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이 아니야. 대중적으로 상당히 어필하는 행보라고 나는 봐. 전문가들이 붙었다고 봐야지.”
대학 연구소에 적을 둔 친구 ‘고 박사’는 유명 정치 컨설턴트까지 거론하며 상상력의 나래를 폈다. 윤 전 검찰총장이 꽤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거다.(음, 내 주변에선 그래도 제일로 가방끈이 긴데, 신뢰해도 될까.)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는 언설들이 쏟아지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중간지대와 보수진영을 아우르며 정치적 위상이 확고해질 것이다, 아니다, ‘검찰주의자’로서 철학의 빈곤과 정치 초짜의 한계를 드러내며 거품이 빠질 것이다, 말들이 분분하다. 정치공학적 분석을 더 얹고 싶진 않다. 그가 야기한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의 훼손에 대해 돌아보고 싶다.
‘윤석열 검찰’이 남긴 가장 큰 부정적 유산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에 전례 없는 거대한 균열을 낸 것이라고 본다. 윤 전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검찰이 추구하는 정의의 본질인 양 제시해왔다. 그러나 민주화된 국가에서 살아있는 권력은 정권만이 아니다. 의석을 분점한 야당, 자율성을 쥔 관료기관도 국가권력을 나눠 갖고 있다. 법적 권위를 부여받진 않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 재벌 등도 빠트릴 수 없다. 오랜 집권을 통해 뿌리내린 검찰·수구매체·보수야당 ‘기득권 동맹’의 총체적 영향력이 정권보다 약하다 말하기도 어렵다. 이 모든 다원적 권력의 비리를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할 때 검찰의 정의가 작동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특이하게도 정권을 겨냥해 ‘선택적 수사’의 칼을 휘둘렀다. 정권 대상 수사는 하나같이 과잉 수사 논란을 빚었다. 보수야당과 수구매체, 검찰 내부 수사에선 한결같이 봐주기·감싸기 의혹이 불거졌다. 김학의 사건을 뭉갠 검사, 룸살롱 접대를 받은 검사,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검사들은 대놓고 또는 교묘하게 봐주면서, 김학의 도피 출국을 저지한 소수 검사에겐 가혹한 칼날을 들이댔다. 이 부조리를 ‘선택적 정의’라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다. 마치 선택된 일부 영역에서는 정의가 실현되는 듯한 착각을 주지만, ‘선택적 정의’는 사실 ‘총체적 불의’에 지나지 않는다. 정의는 공정과 공평을 본질로 삼는데, 선택적으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 본질을 산산조각 내버리기 때문이다.
현대 자유주의 정의론을 확립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의 기준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무지의 장막’을 칠 것을 제안했다. 자신이 부자인지 빈자인지, 주인인지 노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원칙을 택할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적용하면, 특정 대상에게만 가혹한 ‘선택적 정의’란 정의일 수 없음을 직감하게 된다. 이야말로 윤 전 총장에게 결여된 철학이다.
