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700개 땅굴이 '생명줄'…"무기 제조 등 사실상 군 산업단지"

"이스라엘군도 전체 땅굴 파괴하기엔 역부족 판단"

 

하마스 지하터널 조사 중인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신화=연합) 이스라엘군(IDF)은 17일(현지시간) 병사들이 가자지구에서 발견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하터널 안을 살펴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IDF는 가자지구 곳곳을 파헤치며 하마스 터널을 찾고 있다. 2023.12.18
 

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공습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

하마스가 세종시와 비슷한 365㎢ 면적의 가자지구에서 장기간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지만 건재한 것은 가자지구 지하를 관통하는 '땅굴' 덕분으로 평가된다.

5천7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땅굴이 고립된 하마스에 '생명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전현직 하마스 당국자와 이스라엘군, 미군, 정보 분석가 등 20여명을 인터뷰해 하마스 땅굴의 실태를 조명했다.

WP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고립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오랜 기간 전쟁을 준비해왔다.

지하를 관통하는 땅굴은 자체적으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요새로 탈바꿈시켰다.

외부의 승인 없이도 수천 명이 투입되는 정교한 작전을 비밀리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웠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정치국 위원 중 한 명인 가지 하마드는 WP에 "우리는 어느 날 공급 채널이 모두 닫히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제조공장을 지하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우리는 밤낮으로 24시간 일했다"며 "단순히 향후 1∼2년간만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대비했다"고 했다.

이런 땅굴의 실체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 투입된 이스라엘군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는 하마스가 이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산 로켓과 미사일을 대량 밀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지상전에 나선 이스라엘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란산은 거의 없었다.

대신 농업용 화학물질과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파이프 등으로 폭발물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작업장이 발견됐고 최대 80%가량이 직접 제조한 무기로 파악됐다.

하마스는 이곳에서 대전차용 급조폭발물(IED)과 열압력 로켓 추진 수류탄, 중·단거리 로켓 등을 직접 생산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무기에는 하마스라는 브랜드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설탕과 질산칼륨 비료를 채워 만든 '카삼'(Qassam)이라는 로켓은 만드는데 수백달러밖에 들지 않지만, 이스라엘군이 이를 격추하는데 들어간 돈은 1발당 5만달러(약 6천700만원)에 달했다.

10년 이상 하마스와 땅굴을 연구해온 미 재무부의 대테러 당국자 매슈 레빗은 하마스가 저렴한 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군 산업단지를 건설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땅굴은 통신망, 보급창고, 방공호, 야전병원 등의 역할도 했다.

길이도 300마일(약 482km)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스라엘군도 사실상 전체 땅굴 시스템을 파괴할 방안은 없다고 보고 있다.

WP는 땅굴이 하마스 1인자인 야히야 신와르에게는 생존을 위한 열쇠라고 짚었다.

WP가 인터뷰한 하마스 당국자에 따르면 신와르는 이런 땅굴을 활용해 지난 1년간 전쟁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하마스 재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1년간 이어진 전쟁에 수많은 조직원을 잃고 현금과 무기 비축량도 줄어들었지만, 땅굴에서 버티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다만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막히면서 하마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고 필수 물자도 부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비축해둔 현금을 전투원과 공공부문 근로자 등에 대한 급여로 지급해왔는데 올봄부터는 정상 급여의 절반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적어도 필수 자원과 자금 측면에 있어서는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 연합 이신영 기자 >

매일같이 이어지는 폭격에 전역이 폐허로…"잔해만 4천200만t"

유엔 당국자 "전쟁 끝나도 잔해처리에 14년간 1조6천억 들 듯"

 

가자지구 중부의 한 모스크의 잔해 [AFP 연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7일로 1년을 꽉 채운 가운데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뒤덮고 있는 막대한 양의 건물 잔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가자지구에 쌓여 있는 건물 잔해의 규모를 최소 4천200만t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전의 14배에 이르며, 인류 최대 건축물 중 하나인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11번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유엔은 설명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끊임없는 전투로 무너지거나 철거가 불가피해진 건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유엔의 위성사진 자료를 보면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터지기 전 가자지구에 있던 건물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6만3천채가 1년 새 파손되거나 무너진 상태다. 이중 3분의 1가량은 고층 건물이었다.

