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관계자들이 항공편으로 도착한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을 하역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중국산 백신을 도입한 국가는 헝가리가 처음이다. 부다페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7일(현지시각)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긴급승인을 받은 5번째 백신이자 비서구권 국가가 개발한 백신 가운데선 첫 사례다.
앞서 이 기구 산하 면역전문전략자문단(SAGE)은 시노팜이 제출한 3상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나타난 효능이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부합하다고 평가해 긴급사용 승인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산 백신의 임상시험자료를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노팜 백신의 효능은 78.1%로 추정된다. 다만 이 백신이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능이 있는지 판단하기엔 제한된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승인이 빈곤국 및 개발도상국에 백신공급의 길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승인이 “코로나 팬데믹을 끝내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 될수도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긴급 사용 목록에 올라가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배분될 수 있다.
또다른 중국 제약사 시노백 백신에 대해서도 다음주쯤 세계보건기구가 긴급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백신 데이터 전문가 안드레아 테일러는 두개의 중국 백신이 코백스에 더해지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특히 이미 남미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이미 2억 천만 회분 넘는 백신을 공급한 중국은, 미국의 백신 지재권 면제 카드에 맞서 ‘백신 외교’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영희 기자
프랑스·스페인 등 다수 회원국은 특허 효력 정지에 긍정 반응 러시아도 찬성… 중국은 “WTO에서 공정한 합의 도출 기대” 영국 정부는 찬성 압박 받는 상황 … 브라질은 반대 고수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건물 앞에 유럽연합 깃발이 걸려 있다.
독일이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효력 일시 정지 제안에 반대한다고 밝힌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7~8일(현지시각) 포르투갈 포루투에 모여, 회원국간 이견 조율에 나선다. 유럽연합은 미국·영국 등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재권 효력 정지 논의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는 세력이다.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가 효력 정지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대다수의 나라가 미국의 제안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이 6일 전했다. 유럽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 논의와 관련해 “폭넓은 합의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의 쟁점은 프랑스 등 다수 국가와 독일의 견해 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지재권이 코로나19 백신 생산의 걸림돌이 아니라며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근원이며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백신 공급을 제약하는 요소는 특허가 아니라 공급 능력과 높은 품질 기준”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이런 반응은 전령(메신저) 아르엔에이(mRNA)를 이용한 백신을 미국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자국의 바이오엔테크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엔테크는 “특허 효력을 정지해도 백신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령아르엔에이 관련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백신을 생산할 때 생길 위험을 경고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만, 현재 백신 보급의 걸림돌은 가격이나 특허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미국의 제안을 지지하며 “지재권이 코로나19 사태를 끝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세계무역기구 합의 이전에라도 제약회사들이 특허 사용권을 다른 기업들에 적극 제공하도록 촉구하는 제안을 정상회의 토론 문건에서 담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제안을 지지하며 “러시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식) 접근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유효하고 공정한 합의 도출을 위해 세계무역기구 논의 틀 안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미국 정부가 지재권 효력 정지 지지로 돌아선 이후 영국의 보리스 존슨 내각은 야당인 노동당 등으로부터 미국의 제안을 지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자라 술타나 노동당 의원은 “영국도 (미국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는 “나머지 모든 진영도 세계가 백신을 통해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코로나19 백신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인 아스트라제나카는 영국·스웨덴 계열 제약회사다.
한편, 브라질의 카를루스 알베르투 프란사 외교장관은 지재권 효력 정지에 반대하면서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과 이 문제를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당분이 많은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장암 위험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분이 많은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대장암 위험을 다른 사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여성 간호사 9만5464명의 식생활을 분석한 결과, 매일 350㎖의 단 음료를 마시면 50살 이전에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32%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루에 500㎖ 이상 계속 마신 사람과 250㎖ 이하를 마신 사람을 비교한다면, 많이 마신 사람의 대장암 위험이 2배 높은 셈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대학 공공보건학과 소속의 인 차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거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건강을 위해서는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989년 시작된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 프로젝트에 등록한 25~42살 여성 간호사들의 식생활 설문조사 결과와 건강 기록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2년에 한번씩 생활 방식과 의료 기록을 보고했고, 식생활에 대해서는 4년마다 설문조사에 응했다. 분석 대상 중 대장암 초기 진단을 받은 사람은 109명이었고 이 가운데 16명은 매일 500㎖ 이상의 단 음료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자들은 단 음료가 대장암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가공된 육류, 섬유질 적은 음식, 흡연, 음주, 비만 등이 있는 만큼, 단 음료만으로 대장암 발병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2019년 프랑스에서 10만여명을 대상으로 9년 동안 3300가지의 음식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콜라나 오렌지주스처럼 당분이 많은 음료가 각종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영국 애스턴대학의 영양학자 두에인 멜러 박사는 “단 음료를 줄이면 대장암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출 여지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식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로켓 · 우주선 · 인터넷위성 · 관광 … 우주산업 놓고 전방위 격돌 사사건건 부딪치며 신경전…지금까진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우세 어릴 적부터 우주 꿈꾼 두 사람, 지구 밖 인류의 삶이 최종 목표
“궤도까지 올라가지도 못해요 ㅋㅋ”(Can’t get it up (to orbit) lol).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 아래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 소개 기사를 붙였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달 착륙선 제조업체로 스페이스엑스를 단독 선정했다. 며칠 후 경쟁업체인 블루오리진이 이에 항의하는 문서를 제출하자, 머스크는 그다음날 조롱하듯 트위트를 날렸다.