게임이론에 ‘최후통첩 게임’이 있다. 어쩌면 유전자에 새겨져 있을지도 모를, 정의의 본질을 좇는 인간의 속성을 보여준다. 실험 참가자 둘 중 한명(제안자)에게 10만원을 주면서 다른 한명(반응자)에게 임의대로 금액을 나눠주라고 한다. 제안자가 주는 돈이 얼마든 간에 반응자가 받기만 하면 둘 다 돈을 갖고, 거부하면 둘 다 못 갖는다. 합리적 선택 가설에 따르면, 제안자는 9만원 이상 갖는 게 가장 이익이다. 반응자도 1만원, 아니 100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안자 상당수가 5 대 5를 제시한다. 반응자도 8 대 2 이하 배분 제안은 다수가 거부한다. 뇌과학자들은 불공정에 대한 분노와 불쾌감이 금전적 이득마저 걷어차게 만든다고 본다. 사람은 정의가 없으면 불편하게끔 프로그램된 존재일지 모른다. ‘윤석열의 정의’가 왜 그토록 큰 분노를 촉발했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정의의 원칙을 깬 윤 전 총장이 사회를 통합하고 이끄는 정치의 영역에 착근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격 미달’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24일 케냐 마차코스에서 한 경찰 간부가 인도에서 생산해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마차코스/AP 연합뉴스
인도가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인도 공장 생산 물량의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자국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이 백신 수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인도까지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26.8%)과 유럽연합(18.9%), 인도(13.4%), 영국(3.8%)은 전세계 백신 생산량의 62.9%를 맡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4일(현지시각) 인도의 외교 소식통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내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도 외교부 누리집을 보면, 지난 18일부터 백신 수출이 중단됐으며, 적어도 다음달 말까지 수출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모든 것이 당분간 뒤로 밀렸다. 인도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수출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인도의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 3만명, 20일 4만명을 넘은 뒤 24일 4만7천여명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19 ‘이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되면서 새로운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다음달 1일부터 백신 접종 대상을 ‘45살 이상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해 백신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인도가 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전세계, 특히 중·저소득국이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코비실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76개국에 6천만회 분량 이상을 공급했다. 이미 영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에 배송이 지연됐다. 특히 국제 백신공동구매·배포 조직인 코백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당분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백스는 이달 초 오는 5월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국에 210만회분, 북한에 170만회분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에 공급되는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된 물량이지만, 북한 공급분이 인도에서 생산된다. 최현준 최하얀 기자
수에즈 운하 당국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 좌초 사태와 관련해 배상금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CSA) 청장은 이날 현지 TV에 출연해 "이번 사태로 이집트의 평판이 손상돼 마땅히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라비 청장은 "배상 액수는 운송료, 준설·인양 작업으로 인한 운하 파손, 장비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한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비 청장이 어느 곳에 배상금을 청구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고 선박의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보상금 지급을 요구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룸버그는 에버기븐호의 선박소유주(선주)인 일본의 '쇼에이 기센'과 수에즈운하관리청이 배상 문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비 청장은 이날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 최소 1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라비 청장은 "정확한 날짜를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그건 분명히 빨리할 수 있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사는 최소 1주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모든 사고 환경을 분명히 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과 문서뿐 아니라 항해 데이터 기록 장치의 정보도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운하 중간에 있는 비터 호수로 예인된 에버기븐호에 대한 사고 조사는 전날부터 시작됐다.
앞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파나마 선적의 에버기븐호가 지난달 23일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하면서 운하의 통행이 마비됐다.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 총톤수 22만4천t의 대형 선박이다.
에버기븐호가 좌초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한 선박은 약 422척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운하 통항 서비스 업체인 레스 에이전시스는 지난달 31일 총 163척의 배가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후 거쳐 갔으며 현재 292척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수에즈 운하 7일만에 다시 열렸다…사고 선박 부양후 이동
"대기 중인 선박 보내는데 3.5일"…사고 선박 전면적 검사 예정
완전히 물에 떠오른 에버 기븐호 [로이터=연합뉴스]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로 막혔던 아시아-유럽 간 최단 거리 뱃길인 수에즈 운하가 7일 만에 다시 열렸다.
운하의 물길을 막았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는 운하 한가운데 있는 넓은 공간인 그레이트비터호로 이동 중이다.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29일(현지시간) 운하에서 좌초했던 에버 기븐호 선체가 완전히 물에 떠 오름에 따라 운하 통항을 즉각 재개한다고 밝혔다.
SCA는 "오사마 라비 청장이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운하 통항 서비스 업체인 레스 에이전시스도 "SCA 직원들이 에버 기븐호를 완전히 다시 물에 띄우는 데 성공한 것은 엄청난 기쁨"이라며 "배는 그레이트비터호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선박 위치정보 제공 업체인 베셀 파인더에 따르면 에버 기븐호는 수로와 거의 평행한 상태로 그레이트비터호 쪽으로 천천히 이동 중이다.
