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만나고 가야겠다" 8분간 만류 여성 직원 무차별 폭행

“전직 대통령 경호구역 안에서 발생 ‘경악’…공권력이 키운 증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책방인 '평산 책방'.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의 지역서점 ‘평산책방’에서 지난 8일 20대 남성이 서점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재단법인 평산책방 이사회가 10일 “공권력이 키운 증오가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며,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재단법인 평산책방 이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지난 8일 책방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소식을 전하며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전직 대통령 경호구역 안에서 태연히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경악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따르면, 폭행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문 전 대통령 예방이 있던 지난 8일 발생했다. 그날 밤, 책방을 방문한 20대 남성은 40대 여성 직원에게 “오늘 이재명 대표는 왔다 갔느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만류하던 해당 직원의 스마트폰을 부수고 주먹과 발길로 무차별 폭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사회는 “무려 8분간 살의가 번득이는 끔찍한 폭행이 자행됐다”며 “여러 주민이 몰려나온 뒤에야 가까스로 (폭력을) 멈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폭행으로 피해자는 왼쪽 팔과 갈비뼈, 척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사회는 이번 무차별 폭행 사건이 “공권력이 키워낸 증오와 적대심”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사회는 “이 피습사건이 무엇보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가하는 무도한 모욕주기의 시기와 온전히 겹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권력이 키워낸 증오와 적대심의 구조가 무분별한 개인의 증오와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날아오는 모든 부당한 정치적 음모와 음해를 멈출 것을 요구한다”며 “경찰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남 양산경찰서는 이날 평산책방 직원 ㄱ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20대 남성 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ㄴ씨가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로, 보수단체나 정당과는 관계 없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고한솔 최상원 기자 >

 

경찰, 평산책방 여성 직원 폭행 20대 남성 구속영장 신청

“경기 광주 주거, 정신질환 치료받은 이력”  경찰 밝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책방인 '평산 책방'.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며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40대 여성 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ㄱ씨(25)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7시께 양산시 평산책방에서 책방 직원 40대 ㄴ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ㄱ씨는 ㄴ씨가 책방 영업시간(오전 10∼오후 6시)이 끝나 돌아가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ㄴ씨를 폭행했다. 이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날이다. ㄱ씨는 “오늘 이재명 대표는 왔다 갔느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며 ㄴ씨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주먹과 발길로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법인 평산책방 이사회는 10일 성명을 내어 “무려 8분간 살의가 번득이는 끔찍한 폭행이 자행됐다”며 “여러 주민이 몰려나온 뒤에야 가까스로 (폭력을) 멈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폭행으로 피해자는 왼쪽 팔과 갈비뼈, 척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이사회는 밝혔다.

경찰은 “ㄱ씨가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고,  보수단체나 정당과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 최상원 기자 >

'대통령실 이전' 감사원 감사가 눈 감은 것

추석 전 발표될 감사 결과,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은 빠져

 

▲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관저로 사용하고 있는 옛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모습. 2022년 6월 당시 모습.

 

감사원이 곧 발표할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결과가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실·관저이전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이전 비용 책정 의혹 등은 처음부터 제외된 데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공사업체 선정 비리에 김건희 여사의 관여 여부는 규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불거진 한남동 관저 내 한옥 정자 신축과 사우나·드레스룸 증축 의혹 등도 감사 대상에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용산 이전 과정에서의 더 큰 불법을 가리기 위한 '알리바이성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감사원 감사가 이뤄진 배경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먼저 착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말 참여연대가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미 당시에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사이고, 증축에 요구되는 종합건설업면허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는 당시 제기됐던 의혹을 그대로 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애초 감사 대상에 용산 이전 결정 과정과 비용 의혹 제외

