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관계자 “중도하차 고려하는 건 아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선거운동 일정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실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심상정 후보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다만 심 후보 쪽은 후보 사퇴나 다른 당 후보들과의 단일화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심 후보는 그간 지지율이 3% 안팎에 머무는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당 안팎에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약진’하는 반면, 심 후보는 대선 ‘4자 구도’ 형성 이후 꾸준히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고 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1월10~11일 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3%를 기록했다. 3주 전 같은 조사(12월20~21일 조사)에서도 3.6%에 그쳤다 (자세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정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후보가 이 상황에선 일상적인 후보 활동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숙고하고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와 <채널에이> 인터뷰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선대위 쪽에 연락해 ‘일정 중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전략 수정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는데 일정 중단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결단해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앞서 심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권교체와 시대 변화에 대한 열망이 지금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을 움직이고 있는데 제가 그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아직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해 답답하고 많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국민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지만, 정의당은 20년 동안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관되게 실천해왔다”며 “심상정이 주저앉는 것은 노동의 자리가 주저앉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들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고 한국의 미래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절박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단순히 젠더 차별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성별로 갈라치기 해 차별과 혐오를 부추겨 득표 전략으로 삼는 것은 매우 나쁜 정치”라며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정치를 왜곡했던 지역주의 이상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여성 정책 공약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질문엔 “저희 당은 페미니즘 정당”이라며 “저희가 말한 페미니즘은 남성, 여성, 성 소수자 할 것 없이 모든 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모든 보편적 가치를 대변하며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영 서영지 이완 기자 

이재명표 신경제 비전 ‘5·5·5’ 선언

● COREA 2022. 1. 12. 07:1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 달러, 주가 5천 시대 실현 공약

기획 · 예산 기능 개편과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 도입, 기후에너지부 설치 등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과학기술·산업·교육·국토 대전환 등 4대 대전환을 통해 “이재명 신경제의 목표인 종합 국력 ‘세계 5강의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바로 지금이 대전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대한민국 세계 5강을 이재명 신경제가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장 전환을 위해서 물적·제도적·인적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에 특화된 미래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고, 궁극적으로 약 135조원의 디지털 전환 투자로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4대 대전환만으로는 신경제를 완성할 수 없다며 공공·금융 개혁 등을 ‘2대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공공 개혁과 관련해선, 대선 경선 때부터 주창해온 기획·예산 기능 개편과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 도입, 기후에너지부 설치 등을 공약했다. 금융 개혁 방안에는 주가 조작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날 발표는 기존 ‘5·5·5(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 5천) 시대’ 공약을 다듬은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의 완성본이다.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 이후 이뤄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핵심은 국가 역할 확대를 통해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목 폴라티를 입고 무선 마이크를 착용한 채 24분 동안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경제 성장을 위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발표식 뒤 ‘5·5·5 공약’ 달성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기 내 도달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초장기적으로 지향할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수출 제품을 늘릴 것이냐’는 질문 등에도 “특정한 제품을 지정해 이게 가능할 거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헌법상 평등 원칙이 각 분야에서 실현돼야 하기 때문에 제정하는 게 맞다.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법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논의를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이재명 “디지털 산업에 135조 투자, 미래 인재 100만명 양성”

“비대면 사회가 디지털화 가속…대응 못하면 추락 면치 못할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를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을 한국이 선도하기 위해 관련 산업에 공공과 민간이 총 135조원을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하고 취업·창업 뒤 지원액의 일부를 돌려받는 ‘휴먼 캐피털’ 제도를 도입해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 발표회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발된 비대면 사회가 디지털화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추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영선 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이 후보는 디지털 전환 대응의 핵심은 관련 인력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기존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 제도와는 별개인 ‘휴먼 캐피털 제도’를 도입하겠고 했다. 이 후보는 “휴먼 캐피털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등 디지털 역량 확충을 위한 교육비를 정부가 선 지원하고 취직 뒤 일부를 갚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 20만명씩 총 10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비는 최대 1500만원 범위 안에서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취업이나 창업 뒤 예를 들면 70%의 정부가 돌려받는 형태인데, 여기서 갚는 비율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재 41개인 소트프웨어 중심 대학을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분야 인재를 육성할 ‘계약학과’ 확대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최소 주 1시간 이상 개설하고 △누구나 소프트웨어·코딩 교육을 원하면 받을 수 있게 전 국민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주민센터 등 정부나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정부’ 구상도 내놨다.

