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몸통’ 개봉 박두

● 칼럼 2012. 3. 31. 16:4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민간인 사찰 사건의 ‘몸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증언만으로도 윤곽은 그릴 수 있다.
 
범죄수사의 기본은 물증. 가장 중요한 증거물은 역시 장진수 전 주무관이 공개한 녹음파일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나중엔 형량을 줄이도록 법원에까지 로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김진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이 검찰에 전화하고,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은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증언도 있다. 실제로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은 호텔에서 조사받고 처벌도 면했다. 민정수석실은 검찰이 최 행정관의 로그기록을 보겠다는 것도 막았다. 사건이 청와대로 번지는 걸 민정수석실이 동원돼 온몸으로 막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몸통은 일단 민정수석실이 무리를 해서라도 보호해야 할 인물이다.
 
또다른 증거는 돈. 장 전 주무관이 받았거나 받을 뻔했던 게 확인된 것만 1억1000만원이다. 청와대 수석들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난리 쳤다는 진경락 과장뿐 아니라 사건에 연루된 총리실과 청와대 인사들에게도 거액이 갔을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흔적 없이 수억원대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정부기관은 국정원 정도가 아닐까. 일부 보도처럼 국세청이 나서서 기업 돈을 조달했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런데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금일봉을 전달한 것만이 아니라 4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전해준 것도 그의 노동부 장관 시절 측근이라면? 민정수석실 정도가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 자체가 입막음 공작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행적에도 몸통의 흔적은 남아 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파괴됐어도 사찰에 가담한 원충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수첩은 남았다. 야당, 시민단체, 친박, 소장파 정치인까지 사찰의 물증이 뚜렷하다. 물론 동지상고 동문들이나 재벌 총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사나 세력들이 대상이다. 더구나 사찰 보고서를 두 종류로 만들어 ‘직보용’은 민정수석의 윗선에까지 직접 보고했다니 몸통은 더 좁혀진다.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밑의 고용노사비서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하는 변칙 운영을 2년이나 지속했다는 건 청와대 직제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엄청난 배후가 없다면 불가능한 얘기다.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변칙 운영을 막으려다 실패했고, 이영호 전 비서관이 청와대 안에서 난동을 부려도 건재했다는 보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서 중요한 정황증거 하나. 그동안 그 많은 관련자들, 특히 검찰총장을 노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다 전도 유망한 검사, 행시 출신의 이인규·최종석·진경락씨 등 앞길이 창창한 공무원들이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뒀고, 지금까지 입을 꽉 닫고 있을까? 의리나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자신들을 지켜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 즉 위험부담을 지는 만큼 앞날을 보장해줄 것이란 계산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즉, 그 배후이자 몸통은 이들의 인사에도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청와대 비서실 전체가 달려들어 보호해야 하고, 고시 출신 공직자들까지 자리를 걸고 불법을 감수할 정도로 믿을 만한 몸통이라면?
 
이 대목에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지원관실이 만들어진 건 2008년 촛불시위 직후. 이 무렵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한 분이 있었다. 지원관실이 만들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테니, 누구 돈인지 알아보고 그분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을까. 
그분을 몸통 유력 후보로 추천한다.

<김이택 - 한겨레 신문 논설위원>


4•11 총선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서 선거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소용돌이와 파란의 연속이다. 공천을 두고 이처럼 말이 많고 탈이 많았던 적도 없었다. 어떤 면에서 공천 문제는 다른 모든 논쟁거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만큼 유권자들은 공천 결과에 대한 판정 못지않게 선거의 본질적 쟁점들을 꼼꼼히 살피고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집권기간 공과에 대한 평가다. 총선은 단순히 각 지역 일꾼을 뽑는 차원을 넘어 어떤 정치세력에게 의회를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본질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현 정권의 지난 4년에 후한 성적을 준다면 여당 후보들이 계속 국정의 중심에 서도록 밀어줘야 할 것이며, 그 반대라면 여당 후보들에게 가혹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현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교묘히 정권심판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한나라당 간판을 내릴 정도로 지난 4년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막상 부채를 떠안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유권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과연 지금의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실패와는 무관한 집단인가, 이들이 표방하는 과거와의 단절은 실제 정치 현실에 맞는 주장인지 등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복지, 경제민주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정책의 적절성, 실현가능성 못지않게 신뢰성과 일관성도 놓칠 수 없는 점검 포인트다. 
사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의 급격한 정책 궤도 수정으로 총선 공약의 상당 부분에서는 여야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여당이 어린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기를 쓰고 반대한 것조차 이제는 까마득히 잊혀져가고 있다. 정책 변신의 진정성을 따지는 일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문제는 야당에도 해당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에 대한 민주통합당 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는 아직도 많은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당 심판론’으로 역공을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로의 전진이냐, 과거로의 회귀냐’라는 선거 구호를 새누리당이 내걸고 나온 것부터가 이번 총선의 역설적 풍경이다. 야당은 과연 자신들이 나라의 장래를 믿고 맡길 만한 정치세력으로 유권자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설] ‘선관위, 또 ‘여당 선거도우미’로 나서나

