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25일 압수수색을 통해 김 여사가 외국 순방 일정에서 착용한 목걸이를 확보했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 뒤 첫 외국 순방 일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하면서 6천만원대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제품을 착용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재산 신고 내역에 이 목걸이가 포함돼있지 않아 ‘재산신고 누락’ 논란이 일었다.
그해 5월9일 취임식과 만찬 행사, 5월27일 지방선거 사전투표 등 다른 공개 일정에서 김 여사가 착용한 반클리프앤아펠 팔찌(200만원대)와 카르티에 팔찌(1500만원대)를 두고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다. 공직자윤리법에선 품목당 500만원이 넘는 보석류는 재산 신고 대상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논란이 일자 2022년 8월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렸다”며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으로 금액이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국회에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여사 쪽은 문제가 된 목걸이를 포함해 고가의 장신구 등이 ‘모두 모조품’이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특검은 이를 확인해 목걸이를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특검팀은 25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김 여사가 보관하던 신발 사진도 찍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전 행정관이 교환한 신발 사이즈는 250㎜이지만, 김 여사의 신발 사이즈는 260㎜인 것으로 전해졌다. < 김지은 기자 >
특검, 김건희 엄마·오빠 집 압수수색…‘공흥지구 특혜’ 강제수사 착수
3특검 압수물 중복시 서로 ‘임의제출’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5일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자택을 비롯해 '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일가 및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모습. 연합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5일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특검팀은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의 집,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등 모두 8곳을 압수수색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25일 브리핑에서 “양평 공흥지구 사건 관련 김선교 의원과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오빠 김진우의 각 주거지 및 사무실과 위 개발사업 시행 회사인 이에스아이앤디(ESI&D) 사무실·온요양원 등 8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최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김 여사 오빠 김씨가 대표로 있는 가족기업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공흥지구(2만2411㎡·350가구) 개발 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주요 뼈대다.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김 여사 일가 회사에 개발 사업의 인허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공여 혐의로 경찰에 재고발됐다.
앞서 특검팀은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이첩받았다.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서 김 의원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한 이에스아이엔디에 공흥지구 개발 사업 특혜를 줘 양평군에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의 범죄사실을 압수수색 영장에서 적시했다.
특검팀은 김 의원뿐 아니라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최씨와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가 운영에 관여한 ㅇ요양원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ㅇ요양원은 최근 노인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 보건 당국과 수사기관이 조사에 들어갔던 곳이다.
또 특검팀은 통일교의 건진법사를 통한 청탁 의혹 및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이날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김 여사 집과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 4월 서울남부지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수사 과정에서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이 3개월여 만에 다시 같은 장소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문 특검보는 “천려일실(천 가지 생각 가운데 한 가지 실수), 혹시 하나라도 (수사의 단서가) 빠져나갈까 봐 항상 하는 것 같다”라며 “경험상 그런 데서 의외로 많은 자료가 나온다. 자료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각 특검팀이 피의자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시 압수물이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서로 임의 제출하는 방식으로 중복 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실제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최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압수물을 각각 내란 특검팀과 김건희 특검팀에 임의 제출하기도 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와 관련해 “내란 특검은 조 전 실장, 김건희 특검은 이 전 대표 휴대전화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압수수색 영장 집행 방식으로 각각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날 김건희 특검팀은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과 관련해 컴투스홀딩스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컴투스는 2015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마크 로스코전’ ‘르 코르뷔지에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등에 2억1950만원을 협찬했다. 컴투스가 코바나컨텐츠에 후원한 시기는 윤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기간(2017년 12월∼2018년 4월 자코메티전)과 겹친다. 이 기간 컴투스는 회사 주식을 미신고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았으나 나중에 무혐의 처분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최측근 수행비서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이날 불러 조사하고 있다.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통일교 쪽이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건넨 샤넬 가방 2개를 받아 같은 브랜드의 다른 가방 3개와 구두 1개로 교환한 인물이다.