 

이 후보는 매년 예산의 3%를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적, 제도적, 인프라 투자에 5년 동안 총 30조원,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영토확장, 창업기업 성장지원에 40조원, 디지털 주권 보장에 15조원 등 총 85조원을 국가 재정으로 투자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서 각각 20조와 30조원의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신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행사에 참석한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규제 때문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피2이(P2E, 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서비스를 한국을 제외한 시장을 타깃으로 해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전문 관료들이 기업인들만큼 사회 변화를 쫓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게 맞냐.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시장의 변화, 혁신과 창의를 존중해서, 정말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정한 다음에 나머지는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민주 “‘대장동 이재명 지시’ 편파보도 제소”

민주 “반론 같은 비중으로 반영 안돼…선거에 막대한 영향“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대장동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이 추진한 방침을 따른 것”이라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재판 발언을 보도하면서 이재명 후보 쪽 반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김씨 쪽 주장으로 이 후보의 대장동 특혜개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까 방어막을 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언론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씨 재판 중 변론을 토대로 ‘이재명 지시’와 같은 키워드가 대대적으로 헤드라인에 반영됐다”며 “우리 쪽도 반론을 제기했는데 제목에 같은 크기나 비중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기사 내용에도 같은 분량으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볼 때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기사 편집 방향이라고 판단했다”며 제소 방침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권 대변인은 “신문과 방송 기사만 모니터링한 결과 20개를 넘는 기사가 (제소 대상) 선정이 완료됐고, 인터넷 기사는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반론을 충분히 반영한 언론사는 고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적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의) 기본 방향을 정했고, 이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서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이지, 배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언론사 제소 방침에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언론을 겁박했다. 조금 있으면 국민에게도 도끼눈을 뜰 기세”라고 비판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당황한 자가 범인”이라며 “성남시장의 지시에 사적 지시가 어디 있고, 공식 방침이 또 어디 있나. 말장난 하다가 이 후보가 지시했다는 것을 고백해버리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여성-남성 갈등, 일부 정치인이 한쪽 편승해 격화”

‘새얼아침대화’ 초청 강연서 발언

여가부 폐지 내건 윤석열 우회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성 청년과 남성 청년들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이 한쪽에 편승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11일 오전 인천 송도 쉐라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주최 ‘새얼아침대화’ 초청 강연에서 “어제(10일) 여성 스타트업 간담회를 가서 창업자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 간다고 하니 또 쪽지가 와서 ‘창업에도 여성 우대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저에게도 이대남(20대남성)이냐 이대녀냐 양자택일하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제가 ‘왜 선택해야 됩니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기회주의자냐’라고까지 얘기하는 쪽이 있었다”며 “왜 (남녀 갈등이) 정치에서 선거전략으로 사용될 만큼 격화됐을까. 정말 가슴 아픈 상황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이 갈등이) 확대돼서 수도권과 지방을 기준으로 편갈이하고 지방청년채용할당제를 폐지해달라는 주장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를 두고 “둥지 안에서 그 밖으로 떨어지면 죽는데 떨어지지 않기 위해, 생존 자체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남이 아니면 내가 떨어지니까”라며 “이는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공정 방치는 저성장이고 저성장은 기회 부족이고 기회 부족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된 청년들이 기회를 찾지 못하니 극렬하게 경쟁이 아니라 전쟁을 겪게 된 것”이라며 “이 잔인한 현실에서 둥지 밖으로 떨어질 사람을 공정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과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은 그 공정성을 지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둥지를 키워서 누구도 둥지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장을 회복하고 기회 총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회복하면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도 장기적으로는 길이 열린다”며 “국토균형발전정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서영지 기자

 

 

미 조종사, 이륙 직후 추락서 생존…몇분 뒤 열차 충돌 직전 구조

 

미국에서 경비행기가 고장으로 기찻길에 추락해 마주 오던 열차에 치였으나 조종사는 간발의 차이로 구조되면서 짧은 순간 두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고 A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공항에서 지난 10일 남성 조종사가 몰고 가던 경비행기가 이륙 직후 엔진 문제를 일으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구사일생=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경비행기가 기차 선로에 추락해 경찰관들이 조종사를 구출하고 있다. 구출 직후 비행기는 열차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유일한 승객이었던 조종사는 추락 직후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조종석에 끼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죽음의 위기가 또 찾아왔다.

 

하필 비행기가 추락한 곳이 통근 열차 선로였기 때문이다.

 

멀리서 달려오던 열차가 속도를 멈추지 못한 채 그대로 비행기 잔해를 덮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조종사를 구한 것은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LA 경찰관들은 눈앞에서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비행기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들이 '고, 고, 고'(Go G0 Go)라고 외치며 종잇장처럼 구겨진 조종석에서 가까스로 조종사를 끌어냈고, 그 직후 비행기는 맹렬하게 달려오던 열차에 치여 산산조각이 난 채 날아가 버렸다.

