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우 사망자 170명 넘어…독일만 156명 사망

홍수 때 7m 급류… 경보 온전히 전달안돼 참사

당국, 무려 3시간 뒤에야 출동해 2층 생존자만 구조

 

    홍수로 12명이 숨진 진치히의 요양원 [AP=연합뉴스]

 

독일 서부 등 서유럽 일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홍수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12명이 한꺼번에 희생됐다.

 

17일 뉴욕타임스와 SWR 방송에 따르면 독일에서 폭우 피해가 가장 큰 라인란트팔츠주의 마을 진치히에 지난 14일 밤 최대 7m 높이의 급류가 밀려들어 왔다.

 

진치히는 라인강과 아르강 사이의 마을로 집중적인 폭우에 강물이 범람한 것이다.

 

당국이 마을에 경고를 보냈지만, 일부만 들었다.

 

가장 큰 비극은 페스탈로치 거리의 레벤실페 요양원에서 벌어졌다.

 

요양원에는 36명의 장애인이 머물고 있었다.

 

홍수가 난지도 모른 채 1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12명의 장애인이 갑작스럽게 밀려온 물에 뼈져 숨졌다.

 

요양병원에는 밤사이 1명의 직원만 머물고 있었다.

 

이웃들은 요양원에서 나오는 비명을 들었다.

 

구조대원들은 3시간 후에야 2층에 있던 24명을 구해냈다. 생존자들은 창문을 통해 나와 구조대원들의 보트에 올라탔다.

 

물이 빠진 현재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요양원의 1층은 황토물에 잠겨있었던 흔적이 벽면에 뚜렷이 남아있다.

 

요양원은 3m 정도까지 잠겼다.

 

    홍수로 떠내려온 잔해와 진흙으로 뒤범벅된 독일 아르베일러 마을 [AFP=연합뉴스]

 

요양원 인근의 조부모 집에서 진흙으로 뒤범벅된 내부를 청소하던 도미니크 개스퍼(17)는 뉴욕타임스에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조부모는 다행히 무사했다.

 

이 지역 거주자인 루이스 루피노(50)는 "우리의 보건 시스템은 미국보다 낫지만 여전히 비용을 회피하려 한다"면서 "요양원에 단지 한 명의 직원만 사람들을 돌보고 있었다. (침수로) 불이 꺼졌을 때 그들은 공포에 빠져들었고 물이 들이 들어왔을 때 그들은 기회가 없었다"고 슬퍼했다.

 

특히 그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당국이 미리 경고했다면 일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치히에는 2만명이 거주해왔는데, 이번 홍수로 요양병원 희생자 외에도 2명의 사망자가 더 나왔다.

 

또, 2천명이 대피했고, 350명이 집을 잃었다.

 

아르다리도 무너졌다.

 

이번 폭우로 독일에서 이날까지 15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만 110명이 숨지고 670명이 다쳤다.

 

100년만의 유럽 폭우 사망자 150명 넘어…독일 133명 · 벨기에 20명

* 폭우·홍수 휩쓸고 간 독일 슐트 지역 주택가 [EPA=연합뉴스]

 

최근 독일을 포함해 서유럽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을 넘었다고 AP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독일 경찰은 이날 서부 라인란트팔츠주 아르바일러에서 홍수로 9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43명이 희생됐다.

 

벨기에에서도 이날까지 최소 20명이 홍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홍수 지역에서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구조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접한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 네덜란드 최남단 팔켄뷔르흐의 한 마을이 16일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서유럽에 내린 이번 폭우와 홍수로 120여 명이 숨졌으며, 통신두절로 연락이 되지 않거나 실종된 사람도 1천300여 명에 달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우려가 높다. 팔켄뷔르흐 AFP=연합뉴스

 