또 정아무개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특검에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 정 전 행정관은 전 씨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로 알려진 인물로, 샤넬 가방을 전달하는 시점에 전씨 일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특검팀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가 김 여사임을 가리키는 정황 증거를 검찰로부터 다수 확보하고, 이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광화문 케이티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윤 의원은 27일 오전 9시25분께 서울 종로구 특검팀 사무실로 출석하며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진지하게, 진실하게,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고 직접 연락했는지’ 등 질문엔 답변을 피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윤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부탁을 받고 김 전 의원을 공천해 공정한 공천 심사를 해야 하는 공관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업무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재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태균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윤 의원을 포함해 김영선 전 의원, 김상민 전 검사 등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공천개입 의혹’ 사건 관련해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를 적시하기도 했다. < 김가윤 이나영 기자 >
김건희 특검, ‘코바나 대가성 협찬 의혹’ 조사…컴투스 송병준 소환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 관련 전날 함성득 교수 조사도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가 2024년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6일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의장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부터 송 의장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투스는 2015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마크 로스코전’ ‘르 코르뷔지에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등에 2억1950만원을 협찬했다.
컴투스가 코바나컨텐츠에 후원한 시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기간(2017년 12월∼2018년 4월 자코메티전)과 겹친다. 이 기간 컴투스가 회사 주식을 미신고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받은 뒤 이후 무혐의 처분되면서 대가성 후원 의혹이 일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원점에서 재수사를 진행 중이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10일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검) 준비 기간부터 과거 수사기록을 재검토했다”며 “이번 특검 수사로 더 이상의 의문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특검팀은 전날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함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같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살면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함 원장에게 김 여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사모님. 창원시 의창구 출마한 김영선 의원을 지켜달라. 대통령의 충복이 되겠다”)를 전달한 정황을 확보한 바 있다. < 김지은 기자 >
“1일 1혐의” 김건희가 요구한 조사방식 3가지…“이런 피의자 처음”
‘1회 조사하면 3~4일 휴식’ 조건 내걸어 박은정 “24년 검사 하며 본 적 없는 경우”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미는 휠체어에 탄 채 퇴원하고 있다. 연합
특검 소환 조사가 임박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쪽이 조사 일정·방식과 관련한 요구 조건을 제시하자 ‘특혜 요구’라는 정치권의 비판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24년 동안 검사 일을 하면서 그런 조건을 제시하는 피의자는 본 적이 없다”며 김 여사를 비판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새달 6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받은 김 여사 쪽이 △1일 1혐의 조사 △1회 조사마다 3~4일 휴식 보장 △오후 6시 이전 조사 종료 등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앞서 김 여사가 지난해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통령경호처 건물에서 검찰 출장조사를 받고, 수사 검사들이 휴대전화까지 반납한 사실이 알려지자 ‘황제조사’, ‘알현수사’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민중기 특검팀이 별도 협의는 필요 없다고 밝혀 김 여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특검팀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시간이나 방식 같은 것은 형사소송법과 법령에 규정된 방식대로 하는 것”이라며 “김씨 쪽에서는 건강 이슈를 부각시켜서 소환을 늦추거나,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그런 전략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 쪽에서는 이런 전략에 대해 말려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민중기 특검팀이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한 뒤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 내다봤다. 박 의원은 “각각의 범죄 사실이 중대하고, 피의자가 계속해서 수사에 비협조하고 ‘봐주기 수사’를 받은 부분들이 있으면서 지금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1차 소환에서 조사가 완료 안 된다면 두 번째 조사 정도에서는 신병을 처리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넷플릭스 다큐 ‘열대의 묵시록’ - 정치를 좀먹는 종교 정치적 세 쌍둥이 같은 브라질, 미국 그리고 한국 2시간으로 응축된 ‘브라질판 전광훈·지귀연’ 얘기
오동진 영화평론가
일찌감치 포이어바흐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말했고, 그 같은 그의 이론은 줄곧 종교, 특히 기독교도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시사하는 좌파들의 이데올로기라는 식으로 선전돼왔다. 기독교인들은 좌파(실제 좌파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좌파라 공격하는 정치사회집단)가 권력을 잡으면 교회가 문을 닫고 동성애자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 주장하며, 따라서 기독교를 옹호하는 사람만이 나라를 지배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자신들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많다. 사실 부기지수이다. 포이어바흐의 얘기대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덧 종교는 아편 같은 존재가 됐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두 개이다. 하나는 브라질, 또 하나는 한국이다.