현지 TV는 에버 기븐호가 자체 동력을 이용해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SCA는 이날 오전 에버기븐호 선체 일부를 물에 띄웠으며, 만조 때를 기다려 선박을 완전히 부양하는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고 선박을 빌려 사용하는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은 에버 기븐호가 본격적인 항해 재개 전에 통상적인 항해의 위험을 견디고 안전한 항해를 하기 위한 조건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감항성'(seaworthiness) 검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버그린은 또 선박에 실린 2만개에 육박하는 화물 컨테이너 처리 문제는 검사 이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박의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슐테선박관리(BSM)도 이 선박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BSM은 "오염이나 선박 손상은 없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초기 조사에서 기계장치나 엔진 결함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좌초됐던 에버기븐호가 완전히 물에 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파나마 선적의 에버 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길이 400m, 총톤수 22만4천t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에버 기븐호의 사고로 그동안 운하의 양방향 통항이 완전히 마비됐다.
SCA측과 선주인 일본의 쇼에이기센이 고용한 구난전문업체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는 이후 사고 선박의 선수 부분이 박혔던 제방과 배 밑쪽을 파내 예인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또 사고 현장에 10여 대의 예인선을 투입해 선체를 4방향에서 끌며 방향을 바꾸는 시도를 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막히면서 많은 선박의 발이 묶이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은 모두 367척에 달한다.
이와 관련, 라비 청장은 현지 TV에 출연해 "그동안 사고로 대기 중이던 선박들을 통과시키는 데는 사흘 반나절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수에즈운하 가로막은 '에버기븐'호 어떻게 부양시켰나
수에즈 운하 좌초 선박 ‘완전 부양’ 성공
통행 중단 6일 새 대기 선박만 450척 달해 1주일에 100억달러 규모 무역 차질 추산 선박 운임 상승 등 직간접 여파 계속 전망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한 대만계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 AFP 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한 대만계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이 좌초 6일 만인 29일(현지시각) 완전히 부양하는데 성공했다. <로이터> 통신은 “에버기븐호가 완전 부양 이후 운하 내 통항도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운하의 완전한 정상화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이날 에버기븐호를 움직여 물에 띄우는 작업이 성공했다며 예인 시도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하지만 예인 작업이 성공해 배가 운하를 빠져나가더라도 대기 선박만 약 450척에 이르러, 운하 통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기 선박 가운데는 곡물이나 광물 등을 포장하지 않은 채 쌓아 운반하는 산적 화물선(벌크선)이 90척으로 가장 많고, 컨테이너선도 82척에 이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기 중인 배에 실린 화물이 최대 96억달러(약 10조5천억원)어치에 이르고 화물도 농산물부터 기계 부품, 석유 제품까지 다양해 전세계 산업계가 겪을 공급 지연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에 따른 운하 통행료 수입 피해 규모는 하루 1500만달러(약 165억원) 수준이며,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화물선들의 추가 비용이나 화물 수송 지연에 따른 영향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의 추산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 봉쇄로 차질을 빚을 무역 규모는 일주일에 100억달러(약 11조원)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에즈 운하가 정상화된 이후 각 지역 항구로 한꺼번에 몰려드는 화물선들을 제때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4배나 급등한 해상 운임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기섭 기자
선박 100척이 운하 통과 대기중…석유가 6% 급등
유럽 항구 적체와 아시아의 컨테이너 부족 부채질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24일 대형 콘테이너선 ‘에버 기븐’이 좌초돼 있는 위성 사진. AFP 연합뉴스
초대형 화물선의 좌초로 통행이 막힌 이집트 수에즈 운하 사태가 전세계 물류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에즈 운하 당국(SCA)은 24일 현재 수로에서 좌초된 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 기븐’의 운행을 재개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으나, 언제 운하 통행이 재개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만계 선사 에버그린 소유의 에버 기븐은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다가 남쪽 끝에서 좌초됐다. 22만톤의 이 선박은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길이가 비슷한 443m로, 세계 최대 콘테이너선 중 하나다. 선박은 현재 운하를 사선으로 막고 서 있다. 예인선들이 에버 기븐을 끌어내 운항을 재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에버 기븐의 좌초로 24일 오후 현재 약 100여척의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길이 193㎞의 수에즈 운하는 매일 50여척의 선박이 통과한다. 수에즈 운하는 세계 화물과 석유 등 물동량의 적어도 10%를 차지한다.