이번 피해는 지중해에서 유입된 저기압이 독일 등지에 최근 폭우를 쏟으면서 14~15일 홍수가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홍수는 프랑스에서 기원해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거쳐 바다로 들어가는 뫼즈강 주변으로 번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홍수 지역에서 너무도 많은 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재앙에 충격을 받았다”며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수천 가구가 집을 잃었고 산사태 우려가 있는 지역도 많다. 벨기에 리에주주에 있는 도시 베르비에에서는 홍수로 차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목격됐고, 약탈 위험 때문에 밤에는 통금령이 내려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집중된 폭우가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지상에 낮게 깔린 저기압대가 벨기에, 네덜란드 서부 지역 등에 폭우를 쏟았다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6일 이번 홍수 피해가 “기후변화의 명확한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은 이것(홍수)를 기후 변화의 명확한 징후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로 정말로 행동해야 할 긴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 발터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이날 피해 지역으로 가기 전 수도 베를린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결연한 싸움에 참가해야 우리는 기상 상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당국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유럽 홍수 시스템(EFAS)이 이번 주 초에 “극단적” 홍수 경고를 내놨는데도 희생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기상 당국은 지자체에 경고를 보냈고 지자체가 대피 조처 등을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부장관은 독일이 다음에는 “더 대응을 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피해를 “기후 변화의 결과”라고도 말했다. 조기원 기자

 

"유럽 1천년만의 대홍수"…기후변화시대에 20세기 대응체계 참패

 

경보 작동했으나 '불가항력 규모'에 있으나마나

수위상승 속도 상상초월…"손쓸 틈이 없었다"

기후변화 심화 불가피…대비체계 전면 개편 필요성

 

16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독일 라인란트팔트주 바트 노이에나어-아르바일러 모습. [EPA=연합뉴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이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 대비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기록적인 폭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서다.

 

16일 뉴욕타임스(NYT)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기상당국의 폭우경보는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 이미 여러 번 나왔다.

 

독일 기상청은 사흘 전인 13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 걸친 아이펠과 모젤강 지역에 최고 등급 이상기후 경보를 내리는 등 여러 경로로 폭우를 경고했고 지역정부에도 대비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릭스 디치 독일 기상청 기상학자는 같은 날 유튜브에서 남서부 지역에 수 시간 동안 1㎡에 70L 이상 비가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홍수조기경보시스템(EFAS)에서도 지난 주말 경고가 나왔다고 한다.

 

EFAS를 설계하고 현재는 자문역을 맡은 해나 클로크 영국 리딩대 교수는 "폭우와 홍수가 오니 주의하라는 경보가 나갔다"라고 말했다.

 

EFAS는 2002년 엘베·다뉴브강 대홍수를 계기로 개발돼 2012년부터 운영됐다.

 

사전경보가 있었음에도 사망자가 100명이 넘게 나올 정도로 피해가 큰 이유는 무엇보다 폭우의 규모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접한 지역에 쏟아진 비는 100~150㎜로 평소 한 달 치 강수량 수준이다.

 

'물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100년만에 한 번 올 정도의 폭우로 평가됐다.

 

우베 키르셰 독일 기상청 대변인은 더 나아가 '1천년만의 폭우'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에 강과 하천 수위가 너무 빨리 상승해 손 쓸 틈이 없었다는 것이 당국들의 입장이다.

 

라인란트팔츠주 코르델시 메다르트 로트 시장은 일간 빌트에 "강 수위가 위험홍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보를 받은 뒤 긴급대응에 착수했지만, 수위가 너무 빨리 올라서 통상의 방법으론 소용이 없었다"라면서 "소방당국이 대응 조처를 마련한 지 3시간도 안 돼 모든 것이 물에 잠겼다"라고 말했다.

 

워낙 많은 비가 단시간에 내려 평소엔 범람할 위험이 없던 작은 강이나 소하천에서도 홍수가 일어난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홍수가 발생한 벨기에 리에주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물론 경보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클로크 교수는 "경보의 의도가 제대로 달성된 곳도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주민에게 경보가 전달되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라인란트팔츠주 아르바일러에선 강 수위가 역대 최고치인 3m를 넘기 약 3시간 전에야 강가 주민에게 첫 경보가 내려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라인란트팔츠주 환경당국은 큰 강들은 홍수경보가 이뤄지지만, 지천이나 소하천은 자세한 정보가 없다고 인정했다.