브라질의 현존하는 정치적 위기를 그린 넷플릭스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만들어 세계적 화제를 모은, 특히 한국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페트라 코스타 감독은 차기작인 ‘열대의 묵시록’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으며 또 당분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열대의 묵시록’은 브라질 정치에 복음주의 세력, 곧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개입해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중간 이름이 아예 ‘메시아’이다)를 어떻게 대통령에 앉히는가를 기록한 다큐이다.
이 작품은 브라질 복음주의자들이 일명 도미니오니즘(신정주의)를 앞세워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고, 중산층의 돈을 모아, 교회를 기업화하고 세력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의회를 장악하려고 애를 쓴다. (지금도!) 그리하여 대법원, 검찰 조직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해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브라질 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를 축출했고, 그래서 브라질 사회가 지난 10년 가까이 얼마나 혼란을 겪었는지를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똑같다! 참담하다!
정치적 세 쌍둥이 같은 브라질 미국 그리고 한국
마지막 부분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광신도들이 의회와 대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는 장면(어떤 여자는 아예 바지를 벗고 똥을 싼다)은 2021년 트럼프 대선 패배 때 그의 지지자들이 의사당 난입 때의 광경과 똑같다. 2025년 1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폭동과는 다른 모습인가. 판박이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모든 장면을 CNN과 전 세계 통신사의 뉴스로 접하면서 실로 극한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꼈다. 이들 장면에서는 공통점들이 발견되는데 한 마디로, 기독교 광신도들과 극우 정치인들의 결합이 그 같은 난동의 주역들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미국, 한국이 세쌍둥이다.
감독 페트라 코스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하다. 조용하게 설득하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지적해 나간다. 이 여성 감독이 브라질의 정치사회를 기록한 기간은 대략 2016년경부터 시작해 2023년 의사당 난입 장면까지이다. 그녀는 수도 없이 많은 장면을 찍고 또 찍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것은 올곧이 첫 번째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위한 것이었겠지만, 오랫동안 찍은 파일들을 뒤지면서 감독 페트라는 그 한 작품에 브라질 종교 얘기까지 넣는다는 것은 너무나 무리한 일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페트라 코스타의 결정은 옳았다. 한 사회의 환부는 대체로 그 부위가 크고 넓으며 원인 역시 다기(多岐)하기 마련이다. 특히 종교 부분은 아예 독립된 파트로 다루어야 할 만큼 뿌리가 깊다. 그래서 분리해 낸 것이 이번 다큐 ‘열대의 묵시록’인 셈이다.
브라질의 신정주의자들의 뿌리는 1950~60년대의 미국 빌리 그레이엄 목사로 내려간다. 그가1974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집회가 시작이다. 다큐는 그 과정을 편년체적으로 보여주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중간중간 마치 극영화가 즐겨 사용하는 플래시백 장면처럼 과거의 푸티지 영상으로 그 역사를 짚고 나간다.
페트라 코스타의 머릿속은 그 누구보다 브라질 종교사에 대한 정리가 잘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중 관객,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는 그 요점만을 정리해 전달하면 된다는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이번 다큐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여 준 영상편집 능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잘 만든 다큐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2시간 안에 응축시키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2시간으로 응축된 ‘브라질판 전광훈·지귀연’ 얘기
‘열대의 묵시록’은 다큐가 구체에서 추상으로, 개인에서 전체로, 작은 강에서 큰 강으로 가는 점층법을 올바르게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단단히 역설해 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많은 신문 기사가 육하원칙에 따른 삭막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주간지나 월간지의 경우 대체로 어떤 개인의 행동이나 사건을 묘사하는 것으로 문장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얘기이다.
‘열대의 묵시록’의 단초는 실라스 말라파이아라는 이름의, 천박하면서도 종교적으로 극단화 되어있는 한 목사의 얘기로 시작한다. 그를 팔로우한다. 그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고, 이념적으로 얼마나 위험하며(자신의 적은 모조리 좌파, 좌익,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것) 그래서 얼마나 추악한지를 보여준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브라질의 전광훈 혹은 브라질의 김장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가 보우소나루를 쥐고 흔드는 것, 그 방식 역시 복잡할 게 없다. 전광훈이 다수의 정치인을 손아귀에 넣었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통일교나 신천지가 교인들을 보수당의 당원으로 등록시키며 지도부를 장악하고, 국회의원 당선을 조종하는 것과 매한가지의 일이다. 한국에 있는 한동훈 같은 법무장관, 지귀연 같은 판사는 다큐 속에 나오는 판사 세르지우 모루 같은 인물이나 데우탕 달라그노우 같은 검사로 생각하면 된다. 도플갱어이다.
