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간만큼은 피하자" 제3국으로 도피한 듯… "평소 묻어놓은 돈 처리 위해 싱가포르 갔을 수도"
전직 대통령 윤석열(65) 부인 김건희(53) 씨가 21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6.3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48) 씨가 해외 도피 중이라며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기간이 최대 150일만인 만큼, 김 씨의 도주는 특검 기간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팀의 신속한 신병 확보가 요구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홍주 특검보는 1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즉시 지명수배했고, (이날)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와 경찰청을 통한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문 특검보는 "베트남에서 3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이는 김 씨는 즉시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며 "출국금지 (조처) 때문에 지난 달 20일 베트남 호찌민으로의 출국에 실패하고 강남 모처에 잠적 중인 것으로 보이는 김 씨 처(妻) 역시 특검에 소재와 연락처를 밝히고 자진 출석해 조사받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추고 특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씨가 이달 초 자녀들까지 베트남으로 출국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사전에 도주를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씨가 최근 베트남에서 태국 등 제3국으로 옮겨갔다는 설이 나온다. 최종 목적지가 싱가포르라는 소문도 있다. 특검팀은 김 씨의 신병을 파악해 국내로 송환하는데 2~3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유튜브 채널 민들레TV <위클리 민들레>에 출연해 "(김 씨가) 도주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면서 "특검은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한까지는 버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교수는 '1도 2부 3빽'(형사 사건에 연루되면 먼저 도망가고, 만약 잡히면 부인하고, 앞뒤 가라지 말고 연줄을 찾아서 '빽'을 써라)라는 법조계 은어를 인용하면서 "일단 목표는 이 특검 기간만큼은 피하자, 이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2025.7.17. 민들레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울러 신 전 교수는 "조세 회피처인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 등도 있지만, 부자들이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많이 갔던 나라가 싱가포르"라며 "애들 교육도 많이 보내고, 말레이시아랑 차로 많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하니까 싱가포르 이런 데를 목표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신 전 교수는 "평소 갖다 묻어놓은 돈이 있다고 추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육로나 밀항은 워낙 광범위하게 그동안 많이 써먹었던 수법들이라, (도주) 노하우가 다 있고 에이전트(대리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씨보다) 훨씬 큰 세력들은 아직까지도 안 돌아오고 안 잡히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은 (도주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집사 게이트'는 김건희 씨와 친밀한 관계인 김예성 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까지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고, 이 가운데 차명회사를 통해 46억원어치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 연합
한편 문 특검보는 "오늘 오후 2시 10분에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겸 삼부토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됐었는데 출석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사에 변호인만 출석했는데 그도 이 회장의 소재를 모른다고 하는 것 같다. 사고 등 상황이 발생했다면 법원에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과 2023년 5~6월쯤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운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됐다. < 김성진 기자 >
(왼쪽)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른쪽)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 일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자인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와의 접견을 내란 특검팀이 불허한 것을 두고 “악의적이고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16일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대독한 옥중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편지는 앞서 탄 교수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차원으로 윤 전 대통령의 육성을 변호인단이 대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특검 수사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갑작스러운 내란 특검의 접견 금지 결정으로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어제 교정 당국과 이미 접견 약속을 잡았는데도 저와 탄 교수의 만남을 막으려고 전격적인 접견금지명령을 내린 것은 악의적이고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 시점까지 가족과 변호인을 제외한 이들의 접견을 금지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학 교수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전한길 뉴스 유튜브 갈무리,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탄 교수가 부정선거론자라는 점에서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의 접견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크다. 탄 교수는 미국 민간단체 ‘국제선거감시단’ 활동을 하며 최근 한국 선거는 부정선거였고,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 온 인물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았던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는 거부하면서 부정선거론자는 만나며 반성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최근 재구속돼 하루하루의 일상과 상황이 힘들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3평(9.9㎡)에 조금 못 미치는 2평대 독방에서 생활 중이다.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는 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구속된 뒤 보인 행보와 관련해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 늘 보면 왜곡된 시선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남 탓을 한다”며 “법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왜곡하고 선전하고, 다시 극우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방법을 취해왔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호로 기소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들이 “불법 영장을 발부한 재판부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재판부 회피 촉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다가 공판이 20분 만에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17일 김 전 장관의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 진행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19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했으며, 이 사건은 형사34부로 배당됐다. 특검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구속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김 전 장관 쪽 변호인은 “이 재판부에서 영장이 불법 발부돼 불법 구금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불법 영장을 발부한 재판부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서 (재판부가) 직접 회피하시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장관 쪽 변호인은 추가 기소된 사건이 배당된 뒤 이에 항의하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지난달 24일 재판부는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이 기각을 결정했다. 이후 김 전 장관 쪽 변호인은 서울고법에 기피신청에 대한 항고를 제기했지만 이 역시 지난 16일 기각됐다.