 

홍수대책을 지역당국에 맡기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독일은 '지역당국이 지역을 가장 잘 안다'라는 이유로 경보에 따라 어떤 조처를 할지 지역당국이 결정하도록 한다.

 

클로크 교수는 "여러 주의 다수 기관이 관여하는 파편화된 체계 때문에 (지역별로) 가지각색 조처가 이뤄졌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홍수를 일으킨 폭우가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 등 기후변화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폭우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더 늘어나고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기가 따듯해지면 더 많은 수분을 머금고 이는 강력한 폭우로 이어진다.

이에 이상기후가 늘어나는 상황에 맞춰 경보·대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후계자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역사적 규모의 재앙적 홍수를 겪고 있다"라면서 "독일을 기후에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두 달여 뒤 총선을 앞둬 '이상기후 대비'가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영향을 연구하는 헤일리 파울러 뉴캐슬대 교수는 극단적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반시설들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치수능력을 뛰어넘는 대형 홍수가 올 것이기 때문에 경보·비상관리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풍수해 위험성 '긴급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프리데리케 오토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원장은 "풍수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사람들이 제대로 모른다"라면서 "집이나 도로를 건설하면서 많은 땅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하는데 이는 물이 범람했을 때 큰 피해를 부른다"라고 지적했다.

 

서유럽 강타한 100년만의 폭우…독일·벨기에서 120여명 사망

실종자 많아 피해 커질 가능성 "1천300명 생사 확인 안돼"

강 범람·댐 붕괴 우려에 곳곳 대피령…국제사회 애도·지원 약속

 

 

서유럽에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독일과 벨기에에서 최소 120여 명이 사망했다.

 

특히 갑자기 불어난 엄청난 양의 물로 상당수 가옥이 추가 붕괴 위험에 처해있고 통신두절로 연락이 되지 않거나 실종된 사람도 1천300여 명에 달해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16일(현지시간) 독일 경찰과 주정부 집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폭우에 따른 사망자는 최소 103명으로 늘었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 60명,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43명이 희생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벨기에에서도 최소 23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이미 확인된 사망자 외에도 실종자가 많아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 독일 남부 폭우로 수위 급상승한 네덜란드 [EPA=연합뉴스]

 

라인란트팔츠주 바트노이에나르아르바일러 마을에서 1천30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다만, 당국자들은 이런 높은 수치는 통신 두절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고위 당국자는 현지 방송에 "40∼60명이 여전히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 수는 며칠간 계속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라인란트팔츠주 전체 실종자를 100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일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구조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독일대사관은 피해지역에 직원을 파견해 한국 교민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낮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공관 관계자는 "지하실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는 있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지원에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사람들에게 끔찍한 날들일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생명을 구하고, 위험을 예방하고 고난을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접한 지역 대부분이 폭우를 겪었다.

 

24시간 동안 이들 지역에서는 평소 한 달여 기간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100∼150㎜에 달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15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쾰른의 강수량은 154mm로 7월 월평균(87mm)의 두 배에 육박했다.

 

국지적으로 더 많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여러 강과 저수지가 범람한 탓에 피해가 커졌다.

 

라이퍼샤이트에는 9시간 동안 강수량 207mm의 비가 쏟아졌다.

 

도로와 통신이 끊기고 붕괴한 건물의 잔해가 골목을 막으면서 현지 당국의 구조 작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이나 저수지 인근 주민들은 당국의 대피령에 따라 집을 떠나 고지대로 이동했으며 독일에서만 최소 20만 가구의 전기가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마을 슐트에서는 주택 여러 채가 무너지고 수십 명이 실종된 상태다.

 

말루 드라이어 라인란트팔츠 주지사는 주 의회에서 "사람들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아직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는 이런 재앙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복구·구조 작업 중인 독일군 [EPA=연합뉴스]

 

벨기에에서 피해가 가장 큰 리에주 등이 속한 남부 왈롱 지역에서는 4만1천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리에주 당국은 강변 지역 주민들을 높은 지대로 대피시켰다.