수에즈 운하의 통행 재개가 지연되면, 전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운하가 폐쇄되자,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6% 오른 배럴당 64달러로 급등했다. 이 운하를 통해 수송되는 약 13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들이 현재 운하 입구에서 대기 중이다.
해운 분석가들은 운하가 폐쇄되면 화물 적체와 컨테이너 부족, 화물운임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해운정보 회사인 ‘시인텔리전스 컨설팅’의 최고경영자 라르스 옌센은 “이번 사태는 다음주 유럽 항구들의 병목현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항구에 있는 선박들의 발이 묶이면 현재 중국에서 심각하게 모자라는 컨테이너선의 회항 역시 지연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지적했다. 수에즈 운하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50%는 컨테이너선이었다.
이 사태가 길어지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던 선박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노선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정보 회사인 ‘리피니티브’에서 중동 석유 수송을 담당하는 란지트 라자는 운하 불통이 해소되는데 며칠에서 몇주가 걸릴 수 있다며 “이 운하의 중요성을 볼 때, 다른 수송 수단, 운항 일정, 세계 시장 등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해변의 고래같다. 짐 내릴수도" 수에즈운하 사고에 전문가 투입
"연료 · 평형수 빼 무게 줄여야할지도…사고 처리에 수주 소요 가능성"
발 묶인 선박 소유주 피해 눈덩이…선박 소유 일본 쇼에이 기센, 사과
수에즈운하서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수에즈운하관리청 제공]
"마치 해변에 밀려온 거대한 고래 같다."
수에즈 운하 한가운데서 발생한 파나마 선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고 처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25일 전문 구난 업체들이 투입됐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좌초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의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 측은 이날 선주 측이 네덜란드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와 일본의 '니폰 샐비지'(Nippon Salvage)를 구난 업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사흘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있는 에버 기븐호는 선수 부분이 운하의 모래 제방에 박힌 채 좌초해 있다.
수에즈운하서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그동안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좌초한 선박의 선수 부분을 중장비를 동원해 굴착하는 한편, 8척의 예인선을 동원해 배의 방향을 운하와 평행이 되도록 돌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길이 400m, 폭 59m, 총톤수 22만4천t에 달하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배에는 2만여 개의 컨테이너가 가득 실려 있다.
이에 따라 평형수 등을 빼내 배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트 샐비지의 모회사인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의 페테르 베르도브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에 "해변에 밀려온 엄청난 크기의 고래 같다. 엄청난 하중이 모래를 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마도 배에 실린 컨테이너나 기름, 물(평형수)을 빼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사고 처리에) 여러 주가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SCA 관리는 AP통신에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국이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400m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에즈운하서 좌초…선박 '올스톱'
이런 새로운 시도는 이날 늦게 실행될 수 있다고 이 선박의 기술관리사인 버나드 슐츠 선박 관리(BSM)가 밝혔다.
사고 처리가 지연되면서 운하 인근에 발이 묶인 150여 척에 달하는 선박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선박 운항이 하루 지연되면 선주는 대략 6만 달러(약 7천만 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선박의 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은 "이번 사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에즈 운하를 이용 중이거나 이용할 계획인 선박들을 포함해 이번 사고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SCA는 사고 선박 처리 작업을 위해 190㎞에 달하는 운하 내에서 선박 운항을 잠정 중단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