● 칼럼 2012. 3. 31. 16:3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4.11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야당에 대해서는 증거도 불충분한 과거 사건을 끄집어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는 반면, 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선관위의 ‘여당 도우미’ 병이 다시 도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쪽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나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선관위로서는 제보 내용 등을 검찰에 넘긴 것이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야당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선관위는 새누리당의 손수조 부산 사상구 후보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부산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계획적 행동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손 후보가 선거운동에 후원금과 당 지원금 등 1억5000만원 이상을 사용해 애초 발표한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약속을 어긴 사실에 대해서도 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 결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현 정부 들어 보여온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6.2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서명운동에 선거법 위반 딱지를 붙인 것을 비롯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선거일 투표 인증샷 10문10답’이라는 코미디 수준의 지침을 발표해 유권자들의 투표독려 행위에 재갈을 물리는 등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논란이 된 새누리당의 부산 카퍼레이드의 경우도 박 위원장 쪽은 타고 온 승용차 대신 빌린 선루프 장착 차량을 타고 가며 손 후보와 함께 차 지붕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손을 흔들었고, 박 위원장이 찾은 덕포시장 상인회 쪽은 미리 박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알리는 방송까지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카퍼레이드가 과연 선관위의 설명처럼 ‘우발적’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외면하는 선관위는 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민주주의의 적일 뿐이다. 그런 선관위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여당 도우미로 나설 경우 기관의 존립 자체가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마당] 4.11 총선에서 북한은 누구 편?

● 칼럼 2012. 3. 31. 14:3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북한 당국이 4월 12~16일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이 아무리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내세워도 위성 기술이 미사일 개발 기술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지 못하는 한 그것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다. 또한 남한 총선에도 작건 크건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선거철에 이런 도발을 하는 북한은 과연 누구 편일까? 철 지난 색깔론을 다시 꺼내든 수구세력의 주장처럼 야당 편일까?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여당 편이다.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1987년 11월29일 13대 대통령선거를 10여일 앞두고 북한 공작원에 의해서 대한항공기 폭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국민들의 안보의식과 대북 경계심리를 자극하여 새누리당의 할아버지뻘 되는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20여일 앞둔 1996년 4월에도 북한이 비무장지대 유지관리 임무 포기를 선언하고 무장한 인민군을 판문점에 진입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국내에 급격하게 ‘전쟁위기론’을 확산시켰으며, 결과적으로 당시 청와대 인사의 거액수뢰 사건으로 선거 참패 위기에 직면해 있던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을 구하고 야당에 패배를 안겨주었다.
 
1997년 12월에 치러진 15대 대통령선거 때는 월북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가 김대중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면 금세기 내에 통일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투표 6일 전에는 북한 방송에 출연하여 김 후보의 통일방안이 북한의 고려민주연방제와 유사하다고 말해 그를 용공으로 모는 북풍을 일으켰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북한이 남한 선거에서 수구 집권세력의 우군이었음을 보여준다. 요즈음도 북한 선전매체는 이따금 남한 선거에서 여당을 반대하고 야당 지지를 선동한다. 이를 보고 어떤 이들은 북한이 야권의 승리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야권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포용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믿음에 힘을 실어준다. 과연 그럴까?
우리 사회의 강한 반북정서를 고려할 때, 북한이 선거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 거꾸로 이 세력은 ‘친북’ ‘종북’으로 몰려 선거에서 불리하게 된다. 남한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북한의 대남통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야당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야당 후보를 떨어뜨려 달라는 청탁이나 다름없다. 나는 북한 정권이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자신의 독재적 성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민주정부보다는 자신과 일정 부분 유사하게 권위주의적 성격을 지닌 정권이 남한에 들어서는 것이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되고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도 대남 콤플렉스가 덜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은 앞의 역사적 사례와는 약간 다르게 남한 총선에 직접 개입하기 위해 발표된 것 같지는 않다. 남한 정세에 대한 고려 없이 김일성 출생 100년과 김정은 권력 공고화, 강성국가 건설 등 4월에 있을 자신의 정치 일정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사고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남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도 북한 변수를 선거에 끌어들여 북풍을 일으키는 데 화려한 전력을 지닌 수구세력이 이번에도 색깔론으로 톡톡히 안보장사를 하려 들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이 과거와 달라졌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직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보았듯이 국민은 북풍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리기 시작했다.
국민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태를 통해 새누리당 정권이 이승만 정권 이후 최악의 안보무능 세력임을 체감했다. 이를 통해서 안보무능으로도 모자라 안보장사까지 하는 정부가 아니라, 아예 북한이 도발을 통해 남한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남북관계를 잘 이끌고 아울러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춘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문제는 대안세력이다. 이제 야권은 단순히 여권의 북풍에 대한 수세적 대응을 넘어 안보무능 세력을 교체하여 평화와 안보가 선순환하며 함께 증진하는 비전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진짜 안보세력인지 당당하게 물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