 

독일, 벨기에와 접한 네덜란드 남부 지역 림뷔르흐에서도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수 주택이 피해를 봤고 네덜란드 남동부 도시 마스트리흐트에서는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독일 남부와 벨기에 등지에는 16일 밤까지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애도와 지원 약속도 쏟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상자와 실종자, 생계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위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피해 지역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에서 메르켈 총리와 자리를 함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정에 우리의 마음을 보낸다"고 애도했다.

 

서유럽 휩쓴 100년만의 폭우…약 70명 사망·수십명 실종

독일 최소 58명· 벨기에 11명 사망…실종자 많아 피해 커질 가능성

강 범람 · 댐 붕괴 우려에 곳곳 대피령…국제사회 애도 · 지원 약속

 

뫼즈강 강둑이 무너지면서 물에 잠긴 리에주에서 사람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유럽에 15일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독일과 벨기에에서 약 70명이 사망했다.

 

AP·dpa 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폭우로 불어난 물과 급류에 주택이 붕괴하고 자동차가 휩쓸리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서 각각 최소 30명, 28명이 목숨을 잃어 가장 피해가 컸다. 벨기에에서도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장애인 시설 거주자 9명과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벨기에 리에주 [로이터/Celine Septon 소셜미디어, 재판매 금지]

 

이미 확인된 사망자 외에도 실종자도 최소 수십 명에 이르는 만큼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실종자가 70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지원에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사람들에게 끔찍한 날들일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생명을 구하고, 위험을 예방하고 고난을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여러 강과 저수지가 범람한 탓에 피해가 컸다.

 

안드레아스 프리드리히 독일 기상청 대변인은 CNN방송에 "일부 피해지역에서는 100년 동안 목격하지 못한 양의 비가 왔다"면서 "몇몇 지역에는 강수량이 2배 이상 집중됐고 이는 홍수와 건물 붕괴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도로와 통신이 끊기고 붕괴한 건물의 잔해가 골목을 막으면서 현지 당국의 구조 작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이나 저수지 인근 주민들은 당국의 대피령에 따라 집을 떠나 고지대로 이동했으며 독일에서만 최소 20만 가구의 전기가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마을 슐트에서는 주택 여러 채가 무너지고 수십 명이 실종된 상태다.

 

말루 드라이어 라인란트팔츠 주지사는 주 의회에서 "사람들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아직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는 이런 재앙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쾰른 남부의 라인지크 당국은 댐 붕괴 우려로 스타인바흐 저수지 아랫마을들에 대해 대피령을 내렸으며, 아이펠 산간 지역에서는 주택 25채가 붕괴 위험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리에주에서는 강이 범람해 작은 배가 전복되면서 노인 3명이 실종됐다. 리에주 당국은 강변 지역 주민들을 높은 지대로 대피시켰다.

 

독일, 벨기에와 접한 네덜란드 남부 지역 림뷔르흐에서도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수 주택이 피해를 봤고 몇몇 요양원 주민들이 대피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70여 개 군부대를 동원해 주민 대피와 제방 보수를 지원하도록 했다.

 

독일 남부와 벨기에 등지에는 16일 밤까지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 물에 잠긴 독일 [로이터/트위터@ReneNijholt, 재판매 금지]

 

국제사회의 애도와 지원 약속도 쏟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상자와 실종자, 생계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위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피해 지역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에서 메르켈 총리와 자리를 함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정에 우리의 마음을 보낸다"고 애도했다.

'통계보다 상황 심각' 지적도…병상부족 등 의료붕괴 직면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교외 브카시에서 보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매장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이 인도에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일일 신규 확진자는 15일 5만6천757명으로 나흘째 최다치를 깼다.

 

이날 인도 신규 확진자는 4만1천800여명으로 인도네시아보다 적었다.

 

인도 인구가 13억6천여만명으로 인도네시아(2억7천만여명)보다 5배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인도네시아 누적 확진자는 272만6천800여명, 사망자는 7만192명에 달했다.