지난 5일 블루오리진은 6년간 준비해온 첫 유인비행 계획을 공개했다. 몇 시간 뒤 스페이스엑스가 새로운 로켓의 첫 고고도 비행 성공 소식으로 응수했다. 둘 사이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미국 최초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가 첫 우주비행을 한 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었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시제품(왼쪽)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세계 최고 억만장자 기업가들의 대회전이 시작되려는 것일까?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 사이 신경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로켓과 우주선 개발은 물론 우주인터넷, 우주관광 등 곳곳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성과만 놓고 보면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엑스의 상대가 안 된다. 2002년 출범한 스페이스엑스는 이미 로켓을 120차례 가까이 지구 궤도에 쏘아올렸고, 한 로켓을 9번이나 쓰는 등 로켓 재사용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했다. 인류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을 개발해 세 차례나 우주비행사들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다. 우주인터넷망을 구축할 군집위성 스타링크 1500개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았다.
반면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엑스보다 2년 앞서 출범했으면서도 아직 지구 궤도에 로켓을 보낸 적이 없다. 이제서야 올여름 고도 100㎞의 준궤도 우주관광을 위한 유인 비행을 시작한다. 우주인터넷망 구축은 아직 계획만 있을 뿐이다.
베이조스가 역전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던 게 나사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였다. 목표 시점은 2024년이다.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아르테미스 달 착륙선 제조업체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페이스엑스는 재사용 로켓과 유인우주선 기술을 내세웠다. 블루오리진은 록히드마틴, 노스럽 그러먼, 드레이퍼연구소 등 1960년대 아폴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업들과 한 팀을 이뤘다. 세간에선 나사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경쟁에 나선 세 업체 가운데 두 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으며, 화려한 개발 진용을 갖춘 블루오리진이 포함될 것으로 보는 쪽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발표된 결과는 스페이스엑스 단독 선정이었다. <워싱턴 포스트>가 확보한 나사 문서에 따르면 예산 문제가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 나사가 스페이스엑스와 계약한 금액은 28억9천만달러다. 반면 블루오리진이 제시한 개발비는 59억달러로 알려졌다.
아르테미스 사업 탈락은 블루오리진으로선 이중의 타격이다. 이미 달과 화성 여행을 목표로 스타십 우주선을 개발 중인 스페이스엑스는 탈락해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하지만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은 오로지 아르테미스를 위해 개발하는 것이어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블루오리진은 지난달 26일 회계감사원(GAO)에 50쪽짜리 항의 문서를 제출했다.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서로 감정적 언사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강한 두 사람은 이미 우주산업에서 몇 차례 부딪쳤다. 지금까지 대결은 모두 머스크 승리로 끝났다.
첫 대결은 2013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 장기임대 계약이었다.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이 역사적인 발사대는 논란 끝에 스페이스엑스가 차지했다. 이어 스페이스엑스는 2014년 블루오리진이 특허를 신청한 로켓 회수 기술을 놓고 법정 소송을 벌여 대부분의 특허를 무산시켰다.
감정이 틀어진 두 사람은 2015년 12월 스페이스엑스 첫 로켓 회수 성공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당시 베이조스의 뉴셰퍼드 로켓은 고도 100㎞ 준궤도이기는 하지만 이미 세 차례 회수하는 기록을 세운 터였다. 베이조스가 “우주 클럽에 가입한 걸 환영한다”고 이 사실을 상기시키자, 머스크는 “블루오리진은 10년이 넘었는데도 궤도를 넘지 못했다”고 역공했다. 지난해 8월 미 국방부의 차세대 우주발사체 개발 업체 선정 경쟁에서도 블루오리진은 고배를 마셨다.
저궤도 우주인터넷 사업을 둘러싼 공방전도 뜨겁다. 머스크가 2018년 위성 1만2천개 군집위성으로 고도 수백㎞ 저궤도에 우주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뛰어들자, 베이조스도 이듬해 3236개 저궤도 위성인터넷망 ‘카이퍼’ 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스페이스엑스가 일부 위성들의 궤도를 바꾸려 하자 아마존이 발끈했다. 아마존은 궤도를 바꾸면 카이퍼 위성과 충돌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연방통신위원회에 요청했다. 머스크는 “기껏해야 몇년 후 작동하는 아마존 위성 시스템을 위해 지금의 스타링크를 방해하는 것은 대중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연방통신위는 최근 스페이스엑스의 궤도 변경 요청을 승인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5일 준궤도 우주관광을 위한 첫 민간인 탑승객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우주관광이 두 사람의 새로운 대결장으로 떠올랐다.