다행스럽게 한국에 문형배 같은 헌법재판관이 있었던 것처럼 브라질에는 알렉샨드리 지 모라이스 같은 대법관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해 준다. 이 흡사함은 오히려 하늘의 뜻처럼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한국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다행스럽게 실패로 끝난 것처럼,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역시 쿠데타를 모의했고, 그 과정에서 모라이스 대법관을 암살하려 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얘기를 전하는 다큐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이다.
저 쪽에 침투해 찍고, 이 쪽도 비판하는 감독의 불안한 시선
놀라운 것은 페트라 코스타의 위치가 시종일관 ‘이쪽’이 아니라 대체로 ‘저쪽’에 있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스트로서 이것은 일종의 ‘침투’이다. 신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접근해 ‘위장된 균형감각’으로 그들이 쏟아 내는 무수한 거짓말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일으키는 폭동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또 한편으로 ‘이쪽’의 문제에도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려 노력한다.
페트라는 룰라 다 시우바의 이런 얘기를 담는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것은 교회를 인정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존재는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러나 난 교회에 가서 표를 구(걸)할 생각이 없다. 그건 나의 정치철학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곧 페트라의 카메라는 룰라가 근본주의자들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장면을 포착한다. 룰라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교회와 일정 부분 타협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 선택이 어쩌면 룰라를 박빙의 승부 차로 이기게 한 요소일 거라고 다큐는 풀이한다. 그러면서도 이 다큐의 비관주의는, 그렇기 때문에, 그 작은 차이를 만든 기독교주의자들의 표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으며, 언제든지 위기의 민주주의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페트라 코스타의 시선이 흔들리고 불안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영화는 종종 현실의 정치, 현재의 사회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는다. ‘열대의 묵시록’이 바로 그러한 작품이다. 게다가 이 다큐는 주제를 특수에서 보편으로 이어 붙인다.
이건 브라질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 한국에 대한 얘기이며 우리 모두에 대한 얘기임을 천명한다. 이 작품이 브라질뿐 아니라 한국의 OTT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지고, 잘 읽혀야 하는 이유이다. 대중들을 위한 올바른 정치적 선전 선동에 영화만한 것이 없다. 영화가 국가 이데올로기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필견을 권하는 바이다.
대구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이 모인 윤석열퇴진대구시국회의가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국민의힘 해산명령서'라고 적힌 판을 당명이 적힌 간판에 갖다 대고 있다. 2025.1.10. 연합
국민은 너무 힘들다
잡것(雜것). 순우리말과 한자가 섞인 단어다. 국어대사전에도 올라있는 표현이다. '순수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잡것'이라는 말이 구어체에서 종종 들리는 건, 그만큼 현실에서 '잡스러운 것'이 넘쳐난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정치판에서 오늘날 국민의힘 모습을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로 '잡것' 이상을 찾기 어렵다. 12.3계엄부터 국힘은 다수가 그 자의 탄핵에 반대하고 내란을 실질적으로 이어갔다. 내란에 가담하고 방조하고 동조한 내란 범죄자들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앉아 대국민 갑질을 하고 있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억지와 궤변, 마녀사냥은 그야말로 대국민 '갑질'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기득권을 혁파하려고 시도하는 민주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이 오히려 파렴치범의 엉뚱한 멍에를 쓰는 정치권의 '뒤바뀐 논리'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내란 잡것'들의 '뒤바뀐 논리'는 너무 과하다. 강선우 후보자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 대통령도 말리지 않았다. 다음 마녀사냥의 대상은 누가 될까? 새 정부에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장관, 방위병 출신의 국방장관이 들어서 반갑기도 하지만, 내란 잡것들이 다음 표적으로 누구를 삼을지 심란하지 않을 수 없다.