한때 많은 이들이 분주히 오가던 많은 길들이 현재는 사람 키만한 돌무더기에 뒤덮여 나귀가 끄는 수레 정도만 간신히 지나는 형편이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에 유엔은 가자지구 당국자들이 잔해 더미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중부 모스크의 잔해를 살피는 주민 [EPA 연합]
 

유엔 주도의 잔해 관리 실무그룹은 당장 이달부터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중부의 데이르엘발라에서 도로변의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14년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약 한달 반 가량 전쟁을 벌였을 때도 세계 각국의 협력을 받아 가자지구에서 300만t이 넘는 잔해를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규모의 파괴가 자행된 까닭에 잔해 정리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세종시와 비슷한 365㎢의 면적에 230만명의 주민이 거주,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인 가자지구에선 이 정도의 잔해를 정리할 수 있을 만한 빈 공간이 없을 뿐더러 잔해 처리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과 시간도 문제로 꼽힌다

유엔 당국자들은 지금 당장 작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14년에 걸쳐 최소 12억 달러(약 1조6천억원)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 있는 하마스 무장대원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작업자들이 휘말릴 위험이 있다는 점, 잔해 아래 수습되지 못한 팔레스타인인의 시신이 많게는 1만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불발탄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발암물질인 석면 등에 오염된 잔해도 230만t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익명의 유엔 당국자는 "정치적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자 재건을 위해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일,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또 세계유산 등재 추진"

● COREA 2024. 10. 7. 11:4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아시오 광산과 구로베 댐이 일본 '세계유산 잠정일람' 후보에

박수현 의원 "자료 요구에 '일본 홈페이지 보라'는 국가유산청"

 

                                        일본 사도광산(CG)  [연합]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에 이어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수현(공주·부여·청양) 의원이 국가유산청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에 대한 유네스코 등재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시오 광산과 구로베 댐이 일본 '세계유산 잠정일람표 후보 자산'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오 광산은 도치기현 가미쓰카군에 있던 구리 광산이고, 구로베 댐은 도야마현 니카니카와군 구로베강에 건설된 수력발전 전용 댐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잠정일람표 후보 자산 기재와 잠정목록 등재를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유산청(이하 국유청)은 해당 시설의 강제노역 동원 규모 등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 측은 "후보 자산에 포함된 시기와 배경 등을 묻는 의원실 질문에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황당한 서면 답변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앞서 일본 정부가 등재 신청한 사도 광산이 지난 7월 유네스코 회의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사회적 공분이 일었는데도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연합]
 

박 의원은 "국유청은 해당 시설이 아직 잠정목록에 없어 내용을 알지 못했고,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시설인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답했다"며 "이미 2014년 방송에 보도돼 경고된 바 있는데도, 현재까지 기본적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유청이 일본의 사도 광산 등재 추천서 제출 이후 2022년 발간한 '주변국 세계유산 등재 동향 자료 수집 등 연구 보고서'와도 모순되는 입장이다.

국유청은 보고서를 통해 '메이지 유신, 사도 광산 등 충돌성 있는 국가 유산 등재 추진 경향이 2010년대 이후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어,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없더라도 향후 추진 가능성 있는 근대 산업 유산 군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중국이 자국 유산으로 관리중인 한국 무형 문화유산 101건에 대해서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기다리겠다고 하더니, 일본의 제2·제3 사도 광산 추진에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참담했던 사도 광산 굴욕외교 재발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연합 박주영 기자 >

헌법학자 “국방부가 그런 유권해석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

 

헌법 '외국군이 우리 영토에 주류하는 경우 국회 동의 받아야'

 

지난해 5월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연합]
 

자위대가 주한미군기지를 이용하기 위해 국내에 일시적으로 들어오는 경우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나왔다. 헌법 제60조2항은 외국군이 우리 영토에 주류(駐留·일정한 곳에 주재하여 머무름)하는 경우 국회에 동의를 받도록 했는데, 자위대가 주한미군기지를 단기간 이용하는 경우는 ‘주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주류’의 범위를 국방부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새 일본 총리가 ‘안보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인 만큼 자칫, 국방부의 이번 해석이 자칫 군사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4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주일미군의 물자·인력 등을 주한미군기지에 수송하기 위해 자위대기가 일시적으로 진입하는 경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가’라는 의원실 지르이에, “일본 자위대의 주한미군 기지 사용을 위한 일시적인 진입은 헌법 제60조2항에 명시된 우리 영토 내 주류에 해당되지 않음으로 국회 동의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런 답변인 지난달 5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 질문에서 같은 질문에 내놓은 응답과는 다르다. 당시 신 실장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도 없는 진주에 해당되니까 저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가 언급한 헌법 제60조2항은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주류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로 ‘주둔’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동안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군은 대부분 미군이었고 별도로 소파(SOFA·주둔군지위협정)를 체결해 놓은 상황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방부의 이번 답변과 관련해 한겨레가 헌법학자·국방전문가들과 통화해보니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헌법학자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방부가 그런 유권해석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은 영토주권과 직결된 문제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강경한 안보관을 지닌 이시바 일본 총리가 정부의 이런 해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2017년 중의원 시절 자민당 내 파벌회의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은 반드시 자위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해석이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로 넘어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진단도 있다. 상호군수협정은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협정이다. 앞서 지난 8월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곧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지 않고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발언을 부인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넘어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한-일 간 안보협력을 더욱 확대하려고 포석을 깔아두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홍기원 의원은 “국방부의 해석이 어느 정도의 활동범위와 기간을 기준으로 했는지 따져 확인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