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격 발생
용의자 체포 … 범행 동기 수사중
8명 사망 애틀랜타 총격 뒤 엿새 만

 

22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식료품점에서 총격이 발생한 뒤 사람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가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볼더/A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식료품점에서 22일 총격이 발생해 경찰관 한 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마리스 헤롤드 볼더 경찰서장은 이날 밤 브리핑에서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경찰관 에릭 탤리(51)를 포함해 10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는 부상당한 채 경찰에 붙잡혀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 촬영된 방송 영상에는 웃도리를 입지 않은 채 몸에 피가 묻은 한 남성이 수갑을 찬 채 경찰관에 의해 식료품점 바깥으로 끌려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용의자의 구체적인 신원이나 범행 동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용의자와 식료품점 내부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단독 범행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볼더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킹 수퍼스에 총격범이 있다”고 안내하면서 주민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오후 2시30분께부터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남편과 함께 이 식료품점에 있던 콜로라도대 학생 네븐 슬로언은 “총 소리를 처음에 들었을 때 누군가 물건을 떨어뜨린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15~20번의 총 소리가 났다. 남편이 와서 나를 문으로 밀쳐내면서 ‘911 불러’라고 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식료품점의 정육 코너에서 일하고 있던 알렉스 아렐라노(35)는 “연속적인 총소리에 죽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중무장한 특수기동대(SWAT)를 투입하고 헬기를 띄워 식료품점을 포위한 채 건물 안 용의자를 향해 “건물 전체가 포위됐다. 항복하라”고 경고했다.

숨진 경찰관 탤리는 총격 소식에 가장 먼저 현장에서 대응하다가 범인의 총에 맞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샘 위버 볼더 시장은 트위터에 “오늘 오후 벌어진 비극을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며 “우리 공동체는 우리의 손실을 슬퍼하고 치유를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추가 상황 또한 계속 보고받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번 총격 사건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백인 청년 로버트 애런 롱(21)이 세 군데의 마사지숍을 돌며 총격을 가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진 참사 뒤 불과 6일 만에 벌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콜로라도 총격 희생 경찰에겐 일곱 자녀…부통령 "너무 비극적"

CNN "애틀랜타 총격 이어 지난 7일간 미국서 7건의 총기 난사“

 

미국 콜로라도주 식료품점 총격 참사 희생자 10명 중 한 명인 경찰이 일곱 자녀의 아버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23일 협력사 KUSA의 보도를 인용, 총격으로 사망한 경찰 에릭 탤리(51)가 일곱 자녀를 뒀으며 첫째가 20세라고 보도했다.

탤리의 부친 호머는 "아들은 어떤 것보다 가족을 사랑했다"면서 유머감각이 좋은 장난꾸러기였다고 슬퍼했다.

                           콜로라도 총격에 희생된 에릭 탤리 경관 [AP=연합뉴스]

2010년부터 콜로라도주 볼더 경찰로 일한 탤리는 식료품점에서 벌어지는 총격 신고가 911에 들어오자 곧바로 출동했으며 현장에 도착한 첫 경찰이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동료들은 탤리의 행동을 영웅적이라 묘사하면서 추모행사를 열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삶을 살아가고 아무도 괴롭히지 않은 10명이었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엄청난 용기와 영웅적 행위로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도 있었다. 일곱 자녀가 있다고 한다. 비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 탤리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사건 엿새 만에 또다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CNN방송은 지난 16일 애틀랜타 총격에 이어 17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서 5명이 총에 맞았고 18일에는 오리건주 그레셤에서 4명이 총격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토요일인 20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클럽에서 5명이 총격으로 다쳤고 같은 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8명이 총에 맞고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지난 7일간 모두 7건의 총기난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부자증세' 여파 속 비트코인 11%↓, 이더리움 14%↓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천억달러(약 223조5천억원) 증발했다고 CNBC방송이 23일 코인마켓캡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런던 시간 오전 10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4만8천687달러까지 하락해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5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미 동부시간 오전 9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1.6% 급락한 4만8천747.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총 기준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14.6%, 3위 가상화폐인 리플(XRP)은 20.4% 각각 떨어져 하락폭이 더 크다.

 

암호화폐 급락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소득층 자본이득세율을 2배 가까이 인상할 것이라는 전날 보도로 촉발된 것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단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투기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미 정부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미확인 루머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로 전환했다. 암호화폐거래소 크라켄의 제시 파월 최고경영자(CEO)는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 등의 이용을 단속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한 바 있다.