 

상황이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건수가 부족해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자카르타 보건당국이 참여한 조사에서 자카르타 시민 약 5천명 가운데 44.5%가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대로면 자카르타 시민 1천60만명 중 47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공식통계의 12배 이상이라고 방송은 설명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인도네시아는 의료붕괴 상황에 직면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13일 코로나19 병상 12만개 가운데 9만개에 환자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전체 코로나19 병상의 3분의 1가 사용되는 것으로 빈탄과 족자카르타(욕야카르타) 등은 병상 이용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병상뿐 아니라 의료용 산소도 부족하다.

 

족자카르타 한 종합병원에선 이달 초 산소부족으로 이틀 사이 환자 63명이 목숨을 잃었다.

 

모든 사망자가 산소부족 때문에 숨지지 않았다고 병원 측이 주장해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이나 산소가 떨어져 숨진 환자가 있는 것은 확실한 상황이다.

 

*15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보고르의 한 산소공장에서 여성 2명이 산소통을 충전하고자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미얀마 보건부는 14일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7천83명과 145명 나와 누적 20만8천357명과 4천181명이 됐다고 밝혔다.

 

미얀마도 통계보다 실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이 포화상태인데다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도 군부가 운영하는 병원을 믿지 못해 그냥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CNN은 전했다.

 

현지매체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군부는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지자 산소공장들에 개인에게 산소를 판매하지 말고 군부가 운영하는 병원이나 치료소에만 산소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14일 양곤 한 산소공장 앞에서 산소통을 충전하려고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총을 발포해 해산시켰다.

 

최근 미얀마 보건부 대변인이 혈중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싶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시아 최빈국인 미얀마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적을 뿐 아니라 대변인이 추천한 앱은 허위정보를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동남아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미얀마뿐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일일 신규 확진자는 15일 1만3천215명으로 사흘째 1만명을 넘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최다치를 경신한 것으로 누적 확진자는 88만782명이 됐다.

 

사망자는 전날 118명이 증가하며 누적 6천503명을 기록했다.

 

태국도 3차 유행을 맞은 상황이다.

 

태국에선 15일 확진자가 9천186명 늘면서 누적 34만3천352명을 기록했다.

 

같은 날 사망자는 사상 최다인 98명이 나와 3천32명이 됐다.

 

태국 코로나 사망자 96%(2천938명)는 현재 겪는 3차 유행 때 나왔다.

 

* 14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산소통을 충전하고자 기다리는 사람들. [AFP=연합뉴스]

홍콩대 연구진, 의료진 1천400여명 조사

"화이자 항체, 시노백보다 10배 많아"

 

    중국 시노백사가 생산한 코로나 백신 '코로나백'(coronaVac)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없는 이른바 '물백신'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시노백 백신 접종자의 항체 수준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대 연구진이 현장 의료진 1천44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항체 형성률을 조사한 결과,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항체 수준이 중국 시노백 백신 접종자보다 10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시노백 백신 접종자의 항체 수준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이날 국제학술지 '랜싯 마이크로브'(Lancet Microbe)에 발표했다.

 

이들은 다양한 시차를 두고 의료진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가장 먼저 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자 63명은 1차 접종 이후 항체 농도가 상당히 올라갔고, 2차 접종 이후 더 올라갔다. 반면 시노백 백신 접종자 30명은 1차 접종 후 항체 농도가 낮았고, 2차 접종 후 보통 수준이 됐다.

 

또 두 백신의 접종자 각각 12명을 뽑아 조사한 항체 수준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평균 항체 수준은 269로, 시노백 백신 접종자의 27보다 약 10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화이자 백신 접종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항체 보유자가 시노백 백신 접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항체 보유자보다 항체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화이자 백신과 시노백 백신의 예방효과는 각각 95%와 50.7%로 보고됐다.