'내란 잡것'들의 대국민갑질은 계속된다. 김민석 국무총리 청문회 당시 국힘이 서울 강북구 번동에 내건 연수막. 2025. 6. 21. 사진=권영태 기자
왜 내란 잡것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가
대선으로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국민 다수가 바라는 내란 청산의 과제로서 국힘 정당 해산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행 헌법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만 부여했기 때문이다. 위헌 정당은 정부의 제소가 있은 후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헌법 제8조 제4항).
정청래가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낸다고 하지만, 곧바로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헌법 규정은 정부'만' 제소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정부는 ... 제소할 수 있다'는 문언적 해석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홍준표는 국힘이 자진 해산하라고 촉구한다. 지금 내란범들이 다수를 장악하고 대국민 갑질을 자행하고 있는 내란 잡것들이 자진 해산을 할 리 만무하다. 박찬대는 이른바 인간방패로 그 자의 체포를 막은 45명의 국힘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안을 제시하고 안 되면 정당 해산을 추진할 모양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결심과 상관없이 국무위원들이 국힘 정당 해산을 결정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이 훌륭한 민주적 지도자이지만 아직 이 정도의 의외성을 한국 정치에서 기대하긴 어렵지 않은가?
결국 국힘 해산은 방법이 없고, 국힘의 해산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바람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다수가 원하는 내란 청산의 과제가 헌법의 장벽 앞에서 좌절되고 있는 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왜 국힘에 대한 정당 해산 제소를 결단하지 못하는가? 국민은 정의로운 통합을 원한다. 사진은 지난 대선 때 북서울꿈의숲에서 이재명 후보의 유세를 듣고 있는 국민들. 2025.6.2. 사진=권영태 기자
국회와 국민이 직접 정당 해산 제소·심판할 수 있게 개헌해야
개헌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개헌을 공약했고, 지난 제헌절에 다시 주문했다. 정당 해산과 관련된 조문도 이번 기회에 고치자. 내란 잡것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힘을 국민이 직접 해산할 수 있도록 정당 해산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가 갖고 있는 제소 권한에 더해 국회의 결정으로 그리고 국회의 결정이 없더라도 일정 수의 국민이 요구할 때,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개헌이 필요하다. 국회와 국민이 위헌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국회와 국민도 직접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 경우 2/3 같은 가중된 의결 요건이 아니라 과반수 정도의 의결 요건으로 해서 국민의 대표인 다수당이 판단하면 바로 정당 해산 심판을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이는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지속적으로 극우 정당이 발호할 수 있는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은 유권자 1/10이나 1/20 정도의 규모로 하면 적절해 보인다. 제소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을 하도록 하고, 헌법재판소가 응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국민투표를 통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보완적 대책도 필요하다.
위헌정당해산을 국민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도 빛의혁명 5관문 사회대개혁의 과제로 포함되어야 한다. 나눔문화 2025.1.31. 캡쳐.
위헌 정당 해산이 남용될까?
위헌 정당 해산 제도가 너무 남발될까 우려하는 헛똑똑이들의 비판이 벌써 들리는 듯하다. 되묻자. 지금까지 과연 누가 헌법을 악용했는가? 지금은 12.3계엄 내란을 청산하고 향후 극우의 제2, 제3의 내란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1987년 현행 헌법이 도입된 이후, 헌법의 제도를 악용한 것은 민주개혁 정치세력을 없애려는 '우파 잡것'들이었다. 성문화되지 않은 관습헌법을 들고 나왔고, 처음 민주개혁적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했던 자들이 누구였던가?
위헌적 계엄을 버젓이 자행한 자들이 누구였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역사의 교훈에 터잡지 않고 정당 해산 제도 개헌에 반대한다면, 결국 지금 대국민 갑질을 자행하는 내란 잡것들을 옹호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개헌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위헌 정당 해산의 권한을 부여하자는 주장에 대해 정치 보복 운운하는 내란 잡것들의 대국민 갑질도 예상된다. 위헌 정당 해산은 공화국의 자기방어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누가 헌법을 파괴했는가? 누가 공화국의 주권을 조롱했는가? 그리고, 왜 국민은 아직도 그들에게 무력해야 하는가?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국가기구가 다수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2025.5.17. 사진=권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