 

인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와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달 발의됐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월 공개 발언에서 비트코인을 가리켜 "극도로 투기적 자산"이라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CO2 유발 · 반도체 부족 초래…비트코인의 더러운 비밀들

비트코인이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그리스 전체와 맞먹어
투자금 10억달러 늘면 자동차 120만대 분량 추가 유발
관련 장비 투자 열풍,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도 부추겨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면서, 비트코인 시스템이 전력을 많이 소비해 막대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유발한다는 부작용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 지폐 앞에 놓인 비트코인 상징물. 로이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2월 중순 5만달러(약 5500만원)를 넘는 등 폭등하면서 투자 열풍이 확산되자, 에너지 과소비에 따른 환경 파괴 등 비트코인의 부작용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내놓은 ‘비트코인의 더러운 작은 비밀들’이라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시스템 유지와 거래에 소모되는 한해 전력량이 인구 1700만명인 네덜란드 전체 사용량(지난해 124.47TWh)에 맞먹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간 거래를 중계하고 거래 내역을 기록할 뿐 다른 사용가치는 없는 작업에 막대한 전력이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유발하는 한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그리스 전체 배출량 수준인 6천만t”이라며 “이는 직원 200만명인 미국 연방정부 배출량보다는 조금 적고, 한해 2억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보다는 많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유발하는 것은 석탄 발전소가 많은 중국에서 주로 작업이 이뤄지는 탓이 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전세계 비트코인 관련 컴퓨터 작업의 72%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중국의 비트코인 시설은 신장위구르 자치구(43%)와 쓰촨성(27%)에 몰려 있다. 또 2019년 중국의 에너지원별 전력 생산 비중은 석탄이 58%로 가장 많고, 이어 석유가 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는 “결국 비트코인은 중국 석탄과 얽혀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거래가 많아질수록 전력 소모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비트코인은 거래 내역을 작은 데이터 묶음(블록)에 담고 이 묶음을 모두 연결해 위·변조를 방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새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누군가 블록을 생성해야 하며, 이 작업은 많은 컴퓨터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암호를 푸는 경쟁 방식으로 이뤄진다.

블록 생성에 기여하면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려면 고성능 컴퓨터에 투자해야 한다. 그만큼 전력 소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2018년 2천만t 수준이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년 새 3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에 투자되는 돈이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 늘 때마다 내연기관 자동차 120만대 분량의 이산화탄소가 더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열풍은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비트코인 열풍의 대가 중 하나는 반도체 가격 상승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칩이 부족해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스마트폰 업계는 신제품 출시도 미루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부족 현상은 올해 연말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

백신 수출 제한 등 확보에 사활 걸면서 백신 불평등 해소 외면, 비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WHO 갈무리

 

“그로데스크하다.”(괴기하고 극도로 부자연스럽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각)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백신 접종 격차에 대해 “도덕적 분노”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선진국들이 백신 수출 제한을 시도하는 등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도,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 해소에는 눈을 감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이날 <알자지라> 등 보도를 보면,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명백히 예상되는 도덕적 실패의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격차는 날마다 증가하고 있고 점점 더 그로데스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병 위험이 낮은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나라는 다른 나라의 보건 종사자와 고령층, 취약 계층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다”며 “어떤 나라들은 자국의 모든 인구를 접종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접종 현황을 보면 나라별 격차가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의 경우 969만 회분을 접종해 전 국민이 1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을 1만회분 이상 전달받지 못한 국가도 적지 않다.

국제 통계누리집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 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총 4억4816만 회분의 접종이 이뤄졌고, 미국과 중국이 각각 1억2448만회분, 7496만회분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인도(4507만)와 영국(2986만), 브라질(1356만), 터키(1306만), 독일(1047만) 등이 이었고, 이스라엘과 프랑스, 칠레, 러시아 등도 수백만 회분을 접종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분배 조직인 코백스(COVAX)는 22일 기준 엘살바도르 등 57개국에 백신 3100만 회분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백신 접종량(2986만)과 비슷하며, 전 세계 백신 배포량의 6.9%, 전 세계 인구의 0.4%에 해당한다. 최현준 기자


1억3천만회 분 생산하고도 수출은 0… ‘백신 구두쇠’ 미국

중국은 생산량의 62% 수출 … EU도 48%
내부에서 “비윤리적이며 외교 실수” 지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21일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크리스티아나케어 병원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뉴어크/AFP 연합뉴스

 

미국이 전세계 코로나19 백신의 27%를 생산하면서도 국외 수출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백신 생산량의 33%를 차지하는 중국은 62%를 수출했다. 미국이 중국에 견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지만, 미국 내에서도 비윤리적이며 외교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2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전세계 주요 백신 생산국의 생산량과 수출 현황 등을 전하며, 미국에서 생산된 백신의 외부 유출이 유독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의 코로나19 백신 1억3610만 회분을 생산해,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의 27%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외로 수출된 것은 전혀 없었다.