 

항체 보유량은 면역 수준과 직접 연관되지는 않지만, 항체 수준이 높을수록 대체로 코로나19 감염에 강하게 대응하고 면역기간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연구진은 "두 백신 접종자의 중화항체 농도 차이는 백신 효과의 상당한 차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백 백신 접종 중 특히 면역 반응이 약한 노인의 경우는 부스터샷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홍콩 양화의원(養和醫療) 연구진이 홍콩의학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고 SCMP는 전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457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항체 조사를 진행했으며,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항체 수준이 시노백 백신 접종자보다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다만, 해당 연구진은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지난달 또다른 홍콩대 연구진은 홍콩 정부 의뢰를 받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항체조사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항체 반응이 해당 백신의 3상 임상시험 결과에서 나타난 높은 수준의 예방효과와 일치하고, 시노백 백신의 3상 시험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태국에서 시노백 백신을 맞은 의료진 중 6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시노백 백신을 둘러싼 '물백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말레이, '물백신' 논란에 "시노백 추가 수입 안 해"

인도네시아· 태국서 시노백 저효과 논란 일어난 뒤 결정

 

코로나 폭증 사태에 대응 중인 말레이시아 정부가 "화이자 백신 접종에 주력하고, 시노백 백신은 기존에 들여온 물량을 다 쓰면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16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아드함 바바 보건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은 주로 화이자 백신 사용에 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이자 백신 4천500만회를 확보했기에, 인구 3천200만명의 70%(2천240만명)를 접종하는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노백 백신은 1천600만회 분량을 들여왔는데 절반을 사용했고, 나머지 절반은 기존 접종자의 2차 접종에 쓰고, 이후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며 추가 수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주변 국가에서 시노백 백신의 저효과 우려를 둘러싼 '물백신' 논란이 일어난 뒤 내려졌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 화이자 백신

 

시노백 백신을 보건의료인에 대량 접종한 국가들은 최근 델타변이 확산 후 의료인들이 줄줄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현상을 접했다.

 

태국과 터키는 시노백 백신 접종을 완료한 보건의료인 등에 부스터샷(효과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 접종)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국제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지원한 모더나 백신을 보건의료인 147만명에게 부스터샷으로 접종한다고 발표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인 화이자나 모더나와는 달리 시노백 백신은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제조됐다.

 

중국 시노백 백신 맞은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 두 번째 양성

예방효과 논란 의식 "나를 지켜줄 것으로 확신"

 

중국산 백신 코로나백을 접종한 주앙 도리아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가 15일 두 번째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상파울루주 정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을 접종한 브라질 상파울루주 주지사가 두 번째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주앙 도리아 주지사는 15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코로나19 검사에서 두 번째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의료진 지시에 따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대선의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도리아 주지사는 지난해 8월에도 부인과 함께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됐다.

 

그는 코로나백의 예방효과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건강은 좋은 편이며, 코로나백을 이미 접종해 증상은 가볍다"면서 "코로나백이 브라질 국민 수백만 명의 생명을 지킨 것처럼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63세인 도리아 주지사는 지난 5월 1차, 6월에 2차로 코로나백을 접종했다.

 

브라질에서는 코로나백의 효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부스터샷(효능을 보강하기 위한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에 거부감을 가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코로나백이 코로나19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이후 코로나백을 두 차례 접종하고도 다른 백신을 또 맞아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코로나백을 수입·생산하는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연구소의 지마스 코바스 소장은 "현재 브라질의 과제는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며 그다음에 부스터샷과 어린이·청소년들 접종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올해 안에는 부스터샷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코로나백,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미국 화이자, 얀센 등 4가지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이 가운데 AZ 백신 접종자가 60%에 가깝다.

 

“화이자·AZ·모더나, 델타 변이에 80% 이상 예방 효과”

  한국보건의료원 · 대한의학회 공동 연구결과

“감염과 입원 · 사망에서 높은 예방효과 보여”

 