우주관광 사업에서도 현재로선 나사가 공식 인정한 유인우주선을 갖고 있는 스페이스엑스가 단연 앞서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오는 9월 4명의 첫 저궤도 민간 우주관광과 내년 초 3명의 첫 민간인 우주정거장 여행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저궤도(700㎞) 관광은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궤도에서 며칠간 머물다 돌아오는 여정이다.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엑스보다 훨씬 낮은 고도 100㎞ 준궤도 관광을 추진한다. 고도 100㎞는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공간이다. 여행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여행 시간도 아주 짧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중력 우주 체험관광이라는 장점을 내세운다. 스페이스엑스 우주관광은 수천만달러, 블루오리진 준궤도 관광은 수십만달러대다. 블루오리진은 7월20일 첫 민간인 탑승객을 태운다.
캘리포니아 호손의 스페이스엑스 본사(왼쪽)와 워싱턴주 시애틀 남쪽 켄트의 블루오리진 본사.
두 사람이 펼치는 우주사업은 기존 우주업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어릴 적 꿈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우주는 그래서 두 사람이 걸어온 사업 여정의 종착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조스는 다섯살 때 아폴로 우주선 달 착륙을 보고 자란 ‘아폴로 키즈’ 출신이다. 어린 시절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모험담을 다룬 <스타트렉> 드라마에 빠져들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웠다. 그는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2016)에 카메오로 출연했을 정도로 <스타트렉>의 열렬한 팬이었다.
머스크는 어린 시절 은하제국 흥망성쇠를 다룬 아이작 아시모프의 에스에프(SF) 대작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탐독하며 우주를 동경해왔다. 그는 지식강연회 ‘테드’에서 “대학 시절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우주다. 머스크 역시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는 영화 <아이언맨2>(2010)에 깜짝 출연했다.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에 깜짝 출연한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영화 <아이언맨2>에 나온 일론 머스크(오른쪽).
두 사람은 모두 지구 밖에서 인류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만, 추진하는 방식은 다르다.
머스크 목표는 화성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스타십 우주선과 슈퍼헤비 로켓으로 화성 기지를 건설하고, 100만명 화성 거주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베이조스는 우주 어느 공간에 거대한 자급자족 주거기지를 건설해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꿈을 꾼다. 1974년 물리학자 제러드 오닐이 제안한 원통형 우주 주거시설 ‘오닐 실린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지구 자원이 감소하고 기후 혼돈이 심해지면 지구 가까운 곳에 하와이처럼 연중 날씨가 좋은 100만명 규모의 우주 주거단지를 만들고, 지구도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둘 다 불과 20여년 만에 세계 최고 부를 쌓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성장 과정은 판이하다. 머스크는 이방인형, 베이조스는 모범생형이었다.
1971년생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 막 뜨기 시작한 인터넷 사업에 매료된 그는 스탠퍼드대 에너지물리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이틀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실리콘밸리로 갔다. 당시 잘나가던 인터넷기업 넷스케이프 문을 두드렸지만 거절당하고, 1년 후 창업 세계에 뛰어들었다.
1964년생 베이조스는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한 데 이어, 프린스턴대를 우등 졸업했다. 대학생 시절 우주탐사개발학생연맹(SEDS) 프린스턴대 지부장을 맡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며 상당 기간 직장인으로 성공 가도를 달린 뒤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일하는 방식도 대조적이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지만 베이조스는 떠벌리지 않고 결과로 말하는 편이다. 두 사람이 우주기업을 설립했을 때 보여준 모습도 그랬다.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엑스를 출범시키며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이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큰소리부터 쳤다. 반면 베이조스는 5년이 지난 2005년이 돼서야 한 인터뷰에서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사실을 밝혔다.
스페이스엑스의 유인우주선 내부(왼쪽)와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캡슐의 내부.
우주산업은 투자분석가들이 첫 조만장자가 탄생할 것으로 꼽는 분야다. 그중에서도 소행성 자원 채굴 산업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한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3500억달러 규모인 기존 우주산업 성장세만 계산해도 2040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우주산업이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은 두 사람에게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머스크도 베이조스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우주 자원 채굴에는 아직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자존심을 건 베이조스와 머스크의 경쟁은 우주산업의 발전을 가속하는 불씨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규제 당국과 시민들이 두 사람의 경쟁을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관련 시장과 일자리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이고, 우주 쓰레기, 우주 빛공해, 우주자원 독점 등 인류 공통 이익과 직결된 문제들이 계속해서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