감사 대상도 논란입니다. 감사원은 참여연대가 감사 청구한 내용 가운데 대통령실·관저 이전의 절차적 문제와 이전 비용 산정과 집행 과정에서의 불법성 의혹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구를 기각하고 이미 알려진 내용만 감사에 포함시켰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초 감사원이 헌법상 알권리와 감사청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사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496억원에서 600여 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이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업체 선정의 불법 사실을 밝혀내고도 김 여사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점도 의문입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무자격 업체를 수의계약한 절차의 적법성을 지적했지만 왜 대통령실이 특혜를 베풀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않았습니다. 수의계약한 업체가 코바나컨텐츠와 관련이 있는 회사라면 김 여사가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애초 감사를 제대로 진행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대통령 관저가 증축되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드러나 김 여사 개입 의혹은 커지는 상황입니다. 김 여사가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방문해 호평한 미술품이 한옥 정자 형태의 건축물로 변경돼 한남동 관저에 설치됐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지금 이 정자는 미등기상태로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대통령실은 이 미술품이 옮겨진 경위와 구입 비용 등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관저 증축 과정에서 사우나와 드레스룸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번 감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권 보위 기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2년 가까이 끌어왔습니다. 그간 7차례나 감사를 연장하다가 추석연휴 직전에야 감사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처분 결과도 당초 제기된 의혹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의 '주의 촉구'에 그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소한 절차 위반 정도로 의혹을 덮으려는 셈입니다. '김건희 특검'이 다시 궤도에 오르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전해지자 대통령실은 "공사계약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해 진행한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대선 승리로 사실상 실권을 장악한 현 정부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이전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회피입니다. 감사원의 이번 부실 감사로 여론의 지탄은 물론 법적 책임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충재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 실행의 수괴' 유인촌과 용호성이 장악한 문체부

 

▲ 지난 7월 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지난 7월 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인사 관련 비판이 쏟아지자 "제가 가해자 같아 보이시나, 제가 피해자이다"라고 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2017년 9월 11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및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유인촌은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며, "배제하거나 지원을 한다는 게 누구를 콕 집어 족집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12일 '광화문 문화포럼'에 참석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사실상 '족집게처럼 콕 집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유인촌 장관의 발언을 기점으로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 등이 사임했다.

유인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로 해임시키기 시작했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08년 11월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김윤수 전 관장은 해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경험을 이렇게 술회했다.

"8개월 내내 사퇴 압력을 받았다. 문광부 관계자들을 시켜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날 협박했다. '이렇게 하면 재미없다', '김 관장 다 조사할 수 있다'며 날 압박했다. 문광부 소속의 국장들, 감사관들을 동원해 날 몰아내려고 경쟁을 시킨 것 같다. 내 흠을 찾기 위해 그 사람들이 미술관 전체를 다 뒤지게 했다... 그(유인촌)는 내게 반말도 서슴지 않았다."

2008년 12월, 유인촌 장관은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을 해임했다. 해임된 김 위원장은 3월부터 12월까지 사퇴압력을 받은 일지를 정리해 <프레시안>에 기고했다. 그 일지에 따르면 문화부 예술국장, 문화부 차관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지만 거부하자 11월 26일 문화부 감사관실에서 직원 4명이 나와 특별조사를 벌였다. 그때 감사를 나온 문화부 직원은 "한 건이라도 나올 때까지 끝까지 뒤지겠다. 아마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블랙리스트의 존재

 

▲ 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

 

이러한 사례들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유인촌은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좌파집단으로 규정하고 혹독한 감사를 시행했고 황지우 총장의 공금 유용,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결국 황 총장을 해임했다.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도 한 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 재임 당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회원이 불법 집회에 참여하면 지원금을 반납하라'는 서약서를 요구받아 논의 끝에 아예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한국작가회의) 계간지 발행도 전부 취소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여기서도 불법 집회에 참여한 인물이나 단체는 곧바로 블랙리스트가 되어 지원에서 배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하에서 유인촌이 특정 인사들을 조사하고 퇴출시킨 행위가 바로 블랙리스트 실행이다. 블랙리스트란 단순히 명단이 적시된 리스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배제‧감시‧차별‧통제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후, 문체부 산하 주요 기관 33개 중 31개 단체장이 교체됐거나 공석이었다. 솎아낸 인물들의 자리는 소위 'MB맨'이거나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로 채워졌다.

2018년 3월 21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용하던 서울 서초구 소재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다른 종류의 블랙리스트 문건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 '보조금 지원실태를 재점검해 좌파 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라는 내용의 문건이 있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 비판적 발언을 한 연예인의 마취제 중독설 증거 확보에 주력하는가 하면 포섭이 불가능한 강성 연예인들의 수입을 끊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100여 명의 연예인을 강성과 포섭가능 등으로 분류한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하였다.