15일 서울 구로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교차 검증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2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델타 변이의 감염과 입원 및 사망에서 유의미한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의학회는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이슈 관련 신속검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의학회는 이 연구를 위해 지난 8일까지 국내·외 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와 출판 전 문헌 데이터베이스, 코로나19 백신 관련 주요 문헌검색 등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변이 예방효과 등에 대해 교차 검증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우선 화이자 백신의 경우 2회 접종을 완료하면 알파 변이에 89~93.4%, 델타 변이는 79~88%, 베타와 감마 변이는 84% 감염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알파 변이에 66.1~74%, 델타 변이는 60~88%의 감염 예방효과를 나타냈고, 베타와 감마 변이는 1차 접종을 한 경우 48%의 감염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더나 백신 역시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알파 변이는 92%의 감염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델타 변이, 베타와 감마 변이는 1차 접종 기준으로 각각 72%와 77% 감염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는 더 높았다.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알파 변이에 95%의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를 나타냈고, 델타 변이는 96% 입원 예방효과, 베타와 감마 변이는 95%의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를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알파 변이에 86% 입원 예방효과를 나타냈고, 델타 변이는 92% 입원 예방효과, 베타와 감마 변이는 1차 접종 기준으로 83%의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를 보였다. 모더나 백신 역시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알파 변이에 94%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를 보였다. 1차 접종 기준으로는 델타 변이, 감마와 베타 변이에 각각 96%, 89%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두고 “변이 감염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는 기존 바이러스 감염 예방 대비 약간 감소하지만, 2회 접종을 완료하면 80% 이상 감염 예방효과를 나타냈다”며 “특히 1회 접종을 완료하면 변이 감염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을 78~96%, 2회 접종을 완료하면 86~9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보수집회 '거부서약' 속출…보수매체 가세해 혐오 자극

"부정선거·의회폭동 조작설과 동급 이루는 신조로 부상"‘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접종 캠페인에 집단 저항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진 미국 최대의 보수진영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AP=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는 행위가 미 보수진영의 신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목표로 설정한 70% 문턱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완강한 거부 운동 때문으로 관측된다.

 

WP는 과거 백신접종에 주저하는 보수진영의 행태가 이제 단호한 혐오로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보수 지지층이 백악관의 백신접종 메시지를 비판하고 캠페인을 왜곡하는 데 이어 무더기로 접종 거부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인 1천500만명이 백신을 접종해 취임일 이후 감염자가 93% 감소했다고 지난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전혀 다른 시각을 노출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미국 최대의 보수주의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참석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인 성인 접종률 70%가 불발했다는 점을 자축했다.

 

나아가 이들은 미국 내 백신 보급을 저지하기 위해 계속 단결하자고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매디슨 코손(노스캐롤라이나), 로런 보버트(콜로라도) 등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정방문 백신 홍보를 비웃었다.

 

보버트 의원은 "수당도, 복지도 필요 없으니 제발 꺼지라고 정부에 말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홍보를 탄압하는 수준의 움직임까지 목격된다.

 

테네시주에서는 최근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 속에 청소년 백신접종 장려책이 중단되고 보급을 권장하던 고위직 관리가 해임됐다.

 

보수진영에서 저항이 급물살을 타자 보수성향의 매체들도 가세해 백신 혐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극우매체 원아메리카뉴스는 "빅브라더(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국가 통치체제)가 문을 두드리러 온다"고 바이든 정부의 가정방문 캠페인을 비판했다.

 

유사한 성향의 매체 뉴스맥스는 백신 접종은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보수방송 폭스뉴스의 정치 평론가이자 뉴스쇼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백신 접종을 때때로 옹호해왔으나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당국이 그런 건 얘기를 아예 안 한다"고 최근 태도를 바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현재 1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18세 이상 주민의 비율은 67.9%로 나타난다.

 

WP와 ABC뉴스의 공동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27%는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작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에는 백신을 절대로 맞지 않겠다는 20%도 포함됐다.

 

통계를 살펴보면 백신을 거부하는 태도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비영리연구소인 카이저가족재단에 따르면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 카운티들에서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주민의 비율이 47%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긴 카운티들에서는 그 비율이 35%에 그쳤다.

 

WP는 "백신 홍보 캠페인이 의미가 없거나 해롭고 어쩌면 정부의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개념은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 올해초 의회폭동이 침소봉대됐다는 주장과 동급을 이루는 트럼프 지지층의 신조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 속에 이런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