 

조종사가 구조된 뒤 열차가 비행기를 덮치기까지는 몇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경비행기가 선로에 추락해 경찰관들이 조종사를 구출하고 있다. 구출 직후 비행기는 열차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LAPD 트위터 캡처]

 

경찰서가 추락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덕택에 경찰관들이 추락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AP는 덧붙였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즉각 모든 열차 운행 중단을 요청했으나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인 로버트 셔록은 "우리를 향해 열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게 눈앞에서 보였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종사는 복권을 사야 한다. 그는 10분 동안 두번이나 죽음을 모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인 데이미언 카스트로는 "평소 훈련과 경험이 현장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라며 "이런 일에 닥치면 그냥 뛰어들게 된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조종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애니멀피플]

선체 붙어 홍합·게 등 유입돼 고유생태계 교란 가능성기후변화도 천연 방벽 약화

 

영국 남극조사단의 연구선 어니스트 섀클턴 호가 남극에 정박해 있다. 선체 표면에는 수많은 생물이 부착해 이동한다. 로이드 페크 제공.

 

남극해는 아직 단 하나의 외래종도 발붙이지 못한 마지막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이다. 그러나 선체에 외래생물을 부착한 선박이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남극해에 드나들어 외래종 유입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극지조사단과 케임브리지대 연구자들은 20142018년 사이 남위 60도 이하로 항해한 선박의 기항 통지와 위성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 항구의 15%에 해당하는 1581개 항구에서 선박이 남극해로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남극은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라며 외래생물이 어디서든 남극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11일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 적었다.

 

남극을 항해한 선박의 기항지와 항로. 북유럽, 남미 남부, 동아시아가 가장 잦다. 알리 매카시 외 (2022) PNAS 제공.

 

남극해에 외래종이 침입하지 못한 것은 대륙붕을 통해 다른 대륙과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대륙인 데다 남극 대륙 주변을 빙빙 도는 차가운 해류가 자연 방벽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수천만년 동안 고립된 결과 남극해에는 다른 바다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생물이 다수 서식한다.

 

데이비드 알드리지 교수는 남극해의 고유종은 지난 15003000만년 동안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침입종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이들이 어장 붕괴 같은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예컨대 선체에 붙어 옮겨온 홍합은 경쟁자가 없는 남극해 바닥을 뒤덮을 수 있고 게가 유입된다면 남극 생물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포식자가 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우려했다. 또 세계적으로 양식장의 사료나 건강식품의 기름 추출용으로 수요가 늘어난 크릴 어장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남극을 방문한 연구선에서 발견된 게. 유럽 해안에 서식하는 종으로 남극 환경에 적응하면 새로운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다. 알리 매카시 제공.

 

남극에서는 외래종 유입을 막기 위해 엄격한 검역을 한다. 선박 평형수 교체도 철저히 관리한다. 평형수는 화물을 싣기 전에 물을 버리면서 문제가 되지만 남극은 화물을 부리는 곳이어서 거의 문제가 안 된다. 연구자들은 장기간 항해 동안 선체에 들러붙는 홍합, 따개비, , 조류 등 부착생물이 남극에서 오래 정박하면서 떨어져 나갈 우려가 큰데 이에 대한 규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로 온대바다에서 떠나 열대를 거쳐 남극해로 도달하는 여정을 대부분의 부착생물은 적응하지 못하지만 일부는 견디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선박을 통해 남극으로 유입된 생물이 지금까지 10종이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아직 남극에 정착한 종은 없지만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 찬 바닷물이 이루던 천연 방벽이 허물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외래종 위험이 가장 큰 20곳이 모두 남극해에서도 가장 기온이 높고 기후변화도 빠르게 진척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이나 연구자를 태우고 북극의 여름을 보내고 곧바로 남극의 여름으로 향하는 선박이 적지 않다. 선체에 붙은 생물은 추위에 적응해 남극에서 쉽사리 침입종이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연구나 관광 목적으로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선박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북극의 여름을 보내고 대서양을 횡단해 곧바로 남극으로 항해하는 배의 부착생물은 남극해에 올 때 이미 추위에 적응한 상태여서 살아남을 확률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많은 배가 남극으로 출항한 지역은 북유럽과 남미 남부 그리고 동아시아로 나타났다. 남극까지 직항 항로를 갖춘 항구는 23개국 58곳에 이르렀다. 배는 주로 연구, 어업, 관광, 보급 목적이었다.

 

주저자인 알리 매카시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은 선체를 세척하는 등 남극의 생물 안전성을 위한 규제는 현재 몇몇 관문 항구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기후변화로 해양온도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외래종이 남극해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생물안전과 환경보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