김 전 장관 쪽 변호인은 “기피 신청을 했는데 사유 없이 각하하고, 사람이 구속된 상태에서 불법 심문한 재판부에서 계속 재판을 받는다는 건 당연히 불이익이 있다”며 “재판부에서 영장 발부했으니 회피하고 다른 재판부에서 심판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겠냐”고 밝혔다.
김 전 장관 쪽 변호인은 ‘재판 공개 원칙’을 언급하며 재판부가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쪽 변호인은 “재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재판장은) 영장 심문기일에도 모두 마스크를 끼고 나왔었다”며 “현 상황이 코로나 창궐 상황도 아니고 저희가 누구에게 재판받는지도 모르게 마스크를 끼고 재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물었지만 계속해서 이에 대한 답변 없이 항의가 이어지자 재판부는 “더 이상의 재판 진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재판을 20분 만에 마쳤다. 다음 기일은 다음 달 11일로 지정됐다. 김 전 장관 쪽은 재판부 회피 촉구 신청서와 재판 공개와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현은 기자 >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명시적으로 지시했고, 이를 이행하려고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검찰 수사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명시적으로 지시했다고 보고 이날 이 전 장관의 집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팀과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월11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장관의 증언을 검증한 수사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이 전 장관은 헌재에서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단전·단수가 적힌 쪽지를 본 적은 있으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잇달아 연락한 점을 두고서도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헌재에서 ‘각종 시위나 충돌 상황 전반이 궁금해 전화했다’, ‘단전·단수 쪽지 내용이 생각나 걱정하는 차원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겨달라는 취지로 당부했으나 단전·단수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34분께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한 뒤 3분 뒤인 밤 11시37분께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했다. 이후 허 청장은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이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하는 등 소방청 지휘계통에 따라 순차적으로 연락이 이뤄졌다.
검찰은 소방청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이 전 장관 증언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이 (계엄 당일) 전화해서 ‘24시에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을 투입해 봉쇄하고, 단전·단수 협조 요청을 하면 조치해줘라’고 지시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허 청장 전화를 받은 이영팔 차장도 “허 청장이 ‘장관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소방청에서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를 할 수 있느냐’ 물어봤고, 이 전 장관이 허 청장에게 단전·단수를 해달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차장에게 전화를 받은 황 본부장 역시 “이 차장이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고 반복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 지시를 순차적으로 전달받은 이들의 당시 기억을 종합해 볼 때 이 전 장관의 지시 내용은 ‘국민 안전 고려’ 때문이라는 본인 주장과 달리 ‘단전·단수 이행 또는 협조’가 좀 더 사실에 부합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또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가 적힌 쪽지를 대통령실 탁자 위에서 우연히 봤다’고 한 헌재 증언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시간이) ‘24시’라는 구체적인 시간, 언론사 5개 명칭, 단전·단수 지시 등 문건 내용을 상세히 기억하는 상태인 점을 보면 대통령이 보여준 것으로 봄이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다. <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