반면,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은 백신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국외에 수출했다.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 등 1억6940만회분의 백신을 생산한 중국은 전세계 생산량의 33%를 차지해 1위 생산국이었고, 이 가운데 62%를 외국에 수출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9620만회분을 생산하는 유럽연합은 화이자 백신 생산량의 48%를 국외 수출했다. 6800만회분을 생산한 인도는 물량의 65%를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2990만명으로 전세계 확진자의 4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의 현실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민 우선 접종 방침을 정하고, 사실상 수출 금지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국방물자생산법 등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힘을 쏟았고, 인구 수를 뛰어넘는 5억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기도 했다.

 주요국 백신 생산량. 악시오스 갈무리

바이든 인수위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일원이었던 지크 이매뉴얼 펜실베이니아대 부학장은 “우리(미국)는 곧 공급 과잉을 맡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을 팔고 있는데, 우리는 1억회분의 백신 여분을 쌓아놓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외교전략적으로 실수”라고 말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백신 개발 초기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우선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이런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내부 반대가 거의 없다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과 영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놓고 상호 수출 제한에 나서는 등 극심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백신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은 24일 정상회의를 열어, 역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영국 수출 금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1일 유럽연합 핵심 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해 이 백신의 수출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이런 갈등은 영국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1월 영국 내 생산은 유지하면서, 유럽연합 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유럽연합 공급분에 차질을 빚은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 유럽연합은 이 제약사로부터 1분기 약속받은 백신의 절반 정도밖에 공급받지 못한 상태이며, 그 배후에 영국 정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현준 기자

 

바이든·스가 ‘화이자파’… 정상들, 자국 사정 따라 백신 선택

대통령 부부, G7 정상회의 앞두고 주요 인사들과 함께 솔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세계 정상 대열에 합류했다. 정상들은 각 나라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각기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이유는 6월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요7개국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세계 대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열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영국에서 대면회의로 개최될 예정이다. 주요7개국은 아니지만 인도·호주 등과 함께 초청장을 받은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하지 못했던 대면 외교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른 참가국 정상들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거나 접종할 계획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이미 백신을 맞았다. 고령의 바이든(79)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가 러시아·중국 등을 제외하고 첫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쳤다. 화이자 백신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맞았다. 스가 총리는 4월에 미국으로 건너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하기 위해 지난 16일 백신을 접종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정상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9일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이 함께 만들었다. 영국계 제약사가 만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미국에서 사용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밖에 다른 주요7개국 정상들도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회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접종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영국 제약사가 수출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확보를 두고,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접종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과 함께 초대를 받은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지난달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모리슨 총리 역시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선도 접종을 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1일 자국 제약사가 만든 백신을 접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공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울 종로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주요 7개국이 아닌 나라 정상들도 속속 백신을 맞을 계획이다. 푸틴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3가지의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하나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 백신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아직 백신 접종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코로나 19 백신을 4가지 종류 개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먼저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이완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은 문 대통령 “전혀 문제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고 밝혀, 최근 유럽에서의 혈전 발생 논란 등으로 흔들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다잡기 위해 정부 주요 인사들이 직접 백신 접종에 나서는 모양새다. 만 65살 이상 고령자가 20%가량 참여한 3상 임상시험에서 79%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100%의 중증 예방 효과가 나온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음달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보건소를 방문해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왼팔에 백신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접종 뒤 “전혀 문제가 없는데”라고 말했고, 뒤이어 김 여사가 백신을 맞는 것을 보며 “(간호사가) 주사 놓는 솜씨가 아주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부의 백신 접종은 오는 6월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나, 대통령이 앞장서서 최근 혈전 논란 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도 담겼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이 최소 10주인 것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 부부의 2차 접종일은 6월1일이다.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유연상 대통령 경호처장,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등 수행원들도 함께 접종받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중대본부장인 저 또한 언제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밝혔다. 올해 만 71살인 정 총리는 현재 접종 계획대로라면 5월 말부터 시작할 만 65~74살 고령자 접종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된다.

이날부터 전국 1651개 요양병원에서는 만 65살 이상 입원·종사자 15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전체 접종 동의율(75.2%)보다 높은 접종 동의율(88%)을 보인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의 김기주 병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이 접종했으니 환자나 보호자 사이에서도 여론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75살 이상은 다음달부터 요양병원을 퇴원하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어 원내 접종을 거부한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에서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백신 수령일 다음날부터 5일 이내’였던 접종 기간을 ‘2주 이내’로 늘렸다. 요양시설은 ‘1개월 이내’에서 ‘6주 이내’로 조정했다. 자체 접종을 하는 요양병원과 달리 보건소 인력이 방문 접종을 해야 하는 요양시설은 30일부터 접종이 시작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날부터 접종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가족 간 전파, 특히 위 세대에서 아래 세대로의 전파가 두드러진다며 손 씻기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최근 4주 동안 발생한 개별접촉 감염 사례 가운데 50%는 가족 간 감염이었고, 이 가운데 30~40대가 19살 이하에게 전파한 사례가 13.8%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 반대는 2.9%에 불과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46명이었다. 김지훈 서혜미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