정(長程)에 오른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비축하여 한 곳에만 쏟아 붓는 지혜, 나비의 그 작은 몸 어디에 그런 지혜가 숨어있는 것일까.
대를 잇는 비행과, 먹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독성을 유전인자화하는 과정이 우리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과정과 닮은 것 같아 나비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고국을 떠나 타국에 뿌리를 내리면서 이곳의 정서나 문화를 유전인자화하기까지 우리 역시 모나크 나비들처럼 몇 대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앞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리의 2세 3세 나비들이 캐나다라는 넓은 대기의 흐름을 타고 멋지게 비상하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지 않은가. 

<김영수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협 회원 / 한국 문인협회 회원>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김동식 전 해군 2함대사령관이 해군지휘부 보직을 새로 받았다. 역시 천안함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김학주 전 합참 작전부장도 최근 중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천안함 함장과 해군 전대장은 징계유예 정도에 그쳤다. 장병 46명이 한꺼번에 수장된 엄청난 참변을 당하고도 제대로 책임지는 지휘부 인사가 한 사람도 없는 기막힌 일이 지금 대한민국 국군에서 벌어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불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의 위해 요인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천안함 침몰은 경계 실패에서 비롯된 참극임이 분명하다. 해상과 수중의 위협 요인을 초계하여 다른 함선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초계함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 뒤 감사원은 25명의 지휘관·참모부 인사들에 대해 전투준비 부족과 허위보고 등을 이유로 징계를 요구했다. 허술한 대응 책임을 짚어 뒷날을 경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였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하지 않는 법이다. 실제 전투 상황에선 역량에 따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경계에 실패하면 전력 모두가 손쓸 틈도 없이 궤멸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간첩 경계망이 뚫렸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군문을 떠난 야전부대 지휘관이 한둘이 아니다. 천안함 참극에 관련된 인사들을 줄줄이 복권시키는 군의 처사는 전례에 비춰 봐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 배경을 짐작하지 못할 바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선거 무렵에 천안함 사건을 부풀려 여론몰이에 써먹으려는 속내가 들여다보였다. 이에 따라 사건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크게 부각시켜놓고 동시에 지휘 책임을 따지려다 보니 발이 엉키는 느낌을 받은 것 아니겠는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군 인사에 신상필벌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는 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안보와 방위태세를 유난히 강조한다. 그러나 정말로 엄정해야 할 징계 문제를 무원칙하게 처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봐주기 인사를 통해 일시적으로 군 일각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군의 기강과 전력은 이로써 밑동에서부터 좀먹어 들어갈 것이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필요한 법률안 14건에 서명했다. 이로써 정부는 협정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곧 미국에 절차 완료를 통보한 뒤 새달부터 발효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이제 국내적으로는 FTA를 강행한 데 대한 국민적 심판만 남은 듯하다.
이 대통령은 법률안 서명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협정과 관련해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협정을 강행처리하는 데 대한 국민적 반발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들린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더 거세게 저항할 태세다. 당장 야5당은 공동성명을 내어 “주권자의 동의 없이 주권이 강탈당한 현실에 분노한다”며 “대통령 서명에도 그 모든 것은 6개월 뒤 총선 이후 바뀐 국회에서 정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의도대로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협정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충분한 국민 의견 수렴과 민주적 합의 절차 없이 협정을 밀어붙인 결과다.

정부가 협정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발효 준비 절차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협정 발효 조건을 규정한 협정문 24장에 따르면, 협정이 발표되려면 두 나라가 똑같이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면을 상대국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현행 법령에서 협정과 충돌하는 조항이 있는지를 지금까지 제대로 조사해보지 않았다. 야5당이 민간 전문가에게 의뢰해 미국의 현행 법률에서 협정과 충돌하는 조항을 살펴본 결과, 불과 며칠 새 4건이나 파악됐다고 한다. 미국은 아직 협정 이행 준비를 다하지 않은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단지 두 나라 간 상품 교역의 장벽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기업과 금융자본,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우리의 법과 제도를 일거에 바꿔버린다.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외부 충격이다. 국민은 이런 충격을 완화 또는 제거하기 위해 협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은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