보조금 지원실태를 점검하고 지원에서 배제하는 과정은 문체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실행되기 어렵다. 지원 신청한 개인 및 단체들의 리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2023년 11월 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로 유인촌 장관의 블랙리스트 연루는 분명해졌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국가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이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라며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기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배상 판결을 통해 "블랙리스트는 절대 없었다"던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문체부가 발간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백서를 엉터리라 부정했던 그는 법원의 판결마저 부정할 것인가.

2023년 11월, 유인촌 장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원정책에 대해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 좁은 문을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다시 말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단체나 작품들은 철저히 선별하여 지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국가범죄에 가담하고도 오히려 승승장구

 

▲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주요행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에 의한 블랙리스트 실행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 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 실행 방식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리스트'에 의한 지원 배제가 문제가 된다고 보고 현 정부 입장에서 못마땅한 사업들을 아예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에 블랙리스트 실행의 대표적 가해자인 용호성을 문체부 차관에 임명하였다. 용호성은 누구인가.

2013년 9월 3일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의 지시로 문체부 기조실에서 작성된 비밀 보고서가 잡음이 발생할 개연성에 대비하여 '인편'으로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용호성 행정관에게 은밀히 전달되었다. 이 문건은 2013년 8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좌편향 예술 지원 실태 및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라 그 대책을 강구하여 보고한 것이다.

용호성과 관련된 블랙리스트 실행의 증거 역시 차고 넘치지만 이 비밀문서 전달 과정이야말로 그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음을 웅변한다.

용호성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이행 권고에 따라 수사의뢰자에 포함되었다. 문체부는 용호성을 포함한 수사의뢰자 3인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불기소하더라도 중징계로 처벌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2022년 3월 검찰은 용호성에 대해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따라 황희 당시 문체부 장관이 징계를 추진하려 하자 유진룡,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들을 비롯한 전직 문체부 관료들이 징계를 멈춰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급기야 윤석열 정부는 그를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하고야 말았다. 이는 고위 공무원이 심각한 국가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도 면죄부를 받을 뿐 아니라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선례를 남기고 있다.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권에서도 블랙리스트 실행의 수괴를 자처하고 있다. 역사는 이제 그를 뛰어난 배우로 기록하기보다 블랙리스트를 통해 동료 예술가들을 배신하고 탄압했던 불의한 정권의 앞잡이로 기록할 것이다. < 김미도 연극평론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현직 교사도 읽고 깜짝 놀랐다

 '수준 미달'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 중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과서는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실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을 제일 앞에 실었다. ⓒ 연합

 

극우 세력이 준동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줄 기대했건만 김이 제대로 새어버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된 후 뉴라이트 세력의 두 번째 '도발'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수준과 품격을 갖춘 교과서일 줄 알았다. 올해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한학평)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이야기다.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심지어 독립기념관장까지 역사 연구와 관련된 다수 국책기관의 수장이 뉴라이트 논란이 있는 인사로 채워진 상황에서 한학평의 교과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들의 역사 인식과 의도, 수준 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여겨진 까닭이다.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모든 과목의 견본 교과서가 일선 학교로 배부됐다. 과목별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검정 교과서를 살펴본 뒤 점수를 매겨 평가한 뒤 합산해 내년에 사용할 교과서를 선정하게 된다. 현재 학교마다 모든 교사가 많게는 십수 권의 교과서들을 일일이 검토하느라 경황이 없다.

그런데 모든 과목의 교과서가 일괄적으로 배부됐는데도 유독 한국사만 나흘 뒤로 미뤄졌다. 검정 과정에 잡음이 있거나, 교육부가 교사와 여론을 상대로 간을 보려는 행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듯 한학평의 교과서는 학교로 배부되자마자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고, 이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둔 형국이 됐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는 전혀 무관한 아이들조차 찾아와 한학평 교과서를 구경할 수 없냐고 물을 정도가 됐다. 교과서 관련 뉴스를 봤다며, 사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거다. 아직 교과서 선정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학평 교과서를 비하하는 별명을 짓는 아이들도 있다. 그때마다 그들 앞에서 (선정 작업 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며 한학평 교과서를 두둔하곤 했다.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까?

 

▲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 중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과서 표지에 3·1운동, 88서울올림픽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함께 연평도 포격사건 그림을 넣은 모습. ⓒ 연합

 

거듭 고백하건대, 자칭 보수 세력이 만든 제대로 된 한국사 교과서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어차피 역사란 해석의 학문이고,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수렴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품'이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좌우의 날개로 나는 건 새뿐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우리 역사도 좌우의 날개를 펼쳐 날 때라야 온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번 한학평 교과서는 좌우를 떠나 교과서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수준 미달이다. 기존의 역사적 상식을 무시했고, 철 지난 색깔론을 동원하는가 하면, 금기시된 식민사관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예컨대, 6.25 전쟁 이후 남과 북에서 이승만과 김일성의 독재 체제가 수립되었다는 건 이미 역사적 상식인데, 이승만의 '독재'는 '장기 집권'이라는 용어로 은근슬쩍 지웠다. 1946년 이승만의 '정읍 발언'은 분단으로 치달은 직접적 계기인데도, 그 책임을 오롯이 북에 넘기고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한 수만 명의 제주도민과 여수, 순천 지역 양민들을 학살한 책임마저 북에 떠넘기려는 술책이다.

교과서 표지에 지난 연평도 포격 사건 삽화를 내건 것도 뜬금없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실시된 우리 군의 서해상 사격 훈련을 문제 삼아 북한이 도발한 것으로, 당시 국내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북한의 정권 안정을 위한 기도라는 분석부터 과거 정부의 '햇볕 정책' 승계를 거부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의 모순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표지의 사진이나 삽화는 교과서 발행의 의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6.25 전쟁 관련 내용도 아니고, 연평도 포격 사건을 강조한 건 대놓고 반공, 반북의 기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도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퉁치고 있다. 일제에 부역한 지식인들의 공과를 함께 평가하자는 탐구활동 주제에서는, '부역'이라는 표현조차 감춘 채 '협력'이라는 단어를 썼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하고 정부 수립 후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대표적인 독립운동가('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명'에 포함)로 앞세운 건 독립운동사를 희화화하는 행태다. 민족시인 윤동주와 친일 문인 서정주를 양시론적 입장에서 비교하는 건 역사를 타락시키는 행위다. 양시론과 양비론은 역사교육의 금기다.

눈에 띄는 건, 한국사 교과서 '1'과 '2' 두 권 중 2학기 때 배우게 되는 2권의 내용이 유독 나머지 8종 교과서와 극단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학평 교과서 1권의 경우도 과거 국정교과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있어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파 '의 성과가 이 교과서란 말인가

 

▲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지난8월 30일 공개됐다. 사진은 한국학력평가원 고교 한국사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이 서술된 모습.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의원실 제공]

 

한학평 교과서는 분단의 모순과 반공, 반북의 정서에 기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마음으로 이때다 싶어 제작했을 테지만, 서두른 티가 너무 역력하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사실 관계의 오류만도 무려 300건이 넘는다고 한다. 교과서는커녕 책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이쯤 되니 검정을 담당한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업체의 적격 여부부터 교과서 내용 검증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죄다 일손을 놓은 채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지만, 적어도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직자라면 그래선 곤란하다.

보수를 참칭하는 극우 세력들은 입만 열면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부르댔다. '좌편향 교과서'로 수업한 전교조가 우리 교육을 망쳤다면서, 공교육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전교조 탓으로 돌리는 데 혈안이었다. 교육계에서도 이른바 '대안 우파'가 등장해 정치 세력화했고, '좌편향 교과서'에 맞서 '대안 교과서' 제작에 발 벗고 나섰다.

그 오랜 성과물이 이 한학평 교과서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못해 얼굴마저 화끈거린다. 사상과 학문의 시장에서 경쟁하자고 대련을 신청하기엔 수준이 떨어진다. 마치 지난 2월에 개봉된 <건국전쟁>의 조악함을 떠올리게 한다. 최소한의 균형 감각조차 상실한 <건국전쟁>은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하기는커녕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이념적 양극화만 부추긴 꼴이 됐다.

한학평 교과서를 살펴보면서 엉뚱한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교과서를 두 권 선택해서 배워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 한학평 교과서와 다른 교과서를 서로 대조해 공부하다 보면, 아이들이 친일파가 미군정의 수족이 되어 이승만과 공생한 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에 부역하며 승승장구한 참담한 역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나아가 한학평 교과서 집필진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극우 세력의 실상도 알게 될 테고, 그들과 사상적 일심동체인 현 정부의 의식 수준을 평가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번 사달을 교육에 잘만 활용하면, 아이들의 역사의식을 성장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서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